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부족하지만 답글 드려요.
미주 유럽 바이어들과의 업무 협업이라기 보다는 그들에게서 하청을 받아 오더를 진행하는 OEM이 중심입니다.
바이어와 다이렉트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에이전트를 끼고 업무를 수행합니다.
흔히들 벤더라고 하지만, 어찌보면 바이어-에이전트(벤더)-벤더(팩토리)라고 하는게 맞을수도 있겠네요.
팩토리라는 말처럼, 제조 중심입니다. 진행할 오더에 대한 디자인, 스타일, 컬러, 원단, sku 등등 모든 건
바이어로 통해 전달되며 그 기준에 맞춰 생산을 진행하고 제때에 선적시키는 일이 봉제의 해외영업이지요.
ODM 업체도 있으나, 생각보다는 많지 않은것 같구요...
업무강도와 스트레스는 님이 글을 보셨다면...그게 진실입니다ㅎ
왜냐하면 을의 입장이면서 벤더는 모든걸 책임져야 합니다. 부자재업체나 원단업체의 사고, 샘플실의 사고, 생산사고 등
그 정점은 벤더이기에 뒤치닥거리나 수습은 벤더가 해야하지요. 이 말은 즉슨, 벤더가 모든 일을 관리해야 한다는 겁니다.
책임이 엄청나죠.
에이전트 또한 자기들도 바이어로부터 자기들이 관리하는 벤더들이 진행한 오더금액의 커미션을 먹고 사는지라...
어떤 오더를 진행한다면, 모든 프로세스에 관여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chase...협박...잔소리...꾸증...등등
스트레스 요인은 무척이나 다양하고 상당합니다.
박봉이라고 하지만...어느정도 규모가 갖춰진 회사이면 결코 적지 않은 연봉을 받으실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한세나 세아는 인센티브나 보너스를 합치면 4000만원 가까운 혹은 넘는 연봉을 받으실수도 있을겁니다.
(제가 그 회사 재직자는 아니이기에 확답은 아닙니다^^;;)
그 외에도 대표적인 기업으론...연매출 1억불 이상 하는 기업을 꼽아보면...노브랜드, 한솔, 한일합섬(합병 후 사명이 바뀐걸로 압니다), 풍인, 약진통상, 태평양, 미래와사람, 지지무역, 리무역, SG, 신성통상, 신원 정도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더 많은, 내실을 갖춘 기업이 많을 것입니다.
저는 왜 님께서 봉제를 하시려는지 궁금합니다. 허나 이 일을 선택하시겠다니 제가 느낀 장단점을 말씀드려볼께요.
<단점>
1. 위에 말씀드린데로 챙길것도 많고 그에 비례하는 업무량에 대해...퇴근시간은 9시즈음 퇴근하면 칼퇴근이라고 하고...보통은 10시~11시...일이 좀 있을때는 휴일도 반납하고 일하는 업계가 봉제입니다. 저는 한달에 31일도 출근해보았습니다. 휴가는 2박 가본게 전부입니다. 열이 40도까지 올라가는 날에도 출근해서 샘플 발송하고 저녁 8시에 조퇴 했었습니다.
2. 저 또한 봉제를 했었지만...일 자체는 싫지 않았습니다...재미도 있었고...허나 개인적으로 저는 디자이너를 하고 싶었기에
퇴사를 했다가...피팅도 안되는 저주받은 몸뚱아리와 능력 부족등의 이유로...결국 봉제로 다시 복직을 하는 놈입니다. 이전 회사보다 더욱더 안좋은 연봉과 복리후생에 출근하겠다고 싸인을 하며 생각이 든것은...돈 이나 복리후생등 물질적인 것보다는 앞으로 제 생활이 없어지는 것에 앞날이 깜깜합니다...
3. 에이전트와의 관계...에이전트에 계신분들이 보실지도 모르지만...속된 표현으로 겁나 쪼아됩니다...에이전트의 과, 차, 부장 급 이상되면 벤더만큼 혹은 봉제에 대해 더 잘 아나...1년~2년 된 에이전트들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마구잡이로 쪼아될때는 탈모가 생길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봉제를 하다보면 중요한것중 하나가 납기입니다. 가끔가다 되도 않는 빡빡한 스케쥴로 무리한 요구를 할때면 참...힘듭니다.
그런데 그게 저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닌...원단 컨버터들이나 부자재업체, 패키지업체 등 여러 업체가 저와 같은 힘을 내주는 것이 아니기에 제대로 맞물려 일이 풀리는 경우는 드물다고 봅니다. 일부 벤더의 경우에는 위에 해당되는 직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지만 비슷비슷 할겁니다. 위에도 계속 언급해 드렸지만 일이 틀어지면 자연스레 압박과 스트레스로 작용됩니다.
4. 자기계발의 시간이 많이 부족합니다. 운동도 하고 싶고, 부족한 회화도 공부하고 싶지만...하루 16시간 18시간 씩 일하다보면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 혹은 학원을 다닌 다는 것은 꿈도 못꾸게 되지요. 물론 독한 분들은 다들 하십니다만^^;;;
<장점>
1. 영업이라는 말대로 사람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것도 엄청나지만 반대로 사람때문에 일이 재밌어지고 애착이 생기기도 합니다.
