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 영원에서 영원으로 ━┓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오순도순 나눔 °♡。 스크랩 [함께나누어요] 새참! 그 아련한 막걸리 한사발의 추억....
서재석벨라도 추천 0 조회 37 06.05.08 22:02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11169
 

    새참! 그 아련한 추억 한 자락.... -글/저녁노을- 울긋불긋 형형색색 피어나는 꽃과 싱그러운 연둣빛 신록이 참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봄날입니다. 희뿌옇게 세상을 뒤덮었던 황사가 걷히고 촉촉이 봄비까지 내리고 나니 더 해맑게만 보이는 세상입니다. 어제는 직원체육이 있는 수요일로 옆에 학교에 근무하는 친한 언니와 함께 뒷산을 올랐습니다.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밖에 하지 않는 나날들이라 돈독한 마음을 먹고 한적한 솔밭 길을 걸어서 오순도순 가족, 친구, 어르신 이야기까지 해 가며 혼자가 아닌 둘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걷는 즐거운 길이었습니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솔바람도 느껴보고, 시기에 맞추어 피어나는 꽃들의 잔치, 고은 노래 부르는 지저귀는 새소리도 듣고, 막 올라오는 두릅, 고사리, 산나물을 뜯으며.... 허걱 거리며 가픈 쉼 몰아쉬며 한참을 돌아올라 갈 즈음, 평소에 보이지 않던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곱게 땅을 골라놓은 밭에서 아주머니들 바쁜 손놀림을 하고 있었습니다. "뭐 심는 거예요 아주머니?" "응, 고구마 심는 거여!" "네~ 그런데 다 시들었는데 괜찮아요?" "그럼, 생명력이 강해서 땅에 심기만 해도 잘 자라~" 또, 저 만치 팔순은 훨씬 넘겼을 할아버지 두 분이 기계를 가지고 아주머니들이 심어놓은 고구마순 위로 비닐을 덮어씌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와! 신기해요 할아버지!" "기계가 좋긴 좋지?" "네, 너무 희안 하네요" 그냥 밭고랑을 지나가기만 해도 비닐이 씌워지면서 가장자리를 흙으로 덮어 단단하게 바람에 날리지 않게 해 주었으니... "할아버지! 이런 기계는 얼마나 해요?" "모르지, 한 삼 년 전에 살 때 30만원 줬으니.." "참 편리하게도 만들어 놓았네요." 문명의 이기, 머리 좋은 사람들로 인해 많이도 편안해진 농촌으로 비닐을 씌우는 이유는 잡초를 자라지 않게 하고, 검은 부분은 빛을 흡수하고 흰 부분(곡식이 있는)은 빛을 반사하여 적절한 온도 조절도 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보통 고구마는 보리가 익을 무렵에 심는 것으로 아는데
    전라도 고창에서 사 온 고구마 순은 조금빨리 심어
    8월초가 되면 맛있는 고구마를 수확할 수 있다고 하였고, 3개월 정도가 지나면 바람 맡고 햇살 먹고 자양분 먹고 난 뒤 맛있는 빨간 밤고구마로 탄생하는 것이었습니다. 농사지어서 자식들 공부 다 시키고 이제는 홀연히 단 두 분만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하시며 "농사짓는 사람이 제일 불쌍한 사람이여!" "왜요?" "이렇게 열심히 흙 파 보았자 돈도 안 되니..." "허긴, 그렇긴 해요. 모든 농산물이 수입산 들이니..." "그리고 우리 동네에는 80세 넘은 사람들뿐이야 우리 죽고 나면 농사지을 사람도 없을 겨" 누구나 떠나가려고만 하지 고향이라고 찾아드는 사람이 없으니 우리의 안타까운 농촌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일어서려는데 밭 가장자리에 놓인 새참 바구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탁배기 한 잔 할 라우?" "아!, 아닙니다." 일 하시는 분들을 위해 노란 주전자 속에는 막걸리가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열심히 땀 흘리고 난 뒤 마시는 한 잔은 꿀맛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며 나는 초등학교 2학년 시절로 시간을 되돌리고 있었습니다. 씨앗을 뿌리는 이른 봄날인 듯, 일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가득 든 노란 주전자를 들고 밭으로 새참을 내 가는 심부름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낑낑 거리며 들고 종종걸음을 하고 있을 때 장난끼 심한 친구가 다가와서는 "야! 너 그거 무겁지?" "아니" "우리 한 잔씩만 마셔 볼래?" "안 돼! 얼른 갖다 드려야 해" "딱 한잔만, 한잔만 하자 응?" 그만 유혹에 못 이겨 둘이서 달짝지근한 막걸리를 큰 사발 가득 부어 한잔씩 나누어 마시고 부모님이 일하시는 밭으로 향하였습니다. 겨우 "엄마! 이거!" 해 놓고는 푹 쓰려져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이를 눈치 챈 엄마의 걱정 된 목소리를 아스라이 들으면서 꿈속인 듯 헤매었습니다. 한 잠 푹 자고 일어나니 벌써 해는 니읏니읏 고개를 넘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괜찮아?" "응" "더 마시지 그랬냐?" "이젠 절대 안 먹어요." 잔잔히 주름사이로 흘리시는 엄마의 그 미소가 생각났습니다. 비록 할아버지와는 막걸리 한 잔의 여유 함께 하지 못했지만, 아련한 추억을 마시며 돌아 온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고구마 잘 자라서 알알이 뿌리내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러분은 이런 아련한 추억 하나, 가지고 있지 않으십니까?

아름다운 신록의 계절입니다. 나무에는 물이 오르기 시작하여 연둣빛을 냅니다.

 

고구마 순을 심고 있는 아주머니들 

 

아주머니들이 지나 간 자리, 잘 심어졌나요? 

 

이렇게 지나 가기만 해도 비닐이 자동으로 씌워집니다.

 

과학적인 비닐입니다. 흰부분과 검은 부분이.... 

 

투박한 할아버지의 손입니다. 뚜꺼비 손 같았습니다. 

 

비닐을 씌우고 난 뒤, 이렇게 하나하나 구멍을 뚫어

고구마 순을 꺼집어 냅니다. 

 

다 심어 놓은 모습입니다.

알알이 뿌려 내려주어 풍년이 들었으면.... 

 

일하시는 데 자꾸 말을 시켜도 다정스레 대답 해 주시는 할아버니는

꼭 친정 아버지의 냄새가 풍겨오는 것 같았습니다. 

 

새참이 담긴 노란 주전자입니다.

나의 코흘리게 시절로 되돌아 가게 만들어 주었고,

추억은 늘 그리운 것인 가 봅니다.

 

내게 막걸리 한 잔을 건낸 친구와

하늘나라에 계신 부모님생각이 많이 나는 날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행복 가득한 날 되시길 빕니다.^^

 

 

 

 

★ 플래닛으로 초대합니다 ★


 

 
다음검색
댓글
  • 06.05.10 20:13

    첫댓글 정신없이 치닥거리 하다가 지치면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 그 맛 먹어 본 사람만 아는 것인데~~~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