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 현상과 BCS이론 | ||||||
전자쌍이 만드는 초전도 전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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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이 없는 전류의 흐름인 초전도 현상은 오랫동안 설명할 길이 없던 비밀스런 현상이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여기에 더욱 매달렸고, 마침내 바딘, 쿠퍼, 슈리퍼는 BCS이론이라는 비밀의 열쇠를 찾았다. 이후 많은 실험적 증거들이 BCS이론을 지지했고, 이제는 조셉슨소자, 자기부상열차등 초전도 현상이 생활에 응용될 길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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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초전도체 국내 연구진 개발’ 같은 신문 보도의 머리말에서 보듯 초전도 현상은 현대과학에서는 광범위하게 논의되는 주제이지만 일반인에게는 아직도 초전도라는 말조차 생소하다. 초전도란 무엇일까? 그리고 1987년을 전후해서 고온 초전도 현상이 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것일까? 1911년에 초전도 현상을 최초로 발견한 온네스를 선두로 초전도 현상을 이해하는데 기여한 사람의 수는 대단히 많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주제로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도 상당히 많다. 그만큼 초전도 현상은 특이하고 또한 복잡한 것으로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초전도는 어떤 현상인가. ‘초전도’는 영어 Superconductivity를 번역한 말이다. super라는 말은 보통을 넘어서는 ‘강한 능력’을 뜻하고 conductivity는 도체에 의한 ‘전기전도’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초전도는 전기전도성이 특별히 좋은, 혹은 반대로 전기 저항이 특별히 작은 현상을 의미한다. 어떤 물체를 통과하는 전류의 크기가 I이고 그 물체의 저항이 R일 때, 그 물체에서는 매초 I2R의 열이 발생한다. 이렇게 전류가 흐르면서 발생되는 열을 이용한 것이 전기 다리미 등 각종 전열기이다. 하지만 전류를 손실하지 않고 멀리 보내고자 하는 경우에 도선의 저항으로 발생하는 열은 문제가 된다. 발전소에서 사용자에게 전기를 전달하는 구리 도선도 저항이 매우 작기는 하지만 0은 아니다. 또한 도선이 길어질수록 저항이 커져 실제로 가정까지 오는 동안 도선에 발생하는 열로 많은 에너지가 손실된다. 그런데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면 저항이 0이 되므로 저항으로 인한 열손실 없이 전류를 공급할 수 있다. 초전도 현상을 처음 발견한 온네스도 그런 뜻으로 이 용어를 사용했다. 많은 금속들이 -265℃ ~ -245℃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갑자기 저항이 0이 되는데, 이때 이 물질은 초전도체가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온도를 ‘임계온도’라 한다. 고리모양의 도선에 자석을 가까이 가져가면 고리에 유도전류가 흐른다. 전자기 유도라고 불리는 이 실험으로 초전도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자기장에 의해 유도된 전류는 일반 도선의 경우 저항 때문에 곧 사라진다. 그러나 초전도체의 경우 저항이 없으므로 한번 유도된 전류는 그대로 유지된다. 고리 도선 주변에 전자석으로 자기장을 만들어 도선에 유도 전류를 만든 다음, 도선의 온도를 낮추어 주면 임계온도에 이르러 고리는 초전도체가 된다. 이때 전자석의 전원을 차단해 자기장을 없애더라도 초전도 상태에 필요한 낮은 온도가 유지되는 한 고리의 자장은 변하지 않고, 유도전류는 계속 유지된다. 초전도 현상을 처음 발견한 온네스도 초전도체가 과연 저항이 0인지를 검사하는데 이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 성질이 아주 강한 경우 자석에 잘 끌리는데, 이를 강자성체라고 한다. 자석에 잘 붙는 철과 같은 물질이 바로 강자성 물질이다.반자성체는 분자자석들이 없는 물질이다. 반자성체에서는 물질 내부의 전자가 외부 자기장의 영향을 받아 전자기 유도를 일으켜 자석에서 밀리는 방향으로 힘을 받는다. 외부 자기장과 반대 방향의 자기장을 만드는 유도전류가 생기므로 이때의 유도전류는 외부 자기장을 부분적으로 차단시키는 효과를 낸다. 초전도체에서는 이 성질이 아주 강해서 외부 자기장을 완전히 상쇄시키므로 물체 내부의 자기장이 0이 된다. 그러므로 초전도체는 저항이 0일 뿐만 아니라 완전한 반자성체이기도 하다. 