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휴가 시작되는 3월 1일 다시 팔공산을 찾기로 했다.
어제까지 비가 내린 터라 산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어 멋진 눈산행에 대한 기대를 한껏 품고서...
들머리인 탑골입구에 도착하니 역시나 하얀 눈으로 가득 덮인 산정이 눈을 부시게 한다.
하늘도 맑고 청명하여 멋진 조망도 기대되고...
동봉과 비로봉, 서봉 그리고 파계봉을 거쳐 파계재에서 파계사로 내려오는데 대충 5시간 정도면 충분하리라 여기며 산행을 시작한다. 거리는 대충 13km 정도.
하지만...
들머리인 탑골입구 공연장에는 인적이 없이 고요하기만 하다.
날씨는 맑지만 세찬 바람이 귓가를 스치니 이런 날에 굳이 이곳을 찾을 이유도 없을 것 같고.
용수동사지2(龍水洞寺址): 대구광역시 동구 용수동 산 95번지.
용수동사지2는 관련문헌이 없어 연혁을 알 수 없지만 팔공산 동화지구캠프장 상단부 일대로 추정되며, 야영장 조성으로 인해 사역의 범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고, 최상단이라고 추정되는 평탄지에 석탑재를 비롯한 유구 일부가 남아 있으며, 이 유물의 양상과 석탑재로 보았을 때 사찰의 운영 시기는 고려전기에서 조선전기 경으로 추정된다고.
좌측 아래 쪽에 동화지구캠프장이 조성되어 있다.
탑골 입구 캠프장 초입 좌측으로 등로가 있었는데 철조망으로 막아 놓아 오늘은 이곳까지 올라와서 깔딱고개 방향으로 직진하지 않고 표지판 뒤로 눈에 잘 띄지 않는 등로를 찾아 케이블카가 오르내리는 능선으로 바로 올라가기로 한다.
능선에 올라섰지만 눈이 내린 흔적은 눈을 씻고 봐도 없고.
머리 바로 위를 오르내리는 곤돌라를 쳐다보면서 잠시 올라가니,
조금 씩 쌓인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전망대를 지나,
앞에 보이는 계단을 올라서면 신림봉에 위치한 케이블카승강장이 있다.
케이블카승강장에 서 있는 소원바위.
신림봉.
앞에 있는 나지막한 계단을 올라서면 팔공산 능선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멋진 조망터가 있다.
눈에 덮인 비로봉 정상과,
진행할 서봉 및 파계봉 방향을 조망하고,
신림봉을 잠시 내려섰다가 다시 낙타봉을 향하여 제법 쌓인 눈을 밟으며 느긋하게 올라간다.
비록 인위적으로 설치한 계단이긴 하지만 쌓인 눈과 제법 어울리는 것 같다.
낙타봉에도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없을 때가 좋았는데...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구 시가지 방면.
멀리 최정산과 비슬산이 보이고, 앞 쪽 검은 능선상에는 초례봉이 위치하고 있다.
습기가 많아서인지 맑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흐릿하게 보이는 게 조금 아쉽고...
낙타봉의 상징.
철탑삼거리로 향하는 데 쌓인 눈은 깊이를 더하고,
종아리까지 푹푹 빠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직은 약과...
철탑삼거리에 도착했다(삼거리가 아니라 네거리인데...). 지도 상에는 염불재로 표기되어 있다.
좌측이 수태골에서 올라오는 길, 우측은 염불암 방향, 정면 계단을 올라서면 동봉과 비로봉 방향이다.
여기서 아이젠을 착용한다.
이제 본격적인 눈산행이 시작된다고 해야 하나...
또 다른 깔딱고개의 시작이다.
꽤 가파른 급경사의 돌계단을 10여분 올라가는 길이다.
깔딱고개를 올라서서 비로봉삼거리 부근에 도착하니 그야말로 눈을 아찔하게 하는 황홀한 절경이 펼쳐졌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녹으며 얼어 붙어 마치 자그마한 투명 수정기둥을 연상케 하는데, 다이아처럼 반짝거리는 모습이 보석을 온 천지에 잔뜩 뿌려놓은 듯하다!
한동안 멋진 경치에 취해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대다가 동봉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간다.
동봉 정상.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비로봉보다 낫다. 사방이 확 트여 있어 문자 그대로 거칠 것이 없는 모습이다.
