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강원대학교 학우 여러분. 저는 유난히도 심했던 더위가 아직 채 가시지 않았던 지난 가을에 학사학위를 수여받은 졸업생입니다. 졸업장 얻고 나서 이제는 등록금 안 내고 있으니 학교 구성원으로서의 발언권은 사실상 박탈당한 입장이지만, 무사히 졸업하여 이제는 평생의 동문이 된 입장에서 학우 여러분들께 촉구하고 싶은 것이 있어 이렇게 졸문을 늘어놔봅니다.
요 근래에 국가적으로 아주 엄청난 스캔들이 벌어져 국기를 흔들고 또 온 국민을 좌절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학우분들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국가공동체의 신뢰관계를 뿌리째 흔들만한 중대사다보니 성격불문의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는 상황을 계속 접하게 됩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대통령의 지지자든 비지지자든 충격이 크셨을 겁니다. 오히려 지금 아무런 동요도 일지 않는 사람들이 이상할 정도가 됐죠. 실제로 그런 분이 계시다면 뭐라 더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만.
어제(26일)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발표로 최씨와 박 대통령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사실로 확정되자, 물론 예상되었습니다만 결국 이 사건에 관한 전국 대학생들의 분노어린 반응이 터져나오는 상황을 목도하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각 학교의 총학생회 차원에서 시국선언문이 발표된 것이지만 일단 총학이란 존재 자체가 교내의 학생들을 대표하기 위해 민주적 절차로 선출되어 대표권을 행사하는 이들이니, 학내의 찬반논쟁은 차치하더라도 일개 학교의 학생으로서의 정체성과 목소리를 일단은 대변한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26일 이화여대의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규탄 이화인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서강대, 경희대, 건국대, 동덕여대, 부산대, 서울대, 한양대, 고려대, 한국외대가 지금까지 시국선언에 동참했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지금, 우리 학교에서도 학생들 주도로 시국선언문이 나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타 대학의 시국선언 발표를 보고 자극받은 면도 없잖아 있지만, 애진즉 저는 지난 25일 JTBC의 보도와 26일의 대국민사과를 보고는 과연 이 사건에 대한 시국선언, 규탄행위의 수반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사건에 대한 모교의 반응과 동향에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구요.
그래서 강라와 강원대 대신전을 기웃기웃 살펴보았습니다. 강라에는 시국선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꽤 있으시더군요. 그런데, 물론 제가 보았던 “우리가 무엇인가 해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하시는 몇 학우분들께는 죄송한 이야기입니다만, 과연 이런 분위기에서 강원대 학생들의 이름으로 시국선언문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학교는 시국선언문 계획이 없냐고 묻던 강대전의 익명 글에 달린 한 댓글을 봤습니다. “다른 학교 한다고 다 할 필요가 없다. 할 말도 없는데 여론에 휩쓸려서 물타기 하는 것 같으니 수준 이하의 글을 쓰는 것보단 안하는 편이 낫다.”라고 주장하시더군요. 이 글은 좋아요 짜게 주는 강대전에 올라온 글 치고는 꽤 높은 추세로 좋아요 수가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이젠 너무도 익숙한 “가만히 있으라”식의 표현이 상당히 거슬리면서도, 정말 다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인가 하는 마음에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강라 반응으로 보건대 총학은 어떤 낌새도 없는 것 같구요.
사회가 혼란해진 현 상황에서 그저 아무 말 많고 있으면 “우리는 아무런 생각도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인증하는 꼴 밖에 더 되지 않을 겁니다. 고등교육기관에서, 그것도 국가가 설립한 기관에서 배우고 있는 학생이라고 말하기가 다 무색할 지경이겠네요. 사실 슬프게도 여태까지의 강원대학교의 분위기가 그랬습니다. 제가 재학하는 동안에 본 우리 학교의 분위기는, 타교 학생들이 몇 번이고 자체적으로 시국선언을 내던 그 적극성에 비해 매우 소극적이었습니다. 재학 중에 딱 한 번 본 우리 학교 시국선언은 세월호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이었지요. 이런 소극성은 정치적 중립을 이유댔다지만 사실상 사회적 현안들을 대하는 태도가 나태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아직 시국선언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더라도,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정말 비상식적이고 부도덕한 것이라는 건 다들 아실 겁니다. 지금의 문제로 시국선언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정치적 스탠스, 운동권 비권의 문제를 넘어서야 합니다. 현재 여야의 너나 없는 격한 반응은 이 일이 이미 정치이념이나 이익관계와는 상관없는, 국민국가의 정신인 헌법의 가치 심지어는 최소한의 상식로부터 벗어나 나락으로 떨어져버린 국격의 문제에 달린 일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적어도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한 사람들이라면, 그 누구도 비판하지 못할 자격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옳은 말을 할 수 있는 때이며, 그래야 하는 때입니다. 옳은 말 하는 데에는 시기를 가릴 필요가 없습니다. 이르고 늦는 경우가 있더라도 중요한 것은 말하고자 하는 의지와 소신입니다. 눈앞에 목도된 사실을 보고도 그냥 입 다물고 있으면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 말도 할 줄 모르는 바보밖에 더 되지 않을 겁니다. 저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 된다면 어느 때라고 소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준 이하의 글을 쓸까봐 걱정되시나요? 지방대라는 낙인 때문에 받을 손가락질이 두려우신 건가요? 나중에 반박 당할까봐, 혹은 100%의 확신 속에 숨은 내가 모르는 1%의 허점 때문에 비판받게 될 순간이 두려우신가요? 시국선언 작성에 필요한 것은 단지 우리의 생각과 입장이면 충분합니다. 대학 타이틀이니 수준이니 그런 거,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말로, 우리가 가진 언어로 무언가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우리의 담론을 형성해냈다는 그 자체로 떳떳해질 수 있을 겁니다. 우리들이 지금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 병크들을 눈여겨보고 있고 그것에 문제점이 많음을 알고 있으며, 국민의 성원으로서 좌시하지 않고 꾸짖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만 있으면 될 겁니다. 뭐든지 안하는 것보단 해보고 혼쭐나는 게 낫다는 얘기도 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지금은 무엇을 적든 간에 권력의 최상층부에서 벌어진 일보다는 적어도 말이 되지 않겠습니까.
