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욜로의 백두대간 종주 산행기 -
◈ 3구간: 신풍령(빼재)에서 부항령까지
◈ 부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삶
○ 일시: 2017년 4월 8일(토)~9일(일)(무박 2일)
○ 코스: 신풍령(빼재)~수정봉~삼봉산~소사고개~초점산~대덕산~덕산재~부항령(20Km, 약 9시간 반)
○ 인원: 44명
나는 요즘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요즘 트렌드 이기도 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데는 망설임이 적지 않았다.
첫 번 째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모두 소중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며,
두 번 째는 돈을 들여 산 것들이기 때문에 돈 생각이 앞서서 버리기 아까웠던 때문이며,
세 번 째는 당장은 사용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꼭 필요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다.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큰맘 먹고 실천에 옮기기로 하고 행동개시에 들어갔다.
돈이 될만한 것들은 중고매매 사이트에 내놓고 팔았다.
버리기 아까운 물건들은 필요할 것 같은 지인들께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
팔기에는 좀 그렇고 필시 필요한 사람이 있을법한 물건들은 아파트 입구에 내놓고 종이에 써붙였다.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 요렇게~
그리고 안 입는 옷가지나 오래된 책들도 과감하게 분리수거 함에 넣었다.
버리는 데에도 용단이 필요했다.
그렇게 버리고 났더니 행동반경이 넓어졌고, 행동반경이 넓어지니 자연스럽게 나를 온전하게 되돌다 보게 되었다.
무언가를 하나 사더라도 좀 더 생각해 보게 되었으며, 하나를 사더라도 가치 있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내가 실천하고 있는 미니멀 라이프를 이번에는 종주산행에 적용하기로 하였다. 아니 적용이라기보다 꼭 필요했기 때문에 필수 불가결했다.
우선 배낭을 꾸리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28리터에 꾸렸다가 더 작아도 될 것 같아 23리터 가방에 물품을 넣어 등짐을 지고 보니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아 또다시 바꾸었다. 20리터 배낭으로..
지난 두 번째 종주 때 긴 시간 동안 눈길을 걷느라 고생을 해서 아이젠을 준비할까를 많이 망설였으나 조금 과감해 지기로 했다.
가방에는 기본만 챙기기로 했다. 물, 밥, 약간의 간식, 그리고 스틱이 전부이다. 카메라를 챙겼다가 무게를 줄이려고 빼놓았다.
나는 달리고 싶었다. 가능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컨디션도 그런대로 괜찮았고, 가방도 가벼운 데다가 이번 종주는 릴랙스 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사전 정보도 있었다.
출발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조금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나는 지극히 '길치'라는 거다. 그래서 산행로에서 혼자가 되면 늘 긴장을 한다. 그러나 그 또한 견뎌내야 하기에 운명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번 세 번째 종주도 하늘에 맡기기로 했다.
'될 대로 되라지~~'
새벽 3시가 넘은 시각.
해발 약 700m, 출발지점 신풍령(빼재)이라는 곳이다. 어김없이 버스가 데려다 준 곳은 표지석이 크게 있는 앞이다.
사과의 고장 '거창'이란다. 사과의 고장은 '대구' 아니었던가??
생각할 틈도 없이 연례행사처럼 준비운동을 하고 단체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어김없이 들머리로 발을 재촉했다.
이번 선두 대장은 지난 번 중간대장을 담당한 최정범 대장이 담당하기로 하셨다.
이번이 기회였다. 내가 선두로 가야 하는 구간이다.
릴렉스에 촛점을 맞춘다고 하니 절호의 찬스인 것이다.
최정범 대장의 그림자를 따르는 길이 나는 마치 수행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잠시, 아주 잠시 동안이었지만 나는 날으는 새와 같았다. 다른사람은 모르는 나만의 감정이었겠지만 말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예상외로 파이팅을 하는 선수가 있다면 도핑테스트를 한다. 랜덤으로 하기도 하지만 도핑테스트에서 약물 복용이 검출되면 선수의 기록은 물론 경기에서도 자격을 박탈당하고 만다.
스포츠 경기가 아니었기에 망정이지... 내가 날고뛰고 하는 것은 아마 약물의 효과도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내가 복용한 약물을 열거하자면,, 요즘 들어 먹고 있는 글루코사민 1정, 피곤할 때 먹는 비타민C 1정, 그리고 특별할 때 먹는 공진단(?)이었다.
