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00-01 시즌을 끝으로 폐지되었던 프로농구 시범경기가 지난 10월 4일부터 18일까지 팀당 4경기씩 치러지면서 마무리되었다.
이번 시범경기는 팬들에게는 미리 프로농구를 맛볼 수 있게 해주었고 각 팀에게는 상대의 전력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었고 KBL에는 각종 경기장 시설 및 리그 준비 상황을 준비할 수 있게하는 등 모든 부분에서 시즌을 최종 마무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죠”
‘이제 뚜껑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철옹성 같이 굳게 닫혀 있던 각 팀의 전력이 조금씩 보여지기 시작했다. 시범경기가 있기 전까지 모든 팀들의 감독들은 하나같이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고 팀 전력에 대해 언급을 꺼려했다.
물론 시범경기였기에 아직까지도 뚜껑이 완전히 열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뚜껑이 열려 굳게 닫혀 있었던 팀 내부가 보이기 시작했다. 시범경기의 특수성 때문에 대부분의 팀들은 전력점검 차원에서 경기에 임하며 엔트리에 있는 모든 선수를 고루기용하면서 베스트의 전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범경기의 성적을 간과해서는 안 될 듯 하다. 어차피 베스트가 아닌 전력은 10개 구단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실이기 때문이고 조건은 모든 팀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번 시범 경기는 A조(오리온, TG, 삼성, 전자랜드, KCC)와 B조(LG, 코텐, 모비스, SBS, SK) 로 나누어 팀당 4경기씩 치렀다. 먼저, 두 개조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팀은 단연 KCC와 SK 였다. 지난 시즌 나란히 9, 10위를 차지했던 양 팀은 짜임새 있는 전력을 과시하면서 4전전승을 기록하였고 올 시즌 전망을 밝게 하였다.
승패에서는 이 두 팀에 밀렸지만 디펜딩 챔피언 TG의 전력도 2연패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고 삼성도 존슨과 하니발을 영입하면서 서장훈과의 트리플 타워를 구축하여 높이 농구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지난 시즌 하위권에 있었던 전자랜드, SBS 등도 새로운 용병들이 가세하면서 전력이 많이 탄탄해져 시즌 예측을 알 수 없게 하였다. 전체적으로 대부분의 팀들의 전력이 상승하여 상향 평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화려한 개인기의 TG 홀 활약 눈부셔
이번 KBL리그에서 뛸 10개 구단의 용병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재미난 결과를 찾을 수 있다. 정확히 10명은 기존 KBL 리그를 경험해 본 선수들이고 나머지 10명은 새로운 신입 용병이라는 것이다.
이제 8시즌 째를 맞이한 KBL은 용병 선택에 있어 안정성을 과감한 도전보다는 추구한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시범경기를 통해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한 용병은 단연 TG의 앤트완 홀 이다. 1순위 용병 민렌드가 가벼운 부상으로 많은 출전을 못해 아쉬웠지만 홀의 화려한 모습은 시즌 개막을 손꼽아 기다려온 팬들의 눈을 충분히 만족시켜줄 수 있었다.
홀은 화려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가공할 만한 득점력을 갖추었고 고무줄 같은 탄력과 지난 시즌 잭슨이 보여주었던 한 템포 빠르고 정확한 3점슛을 선보였다. 홀은 평균 36득점을 올리며 막강한 공격력을 선보였고 오리온의 레이저 또한 평균 28.75득점, 1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힉스가 없는 오리온의 포스트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들외에 전자랜드 화이트, LG 토마스 등이 눈에 띄는 활약을 했다. 또한, 지난시즌 삼성에서 같이 뛰었던 브래포드(평균 23.25득점, 11.3리바운드)와 스토리(평균 23.50득점, 9.8리바운드)가 SK와 코리아텐더로 팀을 옮겨 지난 시즌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올 시즌을 기대하게끔 했다. 지난 시즌 삼성에서보다 활동반경이 훨씬 넓어지면서 그들만의 플레이가 이번 시즌 다시 선보여지는 것이다.
슈터 부재 삼성, 박종천 희망으로 떠올라
시범경기는 신인들에게도 가장 중요한 무대이다. 하지만 신인은 신인일뿐.... 모든 감독들은 이구동성으로 바로 전력의 한 축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범경기를 통해 가장 큰 활약을 한 신인은 삼성 박종천이다.
박종천은 정확한 외곽 슛과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서 평균 13득점을 올리며 지난 시즌 슈터 부재로 맘고생이 심했던 삼성의 한줄기 희망으로 떠올랐다. 박종천 이외에 1순위 신인 김동우는 신장의 메리트를 가지고 내.외곽에서 고른 활약을 했지만 아직까지는 포스트에서는 웨이트가 부족하고 외곽에서는 스피드를 좀 더 올려야할 숙제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드래프트의 신데렐라로 각광을 받았던 전자랜드 박상률은 슈팅력은 좋지만 경기를 이끌만한 리딩 능력이 부족하고 스피드가 떨어지는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포인트 가드가 절대 부족한 전자랜드의 보배임에는 틀림없다.
이들외에 오리온 오용준, 박성욱, LG 박광재, SBS 안철호, 전병석 등이 제 역할을 하며 각 팀에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 하지만 프로에서 프로에서 요구하는 선수가 되기에는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세기를 다듬어야 할 듯 하다.
지난 6개월동안 농구에 목말라했던 팬들은 시범경기를 통해 목을 축였을 뿐이고 선수들은 시즌을 시작하기 위한 워밍업을 했을 뿐이다. 시범 경기의 결과가 그대로 정규리그 성적으로 반영되는 것이라고는 장담하지 못한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것이 스포츠의 세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