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문외한의 <크레센도 반 클라이번>감상기
토요일 교주님과 임윤찬이 1등한 ‘반 클라이번 콩쿠르’ 기록영화인 <크레센도 반 클라이번>을 보러갔다. 원래 일산에서 하는 것을 보려했는데 이젠 끝물이라 일산 영화관에서는 모두 종영돼 강변CGV까지 갔다. 이것도 오전 9시 반에 하는 것 하나 밖에 없다고 했다.
늦는 것보단 아침을 근처에서 먹고 보는 것이 나을 듯해서 휴일임에도 늦을까 7시 반에 집을 나섰다. 덕분에 길이 막히지 않고 잘 왔다. 주차하고 보니 건물전체가 잠에 든 것처럼 보였다. 에스컬레이터는커녕 엘리베이터도 운행하지 않는다.
찾아보니 10층 영화관으로 가는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그것도 하나만 운행 중이었다. 일단 건물 내에서는 음식점이 없을 듯해서 옆에 있는 동부터미널로 갔다. 그곳은 아침임에도 분주하다. 역시 터미널이구나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식사를 하고 영화관으로 가서 표를 바꾸고 커피나 한잔할까 했는데 교주님이 ‘3시간짜리라 아무래도 마시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혹시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는지 물어보니 없다고 했다. 헉... 3시간을 꼼짝없이 견뎌야 한다니
그래서 커피 마시는 것은 포기하고 그래도 극장에 왔으니 팝콘은 국룰... 팝콘 파는 곳에 갔더니 무인주문기를 이용하란다. 많이 익숙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긴장... 팝콘을 보니 중자, 대자, 그리고 포대가 있다. 중자는 5000원 대자는 5500원으로 500원 차이다.
왜 이렇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500원차이니 대자로 샀다. 사고 보니 크긴 크다. 사고 나니 교주님이 왜 큰 것을 샀냐고 뭐란다. 500원 차이밖에 나지 않아 그냥 큰 것으로 샀다고 했다. 영화가 영화인지라 상영시간 동안에는 별로 먹지 못했다.
이 영화는 원래 2시간짜리인데 임윤찬이 준결에서 연주한 리스트의 ‘초절기교연습곡超絶技巧練習曲’실황장면을 1시간 넣어 3시간짜리로 만든 것이다. 갈 때부터 걱정이 됐다. 상영시간이 3시간짜리라는 것에 클래식 문외한이 어떻게 견딜까 하는 압박감이 컸다.
결론으로 말하면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어제 잠을 설쳐 ‘초절기교연습곡’상연 부분에서 잠시 깜박했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봤다. 2시간 기록영화부분에서 1등 당선자에게 조금 더 초점을 맞춰주고 분량을 더 할애했으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결론으로 말하면 임윤찬의 개인적 성향 때문 더 분량을 뽑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극히 내성적인 18살 청소년이고 말도 어눌하고 인터뷰도 한국말로 할 정도로 영어도 잘 하지 못하니 많은 분량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다.
이 영화를 보며 놀란 것은 12명 준결선에 올라간 연주자 중 한국 연주자가 4명이나 포함됐다는 것이다. 1/3이 한국인 연주자라... 결과적으로 결선에는 1명밖에 오르지 못했지만 우리나라의 클래식 수준이 높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됐다.
오늘 ‘초절기교연습곡’을 연주하는 임윤찬을 보면서 ‘저 나이에 저런 경지에 오르려면 얼마나 노력해야 할까’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직도 여드름이 가시지 않은 앳된 얼굴에서 저렇게 피아노를 칠 수 있다니, ‘초절기교연습곡’ 마지막 부분의 손가락 놀림은 경외 그 자체였다.
저렇게 치면서도 실수 한 번도 없었다니... 준결에서 ‘초절기교연습곡’을 연주하는 것을 본 참가자 대부분은 임윤찬이란 거대한 벽을 ‘넘기가 쉽지 않겠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이번 우승자는 임윤찬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을 것 같다.
문외한이 봐도 정말 대단한 연주였다.
참, 임윤찬이 인터뷰할 때 계속 자기 선생님을 언급했다. 그래 스승을 이리도 많이 언급해주는 제자를 둔 선생님은 얼마나 기쁠까? 그 스승은 어떤 분일까 정말 궁금하다.
에피소드 1 : 러시아 안나 게뉴시네가 은메달을 땄다고 발표 됐을 때 소리내진 않았지만 열심히 박수를 쳤다. 처음 소개했을 서른한 살로 이미 한명의 자녀를 두고 한명은 뱃속에 있다고 했다. 저런 상황에서 어떻게 연습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마지막 6명에 들 때도 정말 반가웠는데 2등을 했다니...
그녀가 그랬다. ‘자기는 금메달을 따 그것에 대한 추억을 만들려고 참가한 것이 아니고 자기가 준비한 것을 모두 보여주기 위해 참석했고 그것을 이뤘다’고 했다. 참 아름다운 마음이고 진정 경선을 즐긴 사람이 아닐까 한다.
에피소드 2 : 오늘 전체 관객이라고 해야 10명도 안됐다. 우리가 조금 일찍 들어갔는데 그때만 해도 우리 밖에 없었다. 잠시 후 어떤 나이든 분이 오더니 우리 바로 앞좌석인 것을 확인하고는 방해될 것 같다고 하면서 아무래도 관객이 없을 것 같으니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 건국전쟁은 사람이 꽉 찼다고 한다.
궁금하지 않은데...
에피소드 3 : 강변CGV에서 잠시 옛날로 돌아가 봤다. 1998년 상영을 시작한 강변CGV는 우리나라 최초의 멀티플렉스Multiplex 영화관이다. 이 영화관을 내가 정림건축에 있을 때 설계했다. 이 영화관을 설계하기 위해 동남아에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견학도 했다.
돌아보니 강변CGV를 설계할 때가 생각난다. 이것 외에도 분당CGV 등도 설계했다. 그런데 준공하고 나서는 이곳에서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공사할 때 가보고는 오늘 처음 간 것이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랬다. 아마도 교주님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다.
<초절기교 연습곡>
https://namu.wiki/w/%EC%B4%88%EC%A0%88%EA%B8%B0%EA%B5%90%20%EC%97%B0%EC%8A%B5%EA%B3%A1
첫댓글 저도 영화를 보면서 본선진출 12명 중 4명이 한국인이라 놀랐는데... 다른 콩쿨에서도 그렇다 합니다~
임윤찬의 연주는 전대회 우승자가 선우예권이라 연이어 한국인이 수상하는 부담을 이겨낼 정도의 실력이었습니다
20년을 들어온 최애곡 라흐3번에 이런 부분이 있었나? 할 정도로 새롭고 창의적인 해석이 돋보였습니다
조성진 만큼이나 오랫동안 사랑받는 연주자가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