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신:18일 오전 11시 30분>
"김수규 서울YMCA회장의 전격 사퇴는
개혁욕구 악용한 보수파들의 사전모의"
지난달 30일 김수규 서울YMCA 회장의 퇴진이 간사들의 개혁적 요구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개혁욕구를 악용한 보수지도층의 사전계획에 의해 추진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YMCA(이하 서울Y) 간사 35명 등 직원 130여명(이하 지도자)은 지난달 15일 서울 Y 서초지회 강당에서 전체지도자 결의대회를 열고 김수규 회장을 탄핵한다는 탄원서에 서명하고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일부 지도자들은 영문도 모른채 참석, 탄원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9월 9일 창간한 YTIMES 창간식에 참석한 김수규 서울YMCA 회장<왼쪽에서 네번째>이 축하떡을 자르고 있다. /NGO 타임스 이정민 기자
이날 대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일부 체육부 지도자들은 결의대회가 왜 열리는지 모른채 나왔지만 평소 김회장의 지시일변도식 독선적 업무처리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면서 지도자들의 개혁적 욕구와 맞물려 서명에 적극참여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표용은 이사장이 주도, 국장들과 사전 회의
결의대회 다음날인 지난달 16일 김윤식 서울Y 기획행정국장 등 세 국장이 김수규 회장을 찾아 불신임 의사를 전달하자 김 회장은 "지도자들의 요구인 만큼 내가 버틸 명분이 없다"며 이사회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같은 탄핵결의 과정이나 사퇴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와중에 표용은 이사장이 김수규 회장 퇴진을 위해 여러 차례 회의를 가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97년 4월 회장으로 선임된 김수규 회장이 2001년 재신임됐고 100여년 역사에 중도퇴진은 없었던 전례에 비춰 2004년까지는 임기가 보장돼 있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김수규 회장은 표용은 이사장에 의해 추천됐기 때문에 큰 과실만 없다면 무리없이 4년임기가 보장됐다는 게 주변의 얘기이다.
서울 Y 한 관계자는 "김회장이 최근 각종 사업집행뿐 아니라 정책결정 과정에서 대표권한을 둘러싸고 표 이사장과 마찰을 빚었다. 표이사장과의 불화가 김회장의 퇴진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표 이사장이 김윤식 국장 등 세 국장을 수시로 만나 김회장의 퇴진을 논의하거나 지시했다"고 말했다.
간사들, "100년 기독교사회운동 처음 있는 일" 격분
이 관계자에 따르면 8월 12일 서울 마포 G호텔에서 세 국장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김수규 회장을 그만두게 해야 할 것 같다. P모, C모 이사 등 두 사람에게 알리고 동의를 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이들 세국장은 8월 19일과 9월 2일 각각 P모 이사와 C모 이사를 만나 표 이사장의 '김회장 퇴진계획'의사를 전달했다.
▲ 지난 9월 15일 김수규 전 서울Y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간부들이 회장실에 들고 들어갔던 소형 현수막
ⓒ Ytimes
표 이사장은 9월 3일 이들 세국장을 만나 자신이 노르웨이에 출장간 사이 퇴진운동을 벌여 자신이 개입되지 않은 것처럼 꾸밀 것을 지시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날 표 이사장은 퇴진 결의 날짜를 자신이 귀국하는 날인 23일로 하지 말고 16일로 할 것을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결의대회가 15일 있었고 16일 세 국장과 김회장의 담판으로 김회장이 사표를 쓰는 쪽으로 기울었고 결국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사표가 수리됐던 것.
이같은 표 이사장의 회장퇴진을 위한 사전계획에 대해 15일 결의대회에서 탄원에 연서명한 일부 지도자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 표이사장이 자신이 내세운 회장을 사전 계획에 맞춰 퇴진시켰다는 것이고 서울 Y의 핵심 간부인 김윤식 국장 등 세 국장이 이사장의 계획에 동조,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는 점이 기독교 시민운동단체 활동가로서 순수성을 저버렸다는 것이다.
