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8강전 (한국 호주)
이 경기를 간단하게 표현하면 ‘손흥민에 의한, 손흥민을 위한, 손흥민의 경기’였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 경기결과를 놓고 보면 ‘손흥민이 있는 팀’과 ‘손흥민이 없는 팀’의 차이였던 경기다. 어제 경기는 창과 방패의 진검승부였다.
전반전 점유율은 7:3이었다. 그럼에도 슛은 오프사이드로 골이 취소된 것 하나였다. 이것이 전반전 상황을 모두 설명해준다. 이런 경기에서 창을 가진 팀이 실점하면 치명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어제 경기 양상이 그랬다. 그래서 선취점이 중요했는데 오히려 우리가 전반 42분에 골을 먹고 말았다.
후반전 양상도 비슷했다. 호주는 더욱 수비에 치중해서 틈을 내주지 않았고 오히려 가끔 나오는 반격에 우리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호주의 삽질과 조현우의 선방이 없었다면 2:0이상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어제 경기를 보면서 호주 수비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호주는 수비라인 간격을 촘촘히 세워 중앙으로 침투를 철저하게 봉쇄했다. 늪 축구의 전형을 보여줬다. 이런 것을 뚫는 방법은 발빠른 선수로 라인브레이크를 하거나 측면에 센터링을 올리는 것인데 센터링은 우월한 신장을 가진 수비수들에게 철저하게 봉쇄됐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왜 조규성을 원톱으로 내세웠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제 경기에서 조규성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호주 수비진은 키도 크고 피지컬도 좋아 이미 몸싸움에서 조규성을 압도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조규성을 뺐을 때 경기력이 좋아진 것처럼 처음부터 제로 톱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어제 조규성의 부진은 조규성 문제가 아니라 조규성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예측됨에도 조규성을 원톱으로 내세운 감독의 문제다. 제발 조규성 탓하지 말자.
모든 경기가 엉킨 실타래가 어느 순간에 풀리 듯 술술 풀리면 좋겠는데 경기하다보면 지독히 꼬이는 경기가 있다. 어제 경기가 그런 경기였다. 우리 공격진 모두가 손발이 묶인 것처럼 보였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것은 역시 개인능력에 의한 돌파다.
후반 70분 조규성을 이재성으로 바꾸면서 중앙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런 것이 먹히면서 틈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런 틈을 파고들어 손흥민이 돌파구를 만들어냈다. 정말 ‘돌파구’란 단어가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호주수비 세 명을 제치고 손흥민이 돌파하자 당황한 호주수비가 파울을 하고 말았다. 후반 추가시간 3분 남았을 때다.
손흥민이 얻은 페널티 킥을 황희찬이 성공시켜 1 : 1 연장승부로 끌어갔다.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상황이 사우디 경기에 이어 두 경기 연속됐다. 여기서 페널티 킥을 성공시킨 황희찬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어제 페널티 킥이 선언되자 황희찬이 공을 가지고 페널티 마크 앞에 섰다. 킥을 자기가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사우디 전에서 4번째 키커로 나선 황희찬의 킥은 정말 강하고 정확했다. 그런 것은 자신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킥이다. 그런 킥을 다시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황희찬이 경기하는 것을 보면 매우 자신감에 차있다. 황희찬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보여주던 모습 그대로였다. 황희찬은 정말 많이 성장했다.
어제 경기에서 해결사는 역시 손흥민이었다. 호주는 강력한 프리키커가 둘이나 있는 한국을 의식해서 전‧후반 동안 페널티에러리어 부근에서 파울을 범하지 않았다. 그런데 연장전반 11분 경 호주가 프리킥을 내주고 말았다. 프리킥을 잘차는 손흥민과 이강인이 공 앞에 섰다. 누가 찰 것인가.
결국 손흥민의 몫 이였고 단 한 번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은 정말 아름다운 골이었다.
여기에 호주 오닐의 퇴장으로 저울추는 이미 우리 쪽으로 기울어졌다. 연장후반 호주는 장신 공격수를 전방으로 올리고 롱 킥으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전반적으로 체력이 떨어진 호수의 공격은 날카롭지 못했다. 우리가 조금 더 체력이 있었다면 1, 2 골 정도는 더 넣을 수 있었을 것인데 우리선수들도 체력이 방전된 상태였다.
어제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체력이었다. 오래 쉬었다는 호주 선수들 운동량이 후반에 갈수록 적어졌다. 호주의 체력 저하 덕에 우리 팀이 기회창출도 많아졌다. 이런 모습은 연장에서도 계속됐다. 체력싸움으로 보면 우리 선수가 더 심각했어야 하는데 우리선수들이 지친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워낙 이기겠다는 의지가 강해 호주선수들 보다 더 열심히 뛰었다.
자 다시 전체 경기로 돌아가 보자. 강팀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팀이 강팀이다. 어제 우리는 강팀다운 면모를 보여줬고 그 중심에 손흥민 선수가 있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다음과 같이 할 수 있다.
‘손흥민 보유팀이다.’ 그리고 ‘왕의 귀환’이었다.
추신 : 미안하지만 황인범 선수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말레이시아 전에서 비기게 된 빌미가 된 골을 내준 것도 황인범이 빌드업을 생각해서 공을 끌고 가려다 생긴 것이고 호주 전 실점도 공을 끌고 가려는 생각에 강하게 걷어내지 못한 것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공격형 미드필더의 본능 때문에 골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기회에 황인범은 수비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있었으면 한다.
<한국 호주전 하이라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kW_z-NMuZIU
첫댓글 선수들의 개인기량으로 꾸역꾸역 경기를 치르고 있는 상황에 김민재가 요르단전에 나올 수 없는 점이 아쉽습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수비진 김민재가 빠져도 아시아에서 최고수준입니다. 저는 김민재의 강제 휴식이 결승전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프리킥~
와~!!
어제 밤에 카타르-아제르바이잔 경기를 봤는데요,
-두 팀 모두 몸싸움이 장난 아니었슴.
-카타르의 짠물 수비가 눈에 띄었슴.
위 축알못의 생각인데 머 씨잘데기 없는 군말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