초전도체가 완전한 반자성체의 성질을 띠는 것을 마이스너 효과라고 부른다. 그러나 초전도체라 할지라도 외부 자기장을 차단하는 유도전류가 생기는 데 한계가 있어서, 외부 자기장이 일정 한계보다 세면 초전도 성질이 사라지고 보통 상태의 물질이 된다. 이때의 자기장을 임계자기장이라 한다. 그런데 임계자기장의 성질에 따라 초전도체는 2종류로 나누어진다. 1종 초전도체는 임계자기장 이하에서는 완전한 반자성체로 자기장을 전혀 통과시키지 않지만, 임계자기장을 넘어서면 초전도 성질이 사라지고 외부자기장을 통과시킨다. 2종 초전도체는 임계자기장이 2개이다. 제1임계자기장 이상에서도 초전도 성질을 완전히 잃지 않고 규칙적으로 자기장을 차단하는 구역과 통과시키는 구역이 나뉘어진다. 그러나 더욱 센 자기장을 걸어주어 제2임계자기장을 넘어가면 이 또한 초전도 성질을 잃고 자기장을 통과시킨다. 1950년대 중반까지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런던 방정식과 긴즈버그-란다우 이론이 있었다. 이 이론들은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초전도 현상 자체는 상당 부분을 잘 설명해주었지만 초전도 현상이 본질적으로 어떤 메커니즘으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다. 즉 초전도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 내부의 미시적인 과정에 대해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금속은 전자를 내놓은 금속이온들이 서로 연결돼 금속고체의 구조를 만드는 결정 격자로 이루어져 있고 각 이온은 열에너지에 의해 제자리에서 조금씩 진동하고 있는데 이를 격자 진동이라고 한다. 금속 원자들이 내놓은 전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인 배경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자유롭다. 금속이 전기를 잘 통하는 것은 이 자유전자들이 쉽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속 내부에는 섞여있는 불순물, 결정구조의 결함, 금속이온들의 격자진동에서 오는 불규칙성 등이 전자의 운동을 방해해서 저항이 생긴다. 보통 상태의 전기 저항은 이같은 내부의 구조적인 특성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아무리 순수한 물질을 가정하고, 구조적으로 규칙적인 물질을 가정하더라도 절대온도 0K(-273℃)가 되지 않는 한 격자진동이 있게 마련이므로 저항은 0이 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금속의 구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초전도 현상은 절대온도 0K가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초전도 현상의 이론적인 연구를 딜레마에 빠지게 했다. 전기 저항은 전자가 물질 속을 통과할 때 주변의 이온과 다른 전자들이 충돌하면서 생기는 일종의 마찰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때 저항이 0이라는 것은 마찰이 전혀 없는 전자의 흐름이라는 의미다. 헬륨 원자는 온도가 충분히 낮을 때 마찰이 전혀 없는 흐름을 만들어낸다. 양자 역학에서는 이 현상을 모든 헬륨 원자가 동일한 양자적 상태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옛 로마의 보병들은 1백명씩 밀집해서 방패로 앞, 옆, 위를 완전히 가리고 적군에 다가가는 전법을 썼다. 이 단위 부대는 모두 함께 움직이고 아주 단단해서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헬륨 원자들이 저항이 없는 흐름을 만드는 것도 이처럼 동일한 상태의 원자들이 묶음을 이루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상태는 양자적인 의미이므로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는 것처럼 공간적으로 서로 붙어서 움직인다는 뜻은 아니다. 학자들은 이러한 헬륨의 흐름을 초전도현상에 적용하려 했으나 헬륨원자와 초전도체를 이루는 전자에는 서로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은 같은 양자적 상태에 있을 수 없다는 파울리의 배타원리 때문이었다. 양자역학에서는 같은 양자적 상태를 회피하는 이러한 입자를 ‘페르미 입자’라고 한다. 한편 같은 양자적 상태에 있는 것을 선호하는 입자들도 있는데 이런 입자들은 ‘보제 입자’라고 한다. 페르미 입자들이 짝을 이루어서 새로운 입자를 만들면, 이 입자들은 보제 입자가 된다. 헬륨 원자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가 각각 2개씩 모여서 새로운 입자가 된 것이므로 묶음으로 움직이며 저항이 없는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전자들이 도체 내부에서 묶음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 초전도 현상은 양자역학적으로 완전히 설명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금속 내부의 전자들은 제각각 움직이는 페르미 입자다. 