具象繪畵의 堡壘 김남수 / 미술평론가 예술행위의 본령은 미의 창조에 있다. 다시 말해 모든 행위의 가치기준을 아름다움(美)에 둔다는 뜻이다. 필자는 세계의 명화의 기준으로 세가지 조건을 제시한 적이 있다. 첫째 아름다워야 한다. 둘째 감동이 있어야 한다. 셋째 영원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이 충족될 때 세계의 명화는 자기모습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필자는 여러 지면을 통하여 지론을 편적이 있다. 창작행위에서 형식주의 논리나 내용이 없는 허구는 스스로 창작을 부정하는 자기기만일 수도 있다.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의 이분법적인 대립양상은 이 또한 창작행위를 부정하는 우를 범할 수가 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우리들에게 세계적인 명화가 없는 것은 훌륭한 작품이 나오기에는 우리의 토양이 척박하고 메마르다는 것이다. 예술과 인간은 그 근원이 같다. 공자가 말한 회사후소(繪事後素)는 인간이 그림보다 우선한다는 철학적인 명제를 내놓았다. 인간이 있고 그림이 있다는 뜻이다. 예술작품이 작가의 마음이요, 정신이요, 자화상이라고 말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장자도 ‘예술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낀 것을 기(氣)로 얻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토록 소중하고 값지게 얻어진 것은 영원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유한하지만 예술은 영원하다고 말해지는 것도 바로 이러한 철학적 사유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화창한 날 2008
이번 달 표지작가로 선정된 송용은 순수 전업작가이면서 외길을 걸어온 우리 화단의 산 증인이요, 사표적인 미술인이다. 작가는 앞으로 두 해만 지나면 칠순을 맞는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자의식이 강한 올곧은 예술가, 허세도 과장도 모르는 정직한 미술인이다. 다양한 예술양식의 섭렵을 통하여 조형의 깊이와 폭을 넓혀 온 작가 송룡의 작품세계를 집중적으로 탐색하고 분석하여 후학들에게 귀감을 남기고자 한다. 작가는 최근작에서 맑고 청아한 사실주의 화풍으로 극명한 선회를 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한때 인상파 화풍을 집요하게 천착했던 수업기를 감안하면 그의 예술세계에 상당한 변화가 있음을 감득할 수 있다. 자연을 통하여 인간성을 회복하고, 인간주의를 실현하려고 하는 의식이 분명한 화가다. 송용의 경우 다른 작가와 차별성이 있는 것은 비록 구상 양식의 사실주의 화풍을 추구하고 있지만, 자연의 단순한 재구성이 아닌 작가의 정신주의가 투영된 또 다른 자연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밀도감 있는 화면분할, 말끔이 정돈 된 물상의 배치, 코리안 판타지를 연상케 할 만큼 해맑은 색조의 設彩 등 표현의 기법과 방법론 등에서 많은 변화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피사체로서의 자연의 대상이 그의 정신 속에 내재된 조형적 영감을 통하여 여과됨으로써 새로운 또 다른 자연의 세계를 재창조 해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꽃 2007
거목 2007
그의 작품세계의 특징, 몇 가지만을 요약해서 정리를 해보면, 자연을 관찰하는 풍부한 감성과 작가 특유의 조형언어, 정밀한 묘사력, 예리한 주제 선택과 자연을 재해석해 내는 통찰력, 인간중심의 회화사상의 발현, 화려하고 순도 높은 색체예술의 마술성 등 한국화단에서 신자연주의 계열의 대표작가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선두주자의 위치에 와 있다. 특히 소재와 기법 등에서 한국성의 발현 등은 작가의 진로에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흰장미 2007
