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속에 소주 퍼마시면 한순간에 뻑~~이 갈 수도 있을텐데..
더구나 요즘 술다운 술 안 마셔봤기에..
그래서 돼지고기 앞다리살 구워먹고 우유도 한잔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시간맞춰 부산행 직행버스타고 하단에 내려 칭구에게 폰때리니 근처 노스페이스 매장 앞으로 오란다
땅부자집 아들 날라리꽈는 정말 날라리 같이 입고 있었다..우연히 내려다본 빛나는 구두코
나는 저렇게 광내고 구두신어 본게 언제였던가..그래도 내 운동화가 세련되고 편안해 보였다
근처 아구수육집으로 들어가니 왠 우리 보다 젊은여자가 인사를 한다
아~~~ 쟤가 내 펜팔녀? 근데 아니다
보나마나 내 남친 날라리꽈의 새 여친일 것이다
고교시절 궁중무술도 하면서 성격 무던하던 녀석은 왜 그렇게 변해 버렸을까
자주는 못만나지만 40대때부터 간혹 만나면 항상 내연의 관계녀가 붙어 있었다
은근 깐깐한 저거 와이프는 남편빼앗길까봐 우리의 접근 조차도 싫어했었다
한번은 하도 전화를 싸가지없이 받길래 그당시엔 성격이 불같았던 내가 칭구집까지 찾아가서 따진 적도 있었다
나는 착한 남자다 건실한 대한민국 공무원이다 내가 당신 남편을 타락시키나 오랜 칭구사이인데 칭구가 오랫만에 칭구찾는데
당신은 왜그리 남편칭구 전화를 매너라고는 없이 드럽게 받냐 오죽 분했으면 내가 찾아오기까지 했겠냐
지금 생각하면 너무 무례하고 황당하지만 그땐 내 성격도 그랬었다
우리는 그랬다..저렇게 독하게 남편 챙기면 뭐하나? 좋은거먹고 진국은 밖에서 딴뇬들에게 다빼주고 오는데? 라고
셋이서 술을 마시고 있자니 한참뒤에 40년전 나의 펜팔녀가 문을 빼꼼~~ 열고 들어온다
아~~~~ 세월의 무심한 파도는 나만 탄게 아니었다
50대 후반의 이혼녀..모습부터 힘들고 초라해 보인다
그래도 우리는 예전 그대로 라는 둥 꽃할배, 꽃할매라는 둥 하면서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구라를 쳐댔다
이야기 속에 밤은 깊어가고 소주병은 쌓여가고 여자들도 남자들 못지않게 소주를 잘도 퍼마신다
시골친정집에서 아부지가 딸 팔자가 불쌍해서 땅 팔아서 돈도 주고 장차 돈이 될만한 일부 촌땅도 증여해줬고
큰아들은 의료계통에서 맞벌이부부해서 그런대로 걱정없이 사는데 작은아들이 아직도 비정규직으로 떠돌다가
그 어렵다는 공무원셤 준비중인데 운동선수 출신인고로 영어가 많이 딸려서 걱정이랜다
조리사로 일해서 한달에 백오십만원 정도 벌어서 작은아들하고 살았는데 큰아들 애기를 당분간 백만원씩 받고 키워주기로
했는데 힘들고 다소 지겹다는 이야기도 한다
술마시다가 우연히 그녀의 머플러를 보았는데 너무 컬러도 유치하고 싼티가 난다
그래서 니 생일이 언제고? 하고 물어보니 2월달이랜다 그래서 내년 니 생일때는 내가 백화점에서 억수로 이쁜
머플러 하나 사줄께 했었다 영문도 모르고 좋아라 한다
나는 요즘도 스탠드빠가 있는줄 그날 처음 알았다..양주마시고 전자오르간에 맞춰 노래도 부르고 몸치가 춤도 추고..미쳤어 미쳤어
다시 노래방으로 옮겨서 맥주마시면서 노래부르고 놀다보니 술이 너무너무 취한다
칭구의 그녀..당돌녀가 오랫만에 옛연인들이 만났으니 지가 모텔방 하나 잡아준다고 같이 자란다
ㅋㅋㅋㅋ 내가 아직도 그녀를 함부로 대하고 싶지 않은걸까?
아니면 나의 남성호르몬이 고갈되어 여탐이 없어진걸까?
아님 그녀랑 원나잇스탠하기엔 그녀도 나도 서로가 전혀 먹음직스럽지 않고 너저분한걸까?
암튼 나는 새벽 1시30분경에 슬며시 빠져나와서 3만원주고 택시타고 집까지 왔다
그리고 어제 하루는 진종일 내안에 가득찬 술과의 전쟁을 혹독하게 치루었다
어제 저녁 그녀에게서 카톡이 왔었다..만나서 반가웠고 시간나면 다시 만나 밥 한번먹자!! 라고..
줄여서 총평을 하자면
꽃다운 나이에 만났던 남과 여는 그냥 안 만나는게 낫다!!에 한표를 던진다
전혀 엉뚱한? 목적은 없었지만 변해버림이 낯설었고 지나간 세월의 흔적을 본다는게 나는 슬펐다
내가 남자라서 그렁가..늙어버린 여자를 본다는건 늙어버린 남자를 보는것 보다 한 오백배는 더 마음이 아리고 아프더라..
이만 총총..
(이 이야기속의 내 남자칭구와 나의 펜팔녀는 같은 동향 소꼽칭구이며
내 남자칭구가 고딩시절 나에게 그녀를 소개시켜줬었다 그녀는 예쁜 필체로 서정적으로 편지를 잘썼고
우리는 한 몇년 아주 건전하게 펜팔하다가 몇번 만났었고 기약도 없이 헤어졌었다)
@몸부림 가꾸지 않아서가 아니고
30대 후반 이었는데
머리카락이 없어졌어요.
그에겐 미안한 마음이지만
황당했지요. ㅎㅎ
펜팔의 추억까지
'추억이 몸부림 칠때~'
겠습니다
적당히 실감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뭐든 으아~~~~ 몸부림치면서 살아봅시다 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 진짜 저도 백밀러에 비치는 남은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흘리면서 운전한적 있어요
영남학파의 거두 구봉님의 추종자들이 님의 콜을 기다리고 있는데..무정한 님은 언제나 오시려나?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