만일 전자 2개가 짝을 지어서 전자쌍을 만든다면 보제 입자로서 같은 양자적 상태에 들어갈 수 있겠지만, 전자들은 같은 음전기를 띠고 있으므로 서로 붙어서 쌍을 이루기는커녕 밀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난관을 뚫고 초전도 현상을 양자역학적인 원리로 명쾌하게 설명한 이론이 바로 BCS이론이었다. BCS는 바딘(Bardeen), 쿠퍼(Cooper), 그리고 슈리퍼(Schrieffer) 세 이름의 첫글자를 모은 것이다. 바딘은 당시 트랜지스터에 관한 연구로 한차례 노벨상을 받은 저명한 학자로 신참 박사인 쿠퍼, 대학원생 슈리퍼 같은 젊은 연구자들을 풍부한 경험과 뛰어난 직관으로 이끌었다. 1957년 바딘은 팀원들과 함께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을 제안했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히 공인되기까지 그 후로도 15년이라는 긴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1972년에야 BCS이론은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탁월한 이론으로 인정받으면서 노벨상의 영광을 안았고, 바딘은 두번의 노벨상을 수상하게 됐다. BCS이론은 이전에 나온 두가지 보고에서 중요한 힌트를 얻었다. 1950년 프레리는 전자들이 금속 결정을 이루는 양이온들을 매개체로 해서 서로 당기는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고했다. 즉 한 전자가 지나가면서 양이온들이 전자쪽으로 조금 모이게 되고 이렇게 양전기를 띠게 된 지역으로 다른 전자가 끌리게 돼 결과적으로 보면 첫번째 전자가 두번째 전자를 끌어당기는 것과 같이 된다는 것이다. 또 이와 비슷한 시기에 동위원소(모든 성질이 같고 핵의 질량만 다른 원소)들이 서로 다른 임계온도에서 초전도체가 된다는 실험 결과가 발표됐다. 즉 핵을 포함하는 양이온의 운동이 초전도 현상에 중요하다는 것이 발견된 것이다. BCS이론에서는 금속결정의 격자를 이루는 양이온을 매개체로 해서 전자들이 쌍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각각의 자유전자들은 자신이 어떤 전자와 부딪쳤는지 전혀 모르고 돌아다니지만, 이상하게도 자신과 속도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전자를 인식하고 서로의 운동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전자들의 짝을 쿠퍼쌍이라고 한다. 이 쿠퍼쌍들은 보제 입자를 이루어서 헬륨 원자처럼 같은 양자적 상태에 있고 이들이 함께 움직이면서 초전도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절대 온도 0K, 즉 -273℃에서 모든 전자는 쌍으로 존재하는데, 온도가 올라가면서 열에너지 때문에 쌍이 깨져서 자유롭게 다니는 전자가 많아진다. BCS이론에서는 초전도 상태에서 전자의 쌍이 깨져서 자유전자가 되려면 일정한 에너지(에너지 간극이라 함. 2Δ로 표시)가 필요하다고 가정한다. 이때 쌍으로 있는 전자가 적을수록 Δ값이 적어지다가 임계온도가 되면 Δ값이 0이 돼 초전도 상태가 깨지게 된다. BCS이론은 결과적으로 어떤 물체가 초전도체가 되는 임계온도를 예측할 수 있었고, 자기장에 따른 임계온도의 변화도 예측했다. 이후 많은 실험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결과를 보여 BCS이론은 확고부동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양자적인 현상은 항상 파동-입자의 이중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전자의 움직임을 입자로서 설명하기도 하지만 전자는 한편으로 파동의 성질도 나타낸다. 그렇다면 쿠퍼쌍 또한 양자적인 분자처럼 행동하지만, 이는 파동으로서의 성질도 분명히 나타낼 것이다. 두개의 초전도체를 초전도체가 아닌 물질을 사이에 두고 연결시킨 후 전류를 흐르게 하면 어떻게 될까? 이러한 연결을 조셉슨 접합이라고 한다. 각 초전도체 내의 쿠퍼쌍들은 어떤 한가지 양자적 상태에 있을 것이고 그 나름의 파동을 이루고 있을 것이다. 전류를 흐르게 하면 한쪽 초전도체의 쿠퍼쌍이 다른쪽 초전도체로 이동하고 이때 두 부분의 파동은 연결된다. 그러나 파동은 주변환경에 따라 조금 어긋나 위상차이를 만들고(그림 5), 이는 전류의 변화로 나타난다. 더욱 특이한 것은 주변에 자기장이 존재할 때, 초전도가 아닌 부분을 통과하는 자기장이 위상차에 반영돼 전류의 변화로 나타난다. 이 현상은 1962년 조셉슨이라는 사람에 의해 예고돼 ‘조셉슨 효과’라고 불린다. 1963년 로웰은 조셉슨 효과를 실험적으로 검증했으며, 이로 인해 1973년 노벨상은 조셉슨에게 돌아갔다. 조셉슨 접합을 하면 전류의 변화를 통해 아주 작은 자기장도 감지할 수 있으므로 신경이나 근육의 흥분으로 생기는 작은 전류가 만드는 미세한 자기장의 검출이 가능하다. 