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로 둘러 쌓인 에매랄드 빛 바다, 원시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순수 전통 가옥과 큰 눈을 깜빡이며 여행객을 맞는 필리핀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순수,
필리핀은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오랜 여운을 남긴다.
코르도바, 그리고 바디안… ‘남국의 여왕’이라 불리는 필리핀의 섬 세부.
- 리조트 천국, 막탄섬에서의 하루 -
한 겨울에 만나는 여름은 특별하다. 저녁 10시에 인천공항을 출발,
하늘 아래 총총히 박힌 별을 헤아리며 밤하늘을 나는 기분이
마치 양탄자를 탄 알라딘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30도 이상의 기온 차를 뚫고 다다른 필리핀의 막탄 공항.
습한 공기가 피부에 와 닿으며 필리핀의 여름이 몸 속을 파고든다.
현지 시간 오전 2시, 차를 타고 30여분 내달려 도착한 곳은
코르도바 리조트. 필리핀의 전통식 지붕을 얹은 원통형의
독립된 객실은 연인 사이에 밀어를 나누는데 제격이다.
파란 스머프들이 어디선가 불쑥 튀어 나올 것 같은 아기자기한 공간에서의
달콤한 하루. 필리핀 세부에서의 첫날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햇살 가득 창가에 스며들고, 부스스 잠에서 깨어나 코르도바 객실 앞에
마련된 티 테이블과 마주 했다. 가지런히 정돈된 정원 사이로 눈을 시원하게 하는
에메랄드빛 바다. 객실 옆으론 야자수 사이로 길게 늘어진 수영장이 운치를 더한다.
리조트 내 수영장은 24시간 개장, 해가 자취를 감추면 수영장을 비추고 있는
색색의 조명이 밤 수영을 더욱 부추긴다. 수영을 즐기다 출출할 땐
리조트 안에 특별히 마련된 라면과 초코파이 등을 비롯, 값싼 음식들로 허기를 채울 수도 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ages.khan.co.kr%2Fexclu%2F200406%2F470%2F2005030400022.jpg)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코르도바의 백미는 배를 타고 20여분 거리에 있는
와힐루뚜앙 섬으로의 일탈. 코르도바를 찾는 사람들은 4박 5일 코스 중
하루나 이틀을 와힐루뚜앙섬에 위치한 아일랜드&선비치 리조트에서 머문다.
갈매기처럼 바다 위에 날개를 편 필리핀 전통 목선 ‘방카’를 타고 와힐루뚜앙섬에 도착.
여행객을 가장 먼저 반기는 건 필리핀 어촌 마을의 아이들이었다.
나무와 벽돌로 대충 쌓은 듯 보이는 초라한 단칸방, 낡을대로 낡은 옷에 얼굴에는
모래 먼지를 뒤집어 쓰고, 이곳의 아이들이 가진 것이라곤 바다와 나무가 전부다.
어느 것 하나 내새울 것! 없는 이들이지만 세상 모두를 가진 듯한 아이들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날 줄 모른다. 낯선 여행객들에게 스스럼 없이 ‘하이’라고 인사를 건네며
이내 수줍은 듯 고개를 떨구는 아이들의 큰 눈에선 무소유의 자유와 순박함이 묻어난다.
필리핀 전통 어촌 마을 사람들의 세간을 힐끗힐끗 훔쳐보며 걷다보면
아일랜드&선비치 리조트까지의 10여분 거리가 더욱 짧게 느껴진다.
바다를 향해 난 긴 다리에서 드넓은 바다를 향해 깊은 숨 한번 내쉰 다음,
와힐루뚜앙섬의 야외 레스토랑에서 바비큐로 허기를 채웠다.
본격적인 바다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 와힐루뚜앙섬에서 배를 타고 10여분,
그곳에서 코르도바의 신비와 만난다. 수심 5m 깊이의 바다에서 즐기는 스노클링과
시워킹, 빵 하나 손에 들고 바다 속 열대어와 만나는 일은 또 다른 세상을 경험케한다.
야자수에 걸린 파란 하늘과 바다를 보며 무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지상 낙원, 세부. 천혜자원을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해양 스포츠가 여행객의
발길을 유혹하는 반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무한 자유가 그곳엔 있다.
- 산호가 아름다운 섬, 바디안 -
와힐루뚜앙섬에서 신나게 놀다보니 어느덧 저녁이다.
