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카라는 카트만두에 이어 네팔 제2의 도시이다.
페와 호수 주변에는 휴양, 관광시설이 즐비하다.
또한 안나푸르나, 마차푸차레 트레킹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포카라에서의 마지막날이 네팔의 홀리축제일과 겹쳐버렸다.
인파는 몰리고 교통은 통제되고..
네팔인과 외국인 관광객은 얼굴과 몸에 형형색색 색가루로 분칠하고 연신 몸을 흔들어댄다.
그 춤사위에 30분 거리가 2시간 거리가 되는 마법이 펼쳐졌다.
교통 통제에 답사를 일찍 접고 이른 저녁을 먹는다.
혼자서 삼겹살 구워먹기는 생전 처음인데 또 그걸 네팔에서 해내고 있다.
네팔식 소주 반 병과 네팔 맥주 한 병으로 소맥을 제조한다.
불판 위에 올려진 고기는 국적에 상관없이 평등한 결말을 맞는다.
식사가 끝날 무렵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축제가 답사를 방해해서 꼬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놈의 비가 계속 온다.
숙소까지는 도보로 20분 남짓.
교통이 통제되어 꼬박 걸어가야 한다.
비는 1시간 넘게 계속 내렸다.
그 사이 소주 반 병과 맥주 한 병이 더 내 몸 속으로 흘러들었다.
돌아가는 길에 비가 다시 내려 결국 물에 빠진 네팔 생쥐가 되었다.
아침 일찍 포카라 공항에 도착했다.
7시 15분 비행기로 카트만두로 향한다.
비행기로는 30분이면 될 것을 버스로는 10시간을 넘게 달려야 한다.
며칠 전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 버스로 약 11시간이 걸렸다.
대부분 산길에 반은 비포장에 곳곳에 도로 공사를 하고 있었다.
네팔인들의 삶을 엿보려고 굳이 버스를 탈 필요는 없다.
예약을 하고 보니 작년 비행기 사고로 한국인 부자(父子)가 사망한 예티항공이다.
비행기 사고하니 밑도끝도 없이 영화 '레인맨'의 더스틴 호프만이 생각난다.
카트만두 공항에는 9시 30분쯤 도착했다.
7시 15분 출발에 30분 비행이면 8시 전에 도착했어야 했다.
우리에겐 희한한 일이 네팔에선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인도 기차랑 네팔 비행기에는 연착이라는 DNA가 있다.
택시기사와는 흥정을 하지 않았다.
나랑 만난 것도 인연인데 그냥 달라는대로 주기로 처음부터 마음먹었다.
간 큰 사람이면 돈을 벌었을 것이고, 착한 사람이면 복을 받았을 것이다.
네팔국립박물관이다.
화요일이 휴관이고 월요일은 10시 30분부터 14시 30분까지 밖에 개관하지 않는다.
개관시각에 딱 맞춰 도착했다.
정면이 불교관, 향좌가 힌두관, 향우에는 자연사와 민속관, 화폐관이 있다.
빨리 본다고 봤는데 세 시간이 순삭되었다.
박물관을 나오니 택시기사가 두 손을 높이 들고 박수치면서 환대한다.
이건 좀 과한데..
택시기사는 내가 몰래 도망간 줄 알았단다.
이 짜슥이 날 뭘로 보고. 짐도 택시에 다 있는데..
이후 택시기사는 한 번도 두 손 들어 박수를 쳐주지 않았다.
스와얌부나트 불교 사원이다.
원숭이가 많아서 몽키템플이라는 별칭이 있다.
인도 원숭이에 비하면 얘들은 양반 중에 상양반이다.
부다나트 스투파.
거대한 스투파, 바람에 나부끼는 타르쵸, 쉼 없이 돌아가는 마니차 순례길..
불교의 나라가 힌두교의 나라가 되었지만 여기에서만은 확연히 불교의 나라다.
두 눈 부릅뜬 부처님 앞으로 스님들이 지나간다.
스티브 잡스의 위대함이 어김없이 증명된다.
가다 돌아서서 다시 한 번 눈을 마주친다.
언제나 눈길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고 다짐해본다.
파슈파티나트 힌두교 사원.
인도 바라나시와 비슷한 광경이다.
삶과 죽음을 달리 볼 필요도 없고 죽음을 두려워 할 이유도 없는 것이겠지만...
힌두교 수행자들이 사진 모델이 되었을까..
사진 모델이 힌두교 수행자 코스프레를 하는 걸까..
10분을 지켜봤더니 답이 스스로 나를 찾아왔다.
박타푸르 더르바르 광장.
더르바르는 궁전이라는 뜻이다.
15세기에 건립된 궁전, 사원, 광장이다.
입장료에 깜짝 놀랐다.
1,800루피, 우리 돈으로 18,000원이다.
2015년 네팔 지진 이후 아직도 복원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데 여기에 일조하리라 믿는다.
냐타폴라 힌두교 사원.
세계문화유산인데 1층까지 자유롭게 올라갈 수 있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아무래도 통제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나도 잽싸게 올라와서 로얄동 로얄층의 뷰맛을 본다.
오늘의 답사는 요까이.
오늘 저녁은 네팔식 한국소주는 생략하고 네팔 맥주만 시켰다.
밥 나오기 전에 마시는 맥주 한 잔은 선녀 옷을 훔치는데 성공한 나무꾼의 짜릿함과 비등비등하지.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을 시켰다.
혼자 답사를 하면 점심을 안먹는 습관이 네팔까지 전염됐다.
지금 문득 드는 생각, 기사님은 점심을 드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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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3. 25.
길 떠나는 답사객, 무애
첫댓글 간단명료해서 좋습니다.
심플 이즈더 베스트!
디카시 읽는 것 같다
간단명료
할 말은 다하면서...
디카시..일본말인 줄 알았구만요~
와 좋습니다 !! 네팔에서 한국식당엘 ... 혼자서 여행 하시나봐요! 페와 호수에서 보이는 안나푸르나 준봉들 가운데 뾰족한 봉우리가 마차푸차레 봉이죠!! 사진은 옛날을 회상하며 찾아보았습니다 ( 새벽의 페와호수 ㅎ) 주답에 야주가 빠지면 서운하죠 저도 그렇습니다
벌써 다녀오셨군요~
사학도 대선배님답게 주답야주의 도를 아시는군요.
혼자서 다니는 중이군요. 그저 부러울 뿐이고 조심해서 다니시오.
그대도 방학 때 훌쩍 떠나보시우~
넘 좋아요!! 흥미진진에 새로운 배움까지... 혼자 깔깔거리며 글 읽고 사진보고.. ㅎㅎ
오늘 아침 유쾌와 부러움으로 가득찹니다..ㅎㅎ
아란두님도 이제 점점 해외출국 자유부인의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지유?
함께 다니는 듯합니다. 가만히 듣습니디.
택시 조수석, 옆자리 텅텅 비었는데..
또르님이 함께 있다고 생각할게요.
「혼자자 산다」 출연 섭외 들어올듯~
너무 멋집니다
벌써 홀애비 냄새 폴폴 풍기면시로 다니고 있지요.
마애님도 별의 순간이..
그저 부럽단 표현 밖에,,,
안전, 건강하세요
혼자의 즐거움도 나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부럽고 또 부럽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감상 잘했습니다.
혼자가 부러우신거요, 술이 부러우신거에요?
당연히 둘다겠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