한꺼번에 복용을 하면 뱃속에서 충돌을 일으킬까 봐 나름 시간을 두고 복용을 하였다.
시간을 두고 먹은 약들이 신경세포를 타고 반응을 하는 것 같았다.
칠흑 같은 밤길을 걷는 발걸음이 여느때와 다르게 매우 가벼웠다. 이상하리만치 약발이 잘 받고 있는 것 같았다.
봉우리와 봉우리를 연결하는 외길은 솜이불 위를 걷는 듯 포근한 것이, 마치 어머니의 품속 같았고,
폭신한 산야를 걷는 기분은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뭉게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였다.
캄캄한 밤에 별빛 하나 없다.
일기예보에서는 맑음이었는데..
출발할 때부터 간간히 빗방울도 스쳐갔다.
그러다 말겠지.. 우비도 준비가 안되었지만, 마음은 태평이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세월이 갈수록, 나이를 먹어 갈수록 조바심도 없어지고 체념하는 것도 빨라지는 것 같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의 장점이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폭신한 레드카펫을 밟으며 걸어가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이다. 칠흑 같은 밤이지만 말이다.
관객은 없어도 좋았다. 내가 주인공이고 내가 관객인 셈이다.
선두 무리와 함께 할 때는 발걸음을 옮기며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그러다가 일행과 멀어지면 뒤를 이어오는 일행과 함께 보조를 맞추기도 하고, 또다시 일행과 거리를 두게 되면 혼자 걷기도 하며 비교적 앞쪽을 유지하고 있었다. 약발이 떨어지기 전까지였지만..
완만한 들머리를 올라 덕유 삼봉산 정상을 돌파하여 이어지는 내리막길은 깎아지른듯한 절벽이다. 게다가 얼음이 아직 녹지 않은 길이 눈앞에 펼쳐졌다. 자칫 발을 헛디디면 낙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어둠의 한가운데에 타잔이 지나갔을 법한 밧줄이 나무에 여기저기 걸쳐져 있다.
위험한 곳은 위험한 대로 안전을 배려한 마음 씀씀이가 깃들어져 있었다.
이또한 지나가리니...
나는 대단한 '길치'이다.
저 위에 이번 종주의 코스를 적어 두었지만 저곳을 다 지나갔는지는 기억에 없다.
다만, 홀로 걷는 중에 삼거리나 사거리가 나와서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여지는 구간이 나오면 어김없이 노란색 리본이 주렁주렁 걸려있는 나무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친절하게도 먼저 간 이가 바닥에도 화살표를 놓아주기도 한다. 그렇게 백두대간 길안내를 받으며 걷는 기분은 뭐라 형용키 어려우리만치 가슴에 찌릿한 여운을 남긴다.
좀 복잡한 구간이라던지, 길을 잃기 쉬운 구간이랄지, 종주자에게 응원을 하는 듯한 노랑리본이 잔뜩 달린 리본 나무는 마치 '서낭당'을 연상케 한다.
그러한 곳에서는 나도 모르게 숨을 고르고 마음을 가다듬게 된다. 우리를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앞서 간 이들이 마음을 담아, 뒤에 올 이들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 모아져서 대간길을 지키는 수호신이 된 것일 테지..
곳곳에 아름다움이 배어 있었다. 눈에 보이거나, 눈에 보이지 않거나..
나는 나를 지켜주는 수호신에 의지를 한 채 어둠을 헤쳐나가고 있었다.
어느 구간에서는 두더지와 함께 하기도 했다.
외길 가장자리로 두더지가 방금 지나간 듯한, 봉긋 올라와 가늘게 벌어진 길이 4~5미터씩 이어지다 끊어지고, 끊어지다 이어지고 하였다.
마치 두더지와 함께 걷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보이는 곳이라고는 이마의 라이트가 비추는 곳 전방뿐이다.
보이지 않는 곳은 소리에 의존을 하고 상상을 할 뿐이다.
돌 위에 야생동물의 배설물을 몇 번 보았다.
배설물의 형태나 크기로 보아 야생동물을 상상하곤 하는데, 배설물의 크기가 크면 약간 겁이 나기도 한다.
이번 구간은 멧돼지가 때때로 출몰하기도 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터라 긴장을 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혼자 걷던 길에,,
넓적한 돌 위에 '떠 억 허니' 방금 실례를 한 듯한, 크기도 제법 큰 그것!!