동봉에서 바라 본 갓바위(관봉) 방향.
산 줄기에 가려서 이곳에서는 관봉이 보이지 않지만 눈 쌓인 봉우리들이 흰구름이 살짝 가린 푸른 하늘과 더불어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가야할 서봉 방향.
서봉과 가마바위봉, 파계봉 등이 늘어서 있고, 멀리 가산 뒤로 유학산도...
청명한 날씨가 받쳐주니 정말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조금 당겨보니 서봉 뒤 멀리 중앙에 금오산(구미)도 하얀 모자를 쓰고 있고 그 앞 가산도 제법 뚜렷하다.
다시 렌즈를 서봉 좌측으로 향해 당겨보니 멀리 희미하게 가야산(중앙 약간 좌측)도 보인다.
비로봉의 통신탑도 흰눈을 덮어썼다.
비로봉 바로 옆 우측 산성산과 그 뒤 중앙의 아미산, 그리고 그 뒤 멀리 금성산도 하얀 이불을 덮고 있고...
동봉에서 잠시 머물다가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에 재빨리 내려와 동봉 석조약사여래불 부처님이 조각되어 있는 공터에 내려섰다. 마침 식사 시간이 되어 가져온 김밥 다섯 알로 대충 때우고 비로봉으로 향한다.
앞에 여성산객 둘이 식사를 하고 있는 곳 우측으로 등로가 열려 있다.
팔공산 동봉 석조약사여래입상(八公山 東峰 石造藥師如來立像).
이 불상은 서쪽을 향해 바로 세운 전체 높이 6m의 거대한 약사여래입상이다. 약사여래는 동방의 정유리(淨琉璃) 세계에 있으면서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 불상도 역시 서쪽으로 향하고 있다. 정면을 향한 입상은 상투 모양의 육계를 갖추고 두 볼은 풍만하며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띠고 있다. 바로 선 발 끝은 드러나 있고 발가락 조각도 뚜렷하다. 옷은 두 어깨에 걸치는 방식으로 입고 치마를 걸쳤다. 오른손은 무릎 위로 늘어뜨려 바닥을 안으로 하고 있고, 왼손은 가슴 위에 올려 물건을 받치고 있다. 옷의 새김은 투박하고 전체 균형도 고르지 못하나 대체로 조화를 이룬다. 비바람에 노츨되어 표면은 많이 풍화되었다. 이 불상에는 손과 발의 기형적 조각 수법이 나타나기는 하나, 잘 조화되는 옷주름이나 얼굴 모습 등의 조각 솜씨로 보아 통일신라 때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육계 : 부처의 정수리에 있는 상투모양으로 두드러진 혹 같은 모습.
비로봉을 향해 출발.
비로봉으로 가면서 뒤돌아 본 동봉.
부처님이 새겨진 바위도 보인다.
비로봉 바로 아래에 서 있는 통신탑.좌측 밑에 서봉이 서있다.
눈(추위에 얼어 얼음이 되었다)을 잔뜩 덮어쓴 가지들이 힘에 겨워 늘어져 있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모습은 아름답기만 하고...
팔공산 비로봉(1,193m).
원래 비로봉 정상은 정면 표지석 반대 쪽(시야 뒷쪽 즉, 보이는 방향 반대 쪽이 되겠다)에 위치했으나 지금은 그곳을 깎아내어 군 부대가 자리잡고 있다.
비로봉에서 내려와 통신탑 앞에서 청운대 방향을 바라본다.
중앙 약간 좌측 봉우리 밑 암벽에 원효대사가 참선했다는 원효굴과 좌선대가 있다.
원래는 등로에서 벗어나 있어(꽤 위험한 곳에 위치해 있다) 암벽을 로프를 타고 오르내려서 간신히 갈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계단과 데크를 설치해 놓아 일반인도 쉽게 갈 수가 있다. 하지만 좌선대는 원효굴에서 조금 더 가야 하는데 위험해서 원효굴 앞에서 데크로 막아 놓았다.
통신탑 바로 밑으로 내려와 서봉으로 향한다. 산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곳 뒤쪽으로 등로가 연결된다.
예전에 정식 등로가 개통되기 전, 서봉에서 이곳으로 오며 저 위 통신탑이 서 있는 담벽을 넘어 청운대로 향한 적이 있다.