다시 말씀 드리지만, 저는 우리 학교 학생들의 이름으로 시국선언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학생 개개인들더러 글 써서 대자보 붙이고 시위라도 하고 이러라는 뜻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타 대학들은 총학의 명의로 시국선언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강원대생들도 학생들이 선출한 대표자들을 통해 입장을 표명할 수 있을 겁니다. 강원대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교내의 여론을 파악하고 이를 수렴하여 대외에 알리는 일로써 대표로서의 직무를 다 하라고 총학에게 충분히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물론 총학생회실 문을 박차고 들어가서 큰소리치지 않는 이상 우리 총학이 어떤 행동을 취해달라는 메세지가 전달되긴 힘들 겁니다. 그러니 일단은 교내의 여론이 활발하게 오고가며 조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지금 시국선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강라나 강대전에서라도 학교에는 시국선언이 필요하다고 거리낌 없이 생각을 표해주시는 것으로도 방법이 될 겁니다. 혹 아직까지 시국선언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으신 분들이나 회의적이신 분들께서도, 사태에 대해 숙려해보시고 (설령 반대 의견이라도 좋으니) 길든 짧든 의견을 표해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총학도 지금 학생들의 대표로서 어떤 일에 나서야 하는지를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다만 저는, 결국엔 이 파국에서는 시국선언이 결론으로 맺어지리라고, 강대 학우 여러분들의 지성을 믿습니다.
글을 정리하면서 마지막으로 한 말씀 더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졸업생 신분으로서 강원대 재학생 여러분, 곧 후배 여러분에게 행동을 취해달라고 촉구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의 선배로서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졸업이 다가올 즈음 하여 저는 학교가 여러 난고에 치이면서 상당히 활력을 잃었고 소위 “가만히 있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하게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결국 학교를 그렇게 만든 것은 곧 저 자신, 재학생들의 책임이었습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썼다만, 재학생 시절의 저도 사회문제에 대해 사견은 가지고 있었다 한들 적극적으로 학내 여론형성에 참여하거나 행동으로 옮기려는 실천에는 매우 소극적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총학을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 위에서 자신있게 여러 방법들을 설명해드리지 못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입니다. 무한경쟁 헬조선 사회에서 먹고 살 궁리 하느라 바빠서 관심 줄 여력이 없었다는 핑계를 댈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은 소위 말하는 명문대까지 포함해서 다른 학교 학생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들 살아남기 위해서 치열하게 발버둥치는 20대들이었지만 그 중 누군가는 자신의 밥벌이 할 미래를 챙기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학교로, 사회로 내는 일에 그 어떤 핑계도 대지 않고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결국 그것은 나태한 자신을 위한 자위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학교가 침묵하는 분위기를 만든 데 일조했다는 죄책감에 후배님들을 생각하면 항상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훗날 우리가 지나온 순간들이 역사로 남아 자식들이 “아빤 그 때 뭐하고 있었어?”라고 묻게 될 날이 올 때, 자식들과 또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저를 비롯한 우리 강원대 학우 여러분들이 오늘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만간 춘천에 들러 강원대를 방문해 볼 예정입니다. 또 서울에 머물면서 제가 이 시국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합니다. 두서없는 글 인내를 발휘하셔서 읽어주신 데에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강원대 총학은 지난 27일에 시국선언에 관한 의견 수렴을 준비하기로 결정했음.
주둥이로만 시국선언 외치면 뭐하냐?? 물론 다른 학교들도 다 마찬가지
개병대 새끼들은 교통정리밖에 할 줄 모른다매?
ㅋㅋㅋㅋㅋㅋㅋㅋ
@노인혐오 응 처맞고 싶지 않으면 깝치지 마. 주둥이 털 자신 있으면 현실 내 앞에서 털구^^
@해병또하자 공군한테도 털리는 개병대새끼들이 이빨 하나는 또 기가막히게 잘 까요^^ 니들 공군 보면 개새끼마냥 오줌 질질 싸고 네발로 기어다니면서 왕왕 짖는다매?
@해병또하자 일반 시민한테 좆털리고 계시는 느히들의 자랑스런 틀딱 슨배님들이다 ^^
@늅늅 너무 심하게 극딜 넣었나?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