내 머리속은 멧돼지 님과 상봉을 하는 상상을 하였다.
아마 어둠이 걷히기 전이었으므로 삼봉산을 향하여 가던 길이었던 것 같다.
고도 1,200m를 넘는 고지대 인지라 초목들의 키가 낮게 그리고 가늘게 뻗어 있었으나 강건해 보였다.
나무들 사이사이로 대나무 같은 모습을 한 키 작은 나무가 큰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산죽이라고 하기도 하고 조리를 만드는 조릿대라고도 한단다.
그 '산죽'이라는 풀도 아닌 것이 나무도 아닌 것이 갑자기 '사그락 사그락'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소리는 계속 나를 쫓아왔고, 소리의 근원은 멧돼지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나 혼자 뿐이다.
순간 멧돼지의 먹이가 되는 상상을 하였다. 상상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해졌다.
'내가 지금 이 순간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다면 나의 죽음을 누가 알려나...'
하는 생각과 함께 발을 멈추어 섰다. 그랬더니 멧돼지도 발걸음을 멈추었는지 잠시 정적이 흘렀다.
발걸음을 옮김과 동시에 다시 그 소리는 살아났다. 사그락 사그락...
칠흑같은 어두움을 뚫고 바람에 일렁이며 희끗희끗 보이는 산죽의 잎새가 나를 향해 손짓하는 저승사자의 손길 같았다.
발걸음을 빨리 재촉하니 소리가 더욱 사나워졌다.
"우야믄 좋단 말잉교~~~;;;"
한참 동안을 산죽인지, 산죽 사이를 돌진하는 상상 속의 멧돼지와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걸음을 옮길 때마다 옷깃이 가방에 스쳐서 나는 소리였다.
사그락 사그락, 사그락 사그락...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나는 호러 소설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소리의 근원이 나 자신으로부터 였다는 이유를 알고 나서는 공포 같았던 지옥에서 천당으로 들어서는 듯이 발걸음이 경쾌해졌다.
얼마를 지나자 이번에는 이름 모를 키 작은 나뭇가지가 오솔길을 사이에 두고 터널을 이루었다.
거센 바람에도 꿋꿋하게 생명력을 유지하는 나무들의 가지는 매우 강단이 있어 보였다.
좁다란 길을 지나칠 때면 키 작은 나뭇가지들이 거세게 뺨을 후려갈겼다. 회초리 같은 나뭇가지에 뺨을 한대 얻어맞으면 눈물이 핑 돌을 정도로 얼얼했다.
지옥 같았던 산죽길을 지나 연옥과 같은 키 작은 나무 터널을 통과하여 이번에는 천당으로 가는 길만 남았다.
시각은 새벽 6시를 향해 달리고 있었고, 어스름한 기운은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하였다.
하늘은 온통 잿빛이고 해는 어디에 숨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잿빛으로 맞이한 아침도 그런대로 좋았다.
어둠이 거칠 무렵 넓고 완반한 산중의, 봄이 익어가는 폭신한 밭에 발을 내딛는 기분이 경쾌했다.
싱그러운 초록이 발아래에서 씩씩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냉이, 쑥...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그 두 가지가 전부였다.
나는 손을 번쩍 들어 대장님께 건의를 하고 싶어 졌다.
"우리 여기서 30분 동안만 쉬었다 가게 해 주세요~~^^"
이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꾸욱 말을 눌러삼키었다.
쑥은 아직 '쑤욱' 하고 올라오기 전이지만 지천에 깔린 냉이가 방긋거리며 나를 올려다보고 외치는 듯하였다.
'어서 저를 데려가 주세요~'하고 말이다.
삼십 분 정도만 앉았다 가면 1년 치 먹을 냉잇국은 걱정없을 텐데...
아쉬움을 뒤로한 채 옮겨야 하는 발걸음이 왠지 무겁게 느껴졌다.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드넓게 펼쳐진 억새밭에 가늘고 길게 늘어져 있는 외길..
아래서 위를 올려다 보아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아도 여기가 바로 천상의 낙원이었다.
나는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잠시 가던 길을 멈추어 섰다. 시쳇말로 '심쿵'이다.
그 자리에 그냥 두팔을 베개삼아 누워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면 저절로 아름다운 시가 한 편 나올것 같았다.
아름다운 풍광을 눈에 담고 가슴에 품느라 시간이 가는 것을 잊고 있었다.
