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K리그 결산 - 02
리그 결산의 백미는 역시 플레이오프다. 강등이 결정되는 마지막 경기에서 수원과 강원 그리고 수원fc와 sk의 경기가 있었다. 수원이 이기고 수원fc가 비기거나 지면 수원fc가 강등하고, 수원fc가 승리하고 수원이 이기면 강원이 강등하는 경기였다. 결국 수원이 이기지 못하고 수원fc가 비겼기에 수원 강등이 결정됐다.
2부 리그는 더 재미있었다. 리그 내내 1위를 고수하며 다이렉트 승격을 눈앞에 둔 부산이 막판에 몇 경기를 놓치며 1위 자리가 위태롭게 됐다. 마지막 경기에서 김천상무가 이기고 부산이 비기면 1위와 2위의 자리가 바뀐다.
김천은 1:0으로 이랜드를 이겼고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부산은 청주에게 후반 94분까지 1: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코너킥에 이은 헤더로 1:1무승부로 끝났다. 부산이 다된 밥에 코를 빠뜨려 버렸다. 감독, 선수, 서포터의 망연자실한 표정은 제삼자도 참 안타까웠다.
부산의 플레이오프 1차전 상대는 수원fc였다. 수원fc가 첫 골을 넣고 기세등등했는데 이승우는 수비실수로 페널티킥을 내줬다. 이승우에게는 엘로우카드가 주어졌다. 그런데 이승우는 이전에 쓸데없는 몸싸움으로 이미 엘로우카드를 받은 상태라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부산은 84분 라마스의 페널티 골로 1:1균형을 맞췄다. 이제 추가시간 포함 10여분 남짓 남았으니 수원fc는 잘만 버티면 된다고 했는데 추가시간이 물경 15분이었다. 부산의 일방적 공세에도 잘 버티던 수원fc은 추가시간 8분에 김선민이 또 페널티 킥을 주고 말았다. 결국 페널티 2골로 2:1 부산의 승리로 끝났다.
이제 승기는 부산으로 넘어갔다. 원정에서 비기기만 해도 올라간다. 상대적으로 수원fc는 침울했다. 공격 핵심인 이승우가 퇴장 당했으니 이미 전력에 문제를 안고 싸우게 된 것이다. 3일 후인 토요일 2차전은 정말 드라마였다. 응원하는 사람들은 피가 마르는 경기였고, 울다가 웃다가... 경기 내내 희비가 엇갈렸다. 앞으로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명승부였다.
먼저 웃은 팀은 부산이었다. 수원fc는 전반에 선취점을 얻어야 따라갈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데 왠걸 전반 15분 백패스 미스가 최준의 골로 연결 되고 말았다. ‘공격 앞’으로 하기 위해 수비를 하프라인까지 올린 것이 화근이 됐다.
합산 1:3 이제 최소한 연장전으로 가기 위해서는 두 골을 넣어야 하고, 이겨야 하기 위해서는 세 골이 필요한 수원fc 팬들은 그야 말로 망연자실이었다. 열심히 공격했지만 슛의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답답한 경기가 내내 이어졌다.
후반전이 되자 로페즈와 이광혁을 투입하면서 공격 속도를 올렸다. 후반 1분도 지나기 전 로페즈의 슛이 골대를 맞추고 나니 정말 떨어지나 했다. 이후에도 후반 6분에도 윤빛가람의 슛이 골대를 맞추고 말았다. 그리고 후반 15분에 로페즈의 슛이 앞에 있었던 윤빛가람 몸에 맞아 굴절되는 바람에 오프사이드가 됐다. 이 정도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역전 드라마는 78분부터 시작됐다. 김현의 터닝 발리슛으로 한 골을 만회하고 경기 막판으로 가는 85분 이영재가 기어이 동점을 만들어냈다. 이때부터 희비가 갈리기 시작한다. 이 골에 감격한 수원fc들 중에는 우는 팬도 있었다. 이제부터 수원 팬들은 기세가 올라갔고 부산 팬들은 침울해지기 시작했다.