또한 위상 차이는 접합의 전압에도 영향을 준다. 접합에 흐르는 직류 전류를 증가시키면, 접합의 전압이 일정한 값의 정수배로 변하는 성질이 있어 조셉슨 소자를 이용해 전압을 측정할 수도 있다. 초기의 초전도체는 단순히 현상 자체가 흥미있는 연구의 대상이었을 뿐 이를 실생활에 응용하려는 시도는 별로 없었다. 또한 초전도 현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액체 헬륨을 사용해야하는데, 헬륨은 비쌀뿐더러 그것을 액체로 유지하기 위한 냉각시설의 유지에도 많은 비용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근래에는 초전도체를 응용하려는 시도가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곳은 강한 자기장이 필요한 설비들이다. 전자석은 강한 자기장을 만들 수 있지만 이때 도선의 저항 때문에 발생하는 열을 피할 수 없다. 열은 I2R로 전류의 제곱과 저항에 비례한다. 자기장을 2배로 하기 위해 전류를 2배로 하면, 발생하는 열은 4배가 된다. 이 때문에 열로 소비되는 만큼 전력이 낭비되고 이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시설에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초전도체는 저항이 0이므로 열을 내지 않는다. 지름 4cm인 코일에서 15테슬라(Tesla, 자기력의 단위. 1테슬라=지구자기장의 1만배)의 자기장을 만들려면, 약 5천kW의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지만, 초전도체 자석을 쓰면 4.2kW의 전력으로도 충분하다. 최근 조셉슨 소자가 개발되면서 초전도체는 우리 생활에 훨씬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아주 미세한 생체 자기(지구 자기의 1백억분의 1 정도로 작은 값)를 검출하는데 조셉슨 소자는 필수품이다. 또한 컴퓨터에 반도체 소자를 사용한 경우와 비교할 때 조셉슨 소자를 이용하면 정보처리에 걸리는 시간과 소비 전력이 각각 1천분의 1정도로 적어진다. 그러나 이는 아직 실용화 된 상태는 아니다. 초전도체가 응용된 가장 잘 알려진 설비는 아마 자기부상열차일 것이다. 자기부상열차는 초전도체가 저항이 0인 성질과 완전한 반자성체라는 성질을 함께 응용한 것이다. 철로에는 전자석이 설치돼 있고, 기차의 바닥에는 초전도 코일이 들어 있다. 초전도 코일은 반자성체가 되므로 철로의 자석을 밀어내는 방향으로 자장이 생기도록 코일에 전류가 생겨서 기차가 뜨게 된다. 한편 코일은 초전도체로 저항이 0이므로 전류를 지속시키기 위해 에너지를 공급할 필요가 없다. 또 떠 있는 상태에서는 마찰이 거의 없으므로 쉽게 빠른 속력을 낼 수 있다.
이 온도는 액체 헬륨보다 상대적으로 값이 훨씬 싼 액체 질소의 온도이고, 액체 헬륨에 필요했던 냉각 시설도 훨씬 단순화할 수 있다. 그러나 고온 초전도체가 왜 생기는지 아직 이론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며, 종전의 초전도체를 실용화하는 과정에서 거쳤던 많은 기술적인 문제들을 고온 초전도체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 어느 정도 실용화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그러나 액체 헬륨이라는 어려움을 제거한 것은 대단히 희망적인 일로 더욱 폭넓은 초전도 현상의 응용이 가능해지리라 기대된다. |
왜 고온에서 초전도체를 얻으려고 할까 | ||||||||
오래 통화해도 열 나지 않는 휴대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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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 현상이 발견된지 90년이 흘렸다. 그러나 이직 실생활에 구체적으로 다가오지 않은 듯하다. 지금까지 초전도 현상에 대한 이론도 완성되지 않았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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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으로 오래 통화를 하다보면 열이 무척 많이 난다. 무릎에 얹어 놓고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다보면, 뜨거운 열이 무릎에 전달돼 온다. 이뿐 아니라 텔레비전, 비디오 등 열을 낼 필요가 없는 가전제품에서도 상당한 열이 발생한다는 것을 일상생활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전기에너지의 일부가 열에너지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전제품의 효율을 높이려면 열의 발생량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만약 열로 인한 손실 없이 전류가 흐를 수 있는 물체를 개발한다면?
