대저 참선하는 이는 / 경허 스님
대저 참선하는 이는 첫째로 무상함이 덧없이 빠르고 나고 죽는 일이 큰 것임을 두려워해야 한다.
그러므로 옛사람이 이르기를 "오늘은 비록 보존하나 내일은 보존하기 어렵다."하였으니 정신바짝 차리고 게으름이 없는 다음에 온갖 세상일에 조금도 간섭하는 뜻이 없어 고요하고 하염없이 지내야 한다.
만약 마음과 경계가 서로 흔들려서 마른 나무에 불 붙듯이 번잡스레 정신없이 세월을 보낸다면 이것은 비단 화두 드는 공부에만 방해로운 것이 아니라 나쁜 업보만 더할 뿐이다.
가장 요긴한 것은 모든 일에 무심하고 마음에 일이 없게 하면 마음 지혜가 자연히 깨끗하고 맑아진다.
모든 일이 모두 마음을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니 착한 일을 하면 천당에 태어나고 악한 일을 하면 지옥이 나타나고 포악하면 범과 이리가 되고 어리석으면 지렁이와 곤충이 되며 가볍고 분주하면 나비로 되나니 그러므로 옛사람이 이르되 "다만 한 생각의 차이 그대로 만 가지 형상이 나타난다." 하였으니 무릇 그 마음을 텅 비워서 성성하고 순일하게 하여 흔들리지도 않고 혼미하지도 않게 해서 허공같이 훤출하게 하면 어느 곳에 생사가 있으며 어느 곳에 보리가 있으며 어느 곳에 선악이 있으며 어느 곳에 가지고 범할 게 있겠는가.
무릇 현묘한 이치를 알려는 이는 마음자리를 돌이켜 비추는 공부를 착실히 알아 분명하고 세밀히 해야지 아무렇게나 용심해서는 안 된다.
수행해 나가서 수행의 공력이 익어지면 실상의 이치가 스스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