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면적의 0.5%를
차지하고 있는 작은 도시 부천시. 하지만 인구 88만 명, 경기도 인구밀도 1위를 자랑하는 꽉 찬 도시이다. 1973년 부천군 소사읍이 부천시로
승격되면서 산업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수도권 위성도시로 발전하였고, 이후 서울시와 유사한 환경, 편리한 교통 등 지리적 요건
등에 힘입어 수도권 대도시로 자리 잡았다.
부천시는 2013년
원도심지원과에 마을만들기 팀을 신설, 부천시 전역에서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마을공동체의 형성과 소통을 활발하게 전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약대동 마을, 고강동 마을, 오정희망마을 등 부천 곳곳에서 이미 다양한 마을들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려는
듯 선선한 바람이 부는 햇살 따뜻한 9월의 어느 날. 조금씩, 하지만 여기저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그곳, 부천을 방문했다.
마을 안에
문화예술의 공감대 넓히기
부천문화재단
부천에 도착하자 처음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 분은 부천문화재단의 안태호 문화사업팀장님이었다. 오랜 기간 부천 내에서 활동을 한 재단이다 보니 부천의 전반적 상황과 각 지역구별
특징, 특색 있는 사례 등을 한 번에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부천문화재단은 2001년
재단설립을 시작으로 부천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과 지원으로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문화공동체사업,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우리동네 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 우리동네 예술프로젝트와 같은 사업은 문화예술을 통해 주민 스스로 마을 문제를
고민하고 생활공동체를 회복하고자 하는 사업으로, 마을 안에서 문화예술의 공감대를 넓히려는 목적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지원사업 중에서도 우리동네
예술프로젝트 사업이 다른 마을에 모범이 될 만하다며 주민주도형 사례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주었다.
우리동네 예술프로젝트는
예술단체와 마을 주민들이 함께 협업하여 진행한 사업으로 도예, 공예, 마을축제, 미디어, 영화,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활동을 통해
자발적인 주민참여를 이끌어내고 있었다. 이 중에서도 도예분야의 ‘꽃고리울 지킴이 이야기’ 고강동 마을과 축제분야 ‘동네 청소년과 함께 하는
송내동 마을음악회’ 송내동 마을, 미디어분야 ‘약대동온에어’ 약대동 마을 등은 주민주도 모범사례로 꼽힌다.
주민이 감독이
되고 배우가 되다… 꼽사리 영화제
원미구 약대동
마을
부천문화재단에서 부천시의
전반적 문화예술 지원사업과 사업을 통해 주민들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마을씨앗을 확인한 우리는 모범 마을 사례 중 하나였던 약대동 마을로
향했다. 우리는 약대동에서 25년 동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방과후 학교, 작은도서관 등 지역교육복지 사업을 펼쳐 오신 새롬교회 이원돈 목사님을
만나 약대동을 둘러보며 마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약대동 마을에서 처음 방문한
곳은 협동조합 떡카페 달나라토끼였다. 달나라토끼는 처음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게 된 새롬교회 교인들을 중심으로 지역 안에서 조합원을 모집하여
만들어진 협동조합 떡카페이다. 떡과 죽 등을 카페에서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곳으로 약대동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자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떡카페 달나라토끼에서
카페에 대한 소개를 들은 후 우리동네 예술프로젝트 사업으로 진행되었던 꼽사리 영화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약대동에서는 부산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간 중에 마을 내 초등학교에서 청년사회적기업 아하체험마을과 약대동 주민센터 주최로 약대동 꼽사리 영화제를 진행하였다.
이 영화제에서는 마을 주민이
감독이 되고 배우가 되어 직접 마을사람들의 이야기들을 그려낸 8편의 작품을 주축으로 마을 주민 공연, 무성영화 상영 등의 프로그램이 있었다.
주민들이 자신의 일상을 영화로 제작해 이야기하고 그 내용을 축제를 통해 마을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자리를 갖게 되면서 뜨거운 호응과 반응이
있었다고 한다.