그가 이렇게까지 온도를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전류가 흐를 때 열을 발생시키는 원인인 도체의 저항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도체는 일정한 간격으로 원자핵을 포함하는 양이온이 놓여 있는 결정 격자 구조를 갖는다. 그리고 이 공간에서 전하를 운반하는 자유 전자가 이동해서 전류가 흐른다. 그런데 만약 이온이 정확히 주기적으로 박혀 있다면, 격자 구조가 완벽해 자유 전자가 도체 내에서 아무런 충돌로 겪지 않게 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도체 내에는 불순물, 결함, 그리고 이온들의 진동으로 격자 구조가 완벽하지 못해 전자가 충돌을 하게 되고 열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네스는 도체의 온도를 상당 수준으로 낮추면 이온들의 진동 폭이 줄어들어 급기야 저항이 불순물과 결함만으로 결정되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헬륨이 액체상태가 되는 극저온에서 금속 수은의 저항을 측정해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4.2K에서 저항이 아예 사라지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오네스가 발견한 수은의 초전도 현상이다. 이 업적으로 그는 1913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20세기 초반에 등장한 초전도 현상은 과학자들에게 매력적인 주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전기저항이 0이라는 전기적 성질만이 과학자를 초전도 연구에 끌어들이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보통의 도체에서도 나타나는 전자기유도 현상과 비슷해보인다. 코일에 자석을 가까이 가져가면 코일에는 유도 전류가 생겨 자석의 자기장과 반대 방향의 자기장을 만들어내 자석을 밀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체의 전자기유도와는 다르다. 왜냐하면 초전도체의 내부 자기장은 완전히 0이기 때문이다. 이를 가리켜 완벽한 ‘반자성’을 띤다고 말하며,‘마이스너 효과’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이런 성질의 초전도체를 과학자들은 어디에 응용하고자 할까. 오네스는 센 자기장을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보통 영구자석을 통해 만들 수 있는 자기장의 세기는 2T(테슬라) 이하로 제한돼 있다. 그래서 코일에 큰 전류를 흘려 자기장을 생성하는 전자석을 이용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문제는 심각하다. 도체에서 발생하는 열의 양은 전류의 제곱과 저항에 비례한다. 따라서 무조건 전류를 세게 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전자석의 크기가 어마어마해져야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완벽한 해법이 아니다. 큰 전자석을 만든다 하더라도 저항의 세기가 코일 길이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리코일 대신 초전도 코일을 사용한다면 전기저항이 0이기 때문에 열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바로 이것이 오네스의 생각이다. 이런 오네스의 초전도 코일이 이용된 것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차세대 교통수단인 초전도 자기부상열차다. 레일에는 전자석이, 열차 바닥에는 초전도 코일이 들어있다. 초전도 코일을 통해 강한 자기장을 얻어 레일과 열차 바닥이 서로 밀어내거나 끌어당겨 시속 5백km이상으로 공중에 떠서 앞으로 나아간다. 이 속도는 비행기와 맞먹을 정도다. 그러나 운행에 필요한 에너지는 비행기의 절반 수준. 현재 이 분야의 연구는 일본이 가장 앞서있다. 1962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다양한 시범열차를 만들어 실험중이다. 그러나 아직 언제쯤 실용화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마술같은 초전도 현상이 우리 생활에 도입되지 못하고 21세기 들어서까지도 과학자들을 애먹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현상이 극지방에서조차도 상상하기 어려운 낮은온도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분야의 과학자들은 실제 지구 환경과 비슷한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유지하는 물질을 개발하고자 한다. 그러나 초전도 현상이 처음으로 명쾌하게 설명된 이론에 따르면 이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1957년 미국의 물리학자 바딘, 쿠퍼, 그리고 슈리퍼는 자신들의 이름 첫자를 딴 BCS 이론을 발표한다. 절대온도 0K 부근에서 아무런 외부 자기장이 없고 전류도 흐르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전자들은 쌍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자유전자가 격자 구조를 이루는 두개의 양이온 사이를 통과하면, 양이온을 전자 쪽으로 끌어당긴다. 즉 양이온 격자 구조에 약간의 찌그러짐이 생긴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찌그러짐이 음파 형태로 전달돼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자유전자를 끌리게 한다. 이렇게 처음 자유전자의 이동으로 다른 자유전자가 이끌리게 돼 이루는 쌍을 ‘쿠퍼쌍’이라고 부른다. 마치 무도회장에서 잘 안무 받은 무희의 쌍처럼 자유전자들은 둘씩 서로 짝을 이뤄 스텝을 밟는다. 그러나 보통 도체의 경우 자유전자를 붐비는 무도회장에서 춤추는 아마추어 무희에 비유할 수 있다. 이들은 무작위적으로 운동하기 때문에 서로 간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BCS 이론에 따르면 초전도 현상은 금속이나 그 합금에서만 나타나며, 절대온도 25K를 넘어설 수 없다. 온도가 높아지면 쿠퍼쌍이 깨지기 때문이다. 이 결과는 더이상 과학자들에게 초전도 현상에 대해 꿈을 가지지 말라는 신호탄과도 같았다.