예전에 통행을 못하도록 막아놓았던 철조망을 통과하고...
비로봉이 개방되면서 지금은 통행이 가능하도록 뚫어 놓았다.
서봉을 향하는 등로에 쌓인 눈은 점점 더 깊어지는데.
조망이 트인 암벽 위에서 바라본 서봉. 뒤로 가마바위봉과 멀리 가산도 눈에 들어오고...
서봉으로 가는 도중 비로봉 서쪽 밑에 계시는 마애약사여래좌상 부처님을 뵙고 간다.
팔공산 마애약사여래좌상(八公山 磨崖如來坐像) :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 3호
이 불상은 왼손 바닥에 둥근 약 그릇을 얹어 무릎 위에 자연스럽게 둔 약사여래좌상으로 자연 바위 벽에 돋을 새김하였다. 불상은 시원스럽게 생긴 콧대에 힘있는 턱, 그리고 뚜렷한 눈썹 등이 얼굴 윤곽과 더불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어깨는 둥글고 탄력감이 있으며 허리는 잘룩하게 표현되었다. 오른쪽 어깨가 노츨된 얇은 옷은 옷주름의 간격이 규칙적이며 가슴에서 옷깃이 한 번 뒤집어져 8세기 불상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 불상의 머리와 몸 둘레에는 이중의 원형으로 부처의 몸에서 나온 빛을 형상화한 광배를 표현하였다. 광배의 안쪽에는 당초무늬를, 바깥 쪽에는 불꽃무늬를 새겼다. 불상이 앉아 있는 대좌(臺座)는 연꽃잎을 아래와 위로 향하도록 조각하고, 그 아래에 입을 벌리고 눈을 부라린 두 마리의 용이 좌우에서 떠받치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팔공산에는 세 분의 약사여래부처님이 계시는데 이곳과 조금 전 동봉 밑 공터, 그리고 것바위(관봉) 부처님 이렇게 세분이다.
이제는 무릎까지 빠지기 시작한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투명한 수정기둥들이 햇빛에 반짝이며 세찬 바람에 서로 부딪쳐 마치 천상의 악기를 연주하듯 아름다운 운률로 챙강거리는데,
환상의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하지만...
헬기장 바로 뒤가 서봉.
삼성봉.
서봉의 옛이름이다.
바로 옆 바위 봉우리에 서봉 표지석도 있고...
시리도록 새파란 하늘이 무척이나 맑다.
서봉에서 돌아 본 비로봉과 동봉.
동봉 우측 팔공산의 최대 흉물인 팔공골프장과 뒤 오른쪽에 환성산과 무학산, 그리고 다시 오른 쪽으로 낙타봉과 초례봉도 보인다.
서봉을 넘어서자 이제까지 좋았던 기분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는데...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과 차츰 험해져가는 등로가 발길을 더디게 한다.
게다가 세찬 바람까지...
간간이 보이던 산객도 서봉을 넘어서자 완전히 인적이 끊기고...
서봉을 내려서며 바라본 가마바위봉, 상여바위봉, 파계봉 등등.
앞은 송곳바위.
좁고 험한 등로에 눈까지 깊이 쌓여 있어 바위길인지 벼랑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눈길을 걷는다.
아마도 나보다 먼저 단 한 사람만이 지나간 둣한 흔적이 있어 그나마 조금 낫기는 하지만, 때때로 러셀이 안 된 등로도 나타나고 그나마 러셀이 된 등로도 세찬 바람이 눈가루를 가져와 덮어 버리는 바람에 잠시 헷갈리기도 한다.
허벅지까지 빠지는 곳도 있다.
스패츠를 가져왔지만 착용하지 않고 그냥 진행했는데 등산화 사이로 눈이 새어 들어와서 녹아 발 앞부분이 축축하게 젖는데다 눈속을 걸으니 무척 시리다. 감각마저 사라지는 듯 해서 수시로 나무 기둥을 툭툭 차면서 나아간다.
처음부터 스패츠를 착용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고 후회가 막심해지지만 엎어버린 물컵을 이제와서 어찌 할까!
백운대라고 하는데 이곳의 조망이 꽤 괜찮은 곳이지만 보시다시피 엉성하게 철기둥을 박아 놓아 완전히 망쳐놓은 기분이다. 최근에 공사를 한 모양이다.