벅차오르는 감격은 가눌수가 없었다.
시간이 이대로 멈출 수만 있다면...
우리는 지금 아침식사를 하러 스카이라운지로 향하는 중이다.
출발로부터 11킬로 지점, 대덕산(1,290Km)이다.
잿빛 구름 사이로 햇볕인 듯 햇볕 아닌 것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약의 힘에 의지 하여 밤 새 걸은 내 몸은 서서히 기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내 몸이 허락하는 적정 거리는 10킬로까지인 것 같다.
숨어 있던 무릎의 통증이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게다가 왼쪽 오금 안쪽으로 인대가 늘어났는지 무릎을 구부릴 때마다 일어나는 통증은 말로 형언키 어려웠다. 날카로운 것을 갔다 대면 '툭'하고 인대가 끊어질 것만 같았다.
이대로 무릎을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함께 다음 구간은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오금에도 근육 테이프를 붙일 걸 하는 후회가 드는 동시에 진통제라도 챙겨 올걸 하는 후회도 들었다.
내 몸은 출발 전에 이미 미라의 모습이었다.
산행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요령이 늘어나면서 근육 테이프를 붙이는 면적도 늘어났다.
산행을 마치고 모두 대중탕에 갈 때마다 나는 나 자신이 우스워서 킥킥거린다. 누가 보면 정신병자라고 할 수도 있겠다 싶다.
미라가 무덤에서 나와 친구 하자고 악수를 청할 것 같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나는 고통으로 시달리고 있었고, 통증을 호소하였다.
지나던 천년바위 님께서 알약 하나를 꺼내신다. 소화제인지 비아그라(?)인지 모를 그 알약을 물과 함께 꿀꺽 삼켰다.
옵션으로 에어파스도 얻어 바지가 질펀하게 젖도록 스프레이 파스를 뿌려댔다.
잠시 동안은 통증이 가라앉는 듯하였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을 터..
산이 높으면 강이 깊을 것이로되..
오늘 흐림이면 내일은 맑음이 기다리고 있으리니..
고통은 곧 희망을 동반한다는 진리가 숨어 있는 것이다.
고통 속에서도 나는 감사의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고통과 씨름하면서 11킬로 지점에 당도하였다. 스카이라운지다.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예약석에 자리를 잡고 셀프서비스의 아침 테이블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지막한 음악도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레스토랑의 격에 걸맞은 음악이다.
눈도 호강을 하고 귀도 호강을 하고, 그리고 입도 호강을 하는 순간이다. 어느새 무릎의 통증은 잊고 있었다.
호강이 절정에 이른 순간을 우리는 가능하면 긴 시간동안 만끽하고 싶어 했다.
산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행복은 모두 내 것 인 듯하였다.
하늘과 맞닿은 대덕산 정상에서 우리는 고삐 풀린 망아지 인양 너나 할 것 없이 충만된 기쁨을 누리고 있었다.
한잔의 술이, 한잔의 커피가, 그리고 주고받는 모든 것에서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됨을 실감하고 있었다.
백두대간 깃발을 휘날리며, 태극기 휘날리며,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들어 올리며 우리는 추억을 그렇게 쌓았다.
'나'라는 단수보다 '우리'라는 복수가 더욱 정겹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순간의 추억을 기록하고 우리는 날머리를 향해서 아쉬운 발걸음을 떼어야만 했다.
잠시 숨어있던 무릎의 고통이 슬슬 고개를 내밀고 있다.
신경이라는 신경은 온통, 말초신경까지 무릎에 집중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히히덕거리며 즐거움을 누리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내리막길을 걸을 때는 오르고 싶었고, 오르막 길에서는 내려가고 싶었다.
내 마음은 이미 내 마음이 아니었다.
그래도 견딜 수 있는 고통이라고 위안을 삼아 본다.
옆에서 혹은 뒤에서 나를 바라보아야 하는 대원들께 민폐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누가 도와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보다 못해 배낭을 들어주겠다는 대원들도 몇 분 계셨다.
다행히 배낭의 무게는 가벼웠기 때문에 내가 지고 갈 수 있었다.
말을 할 수 있는 기력조차 없었고, 날머리가 빨리 나와 주기를 간곡히 바라며 한 발 한 발 걸음을 옮길수 밖에 없었다.
날머리를 알리는 이정표의 킬로수를 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시간이 거듭될수록 속도는 좀 늦춰지긴 했지만, 한걸음 한걸음이 더해져 이정표에 나타나는 숫자가 적어지고 있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반나절을 그렇게 고통 속에서 걸어야만 했다.