"표 이사장 측근 김윤식 기획국장, 신임회장 내정"
표 이사장은 88년부터 14년동안 서울 YMCA이사장직을 하고 있으며 정년(70세)이 되는 내년 목사직과 함께 서대문중앙감리교회와 기독교방송(CBS)의 이사직을 그만두게 돼 있다. 그러나 서울 YMCA의 임기는 연임에 제한이 없고 3년마다 한번씩 총회에서 선출하도록 돼 있어서 그동안 사실상 종신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1일 열릴 예정으로 있는 이사회에서는 차기 회장으로 표 이사장의 측근인 김윤식 국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식 국장은 지난 18일 서울Y 서초지회의 체육시설 확장 개소식때 이미 신임회장에 선출된 것처럼 대외에 알려져 지도부쪽에서 사전에 이미 김국장을 신임 회장으로 내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지도부의 비자금 관리와 관련이 있으며 이 비자금관리를 모 국장이 관리했으므로 이들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표용은 이사장과 김윤식 국장은 이같은 김수규 회장퇴진 사전 계획설에 대해 "이미 퇴진한 사람을 두고 왜 자꾸 그러는지 모르겠다. 퇴진운동은 간사.지도자들이 서울 Y 개혁차원에서 한 일이다. 김회장 퇴진과 관련해 사전에 계획을 갖고 만난 적은 결코 없으며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김수규 회장 퇴진 관련 일지
- 8월 7일: 서울 마포 가든호텔 L 모이사와 상의
- 8월 12일: 오후 6시30분 서울 마포 가든호텔. 표용은 이사장 김윤식 강태철 권태근 국장. 표이사장,"P모 이사와 C 모 부이사장을 만나 퇴진계획을 전하라"지시
- 8월 19일: 오후 7시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털호텔, 김윤식 국장 등 세 국장, P이사 만나 이사장 의사전달.
- 9월 2일: 오후 7시 C모 부이사장실에서 김윤식 국장 등 세국장, C 부이사장 만나 이사장 의사 전달
- 9월 3일: 오전 8시 서울 마포 가든호텔 표용은 이사장과 김윤식국장 등 세 국장. 표 이사장,"김수규 회장 퇴진일자를 23일 예정에서 16일로 앞당겨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는 2주간 일정의 세계감리교 실행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23일 귀국하면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1시30분 서울 플라자호텔 김윤식 국장 등 세국장 이석하 이사 면담. 표이사장 지시 전달.
- 9월 13일: 간부 연찬회
- 9월 15일: 오후 6시 서울 Y 서초지회 강당에서 130여명의 간사 및 지도자들이 참석, 지도자 결의대회 개최. 탄원서 연명부 작성. 김수규 회장 퇴진 결의.
- 9월 16일: 김윤식 국장 등 세 국장 김수규회장 만나 담판, 불신임안을 받아들일 것을 종용
- 9월 23일: 표용은 이사장 귀국
- 9월 24일: 9시30분 서울 가든호텔 표이사장,김윤식 국장 등 세 국장 경과보고. 12시 표이사장 김수규 회장 면담. 표이사장 "왜 사표를 냈느냐? 버티지 않고" 발언
- 9월 30일: 정기이사회 만장일치로 김수규 회장 사표 수리
<제2신 :10월18일 오후 9시>
서울Y 간사들, 표용은 이사장에 언론보도 해명 요구
표 이사장 "무례한 직원들 앞에서 답해 줄게 없다"
18일 오후 7시 서울 YMCA 2층에서 열린 서울 YMCA 개혁과 발전을 위한 토론회는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기도문이 낭독되는 순간 여기 저기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토론회 중간중간 울먹이는 여간사의 절규에 주위에서는 눈물을 닦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한 여간사는 "더 이상 버틸힘이 없다. 10여년 여러 형태의 운동을 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Y의 모습에서 다시 절망하고 더 이상 어떻게 해나가야할지 모르겠다"라고 울먹였다. 이날은 김전 회장 퇴진이후 제도개선위원회 첫 회의가 열리는 날이었다. 모두들 나름대로 개혁을 위한 고민을 털어놓으려는 자리였으나 이날 낮에 나간 보도로 인해 참석한 50여명의 간사들 대부분이 Y 운동에 대한 도덕적 자괴감같은 것을 드러냈다.
7시 토론회가 시작되자 언론에 보도된 김수규 회장 퇴진에 표용은 이사장이 개입돼 있다는 설에 대해 확인을 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종남 간사는 "현재 6층 지란방에서 표용은 이사장과 이사,국장 간사 회원등이 모여 회원확장 중간보고 회의를 하고 있으니 회의중간에 오늘 있었던 보도내용에 대해 사실 확인부터 하자"고 제안했다. 다른 간사는 "오늘 오전부터 YMCA 인트라넷을 통해 표 이사장에게 사실 확인을 위해 질문했으나 이 시간까지 답변이 없으므로 직접 만나는 수 밖에 없다"며 면담에 동의했다.
