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막 제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많은 희소식들 중 지금의 것은 슬픈 소식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알리는 소식이니까요. 많은 분들이 그분의 쾌유를 위해 기도해왔습니다. 그 분이 아직 이 땅에서 할 일이 많이 남아 있고, 가정을 위해서도 또 바나바훈련원을 위해서도 그 분이 더 필요하다구요. 하지만 이것은 이 땅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바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늘나라에서 그 분을 더 필요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 분은 이 쪽 저 쪽에서 하나님의 일에 필요를 채워주는 부속품! 맞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그는 하늘나라로 홀연히 떠났습니다.
제 휴대폰 문자 메시지는 이렇게 그분의 소천 소식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부고:김정호 목사님의 고애경 사모님 오늘 29일 새벽 6시경 천국 입성. 안양샘병원장례식장. 발인예배 7월1일 오전중 바나바훈련원. 장지는 청원군 공동묘지. 사모님을 아시는 주변 분들에게 소식 전달 부탁합니다. 바나바훈련원"
잠시 뒤, 고애경 사모님의 남편 되시는 김정호 목사님의 이름으로 죽음을 알리는 문자가 또 들어왔습니다.
"사랑하는 아내 고애경 사모가 오늘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빈소는 안양시 샘병원입니다. 발인은 7월1일 오전 10시 바나바훈련원 예정입니다. 기도바랍니다. 김정호 목사"
죽음을 많이 접하고 사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40대 초반의 한 사모님의 죽음이 저를 슬프게 했습니다. 제가 아끼는 후배 목사님은 자신의 반쪽을 잃게 되었다며 애절해 했습니다. 하늘나라에 할 일이 무엇인지 연약한 인간인지라 할 수가 없지만 고 사모님의 소천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릅니다. 벌써 3년 전의 일이군요. 바나바 38기로 처음 충북 청원군 옥산면 금계리 바나바훈련원에 발을 디뎠습니다. 고애경 사모님이 구관(폐교 건물) 입구에서 접수를 받고 있더군요. 농촌 목회를 하고 있는 저는 문화의 소외지역, 연세 많은 노인들만이 맥없이 살아가는 땅, 농촌에서 젊은 사람들을 발견할 땐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제가 순간 착각을 했습니다. 여긴 농촌이라곤 해도 그 유명한 바나바훈련원이잖아, 교계에 영성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그 훈련원. 고애경 사모님은 그 훈련원에서 스탭으로 몇 사람의 몫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일인다역은 곤고함이 동행하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좋고 하고 싶은 하나님의 일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고 사모님은 그런 기색을 전혀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시종일관 밝고 맑은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목사인 나도 그렇지 않은데... . 부럽다고 순간 생각했습니다. 안으로 병인(病因)이 삶을 파고 들어가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말입니다.
사람들이 모이면 사람 평하기를 즐깁니다. 그것이 험담이건 아니면 칭찬이든 귀를 즐겁게 만듭니다. 그래선 안 되지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이야기 속으로 흡입될 때가 있습니다. 킁킁짱 이 원장님의 이야기, 왕 언니 홍 사모님에 이어 총무 김 목사님과 고 사모님도 이야기 안줏거리(?)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고 사모님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치 칭찬 일색이었습니다. 꼭 필요한 곳에는 항상 자리하고 있다는 이야기,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아 좋다는 이야기, 훈련원의 궂은일은 혼자 도맡아 한다는 얘기 등. 험담도 전염되듯이 칭찬도 그 비슷한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바나바훈련을 마치고 영적 에너지를 충전 받는 축복을 받았습니다. 마냥 늘어져 있던 목회를 새롭게 가다듬고 출발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훈련원에 집회가 있을 땐 가끔 참석해서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럴 때마다 사무실과 주방 그리고 훈련원 교실을 말 없이 지키고 있던 고 사모님을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얼굴이 건강하게 보이지는 않는다구요. 젊은 나이이지만 건강을 정기적으로 체크할 필요가 있을 성 싶어 조용히 얘기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 얼마 뒤, 고 사모님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것도 치료가 쉽지 않다는 '암'으로 말입니다.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바나바를 거쳐 간 수많은 목회자 사모 평신도들, 그리고 김정호 목사님을 아는 많은 사람들이 고 사모님의 쾌유를 위해 중보 기도했습니다. 저도 저희 교회 성도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예배 때마다 그리고 새벽 기도회 때마다 고애경 사모님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벌써 두 달 여 전이었군요. 2년 전 바나바 사모영성훈련에 참석해서 은혜 많이 받은 제 아내가 고애경 사모님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우린 바나바훈련원으로 전화를 해 놓고 무작정 그곳으로 차를 달렸습니다. 고 사모님은 훈련원 사택에 없었습니다. 서울 언니 댁에서 가료 중이라고 했습니다.
