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인도의 샹그릴라(지상천국) - 우티(Ooty)
아침 9시, 천혜의 휴양지라는 우티로 출발했는데 도로는 좋지 않았지만, 도로변의 풍광은 상당히 멋지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푸른 밀림이 나타나고, 평화스러운 농촌 풍경과 열대 과일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과수원도 보인다.
♣ 무쿠르티 국립공원
우티를 가려면 카르나타카주와 타밀나두주의 경계를 어우르는 제법 넓은 지역의 무쿠르티 국립공원(Mukurthi National Park)을 지나가야 한다. 입구도 출구도 분명치 않은 공원의 한 가운데 비포장도로를 가로질러 가는데 가운데쯤 작은 마을도 있다. 울창한 밀림이지만 도로 양편 10m 정도는 시야가 트이도록 풀을 잘라내서 시원한데 도로는 돌멩이에 물 구덩이에....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도로변으로는 야생동물 주의 표지가 눈에 많이 띈다.
시속 30km 이하로 달릴 것, 야생동물 주의표지(Wild Animal Cross), 호랑이 서식지(Tiger Reserve Area), 코끼리, 표범, 사슴 야생서식지, 차를 멈추지도 말고 차에서 내리지도 말 것, 야영금지, 먹이를 주지 말 것, 괴롭히지 말 것...
무쿠르티(Mukurthi) 국립공원
코끼리 서식지를 지날 때 야생 코끼리 서너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나뭇잎을 먹는 것이 보이자 사람들은 카메라로 찍느라 법석이다. 또 사슴 서식지를 지날 때 7~8마리의 사슴이 도로를 가로질러 뛰어가서 차를 잠시 멈추어야 했다.
정말 야생이 살아 숨 쉬는 자연공원이다.
국립공원이 끝나는 근처인 듯 갑자기 높은 산이 앞을 가로막는다. 꼬불거리는 가파른 산길이 10km 정도 계속되는데 대관령보다 훨씬 더 꼬불거리는 길로 중도에 헤어핀 벤드(Hairpin Bend) 라는 표지판이 36곳이나 되고 커브마다 5/36식으로 몇번 째 커브인지 표시를 해 놓은 것도 재미있다. 이 고개는 무척 가파른 데다 정말 머리핀 구부러지듯 커브가 급하니 고물차들은 올라가지 못하고 중간에 멈추어 서서 돌을 괴어놓고 차를 수리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지그재그로 꼬부라진 산길이 마치 여자들 머리핀(Hairpin) 같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겠다.
♣ 험난한 우티(Ooty) 고개
결국, 우리 차도 바퀴 부분에서 뭔가 부러지는 것 같은 큰 소리가 나서 간신히 중간지점 쉼터까지 왔는데 한 시간 정도나 지체하면서 수리를 한 다음에야 다시 산길을 오를 수 있었다.
다행히 초라한 쉼터에는 작은 가게 두세 개 있어 음료수와 요깃거리를 판다.
우티 고개(헤어핀 벤드) / 우티 고개의 찻집 주방
차와 찐 옥수수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 목을 축인 다음 다시 출발하는데 날씨가 무척 덥다.
거리는 150km 정도밖에 안 되지만 다섯 시간이나 걸려서 우티에 도착했다.
천혜의 휴양지라는 우티는 지대가 상당히 높은 듯 공기가 매우 선선하고 상쾌하다.
하늘을 찌르는 삼(衫)나무와 고사목(枯死木)들이 나타나고 제법 큰 호수도 있는데 놀이공원으로 잘 꾸며져 있고, 또 잘 가꾸어진 나무공원(Tree Park)도 있는데 관광객들로 바글거린다.
우티 나무공원(Tree Park) / 우티 호수
인도에는 이런 자연공원이 많지 않은지 사람들이 무척 많고 모두 감동하는 표정들인데 내 눈에는 그저 평범한 산으로 보일 뿐, 단지 다른 곳에 비하여 비교적 시원하고 산비탈에 옹기종기 예쁘게 지어진 집들과 산비탈 밭에서 울긋불긋한 옷을 입은 원주민 아낙네들이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돌아오는 길, 어둠 속에서 야생 코끼리 두 마리가 눈에서 인광을 뿜으며 어슬렁거리는 것이 보였고 차창으로는 북두칠성이 너무나 뚜렷하게 보이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밤 11시쯤 마이소르 도착해서 저녁 식사를 했는데 안내 책자에는 그럴싸해서 커드 라이스(Curd Rice)를 시켰는데 받아보니 냄새가 싫어 도저히 못 먹겠다. 한술 뜨다 말고 대신 밀가루 부침개 모양의 로띠(Rotti) 2장으로 식사를 대신했다.
식사 후 밤 12시경 다시 출발하여 벵갈루루에 도착하니 새벽 4시 50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