코르도바 리조트에서 마련한 필리핀 민속 공연을 관람하며 저녁을 먹고
세부 본섬 시내 투어에 나섰다. 조양은이 즐겨 찾았다는 필리핀의 카지노도 경험해보고,
한국의 롯데리아와 같은 필리핀의 패스트푸드 체인점 ‘졸리비’에서 햄버거도 먹고,
단돈 몇 천 원으로 산 열대 과일 한 보따리에 흐뭇해 하며 리조트로 돌아오는 길.
필리핀 전통 맥주인 산 미구엘 한 병으로 하루를 마감하며 필리핀의 정서에 더욱 흠뻑 젖어들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ages.khan.co.kr%2Fexclu%2F200406%2F470%2F2005030400024.jpg)
다음날, 육로를 이용해 3시간여 세부섬 남쪽으로 시내를 관통해 달려간 곳은
바디안 리조트. 왼쪽으로는 끝없이 이어진 바다가 조용히 손짓하고,
오른쪽으로는 '드래곤 테일'이라는 이름처럼 마치 용의 꼬리를 연상케 하는
가지런히 이어진 작은 봉오리들이 산을 이룬다. 배를 타고 3분여, 여행객들을
가장 먼저 반기는 건 리조트의 종업원들이었다. ‘웰컴’이라는 말과 함께 종업원들이
걸어주는 꽃 목걸이와 더운 날씨의 갈증을 확실하게 풀어주는 시원한 열대 과일 펀치.
필리핀에서 즐겨 볼 수 있는 흰꽃 칼리투치의 짙은 향이 오래도록 몸에 베어 떠날 줄 모른다.
바디안 리조트는 세부에서 가장 유럽적인 리조트로 통한다.
이곳의 주인은 독일인 회계사와 그의 필리핀 아내.
지난 82년 110ha의 큰 섬에 여덟채의 집으로 시작된 리조트는 현재 12개의
주니어 스위트, 4개의 허니문 스위트, 18개의 디럭스룸, 16개의 디럭스 패밀리룸에
이르기까지 나날이 그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유럽인이나
일본인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한국에까지 많이 알려져 한국인 허니무너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에서 최근 2∼3년간 최고의 신혼 여행지로 사랑 받은
필리핀의 세부섬. 바디안 리조트에는 허니무너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색다른 무기가 준비되어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발견한 크고 작은 나무 밑둥에 걸린 노란 푯말.
그 속에는 바디안을 찾은 신혼부부의 이름과 함께 1989년, 2000년 등의 연도가 표시되어 있다.
머나먼 타국에 두 사람만의 나무를 심는 것. 결혼 10주년, 20주년…
바디안에 심어둔 ‘러브 트리’는 보기만 해도 신혼의 단꿈을 새록새록 일깨워줄 것만 같다.
리조트 어디에서도 TV라곤 찾아볼 수 없는 바디안. 바디안에서의 생활은 바깥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자칫 무료하지 않을까 싶겠지만 그건 오산. 바디안 리조트에서의
즐길거리는 무궁무진하다. 코코넛 나무로 둘러 쌓인 수영장 주변의 잔디에서 필리핀 밴드의
생음악을 들으며 신선한 해산물과 바비큐 등 세계 각국의 음식을 뷔페로 즐기는 먹거리도
그만이지만 바닷속 신비를 가득 안은 바디안의 해양 스포츠 시설 또한 깊은 인상을 남긴다.
다이빙과 스노클링을 비롯, 산소통 둘러메고 바다 탐험에 나설 수도 있고,
안전요원은 있지만 그래도 물이 무서운 사람들을 위해 바디안 리조트에서는 유리바닥배를
준비해두고 있다. 아름답게 보존된 산호 군락, 깊이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열대바다,
짧은 골프 코스, 아로마향으로 긴장을 푸는 스파, 섬을 건너가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가와산 폭포에서의 앗찔한 댓목탐험도 여행객을 유혹한다.
세부의 막탄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약 3시간. 여느 리조트와 달리
공항에서부터의 거리는 좀 먼 편이지만 헬기를 이용하면 리조트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을 30분으로 대폭 줄일 수 있다. 단, 비용부담이 커진다는 것이
단점. 그렇다면 갈 때는 헬기로, 돌아오는 길에는 필리핀인들의 삶과 자연 경관을 보다
가까이에서 구경하며 차를 이용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늘에서 필리핀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보는 것
또한 여행객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