그의 작품활동의 시대적 구분과 화풍의 주기를 보면 대학시절 자연의 진실을 정직하게 묘사하면서 아카데미즘을 추구했던 회화의 수업 초기, 다시 스승인 임직순 교수에게 집중적인 지도를 받았던 시기, 이 무렵이 그의 예술의 방향이 설정되고 작가가 홀로 서는 등 중심축을 형성했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자연과 친화력을 가지고 묵시적인 대화와 교감을 하는 등 한국의 ‘산’을 거의 답사하여 현장에서 묘사해 온 작가는 세계적인 명산인 서울근교의 북한산을 비롯하여 설악산, 한라산, 지리산 등 한국의 유명산을 샅샅이 누볐다. 철따라 갈아입는 색조의 톤은 현란하고 화려한 표현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미술인의 본령은 자기만의 언어, 자기만의 사투리를 발굴해내는 작업이다. 개성주의는 자기완성주의와 맥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의 화성들은 그 모두가 자기 언어를 가지고 있다. 시대의 미술사조에 적응하는 등 체험과 자유의 미학을 폭 넓고 깊게 탐색해온 작가는 극사실, 극세필 화풍부터 시작하여 빛과 색채가 어우러진 인상주의 화풍, 남국의 태양이 작열하는 포비즘 스타일의 격정적인 화풍 등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왔다. 그 동안 한국의 서양화단은 정신적인 주제의 빈곤과 한계 때문에 국적불명의 예술이 잔존해 왔고 사대주의 미술이 우리의 미술환경을 주도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송용의 근작들을 ‘新自然主義’라고 편의상 이름을 붙였다. 코스모스 2007
화창한 날 2007
그동안 작가가 추구해온 예술양식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조형어법이 전개되고 있다. 가령 자연을 관찰하는 방법, 피사체로서의 視點의 새로운 설정, 표현질의 축쇄와 단순화, 그리고 자연과 인간이 만나는 작가만의 정신주의 등을 들을 수 있다. 가령 ‘설악의 가을’ ‘해질무렵’ ‘강변’ 등의 풍경들은 한결같이 심혈을 기울인 역작인 것 같다. 섬세한 필치에 중후한 맛과 싱그런 물상의 포치, 자유분방한 묘사를 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치는 화면구성, 마치 꿈틀거리는 자연의 실상을 화면에서 보고 있는 느낌이다. 또한 그가 즐겨 그리는 정물 ‘황색장미’ ‘프리지아와 복숭아’ ‘소국이 있는 정물’ 은 이름 그대로 꽃의 요정이 화폭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선명한 색조를 빚는 조련사처럼 한국의 오방색을 그의 독특한 설채법으로 자유자재롭게 구사하고 있다. 또한 최근작 ‘한계령’ ‘10월의 계곡’ ‘설악만설’ ‘가을계곡’ ‘계곡’ 등은 작가의 기량이 돋보이는 수작들인 것 같다. 표현질의 포커스를 극대화함으로서 눈이 부시도록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그야말로 환상의 극치를 연출해 내고 있다. 장미 2007
특히 인물화는 굵고 두터운 선묘 등 표현주의적인 요소 등 예술성이 농축된 좋은 작품이 아닌가 싶다. 또한 지난 2007년 작가가 집중적으로 탐색하고 있는 작품 ‘하룡베이’ ‘거목’ ‘화창한 날(2008)’ ‘신록’ 등은 실상 보다는 이미지와 주제에 강점을 둔 이 작품들은 표현주의 성향의 강열하면서도 치열하고 격정적인 작가의식을 보여주는 좋은 작품이 아닌가 싶다. 변신의 진폭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화가요, 표현질의 포커스를 확대하는 작업이라고나 할까. 1980년대의 작품 ‘뒷뜰’ 인물‘기다림’ 심산유곡을 그린‘影’ ‘11월의 농가’ 산야에 활짝 핀 ‘코스모스’ 등은 사실주의 화풍의 정수를 보여주는 수작들이 아닌가 싶다. 1990년대 작품 인물화 ‘상념’ ‘겨울의 농가’ ‘여명’ ‘해금강’ ‘파도’ ‘계곡’ ‘감사와 소망’ ‘해변’ ‘잔설’ ‘강변’ 등은 피사체의 시점(視點)을 축소하는 등 표현질의 진수를 집중적으로 탐색하고 표현하는 방법론과 기법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작가의 표현 방법과 기법의 변화가 10년을 주기로 하여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그만큼 작가의 집념과 작화의욕은 꾸준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동안 16회의 작품전을 가진 작가 송용은 굳이 예술양식에서 이름을 붙인다면 이미 상술했듯이 신자연주의 화파에 속하는 화가라고 명명을 하고 싶 2007년 앙코르왓 사원에서