1987년 미국 알라바마 대학 연구팀은 뮐러와 베드노르즈의 합성물에서 란타늄을 이트리움으로 대체해 절대온도 92K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았다. 뮐러와 베드노르즈가 달성한 30K의 온도는 BCS 이론이 제시하는 25K와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아, 많은 과학자들은 30K에서의 초전도체는 BCS 이론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여전히 BCS 이론이 확고하고 명쾌한 이론일 것으로 의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92K에서의 초전도 현상은 과학자들이 더이상 눈 가리고 아옹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이제 그들은 새롭게 초전도 현상을 바라봐야만 했다. 동시에 과학자들은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성을 띠는 물질을 발견하는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절대온도 92K는 보통 냉각제로 쓰이는 액체 질소로도 얻을 수 있는 온도다. 고급 바에서 칵테일 값을 지불하는 정도에서, 이제는 일반 슈퍼마켓에서 우유나 맥주를 사는 돈으로도 실현이 가능해진 셈이다. 이 당시 92K라는 기록적인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실현시킨 알라바마 대학의 우 교수에게 어떤 기자가 언제쯤 초전도체가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인가를 물었다. 이때 그는 “향후 1-2년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 교수의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고온 초전도체는 새로운 장애물을 뚫고 지나가야 했다. BCS 이론으로는 더이상 고온 초전도체를 설명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어떻게든지 BCS 이론을 보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예 전혀 새로운 이론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있다. 1987년 이후 초전도 현상을 나타내는 온도가 점점 올라가 현재에는 1백38K(-1백35℃)에서도 가능해졌다. 점점 그 온도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초전도체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은 온도에서도 가능한 이유가 무엇인지, 또 무엇이 초전도성을 띠게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따라서 어떤 물질이 초전도성을 보이는지를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기에 초전도 현상이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실온에서도 가능한지도 알 수 없다. 아직은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고 있는 수준인 셈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대학원생이던 조셉슨은 두개의 초전도 물질 사이에 전기가 흐르지 않는 유전체를 끼어 넣어도 쿠퍼쌍이 이동함으로써 초전류가 흐를 수 있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것은 일종의 양자 터널 현상인데 쿠퍼쌍은 두개의 전자로 구성되므로, 각 쌍은 전자 전하의 두배를 운반한다. 이 현상을 ‘조셉슨 효과’라고 하고 이러한 장치를 ‘조셉슨 접합’이라 한다. 조셉슨 접합의 특징은 아주 작은 자기장도 감지할 수 있다는 것. 지구 자기장의 약 1천억분의 1에 해당하는 10-15T의 자기장도 측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단위의 자기장을 측정할 수 있다는 성질이 어디에 쓰일 수 있을까. 바로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다. 자기공명영상, 영문으로 보통 MRI라고 불리는 장치가 조셉슨 효과를 이용해 인간 내부를 조사하는데 쓰인다. 어떻게 가능하다는 것일까. 인체의 대부분은 물이다. 물은 원자로 구성돼 있는데, 원자 하나하나는 미세한 자기적 성질을 가진다. 실제로 MRI는 물 성분 중 수소가 가지는 자기적 성질을 이용한다. 그래서 인체 내 조직 상태에 따라 변화되는 물분자의 자기적 성질과 그 농도를 측정해 영상으로 표현해준다. MRI는 1973년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의 핵자기공명영상(NMR) 연구실에 있던 로테버에 의해서다. 그가 보인 MRI는 기존의 X선을 이용한 장치가 가지는 방사능 노출의 위험이 없을 뿐 아니라, 인체 내 어떤 연한 부위 조직도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해주었다. MRI는 어떤 질병의 원인이 되는 뇌 부위가 어디인지 등 인간의 건강을 위해 쓰이고 있다. 초전도체가 의학에서 먼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그러나 자기부상열차나 MRI와 같은 교통, 의학 분야에서 보여주는 초전도체의 가능성은 일부일 뿐이다. 조셉슨 효과를 적용한 미세 자기장 측정 장치는 지질 탐사나 항공기 구조물의 균열을 검사할 수 있는 비파괴 검사에서도 이용되고 있다. 컴퓨터 소자에서도 초전도체가 사용될 전망이다. 반도체 기술은 지난 30여년 동안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발전돼 왔다. 그리고 꾸준히 개선돼 앞으로 15년 후에는 현재보다 약 1천배의 집적도를 갖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집적도에서 한계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소자의 높은 전력소모로 인해 약 1.1GHz(기가헤르츠 = 109Hz) 이상의 속도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도체 소자에서 빠른 속도를 원할 경우 전력 소모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도체를 초전도체로 대체하면 열에 의한 소모가 없기 때문에 아주 적은 전력을 소모하며 수백 GHz 이상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초전도의 초고속성과 저전력성을 이용한 전자회로의 개발은 일찍이 1970년대부터 미국과 일본에서 시도돼 왔다. 그러나 아직 상업화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기술로는 수 GHz를 넘지 못하며, 반도체 기술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주도로 일본과 유럽에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기술에 비해 초전도 기술은 약 1백배의 속도를 갖고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전력 수송 분야에서도 초전도체가 연구되고 있다. 고온 초전도 물질로 전선을 만들면 더 많은 전류를 나를 수 있어서 전력수송의 효율이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전류수송 기기가 더욱 작아질 수 있다. 도체의 저항이 단면적에 반비례한다. 만약 구리 전선대신 초전도선으로 대체되면 전선은 20배 이상 가늘어질 수 있다. 과학자들은 초전도 현상에 대한 이론을 발전시킴과 동시에, 어떤 새로운 물질이 보다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성을 띠게 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만약 상온에서 가능한 초전도체가 개발된다면 20세기에 불었던 반도체 혁명을 능가하는 세상으로 뒤바뀌지 않을까. |