저는 사내놈이면서 회사를 관두기로 결심하고 송별회날 제 위에 과장님과 이사님 앞에서 질질 짰습니다. 무척이나 예뼜던 제 담당 에이전트와 헤어짐도 무척이나 슬펐습니다.^^;;;;;;
각설하고, 너무나 가족같은 분위기는 자연스레 일에 대한 애착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가족같지 않은 분위기면 언젠가 다들 도태 되버릴 것이라 생각하기에...자연스레 빡센 업무환경에도 유대가 형성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2. 일하는 만큼 인정 받습니다. 보험이나 자동차 등 face to face sales가 아니며 일한만큼 돈을 버는 개인사업자도 아니지만...어느 바닥보다 입소문이 빠르고 인맥이 중요한 업계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떠나서 누군가에게 인정 받는 다는 것은 저에겐 큰 보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인정 받기도 쉽습니다. 꼼꼼하고 액션 빠름 대성 할 수 있습니다.^^;;;
3. 재미있습니다. 솔직히 일 자체는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든 옷이 미주, 유럽 시장에 팔린다...미국에 여행을 갔는데 저번시즌에 오더 받은 제품이 매장에 풀렸다...이처럼 결과물이 바로 보이기에 재미가 있습니다. 보람도 있지요. 그런데 이런게 스트레스와 업무강도에 가려져 재미를 잊을 때가 많기도 합니다만...어찌됐던 간에 저는 재미있었습니다. 치를 떨었다면 다시 봉제로 돌아올 생각을 안했겠지요(배운게 도둑질이라는 말도 맞긴 맞습니다.^^;;)
4. 비젼있습니다. 솔직히 섬유사업은 사향 사업입니다. 몇십년 전 우리나라 경제를 먹여살린 대들보 같은 사업이지만, 십수년 전부터 사향 사업이라고 낙인 찍혔고 현재도 값싼 인건비와 노동력으로 무장된 중국, 동남아 지역등 개발도상국으로 많은 부분 이전된 사업입니다. 하지만 비젼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벤더의 경쟁력은 최저가격에 최고의 품질을 갖출수 있는 소싱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그 부분에서는 세계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영업사원으로서 제 이름의 신용만으로도 오더를 수주 할 수 있는게 이바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멀하든 굶어죽지 않을 능력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하다못해 샘플실이라도 차리면 되고, 프로모션을 차려도 됩니다.
5. 사람을 안주하게 하지 않습니다. 매일의 사건, 사고는 물이 고여 썪는것을 방지해줍니다. 저는 일을 하며 이점이 가장 맘에 들었습니다. 항시 사람으로 하여금 적당한 긴장감을 가질 수 있음은 매일 무언가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함이고 역동성을 느낄수 있게 해줍니다.
이외에도 해드리고 싶은 말이 정말 많지만...너무 장황하게 쓴것 같아 이만 줄이겠습니다. 단답으로 드릴 수도 있었지만 최대한 제 경험을 토대로 설명드려야 옳바른 선택을 하실수 있기에...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아봤습니다.
글을 마치며 벤더로서 필요한 능력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외국어, 꼼꼼함, 임기응변, 순발력, 재치...그리고 거짓말을 잘해야 합니다.
그럼 이만~
첫댓글 야... 멋진 말씀이시네요.
와~ 제가 지금까지 봤던 글중에 가장 잘 쓰신 것 같아요.. 근데 다시 돌아오신다니.. 안타깝습니다. ㅠㅠ
제가 꼭 몸 담고 싶은 곳!! 저 좀 데려가 주세요.
전 이번에 푸쿠라는 일본의류수출 업체에 들어가는데.. 넘 걱정되요. 악덕기업이라는 소문도 있던데...
저도 벤더에서 근무를 했던 일인으로 정말 공감합니다... 에이젼트 mr과 메일같이 싸웠지만 그래도 그만큼 재미도 있죠... 이제 2년차접고 3년차 들어서려고 하는데 정말 일 못해먹겠다.. 이말 자주하지만.. 그래도 제가 계속 몸담고 있는이유.. 정말 재미있죠... 하지만.. 난중에 제 자식이 이일한다고하면 방에 묶어서라도 못하게 할겁니다.. 스트레스가 너무 많고.. 자기시간도 너무 없네요... 10시 반에 퇴근했다가 욕먹고 대리하고 싸우고... ㅎㅎ;;;
이 업계에서 일 하시려면 에이전트끼고 일하는 벤더보다는 바이어와 다이렉으로 하는 회사가 더 나을 거에요.. 저도 지금 그쪽에서 일한지 3년됐구요!
흠... 눈물이 나는군요... 전 8시에 간만에 퇴근하면 기분이 너무 좋아 잠도 안오더라구요...ㅎㅎ
저두 이직을 생각중에 있습니다. 처음엔 재있겠다 시작했는데.. 이건 머 완전 죽을쌍이더군요..미래도 부정확 하고..
1년~2년 된 에이전트들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마구잡이로 쪼아될때는 탈모가 생길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이부분에서 빵터졌어요... 아까부터 계속 웃기만하네요 ㅋㅋㅋ 아... 그리고 마지막 거짓말을 잘해야한다는데 완전공감합니다 ^^ 글 넘 잘쓰셨네요 ㅋㅋㅋ
저도 메이저 벤더에 다니고 있습니다만...정말 부서별로 차이는 있습니다. 타겟이나 월마트의 경우...행복하죠. ㅎㅎㅎ상대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