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에대한 경의
김장천 이 지구상에는 5000여 종이 넘는 식물이 서생 한다고 한다 . 앙증맞게 손바닥 안에 들어갈 들여수 있게 작은데 대다 그 꽃까지 깨물어주고 싶게 귀여운 데는 질리게 하는 꽃들 . 소나무는 으젓하고 우리 동양 사람들에게 그 고귀한 품성까지 곁들여 가히 존경 받을만 해서 문인 묵객들의 사랑을 받아왔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
'왕자같이 놀랍던 아카시아 수풀은 베어지고 말았다'라고 안톤 슈우낙은 고향을 찾아갔을 때 그 허전함을 탄식했다 . 거인처럼 우람한 귀목, 팽나무, 하늘을 내려다 볼 듯 그 자태를 자랑하는 전나무며 침엽수류의 거만함에 우선 우리는 머리를 숙일 때도 있어 나는 수목이라면 우선 다 좋아하고 아낀다. 어떤 이유로든 그 우람하게 자란 나무를 탁탁 베어 재키는 사람에겐 나는 저주스런 욕먼저 퍼붓고 본다 . 그 어지러운 이 강산의 풍상이며 갖가지 전쟁을 겪으며 참고 살아 온 그 위풍당당한 자태를 기계톱으로 깔아 뭉개는 산적 같이 생긴 사람들을 멸시하기에 결코 인색치 않는다 . 비록 살기에는 넉넉함이 없지마는 우리집 마당 가운데에는 항상 그 푸르름을 자랑하는 꽝꽝 나무, 호랑가시나무, 백목련 등의 2.3 십년 나무들이 버티고 서서 아침마다 나와는 여러 가지 사연들을 교신한다 , 어제 술취한 얘기며 애통스럽던 잡다한 얘기들 말이다 . 한결 그 수목들과 주절거리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 진다 . 비록 남의 땅이지만 우리집 마당이나 진배없이 지척 공터에 100년은 넘었을상 싶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있어 이른 봄부터 떡잎이 피고한 여름엔 우람한 잎사귀가 번성하여 거의 우리집을 뒤덮다시피 하는 속에 살다보면 갖가지의 벌레며 매미들까지 날아와 제 멋대로 흥을 노래하다 어느 때가 되면 사라지는데 나는 그 곳 까지 애를 쓰지는 않고 다시 내년을 기약하고 느긋이 기다려 준다 .
내가 은행나무를 그리도 좋아한 이유가 있긴 있었던 것일까 ? 지구상에 나타난 생명체 중 진화를 안해 온 게 없는데 유일하게 식물 중에 은행나무만이 원시 그대로 지금까지 버텨 온다는 데에서 나는 무한한 감동을 받는다 . 지진으로 산이 무너지고 마그마가 분출하는 화산 대폭발이 연달아 일어나고. 소행성은 쉴 새 없이 지구를 때려오고 ... 그 난리 속에서도 은행나무는 본연의 그 늠름한 자세로 수억년을 견뎌온 것이다 . 89년도 싱가폴 센토사 공원 수석 박물관에서 화석류를 구경하다 숨이 멎는 감동을 맞는다 . 2억년 전의 은행잎 화석의 뚜렷한 모양새로 화석화된 것을 여러 개 진열해 놓았는데 그 때의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 . 나는 다른 곳 보기는 뒤로 미루고 그 화석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르고 캠코더에 전후좌우로 찍어 오기에 정신이 없었고 지금도 그 필름을 틀어 보면서 나혼자만의 감동에 젖곤한다 . 우리의 상식으로는 지구의 나이를 크게는 새갈래로 분류 한다 .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45억년을 몇 갈래로 쪼개어 논한다는 게 좀 어렵겠지만 어떻든 2.3 억년전 . 중생대 속의 쥐라기에 출현 번창하다 대 멸종기를 맞아 소멸되었다 끈질긴 생명들이 다시 살아 나올 때 은행나무도 재출현하여 현재까지 이어온다고 한다 . 생명체의 진화란 그 때의 기후 환경에 살아남기 위한 수단 방법으로 스스로 조금씩 맞춰가는 適者 生存의 원리에 의해 갖가지로 변해 온 과정을 진화라 할진데 은행나무야 말로 고집불통이요, 내 멋대로 수 억년을 오기로 살아온 괴상한 종자임에는 의심할 일이 없겠다 . 물론 그중에는 산에 가면 둥근 잎에 빨간 열매가 예쁜 맹감나무도,속새풀도 進化없이 지금까지 내려온다니 그 또한 기특한 일이다 . 어떤 종들이 살아남고 편히 살기 위한 수단으로 살살이식으로 진화를 거듭할 때 은행나무 같은 猪突式 種들은 타협도 , 잔꾀도 안부리고 버텨 온 그 싱싱한 생명적 거창함에 이 아침 경의를 보내면서 꼭 내 생김새를 접하는 것 같아 심히 희열을 느끼는 것은 못나빠진 짓거리인 줄 모르나 아무튼 상당히 즐거운 일이다 . 좀 딴길 로 한번 말을 흘려보자 . 내 집 옆에 철물점이 있는데 이따금 장성 고려 씨멘트에서인가 한차 가득 싣고 와 짐 푸는 때가 더러 있다 . 친구 중에 우기기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좀 골려 줄 양으로 무심한 듯 지꺼렸다. “저 씨멘트 원료되는 게 바닷 속에서 나온 줄 몰랐제?” 그러자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든다 . “말같은 소리를 해야지 ....” 나는그럴 줄 미리 예측한 터라 씨익 웃고는 딴청을 부려 버렸다 . 돌가루가 아니고 수억년 바다에 쌓여 온 동물의 뼛가루가 석회화 되고 지각 변동으로 융기되어 산을 이루고 산성비는 퍼부어 그 석회산을 녹이고 .... 우리는 그 화석을 캐내어 씨멘트를 만들었다고 백날 떠들어 봤자 내가 그를 納得시킬 자신도 없고 공연히 의만 상하기 십상 일 것 같은 판단에서였기 때문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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