이제 톱날능선으로 진행한다.
이전이라면 눈 덮인 톱날능선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곳곳에 데크와 계단을 설치해 놓아 그리 어렵지 않게 갈 수 있게 해 놓았다.
앞의 소나무 바로 왼쪽 살짝 갈라진 바위 사이로 오르면,
이렇게 사다리가 놓여 있어 쉽게 내려올 수가 있다. 하지만 틈이 상당이 좁아 뚱뚱한 사람은 조금 애를 먹을 지도...
예전에는 그냥 바위를 타고 내려왔다.
톱날능선 들어서기 전 우회로도 있고...
톱날능선 상의 멋진 기암들.
나뭇가지에 가려 있지만 이곳 능선 상의 암릉은 정말 멋지다.
지나오면서 되돌아 본 톱날능선과 멀리 비로봉.
가야할 능선.
톱날능선 상의 하이라이트인 기암.
예전엔 이곳에 아무런 시설이 없어, 보이는 소나무와 바위 사이를 기다시피 지난 적이 있다. 지나고 나면 급히 밑으로 떨어지고...
상당히 위험한 곳이기도 했다.
기암 옆 데크 위로 올라서서 돌아본 톱날능선.
멀리 비로봉 좌측 원효굴이 위치한 청운대도 보이고...
지나와서 돌아 본 기암.
역시 예전에 저 기암 위에 올라서 본 적도 있다.
암릉에 걸쳐 있는 로프도 있고...
톱날능선은 끝나고 가마바위봉으로 올라간다.
다시 뒤돌아본 톱날능선과 비로봉.
늘어선 능선이 마치 톱날과 같이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가마바위봉.
비좁은 바위 대문을 지나기도 한다.
다시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길이 발길을 더욱 더디게 하는데 시계를 보니 벌써 예상했던 시간이 훨씬 지났다.
게다가 계속 불어닥치는 세찬 바람이 촬영하려던 몸을 휘청거리게 하고 점점 사라져 가는 발의 감각이 마음을 더욱 초조하게 한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조난당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머리를 스치고...
아직도 바위 지대가 제법 남아 있지만 그래도 험한 곳은 지났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가운데 파계봉에 올라섰다.
여기서부터는 내리막이고 제법 부드러운 등로가 이어진다는 생각에 한결 마음이 놓인다.
다시 세찬 바람이 등로를 덮어버리고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길이 앞을 가로막지만,
그래도 잠시 지나면 마지막 내리막길이라 그나마 수월하게 진행한다.
파계재에 도착했다.
바로 계속 진행하면 한티재를 거쳐 가산으로 이어지지만 오늘 산행은 여기까지.
드디어 마음이 완전히 놓이면서 다시 힘이 솟는 느낌으로 좌측 파계사 방향으로 내려간다.
파계사를 조금 앞 둔 정자에서 잠시 쉬면서 도넛 하나로 허기진 배를 달랜다.
동봉 아래 공터에서 점심으로 김밥 다섯조각을 먹으면서 잠시 쉰 후 무려 4시간 만의 휴식이다.
정자를 지나 잠시 내려가면 눈은 완전히 사라지고 다시 잠시 후 파계사가 보이는 계곡을 건넌다.
말이 계곡이지 수량은 별로 많지 않은 곳이고 상당히 좁다.
파계사를 지나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GPS 상 거리 13.9km, 당초 5시간 반정도로 예상했던 산행이었지만 7시간 30분이나 걸렸다.
살짝 옅은 구름이 걸린 푸른 하늘과 맑은 날씨, 그리고 눈덮인 봉우리들 덕에 비록 바람이 세게 불긴 했지만 멋진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반에 들어 더욱 무지막지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허벅지 까지 쌓인 눈이 발길을 잡은 탓에 거의 개고생 비슷한 경험을 한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는 가급적이면 이런 무리한 산행은 삼가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면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데 집에서는 난리가 난 모양이다. 이런 날씨에 홀로 눈산행을 나간데다 오후 7시가 되어도 집에 돌아오지 않고 연락도 없으니 걱정이 클 수 밖에.
추운 날씨에 휴대폰 배터리가 나가 버려 연락을 못했으니 어찌할 수가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