우린 식사를 함께 하고 고 사모님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황토벽돌집 사택에서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김 목사님은 얼마 전까지 무척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집착이 사람을 그렇게 힘들게 하더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고 그 힘듦에서 벗어났다고 했습니다. 인생에 대한 달관은 사람에게서 해방되는 것부터 시작되지 않나 싶습니다. 정말 김 목사님의 얼굴이 전에 비해 많이 평화로워보였습니다. 우리는 그런 김 목사님과 사모님을 위해서 기도하고 돌아왔습니다. 보고 싶은 고 사모님은 못 봤지만 김 목사님과의 대화는 저희 마음 한 쪽에 자리잡고 있던 짐을 내려놓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 사모님의 죽음은 우리를 슬프게 만듭니다. 천국 영생의 삶에 비하면 이 세상의 삶은 그야말로 순간밖에 되지 않는 시간입니다. 여기에서의 길고 짧음을 운위하는 것조차 부끄러운 일이 될 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고 사모님의 짧은 이 땅의 삶이 저는 슬픕니다. 마음이 애절해 옵니다. 제가 이러니 김정호 목사님은 어떨까요. 또 사랑하는 엄마를 일찍 보낸 딸 진주와 아들 홍섭이의 마음은 지금 어떨까요. 천국으로 간 아내와 엄마에 대한 감사한 마음 뒤에 숨어 있을 그들의 슬픔은 가히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저는 고 사모님을 완쾌시켜 주실 이유로 다른 것을 들지 않았습니다. 단 두 가지입니다. 바나바훈련원 사역을 위해서 그가 더 필요하다는 것, 어린 진주와 흥섭이 그리고 김 목사님을 위해 사모님이 꼭 나아야 한다고, 낫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떼를 썼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여러 사람에게서 고애경 사모님의 소천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가 속속 들어오고 있군요. 길지 않은 삶을 살았되 그를 애도하는 물결은 결코 얕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 사모님의 선한 삶, 베푸는 삶, 충성된 삶을 반영한 터일 것입니다. 고 사모님! 그동안 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값진 수고임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값진 수고는 하늘나라 상급이 크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천국 가셔서 그 수고 다 내려놓고 안식을 취하시기 바랍니다. 고 사모님으로 인해 남아 있는 저희들의 인생도 새롭게 허리끈을 동여매게 됩니다. 부디 부탁하오니, 마지막 사랑과 열정을 다 쏟아 부은 바나바훈련원 사역도 또 가정에 대한 염려까지도 다 내려놓으시기 바랍니다. 그것은 남은 우리의 몫임을 너무나 잘 압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고애경 사모님! 천국에서 만날 때가지 성별된 사람으로서 거룩함으로 주님께 계속 안부를 여쭙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고이 잠드소서… .
첫댓글 목사님 가슴이 아프내요 때로는 하나님께서 넘 야속하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어요 그런대 주님께서 나의 주권이다
이 음성을 듣고는 야속함도 원망도 할수가 없었어요 저도 남편 보내고 많이 아파하며 울었을때 주님의 음성니였어요
고사모님께서는 눈물 고통 없는곳에 가셔서 좋으시겠지만 이땅에 남은 목사님. 자손들이 안타깝지요
고애경 사모님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진주 엄마,를 알지.....
5년간 지켜본 진주 엄마는..
간간이 내 놓는 진주 엄마의 속 마음...
어쩌면 전 그의 아픔,고통,힘듬의 짐을 일부라도
덜고파 더 열시미 바나나 농장을 찾았는지도 모름니다.
미소와 강함속에 감추어진 한 아낙의
여리디 여린 모습,
자녀 사랑,남편 존중의
진주 엄마를 오래 맘에 담고 있을 검니다.
신장 결석에 당뇨로 자신의 몸도 추리기 힘든 김 정호목사님을
하나님이 어루만지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