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K리그 결산 - 01
토요일 승강 플레이오프 두 경기를 마지막으로 K리그 일정이 끝났다. 결론은 1부 리그 최하위인 삼성만 2부로 내려가는 것으로 끝났다. 23시즌 K리그-1를 총평한다면 명가의 몰락이고, 감독 중요성을 확인한 시즌이었다.
23시즌의 최고의 이슈는 이정효 감독이다. 작년 K리그 2에서 1위를 하면서 올라왔으나 대부분 다시 2부 리그로 가거나 간신히 강등을 면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예상을 비웃듯이 잔류를 넘어 리그 3위로 마감해서 내년 새로 개편된 AFC챔피언스리그 엘리트에 진출하게 됐다.
축구는 감독놀음이란 말이 있다. 광주선수 면면을 보면 다른 K리그 팀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시민구단이니 투자가 기업구단과 같을 수 없으니 당연한 것이다. K리그 2 우승멤버에 몇 선수만 보강한 수준이었다. 그런 선수들을 조련해 ‘팀 광주’로 만들었다.
이런 감독능력을 내년 AFC챔피언스 리그에서 보여준다면 이정효 감독은 최고 감독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는 또 다른 도전이다. 경기수가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대부분 더블스쿼드를 갖춰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구단의 투자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시민구단인 광주가 그런 투자를 할 수 있을까?
축구가 감독놀음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감독이 또 있다. 2위로 리그를 마감한 포항감독 김기동이다. 포항역시 대단한 이름값을 하는 선수가 없다. 그런 팀을 리그 2위로 올려놨다. 김기동 감독은 대구에서 내친 제카를 데려와 득점 3위 도움 2위 공격포인트 2위를 올리는 괴물로 만들어 놨다. 제카의 플레이는 화려하진 않지만 매우 성실한 플레이어다.
이런 감독을 만나면 선수에게도 큰 행운이다. 선수를 성장시키는 감독이야말로 선수에게는 최고의 감독이다. 지금 제카는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한다. 제카는 김기동감독에게 큰 절을 해야 한다.
‘갓 기동’이라 불리는 김기동 감독은 포항 축구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올해 선수교체를 통해 경기를 뒤집거나 지던 경기를 막판에 비긴 경우가 가장 많았던 감독이 아닐까 한다. 그만큼 경기를 읽는 눈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능력은 AFC챔피언스리그에서도 보여줬다.
포항은 동부 AFC챔피언스리그에서 유일하게 조별리그를 마친 포항은 5승 1무 무패로 경기를 마감했다. 현대나 전북처럼 선수층이 두텁지 않아 완벽하게 더블스쿼드를 만들 수 없는 상황임에도 무패로 조별리그를 마쳤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말나온 김에 잠시 AFC챔피언스 리그이야기를 하자 수요일(12.13)이면 조별리그가 모두 끝난다. 올해는 참가클럽을 늘린다는 취지에서 동부서부 각 5개 조 모두 10개조로 운영된다. 그래서 1위 5개 팀과 2위 중 승점이 높은 3개 팀이 16강에 진출한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2위 승점이 12점이 돼야 16강에 갈 수 있는데 인천은 원정이지만 최약체인 카야와 만나고, 전북도 1위인 방콕UTD와 만나지만 전력상 이길 것 같다. 울산이 문제인데 현재 조 1위인 일본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경기만 남겨뒀다. 이기면 무조건 16강이다. 지금 예상으론 3팀은 16강을 갈 것 같고, 울산도 가능성이 높아 4팀 모두 16강이 가능하다.
이제 다른 이슈인 명가의 몰락을 이야기해보자. 그동안 축구의 명가라고 하면 기업구단이었다. 기업의 풍부한 지원을 바탕으로 좋은 선수와 시설을 보유하고 있던 구단이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위스플릿은 기업구단 차지였다. 이젠 반반이다. 그만큼 기업구단의 영향력이 줄었다. 이런 상황이 우리 축구 발전에는 부정적인 것은 분명하다.
포항제철도 기업구단이다. 모기업인 포항제철이 철강산업이 어려울 대 투자를 줄여 한때 고전했다. 지금도 그런 상황이 개선된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김기동 감독의 능력으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GS와 수원은 포항과는 상황이 다르다. GS는 프론트 문제가 큰 것 같고, 수원은 투자에 문제가 있다.
삼성은 프로팀을 통한 홍보를 줄이기로 하면서 그룹산하에 있던 팀을 2014년을 기점으로 모두 제일기획으로 넘겼다. 이후부터 삼성 산하 모든 팀의 성적이 급전직하했다. 축구팀인 블르윙스도 투자가 예전 같지 않다보니 성적이 좋지 않았다.
투자 감소로 조금씩 경기력이 하락해갔으나 부자는 망해도 삼년은 간다고 그동안 삼성 축구팀은 어느 정도 버텼다. 그러나 작년에는 플레이오프까지 갔다가 간신히 살아남더니, 올해는 결국 2부로 추락했다. 투자 없는 프로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예를 삼성이 보여준 것이다.
<삼성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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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은 다른 의미에서의 몰락이다. ‘전북의 몰락’이라고 하면 ‘부자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만 2009년부터 2022년까지 14시즌 동안 우승 9번 그 중 2017년부터 21년까지는 5연패한 팀이다. 그리고 3위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는 K리그의 최고 팀이었다.
전북은 닥공의 상징이던 최강희 감독이 떠난 2019년부터 정체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모라이스가 어찌어찌 2연패를 이어갔지만 한마디로 이전에 남겨놓은 유산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후 김상식 감독이 취임했지만 작년 2위로 마감하더니 결국 올해는 리그초반 하위권을 헤매자 책임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김두현감독대행을 거쳐 단 페트레스쿠 감독이 후반기부터 취임했으나 망가진 팀을 추스르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어찌어찌해서 상위스플릿에 올라가긴 했지만 경기력이 들쭉날쭉 이었다. 특히 AFC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전북이란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중에서 바로 전 라이언시티에게 0:2로 진 경기는 최악이었다.
아직 단 페트레스쿠 감독이 부임한지 반년도 안됐으니 감독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이제 팀을 정비할 시간을 벌었으니 팀을 다시 정비해서 내년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추신 : 이 글을 쓰고 나니 김기동감독이 GS로 간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구단인데...ㅠㅠ
첫댓글
전문가 이십니다
잘봤습니다~
삼성블루윙즈가 눈내리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에서 서울을 꺾고 우승하던 모습을 직관했었는데 이제 강등이라니,,,
더듬어보니 15년전이군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