대량생산 가능한 고분자 초전도체 | ||
고려대 최동식 교수팀 세계에서 두번째로 합성 성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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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최동식교수(화학과)와 서광석교수(금속재료공학부)가 새로운 초전도물질을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이 개발한 것은 고분자 계열의 초전도체다. 만약 고분자 초전도체가 실용화된다면 초전도가 주도하는 ‘제3의 산업혁명’은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고온 초전도체들은 세라믹 형태로 제작되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어렵다. 세라믹 초전도체는 박막이나 선재와 같은 형태로 제작된다. 그런데 고온에서 굽기 때문에 수율이 떨어진다. 곧 생산능력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10-20cm의 초전도 전선을 제작하는데 1주일이 소요된다”는 세계적인 고온 초전도학자 폴 추박사(미국 휴스턴대 초전도연구소 소장)의 말에서도 그런 점을 엿볼 수 있다. 고분자 초전도체는 세라믹 초전도체와 달리 액체상태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압출선형이 뛰어나다. 결국 생산성이 좋으므로 산업화가 용이하다. 이점이 바로 고분자 초전도체의 매력이다. 1970년대에 처음 예언돼 0.2K의 SN계열 고분자초전도체가 개발된 바 있으나 그후 20여년간 침묵을 지켰다. 이번에 세계 두번째로 고려대에서 개발한 고분자 초전도체는 15족13족원소(PNGa)들로 만들어졌다. 최동식교수는 “현재 임계온도가 6K밖에 되지 않지만 고온 고분자초전도체를 개발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다른 금속을 넣으면 임계온도가 달라지는데, 이를 통해 개선하면 고온 고분자 초전도체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 우선 고분자의 구조를 밝혀야 한다. 또 고온에서 초전도현상을 보여야만 실용화가 가능한데 아직 임계온도가 너무 낮다. 이를 위해 현재 고려대팀은 이번에 합성한 고분자 초전도체의 구조 분석을 위한 후속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
새 초전도체 발견 | ||||
이붕소화 마그네슘, 원료획득-가공 쉬워 각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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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아오야마-가쿠인대 아키미쓰 준 교수팀은 마그네슘 디보라이드(MgB2)라는 아주 단순한 물질이 -234℃(절대온도 39K)이하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실 -234℃는 초전도체로는 그다지 높은 온도는 아니다. 최고 온도가 -139℃에 이르는 세라믹 화합물 고온 초전도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자들이 흥분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물질에서 초전도성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물질은 원료를 쉽게 구할 있을뿐더러 물성이 뛰어나 상용화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세라믹 초전도체는 깨지기 쉬워 전선으로 뽑기 어려운데다 원료도 고가여서 응용의 폭이 좁았다. 마그네슘 디보라이드는 현재까지 발견된 초전도 물질 중 가장 많은 전류를 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이 물질을 응용한 초전도체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물리학과 페트로빅 교수팀은 마그네슘 디보라이드로 직경 160㎛의 초전도 전선을 뽑아 냈다고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보고했다. 포항공대 초전도연구단 이성익 교수팀도 초전도 마그네슘 디보라이드 박막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결과는 최근 미국 시에틀에서 열린 미국물리학회에서 발표돼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교수는 "마그네슘 디보라이드의 재료는 구하기 쉽지만 불순물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초전도체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며 "현재 우리는 이 물질을 만들 수 있는 우리만의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에 전 세계의 어느 연구팀보다도 앞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초전도체는 전류가 흘러도 저항이 전혀 없는 물질이다. 따라서 에너지의 손실이 없이도 많은 전류가 흐를 수 있는 초전도 전선이나 박막이 실용화되면 핵자기공명영상(MRI) 자기부상열차 등에 필수적인 강한 자기장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이번에 단순한 화합물로도 초전도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물리학계에서는 마그네슘 디보라이드처럼 물성이 우수하면서도 보다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신물질을 찾는 연구가 붐을 이룰 전망이다. |
