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김행숙
나는 가방을 싸고 있습니다
엄마를 버려야
진짜 삶이 시작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호주머니에서 호두알을 굴리며
머리를 숙이고
강바닥에서 자갈 굴러가는 소리를 듣습니다
천장을 뚫고
깊은 밤하늘에서 지구가 굴러가는 굉장한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온통
호두알과 호두알이 굴러가는 소리에 깔려 있었습니다
엄마는 그늘이었습니다
잠자리 날개처럼 얇은 어둠이었습니다
어디선가 파 냄새 마늘 냄새가 났습니다
엄마가 항상 네 곁에 있으니
나아가라! 딸아!
우리가 함께 불행을 나누면
어둠 속의 귓속말처럼 단맛이 퍼지니
어서 와서 가족처럼 낡은 불행을 핥고 내 원한을 빌려 가라!
어서 와, 나의 두 번째 인생!
토끼의 귀를 버려야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항상 짐을 싸고 있습니다
선인장처럼
낙타처럼 혹을 키웠습니다
혹처럼 단단하게 마음을 먹고
고향을 떠났습니다
먼 길을 떠났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무거울 수가!
무릎이 꺾였습니다
함부로 의심을 하고
길 위에서 무심코 가방을 열어봐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젊은 엄마와
늙은 엄마와 죽은 엄마가 마구 구겨져 있었습니다
이를 갈며
불편하게 잠들어 있었습니다
길 위에 가방을 버려야 나는 일어날 수 있습니다
가방이 내가 가진 전부였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