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중앙·국책은행 본점 이전 법안 발의 금융중심지 벗어나 '유관기관 협력' 빨간불 전문 인력 유출 불가피 우려도
윤석열 대통령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 발표 이후 금융권이 지방 이전 공포에 휩싸였다. 여당은 물론 제 1야당인 더불어민주당까지 중앙·국책은행 본점 이전 법안 등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기관의 특성과 무관하게 본점 이전을 강행할 경우 은행 자체 경쟁력만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한국은행 본점 소재지를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규정한 '한국은행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한은법 제7조를 수정해 주사무소 소재지를 기존의 '서울특별시'에서 '대한민국'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4월 같은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가 일주일 만인 같은 달 11일 법안을 철회했었다. 당시 관련 업계 등에서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졸속 입법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산업은행 본점 이전 공약 발표 이후 퇴사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금융은 돈이 되는 곳을 알아서 찾아가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데 (본점의 지방 이전 법안이 통과될 경우) 폐해가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의 본점 지방 이전 이슈는 다른 은행으로도 옮겨 붙었다. 김승남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농업협동조합법 일부 개정안'과 '수산업협동조합법 일부 개정안'에는 농협·수협중앙회 주사무소를 지방에 두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두 법안에는 중앙회의 주사무소 소재지를 정할 때 국가균형발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각각 포함됐다. 그러나 농협중앙회 내부에서는 국가 경쟁력과 연결되는 식량 안보 기술 약화, 농산물 품질 저하 가능성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20년 8월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 본점을 대구로 이전하는 내용의 '중소기업은행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기업은행의 본점 등을 서울시가 아닌 '대구광역시'에 두겠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극심한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주사무소) 이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대구시에는 2014년 말 이전한 신용보증기금 본점이 위치해 있어 (기업은행 본점을 이전할 경우) 금융 및 전문컨설팅 제공 등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책은행이 금융 중심지 서울을 벗어나면 각종 유관기관과 멀어져 위기 대응 능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가 균형 발전의 효과를 내기 이전에 국가 금융 정책의 집행을 더디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산은 외 다른 국책 은행 등까지 이전할 경우 전문 인력 유출 사태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았다. 기업법 전문가인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은행을 지방 여기저기로 떨어뜨려 놓으면 직원들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관 기관과의) 시너지 효과도 전혀 없을 것"이라며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해 전문 인력이 이탈하면 국가 전체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우리나라 금융 공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싱가포르나 뉴욕처럼 한 도시에 몰려 있어야 한다"며 "불가피하게 지방으로 옮기더라도 사장실이나 인사부 정도만 이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