초전도선 만드는 방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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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연구원의 연구동에는 일반인들이 초전도의 기본적인 개념을 체험할 수 있는 소형 샘플장비부터 사업단이 목표로 삼는 초전도 전력기기를 개발하기 위한 갖가지 대형 장비가 가득 메워져 있다. 초전도체를 전기적으로 응용하기 위한 초전도선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금속계 저온초전도선의 제조 방법을 살펴보자. 저온초전도선은 금속의 길이를 연속적으로 늘려나가는 소성 가공을 이용한다. 예를 들어 처음 지름이 2백mm가 넘는 빌렛(공정을 가하기 전의 둥근 봉 형태)에 압력과 열을 가하는 등 다양한 가공 단계를 거치면 최종적으로는 지름 1mm에 해당하는 초전도선이 만들어진다. 이 선의 길이는 처음 길이의 4만배까지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초전도체 금속 자체만으로는 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압력과 열을 가하면 끊어지기 쉽다.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 구리와 같이 가공이 잘되는 금속으로 외피를 씌운다. 구리캔에 니오브-티탄(Nb-Ti) 합금 봉재를 삽입한 후 마개를 해서 빌렛을 만들고, 이 빌렛에 압력을 가하면서 구리와 니오브-티탄 금속을 화학적으로 견고하게 결합시킨다. 이 후 적당한 지름의 단심 봉재를 연필 모양으로 만들고, 이들을 다시 벌집 모양으로 직경이 2백mm가 넘는 대형 구리캔에 규칙적으로 채워 넣는다. 이런 다심 초전도선은 그 용도에 따라 채워 넣는 연필 모양의 단심선 수가 달라진다. 그 수가 많게는 수천개를 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다시 압력과 열을 가하면서 늘리면 지름은 계속 줄어들고 길이는 계속 늘어난다. 언뜻 보면 단순해보이지만 가공이나 선재 내부에 결함이 있거나 늘리는 속도, 윤활유 상태, 빌렛 내부의 선재 배치 상태 등 어떤 조건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초전도선은 가공 도중 끊어진다. 선이 끊어질 경우 구리선처럼 쉽게 이을 수 없기 때문에 버려야 한다. 또하나의 문제는 내부의 니오브-티탄심(필라멘트)이 끊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처음에 50mm 정도의 지름에서 출발했다면 최종 선재의 필라멘트 지름은 1-10μm(마이크로미터, 1μm=10-6m) 이하까지 줄어들기 때문에 5천-5만배 이상으로 지름이 줄어드는 엄청난 가공을 받아 필라멘트선이 끊어질 수 있다. 머리카락 굵기가 70μm 정도이므로 머리카락의 1/7-1/70 정도 이하로 극세선 가공이 이뤄진다는 말이다. 다심 초전도선의 단면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구리 금속 안에 수많은 필라멘트가 규칙적으로 촘촘하게 박혀있다. 그리고 그러한 필라멘트들이 최종 가공 단계에서 변동 자장 하에서 초전도선에 유도되는 교류손실을 줄이기 위해 트위스팅 작업을 거치면서 수mm로 서로 꼬이게 된다.
은 튜브 내부에 넣는 분말입자는 크기가 수μm 정도로 가늘고 입도 분포가 좁은 것이 가공에 유리하며, 조성이 일정할수록 특성이 균일한 선재를 만들 수 있다. 또한 분말에 불순물이 없어야 하고 탄소원자의 농도가 낮아야 한다. 분말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반응하면 탄소원자가 남아 나중에 열처리할 때 결정 조성을 불균일하게 만듦으로써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금속계 초전도선은 10km 이상으로 가공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고온초전도선의 경우 현재 2km 정도가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만큼 가공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고온초전도선은 여러 성분의 분말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필라멘트 내부에 공극과 불순물이 많이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로 금속계 초전도선에 비해 높은 밀도의 전류를 흘릴 수 없는 약점이 있다. 물론 가격도 니오브-티탄선에 비해 1백배 정도 비싸다. 하지만 최근 고온초전도선을 실용화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성능과 가격 면에서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머지않아 전기기기에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구리선은 초전도선으로 대체될 것이다. |
고온 초전도체 메커니즘 규명 | ||
가공 쉽고 비용 저렴해 각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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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체는 특정 임계온도에서 저항을 상실하는 성질을 갖기 때문에 전기 전도성이 ‘특별히 좋은 도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즉 전류는 물질 내의 방해물과 부딪치면서 나아가는 전자의 흐름이지만, 초전도체에서는 저항이 0이 되므로 에너지의 손실이 전혀 없이 전류가 흐른다. 따라서 초전도체는 자기부상열차나 초고속 컴퓨터, 무손실 전력선 등 산업 전반에 널리 사용될 것으로 기대되는 신소재다. 이붕산마그네슘이 초전도성을 띤다는 사실은 2001년 2월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의 아키미쓰 준 교수 연구실에서 발견됐다. 이 물질은 지금까지의 다른 금속성 초전도체에 비해 구조가 단순해 가공하기 쉬워 값이 싸다. 또한 보통 금속 초전도체는 20K(0K=-2백73℃) 이하에서 초전도현상을 나타내는데, 이붕산마그네슘의 경우 39K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고온 초전도체의 실용화를 앞당길 물질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이붕산마그네슘이 39K에서 초전도성을 띠는 이유는 기존의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이붕산마그네슘의 초전도성 메커니즘을 밝혀낸 최박사와 루이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이붕산마그네슘은 초전도현상을 일으키는 상태인 ‘초전도 에너지 간격’이 15K와 45K에 존재하며, 이 때문에 39K에서 초전도현상을 나타낸다. 미 데이비스 소재 캘리포니아대의 워런 피켓 교수는 “이 연구는 초전도체의 기본특성인 에너지 간격의 전체 구조를 최초로 밝힌 것”이라며 “초전도성에 대한 개념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