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덕
산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뜻밖의 귀한 식물을 만나는 것이다.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식물을 만났을 때의 느낌. 선물을 받았을 때의 감정이 이렇지 않을까.
등산객들은 이구동성으로 그 식물을 '산더덕'이라고 말한다. 물론 계절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귀하게 여기고 만나고 싶어하는 식물. 산더덕에
어떤 효험이 있기에 사람들은 이 뿌리 식물에 매료될까.
더덕은 초롱꽃과의 다년생 덩굴식물이다. 줄기나 뿌리를 자르면 백색의 유액이 나오며
4개의 잎이 마주난다. 초봄에 싹을 틔우며 7∼9월에 짧은 종모양의 자주색 꽃이 잎줄기마다
핀다. 한반도 전역에 자생하며 일본과 중국에도 폭넓게 분포하고 있다.
뿌리에는 사포닌 성분이 다량 함유돼 기침을 멎게 하거나 가래를 삭이는 약재로 사용된다.
초봄에 나는 어린 잎은 쌈 등 나물로 이용하며 뿌리는 다양한 요리재료로 이용된다.
더덕에는 칼슘, 인, 철분 같은 무기질이 풍부하고 단백질과 탄수화물 비타민 B 등이 고루
함유돼 고칼로리의 영양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약재로도 훌륭한 가치를 지녀 기관지염, 편도선염, 인후염 등 호흡기 질환에 사용된다.
감기로 인해 열이 나고 갈증이 심해 물을 자주 마시는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고 약초전문가들은
말한다. 더덕은 껍질을 벗겨 생채로 먹기도 하며 구이는 고품격 산채요리로 각광받고 있다.
장아찌를 담그기도 한다.
오래된 더덕일수록 약효가 좋아 전문 약초꾼들에게 인기가 높다.
인제군에서 만난 지수운(45·서화면 서화리) 씨는 "몸통에 물이 찬 더덕은 수백만원을 호가한다"며
"100여년이 넘은 산더덕은 약효가 뛰어나 고가에 팔린다"고 밝혔다.
산행중 더덕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자생지가 고르지 않은데다 함부로 숲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덕이 풍기는 특유의 향 때문에 한뿌리만 발견하면 주위에서 '가족 더덕'을 무리로
캘 수 있다.
더덕과 비슷한 식물로는 '만삼'이 있다. 만삼의 향기와 잎 모양은 더덕과 유사하고 뿌리는 가늘며
길다. 자생지는 더덕보다 높은 고산지대 산등성이 또는 골짜기이다. 사포닌 성분이 풍부해 한방에서는
인삼을 대신할 약재로 꼽으며 부인병 질환에도 효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선/강병로 강원도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