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옷깃을 살짝 쥐었다가 놓았다. 숨을 고르기 위해 깊은 숨을 여러번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어쩌면 지금 택한 이 길이 잘못된 길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나는 이 순간만을 기다려온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폐하.."
테미오 황제의 눈이 예기를 발하며 나에게 꽂혔다. 나는 날카로운 그의 눈빛을 받으며 입을 열어야 했다.
"칸 제국에선 각 영토당 세금 비율을 얼마나 정하였는지요?"
황제는 선뜻 생각이 안나는 듯 빨리 대답하지 못하였다. 아주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뒤 그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각 가정당 수익의 10퍼센트 아닌가?"
나는 천천히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맞습니다. 황제 폐하. 그러나 실질적으로 걷히는 세금은 한 가정당 거의 50%이상을 걷혀가고 있다고 봐야 옳을 것입니다. 이것은 명백한 제국 법의 위반이지요. 그러나 이곳에 있는 영주들은 서로서로 모른척 하며 황제 폐하께 단 한번도 이런것을 이른적이 없을 것입니다."
나는 말을 잇기 위해 잠시간 숨을 골랐다.
"황제폐하께선 매우 인…자, 하다고 소문이 퍼져있습니다. 그것은 칸 제국 백성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그러나 지금 황제 폐하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계속되어 폭리를 취하는 영주가 있는데 그들을 왜 벌하지 아니하냐는 내용의 탄원이 백성들의 입에 수백번도 넘게 오르내립니다."
나는 그의 실체를 알기에 인자라는 단어에서 잠시 움찔였다. 데미안님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곧 동감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영주가 돈을 빌려주고 갚지 못하였을때의 벌을 아십니까?"
황제는 역시 모르고 있었다. 그는 매우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그 가족을 파괴 시킨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신 아르나크의 가족도 그런식으로 파괴되었습니다."
황제는 매우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수십쌍의 눈초리가 나에게 쏟아져 들어왔다. 분명히 말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었으나 나는 가볍게 그것을 묵과하였다.
"그래, 아르나크 경의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겠는가?"
나는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가까스로 참으며 나의 가족사를 줄줄히 이야기 해야했다. 황제는 갈수록 표정이 어두워졌고 마침내 한계에 도달한듯 가벼운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길고 긴 이야기를 끝마친 나는 돌아가라는 황제의 명과 함께 나가야만 했다.
자신의 신하에 대한 깊은 노여움과 쓰라린 배신감에 테미오 황제는 치를 떨었다.
* *
테미오 웨버 3세. 현재 그의 기분은 매우 침통하였다. 귀족들의 웃는 낯에 가려진 어두운 음지를 직접 듣고나서야 심각한 현실을 알아버린 것이다. 자신이 너무나 무능해 보인 나머지 그는 몇번째 자신의 머리를 쥐어 박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집사를 불러들였다.
"게 누구 없는가!"
우렁찬 황제의 외침. 깊은 노기가 서린 그 목소리에 집사는 온몸을 움츠리며 황제 앞에 섰다.
"과인이 오래전부터 생각해둔 바가 있는 '그림자' 조직을 활성화 시킨다. 대대적으로 어쌔신들과 뜻이 있는 청년들을 뽑아라. 자신의 목숨만 바칠 각오가 있다면 실력을 상관치 않겠다. 단, 단순히 봉급만 나갈뿐 신분 상승 등의 특별한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정치부 장관 히스티에게로 전해라."
최강 제국 칸 제국은 이렇게 더욱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 *
나는 너털 걸음으로 되돌아 갔다. 내가 더이상 기사로서 살 수 없을지도 몰랐다. 그래도 마냥 기분은 날아갈것 같았으나, 발걸음이 왜이리 무거운지 모르겠다. 여러 복잡한 감정이 이리저리 섞여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들어왔다. 이것이 딱히 슬픈것인지도 명확치 않다.
"어머니…"
비참하게 사라져 버린 어머니가 떠올랐다. 그러나 상념은 내가 레드 나이츠 본관의 문을 연 순간부터 찾을래야 찾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떠나가 버렸다.
[딸칵]
내가 문이 여는 것이 마치 신호라도 되는 듯 수십의 함성이 나를 덮쳐왔다. 기르고 여지저기서 팔이 뻗쳐나왔으며 순식간에 나를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나는 여러 사람들에게 이리 채이고 저리채여 로비 정 가운데에 서게 되었다.
"2년만에 신참 환영식이다!!!"
데니님의 목소리가 커다랗게 울려 퍼지는 듯 하였다. 그리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저마다 잔을 하나씩 들고선 '부어라 마셔라!' 라고 외치며 술을 들이 붓는것 같았다.
"우와아아아아!!!"
데니님의 고함이 사라질 그 시간에 또한번 귓전에서 울리는 거대한 함성. 나는 술을 못했다. 그러나 오늘을 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첫댓글 어라, 언제 올리셨었나요?![<-;] 이제 보았습니다, 우후후(..) 졸작이라뇨, 이런 멋진 글을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나이까;-; ...학원;; 저는 과외 KIN 입니다[추욱] 그럼 다음 편 기대하겠습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