걸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가방도 비우고 마음도 비우고...
비우고 나니 비로소 채울 것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감사...
날머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챘을 때 저 멀리 도로가 보인다.
얼마나 반갑던지...
산기슭과 맞닿아 있는 도로변에 버스가 우리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한걸음에 냅다 달려가고 싶은 것은 마음뿐이었다.
그 후로도 한참을 걸어야만 했다.
오전 내내 간간히 햇살이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빗줄기가 흩뿌려지고 있었다.
햇살도 맞고 비도 맞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맞이하며 걷는 나는 한 점의 자연에 불과할 뿐이다.
예상대로라면 12시경에 산행을 마치는 것이었는데 1시간을 훌쩍 넘기는 기록을 남겼다.
이렇듯 고통을 동반한 산행을 어린 소녀 두 명이 아버지를 따라 동행한 데에는 경외스럽기까지 하다.
게다가 산행 실력도 나보다 훨씬 월등하다.
어렸을 적 아버지의 손을 잡고 어딘가를 따라가던 내가 오버랩되었다.
이번 구간에도 역시 여러 감동, 여러 생각, 여러 추억이 살아 숨 쉬는 종주산행이었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병원에 다녀와야겠다.
그리고 다음 종주를 기다려야겠다.
2017년 4월 11일(화) 욜로 씀.
PS: 글이 너무 길어서 지루하신 분께는 죄송합니다~ㅎ
그냥 소소한 욜로의 산행기라고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고요..
1인칭 화자 시점으로 쓴 글이라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는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혹여 불편한 내용이랄지 거슬리는 문구가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안고치겠지만 말입니다~~ㅎㅎ;;;
첫댓글 잠깐!! 공포 소설을 읽고 있는 것으로 착각~~ㅎ
ㅋㅋㅋ 정말 섬뜩 했었다우~~
옛날 생각 나게 하네요
고등학교다닐때 가난해서 차비를 모아서 용돈할려고
십오리길을 걸어다녔는데
아침에는 없든 귀신이 밤늦게 집에 올때는 귀신 발자국 소리가 따라 다녀서 발자국 소리 안나게 살살 걸어다녔다는 애기유~~
어쩐지~~
걸음이 남다르시더라니~~
귀신한테 안잡혀먹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네요~~ㅎ
한편의 대하소설중 서두를 읽으면서 많은것을 일깨워주는 그런 글 잘읽었고 다음편 기다립니다~~^^
에고~~
백두대간 산신령의 면모를 갖추신 산초님
언제쯤 되면 그림자를 밟을 수 있으려는지..
늘 부러운 마음입니다~~
욜로님~~넘잘읽었어요!!
역시.^^
지루하지나 않으셨는지.
아직 마무리를 못하고 있어요.. ㅠㅠ
욜로님 또 한구간이 지나갔네요
장문의 글 잘 읽었습니다
지루할 틈이 없네요
바쁘신가 마무리가 안되었네요
천천히 올려주세요
기둘리고 있을께요
4구간에서 반갑게 뵈어요~^@^*
시간에 쫒기느라 서둘러 마무리 하는 바람에 글이 매끄럽진 않지만 그냥 놔둘래요~ㅎ
다음구간에서 또 반갑게 뵙겠습니다~~~
무릎 관리 잘하세요
욜로님만의 스타일로 하세요
눈치볼거 없어요~~
옛써~ㄹ~(^^\~~ㅎ
수고 하셨습니다. ^^~
네~ 다음 구간에서도 멋진추억 만들어요~~^^
욜로님의 글을 보며 갔던 길 되살려 봅니다. 나는 10분이면 저 쑥을 뜯어 국 해 먹을 정도 할텐데 했어요.
욜로님만이 쓸 수 있는 산행기.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졸필을...
늘,, 써야할지 말아야 할지를 망설이면서 쓰긴해요~~ㅎ
다음 번엔 냉이 없겠죠??ㅠ
계속 써요. 덕분에 우리가 즐거워요. 읽는 재미 있어요.
그럼 진짠줄 알아요~~ㅋㅋㅋ
2주 후에 건강한 모습으로 봅시다~~ㅎㅎ
"회원님의 산행기"방을 한번씩 들여다 보면 산행기보다는 사진방에 가깝다는......
