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16,3-9.16.22-27; 루카 16,9ㄴ-15
+ 찬미 예수님
오늘은 뚜르의 성 마르띠노 주교 기념일입니다. 마르띠노 성인은 316년경 태어나셨는데요, 자신의 뜻과는 달리 열다섯 살에 군에 입대해야만 했습니다.
마르띠노 성인이 아직 예비신자일 때 이런 일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어느 날 추위에 떨면서 성문에서 구걸하고 있던 거지를 만났는데, 자기가 가진 것이라고는 입고 있던 망토와 칼밖에 없었습니다. 마르띠노 성인은 칼을 뽑아 자기 망토를 두 쪽으로 잘라 하나는 거지에게 주고 다른 한쪽은 자기가 걸쳤습니다. 지나가던 사람 중에는 그것을 보고 웃는 사람도 있었고 자기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음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날 밤 꿈속에서 마르띠노 성인은, 자신이 거지에게 준 망토의 반쪽을 그리스도께서 입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아직 예비신자인 마르띠노는 이 옷으로 나를 입혀 주었다.”
세례를 받은 후 성인은 군대에서 마치 수도자처럼 지내셨다고 하는데요, 황제(율리아노)가 내리는 하사품을 거절하며 “저는 군인으로서 폐하를 섬겼습니다. 이제는 제가 그리스도를 섬기게 해 주십시오. 그 하사품은 싸우러 갈 사람들에게 주십시오. 저는 그리스도의 군사이며 제가 싸우는 것은 합당치 못합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성인은 명령 불복종에 비겁하다는 비난을 받고 군 감옥에 투옥되었습니다.
군복무를 마친 후 힐라리오 성인을 찾아가 그의 제자가 된 마르띠노 성인은 수도자가 되었고 전국을 다니며 설교를 하였습니다. 성인은 어느 날 병든 사람이 자신을 찾는다는 말을 듣고 투르로 갔는데, 이는 실은 투르 사람들이 마르띠노를 자신들의 주교로 만들기 위해 꾸민 거짓말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주교가 된 마르띠노 성인은, 이방 종교의 신전과 제단, 그리고 우상을 없애버리며 교우들을 순수한 신앙으로 인도했지만, 이단자를 사형에 처하는 것은 반대하였고 이 때문에 같은 이단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그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시다가 397년에 선종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불의한 재물로 친구들을 만들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어제 복음인 약은 집사의 비유에 이어 하시는 말씀인데요, 불의한 집사라 하더라도 슬기롭게 처신하여 나중에 자신을 받아줄 친구들을 만들었는데, 우리가 충실하고 슬기롭게 처신하는 종이라면, 나중에 하느님 나라에서 환영받을 일을 지금 여기에서 미리하게 될 것입니다.
집사에도, 재물에도 ‘불의한’(아디키아스, ἀδικίας)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는데, 예수님께서는 설령 그것이 불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올바로 사용하라고 하십니다.
무엇이 재물을 올바로 사용하는 일일까요? ‘재물이 없어질 때 너희를 영원한 거처로 맞아들이게 할 이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 하십니다. 지난 월요일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보답할 능력이 없는 이들을 잔치에 초대하라고, 그래야만 의인들이 부활할 때 보답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마르띠노 성인이 걸인에게 절반을 잘라준 망토는, 꿈에서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은 후 깨어보니 원래대로 복구되어 있었다는 전설도 있습니다. 이 망토는 나중에 ‘성 마르띠노의 기적의 망토’라고 불리었는데 프랑스 국왕이 전쟁에 나갈 때 직접 들고 갔고, 서약을 할 때도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소유물 절반을 아낌없이 나누어 준 성인의 정신을 본받지 않고, 왜 망토 자체를 그렇게 중요하게 여겼을까요. 그러나 그러한 일은 지금도 일어납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떠한 종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데요, 즉 재물을 섬기는 것은 우상숭배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점이나 사주를 보는 것은 우상숭배라고 생각하면서도, 돈을 섬기는 것이 우상숭배라는 것은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그 우상이 그처럼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재물을 섬기지 않고, 주님을 섬기도록 잘 사용하기 위해 성인의 전구와 주님의 인도하심을 청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