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신고 오다니 / 나희덕
잔칫집인지 초상집인지
문득 둘러앉은 얼굴들 낯설다
돌아가려고 하는데
어지럽게 뒤섞인 신발들 속에서
내 신발 찾을 수 없어 두리번거린다
신발 한짝은 보이지 않고
저쪽 유리창에 날개 다친 나비가
나를 향해 파닥거리고 있다
나비를 신고 오다니!
한 발은 나비를 신고
한 발은 땅에 디딘 채
절뚝절뚝 봄길을 날아 걸어왔으니
나비야, 나비야,
이 검은 땅 위에 다시 내려와 앉아라
내가 너를 신겠다
날개란 신기 위해 있는 것이니
내가 너를 신겠다, 나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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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詩]
나비를 신고 오다니/나 희덕
무영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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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4.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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