이에 약 30여명의 간사와 취재진이 7시 20분쯤 6층 지란방으로 갔고 잠깐의 제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곧바로 회의장에 진입했다. 이날 모임은 하반기 회원 모집 및 확장운동 중간 보고회 자리였고 식사중이던 표이사장과 간부 40여명은 모두 놀라고 당황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일부는 식사를 중단했지만 일부는 고성이 오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식사를 계속했다.
김종남 간사가 곧바로 "오늘 이곳에 찾아온 이유는 표 이사장님의 진실을 듣기 위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간사는 "주님의 이름으로 진실을 말해주십시오. 주님께 맹세코 사실대로만 말해주십시오" 라며 절규하자 표 이사장은 "이것봐요. 나가요. 식사중에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당신 Y 직원 맞아요?"라며 손을 내저었다.
이에 김종남 간사는 "사실여부만 말씀해주십시오. 사실입니까?"라면서 시민의신문에 보도된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김간사가 읽어 내려가는 도중 누구하나 실력으로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고 그냥 묵묵히 듣고 있었다.
다른 간사들이 "회원확장을 위한 회의이기 때문에 우리도 이곳에 와 할말이 있다"며 "이번 김 전회장의 사퇴에 표이사장의 계획이 있었는지만 말해달라"고 다시 재촉하자 표 이사장은 "이곳에서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직원들앞에서 시민재판, 여론재판식으로 몰고가는데 누가 말할수 있겠느냐"며 무례함만 탓했다.
김윤식 국장도 "보도내용이 모두 사실이냐"는 김종남 간사의 수 차례 물음에 "여기서 대답할 수 없다"고만 말했다.
한 간사가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서울Y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회원확대를 어떻게 할수 있겠느냐"고 묻자 표이사장은 "하기싫으면 그만둬요. Y 직원이 당신네뿐인줄알아"라고 쏘아붙였다.
후배들의 '거사'에 아무도 나서지 않자 신종원 시민개발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젊은 간사들이 용기를 내어 50년 동안 Y 활동을 한 표 이사장에게 진실과 개혁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며 "오늘 보도된 내용은 이미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이 문제를 규명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시민운동의 원류인 Y의 위상은 땅에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표 이사장이 모든 것을 밝히는 것이 Y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라고 신부장은 주장했다. 이에 조기흥 부이사장(평택대 총장)이 "사형수도 죽기전에 밥을 먹이고 죽인다.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해도 되는 거요?"라고 무례를 탓하며 식사를 계속했다.
이어 표 이사장은 "내가 기독교방송 노조에 몇 년간 휘둘리고 대항하며 기소도 당하고 있다. 이렇게 무례한 행동을 노조처럼 행동한다면 Y의 직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질문에 대답안한다"며 계속 무례함만 탓했다.
이어 표 이사장은 "이것으로 폐회한다"며 "남은 시간 (회원확장에) 열심히 해주시기 바랍니다"며 인사를 마치고 회의장을 총총히 사라졌다. 표 이사장이 이날 직원들의 회의도중 항의성 방문과 비판적 질문을 받아본 것은 14년여의 재임기간동안 처음이었다는 게 직원들의 얘기다. 표 이사장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쉽사리 직원들의 개혁적 요구 사항을 들어줄 것 같은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아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직원및 간사들은 표이사장 주재의 '회원확대 중간보고 회의'가 끝나자 다시 2층 친교실로 내려가 개혁과 발전을 위한 8대 과제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제3신:10월 19일 오전 9시>
표용은 이사장, 21일 긴급이사회 소집 서울Y 새회장 선임
개혁적 직원들과 신임회장 선임놓고 지도부와 충돌할 듯
서울 YMCA 이사회가 오는 21일 신임 회장을 뽑는 긴급 이사회를 열 예정이고 이 이사회에서 신임회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김윤식 국장이 신임 회장으로 선출될 예정이어서 서울Y 개혁적 직원들과 이사진 등 지도부와 충돌이 예상된다.
이번 이사회는 실무자들이나 간부들도 모른채 이사들에게만 전화를 통해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정관의 이사회 규정은 일주일전에 서면 등으로 알리는게 관례인데 서울Y의 정관에는 사전공고기간 등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어 이같은 이사회 소집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Y의 전체 간사및 지도자들은 19일 오전 10시 서울 Y 2층 친교실에서 개혁과 발전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한편 표 이사장이 이사로 있는 기독교방송도 21일 신임 대표이사를 뽑기 위한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다. 표용은 목사(서대문중앙감리교회)는 자신의 측근인 권호경 목사를 다시 사장으로 세우기 위해 최근 서면투표를 실시했으나 무산되자 이사회 소집통지문을 자신을 이사장명의로 발송, 권한 위반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