이어진 약대동
마을 탐방. 약대동 주민센터 동장님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약대동 교육복지생태계의 초석이 되고 있는 마을도서관, 지역아동센터 등을 방문하였고, 탐방
코스의 마지막 장소인 담쟁이문화원에 도착했다. 담쟁이문화원은 시민문화공간이자 부천지역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곳으로 소극장, 식당,
북카페, 소강의실, 강당까지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 진행이 가능하도록 운영되고 있다. 문화공간이 없는 약대동 마을에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과 공간이 생겨 주민들의 마을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주민들의 이용도 늘고
있다.
주민의
자발성과 결합한 복지관 사업
오정구 고강동
마을
마지막 행선지는 부천의 세
개 구 중 가장 위쪽에 있는 오정구, 그 중에서도 오른쪽 위쪽에 위치한 고강동 마을의 고강복지회관이었다. 지역사회조직 팀의 박연정 팀장님이 미소
띤 얼굴로 환하게 맞아주시며 고강동 마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고강동 마을은 서울과 가장
인접해 있는 지역이지만 부천의 외곽으로 공동주택의 비율이 높고 저소득 인구가 밀집해 있는 문화소외지역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주민들이 모여
다양한 문화공동체 활동을 진행하고 있고, 이러한 고강동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앞에서 든든하게 이끌어주고,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는
고강복지회관이 있다.
고강동 마을은 마을의
주민들과 지역의 기관이 연계, 상호 협력하여 마을공동체 활동을 꾸려나간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고강복지회관은 단순히 복지관의 프로그램에
주민들이 단순 참여하도록 하는 것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주체성과 자발성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주민들과 함께 회의를 통해 욕구들을 파악하고,
프로그램을 새롭게 기획하고, 진행해 나가며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 고강동에서는
고강복지회관이 연계되어 있지만 지역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다양한 활동들이 진행중이다. 옛 지명인 고리울이라는 명칭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고리울가로공원음악회, 고리울선사문화제, 고리울 이야기로 빚는 아날로그 골목길 프로젝트, 꽃고리울 지킴이 이야기 프로젝트 등이
있다.
특히 2005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이어져 온 ‘고리울가로공원음악회’는 가장 대표적인 주민주도 공동체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고리울가로공원음악회는
문화기반이 취약한 고강동을 위해 지역주민들이 추진위원회를 스스로 조직하며 시작되었다. 지역 안에서 공연자를 선정하고 지역의 특색을 살린
고강동만의 공연을 연출하고, 주민에게 지역 안에서 공연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고강동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초기에 연1회 열리던 것이
현재는 1년에 5월, 10월 두 차례 열리고, 한 번 열리면 500~600여 명의 주민들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2009년부터
주민센터 민간행사지원 사업비를 지원받기 전까지는 추진위원들의 회비, 지역주민들의 후원금 모금을 통한 기금으로 운영했으며 해를 더할수록 보다 더
안정화 되어가고 있다. 참신하고 다양한 볼거리의 음악회를 만들기 위해 주민들의 참여와 관람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고리울가로공원음악회는
이웃과 함께하는 기쁨을 주는 고강동 주민들의 자랑이다.
약대동 마을, 고강동 마을,
오정희망마을 등 여기저기에서 조금씩 마을공동체의 움직임들이 피어나고 무르익고 있는 부천시. 마을만들기 팀이 만들어져 적극적으로 마을을 지원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지금, 성숙한 마을공동체로 영글어갈 내일의 부천이 기대된다.
글_박희정, 김시화(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사진_김혜자, 이화열, 김시화(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서울시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내 학습동아리 ‘언니,
어디가?!’는 전국 마을공동체 사례 탐방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완주, 부천, 부산, 안산 등의 지역을 탐방하였으며, 본 기사는 지난 2013년
9월 진행한 ‘언니, 어디가?!’ 2차 활동을 토대로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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