그래서 지나치곤 했는데 오늘 욜로님의 대간산행기를 접하면서 무척이나 반갑네요
이제 시작점이시니 중반을 넘어서면 어느덧 올라와 있는 본인의 등력과 마주하실 거구요
욜로님의 대간완주 응원드리고 곳곳에 땀방울이 묻어나는 생생한 산행기 즐감하고 갑니다
계속 좋은글 부탁드리면서 어느 구간이 될진 몰라도 신충남대장님대간팀과 꼭 함산 약속드립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졸필이지만,, 답사 다녀온 느낌을 잃지 않으려고 끄적이다 보니 이렇게 가고 있네요~
꼭 함산 약속 지켜주세요~~^^
빨리 왔으면 좋겠네
너무 뛰어다지 말고
조만간 함 보세^^♡^
그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처음엔 선두 중반에는 중간 후반부엔 후미
몇구간만 하면 멧돼지하고 옆에서 이야기 하면서 걷고 있을 것 입니다...ㅋㅋ
산행보다 더힘든 산행기 쓰시느라 고생하셨고 감사 드립니다
누군가는 백두대간 산행기를 남겨야 했는데
그 분이 욜로 대원님 이십니다
다음구간은 더 아름다운 비단길로 모실테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멧돼지 하고 이야기...ㅋㅋㅋㅋ
기대해 봐야 겠는걸요??ㅎ
대간 다녀오면 그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남기려고 졸필이지만 부리나케 써내려 가요..
그러다 보니 대간을 두 번이나 다녀온 기분이네요~ㅎ;;
사실 대간 후기는 산꾼이 쓰셔야 제격인데..
산도 뭣도 모르는 신출내기 제가 쓰는게 맞는지 어쩐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제 멋대로 쓰는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그냥 솔직한 심정을 씁니다.
다음 구간이 벌써 기다려지네요~~^^
님 글이란게 아무나 쓰지도 못하고
자기만의 진솔한 느낌을 적는 마당이니
부담은 전혀 필요 없어요
저번에 말했잔아요
이별아 작가는 백두대간 1/3하고
책을 썻다고요
30구간까지 하면 책한권이 완성될듯해요
벌써부터 팬이 많은듯하니 베스트셀러도
기대해봐요
화이팅!!!
그냥 제 마음이 가는대로 써내려 가는 글에 이처럼 용기를 주시니 욕심이 살짝 나는 걸요??ㅎ
스폰서 구해 주실래요??ㅋㅋㅋㅋㅋ
욜로님~흥미진진~^^
다음편이 벌써 또 기대되옵니다~
조용히 인내와~끈기로 전진모드하는 모습~멋지십니다^^★
이대로 쭈욱~~더욱 발전되고 업그레이드 된 근육의 힘으로
우리 함께 홧팅입니다~^^♥
고마워요 총무님~~^^
엔돌핀 퐉퐉~~
땡겨주고 밀어주고 이대로 쭈~~~욱 좋아요~^^
욜로님 오늘도 즐감하고 갑니다
무릎이 안 좋으시다니...
무릎관리 잘 하시고
다음 산행기도 부탁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관심 감사합니다.
무릎은 차차 좋아지고 있습니다.
다음 산행에서는 어떤 그림을 볼 수 있을지 저도 사뭇 기대가 됩니다~
예쁜 그림을 볼 수 있음 좋겠네요~~ㅎ
넘 재미나요 욜로님, 난 산행을 함께하진 못했지만 모든 상황은 공감합니다.
무릎은 걱정 안하셔도 돼요. 조금 늦더라도 속도를 더 늦추고 천천히 가다보면 근력이 붙어서 괜찮아 지더라구요^*^
나도 욜로님 왕팬!
아이고~~ 감사해요 천경님~~^^
모든 것은 선배님의 지도편달을 받으며~~ㅎㅎ
글고보이 근력이 살짝 붙은거 같긴 해요~~ㅋㅋ
토욜 4구간에서 뵙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산죽의 의미를 새삼 느끼는 시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간이든 어느 종주산행이든 내 마음의 무게를 줄여야한다는 산 선배님들의 말씀.
담 구간에서 멋진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매 구간마다 늘 새롭네요~^^
담구간에서 반갑게 뵈어요~~
내일~~ㅎ
와...백두대간 ...
산행기 감동입니다
저에게는 버거운 산행이지만
한발 한발 내딛고있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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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