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보다 싼 '마이너스 유가(油價)'

[레인맨]

  나의 꿈이 출렁이는 바다 깊은 곳

  흑진주 빛을 잃고 숨어 있는 곳

  제 7광구 검은 진주 제 7광구 검은 진주

 가수 정난이가 부른 <제7광구> 노래에 70년대 초 한국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7광구’라고 부르는 한일공동개발구역(JDZ)은 대한민국과 일본 공동개발 해역으로, 제주도 남쪽과 규슈 서쪽 사이 해역에 자리한 대륙붕이다. 이 해역의 석유와 가스 매장량이 흑해 유전 과 맞먹는 72억 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우리는 1차 석유파동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1973년 10월 미국 닉슨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쿠웨이트 등 6개 아랍 산유국은 보복조치로 원유가격을 배럴 당 3.12 달러에서 3.65 달러로 올렸다. 유신선포 등으로 정국은 들끓던 때다. 사우디 등 아랍 5개 산유국은 미국을 비롯하여 서유럽, 일본, 한국 등 이스라엘 지원국에 석유수출을 정지한다고 선언했다.

  석 달 만에 배럴당 3달러에서 11달러로 약 4배가 오르자 야심차게 중화학공업화에 나선 한국경제는 1차 오일쇼크로 큰 위기를 맞는다. 중화학공업을 추진하는 한국 경제는 석유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오일쇼크로 물가가 폭등했을 뿐 아니라 외환 위기로도 이어졌다.

  겨울에 접어든 그해 11월 정부는 에너지 절약 1단계 조치를 발표했다. 걷기 운동, 대낮 소등 생활화, 목욕탕 신규 허가 억제 등이다. 가로등과 상점의 네온사인도 꺼졌다. 밤거리가 암흑으로 변하자 시민들은 서둘러 귀가했다. 석유가 모자라니 연탄 파동까지 일어났다. 관공서는 물론 청와대서도 난방을 끊어 대통령과 그의 가족들까지 추위에 떠는 모습이 뒤늦게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바로 이때 우리나라 대륙붕 제7광구에서 석유가 나온다는 소식이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군 것이다. 우리나라도 중동 산유국처럼 된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오죽하면 당시 박정희 대통령도 너무 감격한 나머지 7광구에서 캐냈다는 원유 한잔을 그대로 들이켰다는 믿기 어려운 소문까지 나돌았다.

  보도에 다르면 외국 회사에 제7광유 원유매장 가능성 조사를 의뢰했었는데, 러시아 원유나 미국 원유보다 많은 양의 석유가 묻혀 있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노래 <제7광구>의 인기는 그래서 더 치솟았다. 정부는 이 해역 일대에 대한 영유권을 선언하였으나 일본 측의 일방적인 거부로 공동 탐사는 중단되고 말았다. 79년 2차 오일쇼크도 만만치 않았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오늘,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 마이너스 40달러까지 떨어지는 소동이 벌어졌으니 금석지감(今昔之感)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죽해야 1배럴의 원유를 사면 되레 40달러를 얹어주겠다니,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는 한 마이너스 유가가 지속될 것 같다.

  기름 수요는 줄고 보관시설은 한계에 달하다 보니, 오히려 웃돈을 주고 파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온 것이다. 원유 공급가가 떨어져 올 들어 전국 주유소는 32개 줄었지만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값엔 큰 변화가 없다, 그만큼 기름장사도 만만찮다는 얘기다. 높은 세율에다가 달러보다는 덜 내린 원유가격, 그리고 비싸게 사들인 재고분 처리에 어려움이 적지 않을 터이다.

  국제유가도 바야흐로 뉴노멀(New normal)시대다. 코로나 이후 자연환경에 관심이 더욱 높아지면서 자국의 에너지 독립에도 힘을 기울고 있다. 산유국 분위기 따라 일희일비할 수는 없다. 차제에 30여년 휴면상태에 있던 ‘7광구 카드’를 꺼내들거나, 인도네시아 쪽 석유개발 플랜을 다시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우리 자원은 우리가 지켜야한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