무슨 파, 어느 계열 등을 논하는 것은 새삼 진부한 말 같지만 어쨌든 예술가가 자기언어를 갖는다는 것은 실존의 의미도 있고 작가에게는 생명력 같은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인간의 실존이 광대무변한 우주나 자연에 비하면 보잘 것 없고 하찮은 것이지만 그는 자연을 통하여 인간성을 회복하고, 인간주의를 실현하려고 하는 의식이 분명한 화가다. 신록 2007
흔히 구상적 요소의 작업들은 장황한 설명이나 불필요한 언어들이 화면 속에 담겨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송용의 경우 다른 작가와 차별성이 있는 것은 비록 구상 양식의 사실주의 화풍을 추구하고 있지만, 자연의 단순한 재구성이 아닌 작가의 정신주의가 투영된 또 다른 자연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밀도감 있는 화면분할, 코리안 판타지를 연상케 할 만큼 해맑은 색조의 設彩 등 표현의 기법과 방법론 등에서 많은 변화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피사체로서의 자연의 대상이 그의 정신 속에 내재된 조형적 영감을 통하여 여과됨으로써 새로운 또 다른 자연의 세계를 재창조 해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의 작품세계의 특징, 몇 가지만을 요약해서 정리를 해보면, 자연을 관찰하는 풍부한 감성과 작가 특유의 조형언어, 靜逸한 묘사력, 예리한 주제 선택과 자연을 재해석해 내는 통찰력, 인간중심의 회화사상의 발현, 화려하고 순도 높은 색체예술의 마술성 등 한국화단에서 신자연주의 계열의 대표작가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선두주자의 위치에 있다. 다시 부연을 하여 그의 작품활동의 시대적 구분과 화풍의 변화주기를 보면 중학교 3학년 시절 최초의 미술수업을 오지호 화백에게 지도를 받았으며, 자연의 진실을 정직하게 묘사하는 등 아카데미즘을 추구했던 대학시절에는 임직순 교수에게 집중적인 지도를 받았다. 푸른 배경의 장미 72.7 x 53cm 2007
이 무렵이 그의 예술의 방향이 설정되고 그가 홀로 서는 중심축을 형성했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자연과 친화력을 가지고 묵시적인 대화와 교감을 하는 등 한국의 ‘산’을 손 금 들여다보듯 누벼온 작가는 때론 현장에서 이젤을 놓고 작품을 완성하는가 하면 스케치화를 아뜨리에 돌아와 완성하기도 한다. 하롱베이 2007
집중 40.9 x 31.8cm 2007
양평화실 방문
結 論 작가 송용은 한국의 화단에서 사실주의를 추구하는 대표적인 작가이면서도 전통의 현대화를 집요하게 천착하고 있는 우리 미술계의 산 증인이다. 그는 예술양식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등 한국미술의 창작활동을 집요하게 천착하고 있는 우리 미술계의 중진이다. 그는 200여회의 국내외 초대전 등에 참여하고 있으며 각급 공모전의 심사위원 등을 지냈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하여 국내 주요 공공기관 등 20여 곳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상념 116.7 x 91cm 1991
아파트촌이 보이는 풍경
감사와 소망 72.7 x 60.6cm 1991
강변 72.7 x 60.6cm 1990
겨울의 농가 91 x 65.2cm 19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