추가시간 6분이 지나고 연장전... 이때부터 역전드라마가 시작된다. 연장 5분 이광혁의 골이 들어가자 수원fc 팬은 난리가 났고, 부산 팬들은 침울 모드.... 그리고 101분 로페즈의 멋있는 어시스트를 정재용이 넣자. 부산 선수는 운동장에 쓰러지고 수원fc 관중석은 열광의 도가니가 된다.
이렇게 끝나는 가 했더니 연장 전반이 끝나기 전인 114분에 부산이 한 골 따라갔다. 이제 한 골만 더 넣으면 최소한 승부차기를 할 수 있는 희망이 보였다. 그러나 이런 희망도 오래가지 않았다. 연장 후반인 117분에 윤빛가람이 쏜 슛을 골키퍼가 쳐냈는데 왜 그리도 운이 없는지 바로 로페즈 앞에 떨어졌고, 로페즈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5:2 승리 합산으로 6:5로 잔류를 확정했다. 정말 믿어지지 않은 스코어다. 로페즈의 마지막 골 세리머니는 간단했다. 팔을 좌우로 흔들어 끝났다는 팔짓을 했다. 로페즈 골 세리머니처럼 그것이 끝이었다.
이승우는 경기장에 들어올 수 없어 스카이박스에서 경기를 봤다. 속마음은 어떠했을까? 죄인이 된 것 같았겠지. 이승우의 올해 성적은 10골 3도움 공격포인트 13으로 득점 순위 6위 공격포인트 공동 7위로 공격형 미들필더로는 최고의 성적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승우의 큰 약점은 감정조절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1차전 전반전에 감정만 조절했다면 퇴장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최소한 2번째 골은 먹지 않았을 것이다. 하여간 2차전을 망쳐 강등됐다면 이승우는 큰 죄인이 됐을 것이다. 아마도 이승우에게는 내년 시즌 대비한 입질이 많을 것 같다.
수원fc와 부산, 양측 서포터즈의 모습은 말할 필요가 없다. 한 쪽은 행복에 겨운 울음을 터뜨렸고, 한쪽은 안타까움의 눈물을 터뜨렸다.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으면 수원fc 김도균 감독도 눈물을 터뜨렸을까? 김도균 감독도 정말 답답했을 것이다.
23년 리그 전반까지만 해도 잘나가던 수원fc가 중반이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상・하위 스플릿을 결정하는 경기에서 져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졌을 때, 예전 성남fc가 생각났다. 성남도 잘하다가 후반부터 문제가 생기더니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진 후 급전직하해 2부로 떨어졌다. 수원fc도 성남fc처럼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을 지고 나니 그런 생각이 더 깊어졌다. 수원fc는 스트라이커 라스의 음주파동, 그리고 중원을 책임진 박주호의 시즌 중간 은퇴 등으로 어수선했다. 22경기 9골 5어시스트를 거둔 라스만 남아있었어도 강등 걱정은커녕 AFC챔피언스리그를 바라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강등권으로 주저앉은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수원fc에게 더 심각한 것은 수비였다. 득점 44점에 실점 76점 득실차 -32다. 득점은 중위권이지만 실점은 어이상실이라 할 만하다. 사실 실점이 골고루 분포됐다면 꼴찌는 맡아 놓은 것이었다. 그런데 다이렉트 강등은 면하면서 겨우 살아남았다.
수원fc는 살아남았지만 내년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김도균 감독의 선수장악력에 큰 문제 있는 것 같다. 나는 플레이오프를 마치고 한 윤빛가람의 다음 말이 수원fc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즌을 치를수록 이길 경기 비기고, 비길 경기 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직적으로도 아쉬웠다”
추신 : 이 글을 쓰고 나니 김도균감독은 2부리그 이랜드로 간다는 기사가 나왔다.
<수원fc vs 부산 : 5분 하이라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s1KTBTUDtGc
<수원fc vs 부산 : 20분 하이라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zP6CzBnIzYo
첫댓글 수원FC가 잔류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플레이오프에서 이리 드라마 같은 상황이 펼쳐졌는지는 몰랐습니다. 영상 하이라이트 안보고 글만 읽어도 아주 재미있네요. 부산 팀은 지금도 울고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