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Second Day. 자매, 오르타쿄이로 향하다.
이스탄불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 자매는 눈을 떴을 때,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시원하게 찬바람을 쏟아내는 에어컨디션의 노고에 힘입어, 자매는 동반감기에 걸려버린 것이다. 앞으로의 여정이 걱정되는 타이밍.
깔깔한 목으로 잔 기침을 하며, 자매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그래, 이렇게 아플 때는 영양을 보충해야 한다. 자매는 간단하게 씻고,
아침을 먹으러 테라스로 향했다.
뷔페식으로 구성된 아고라의 아침식단.
에크맥 두종류, 슬라이스 햄 두종류, 치즈 두종류, 잼, 요거트, 오이, 토마토, 수박, 삶은 달걀, 시리얼에 우유, 커피와 차이, 오렌지
쥬스와 석류쥬스, 후식인 듯한 케익류까지. 정말 풍족한 아침이다. 접시에 맛깔나게 담아내는 아름다운 재주를 가지지 못한
자매이기에, 자매의 아침 접시를 공개하는 것은 넘어가도록 하자.
아고라는 큰 길가에서 안으로 한참 들어온 위치이기 때문에 테라스에서 자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붕과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마르마라해에 쏟아지는 햇살 아래 맞이하는 아침의 분위기는 매우 상쾌하다. 물론, 이 날의 이스탄불은 아침부터 타오르긴 했다.
분위기, 분위기가 매우 상쾌했다는 이야기다. 터키식 아침식사인 카흐발트는 만족스러웠고, 날은 쾌청한데 어찌 상쾌하지 않으리오.
※ 친애하는 동생의 초상권과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위해 스리슬쩍 가면을 씌웠음을 양해바랍니다. 색을 안 입혀서 귀신같네요..()
이틀 연속으로 에약할 수 있는 도미가 없어 첫날은 믹스돔, 둘째날은 여성돔을 예약했기 때문에, 아침을 먹은 자매는 도미로 돌아와
짐을 싸기 시작했다. 6인의 룸메이트가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8시 반경, 자매는 숨죽여서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애쓰며 짐을
꾸렸다. 하지만, 옷이나 빨래 등을 전부 비닐팩에 넣어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비닐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목감기
때문에 연신 기침을 해대며, 사부작거려 버려서 룸메이트들에게 무척, 무척 미안했다. 그렇게 짐을 싸는 와중,
옆 침대에서 자던 사람이 뒤척이는 기척에, 언니는 그를 깨웠나 싶어 그를 돌아보았고,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고개를 다시 돌렸다.
나는 이 게스트하우스가 매우 글로벌한 장소라는 것을 의외의 감각(?)으로 깨달은 것이다.
뭐지, 아침부터 강렬하게 과도한 살색은..!!
어째서 공용도미에서 빤쓰만 입고 자는거냐, 이 양놈아!! (당황스런 마음에 격해진 호칭;)
※ 자체 심의 모자이크 처리, 크게 그릴 수도 없었습니다;
과감하게 속옷차림으로 쩍벌한 채 자던 룸메이트는 우리가 나갈 즈음에야 벌떡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었고, 자매는 그저
묵묵히 배낭을 꾸렸다. 짐을 다 싸고 매트에게 배낭을 맡긴 뒤에, 아고라 게스트 하우스를 나선다. 시간은 9:10분, 예상보다 늦어졌다.
아고라 게스트 하우스 전경. 일반 주택가의 골목같은 느낌이다.
이번 여행은 두 사람의 여행이기에, 서로를 모델삼아 찍어댔다. 하지만, 수줍음*-_-*이 많은데다 스스로의 초상권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매이기에, 자매의 앞면이 직접 등장하는 일은 없으니, 친애하는 여러분의 소중한 안구는 안전합니다!! 안심하세요.
언니의 사진기는 NX10, 동생의 사진기는 LX3로, 여행기의 사진은 두 사람이 찍은 사진이 모두 활용될 예정이다. 그리고 언니의
사진에는 꽤 그럴싸한(?) 뒷테를 가진 동생이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자매의 사진찍기는 체력과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모든
과정을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다. 사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 부분에 글만 가득하다거나, 슥슥 그린 낙서가 있을, 그런 글을
여행기라고 쓰는 나란 여자;
자매는 이 날, 신시가지에서 노닐고 밤늦게 돌아올 생각이었기 때문에, 오전에 미리 내일발 괴레메행 야간버스를 예약해두기로 했다.
아고라의 매트에게 버스 에이전시를 소개받아두었기에, 어제도 왕복했던 길을 따라 트램역으로 향한다.
아무리 방향치라도, 세번이나 오갔던 길은 지도없이 오갈 수 있다. 여전히 언니는 으스대고, 동생은 비웃으며, 술탄아흐멧 트램역에
도착한다. 분명 트램역 근처에 있다고 해서 간판을 살피면서 왔는데, 트램역을 지날때까지 자매는 매트가 알려준 여행사를 찾지
못했다. 자매는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가며 다시 찬찬히 간판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다, 동생이 어! 하면서 손을 뻗는다.
발견한건가? 발견한건 맞지만, 그녀가 발견한 건 여행사가 아니라 매트ㅋ 아까 보고 나왔는데도 반가운 건, 그녀들이 그저 헤매고
있어서일까;; 매트는 그가 올라온 방향을 가리키며 영어로 설명해주었고, 언니는 동생이 알아들었을거라는 확신에, OK 해버렸다.
그리고 매트가 가고난 뒤에, 그녀들은 또 헤매었는데, 동생은 언니가 OK 하길래 알아들은 줄 알았다는 것.
그렇다, 이 자매는 세트로 바보다..(..)
그래도 일단 왔던 방향으로 되짚어가며 모퉁이로 들어서니 마니 하다, 결국에 에이전시를 찾아냈다. 분명 아까 올라올 때 지나온
곳인데 눈 네개를 다 뜨고도 못찾은 셈이다ㅋ
괴레메행 버스를 예약하고 싶다고 하자, 이것저것 영어로 응대를 해준다. 아, 중학교때부터 시작하면 12년이나 영어교육을 받았는데,
왜 실용영어는 귀에 쏙쏙 들어오지 못하고 겉도는걸까. 몇번이나 Excuse me를 반복해가며 예약을 마칠 수 있었다.
8시에 출발하는 버스이고, 여행사 앞에서 7시에 세르비스 버스를 타야한단다. 요금은 50리라. 자매가 10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원한다고 하자, 그 시간에 가는 건 Metro밖에 없다고 한다. Metro는 55리라, KENT는 그보다 마이너한 회사라서 50리라라는 것.
어차피 10시 메트로를 끊어도 약 7-8시엔 세르비스 버스를 타야한다고 들었기 때문에 자매는 그냥 예약을 하기로 했다. 괴레메행
버스도 예매했겠다, 에미노뉴에서 오르타쿄이행 바푸르를 타기 위해 에미노뉴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작은 횡단보도에 붙어있는 신호등. 파란불일때는 다리가 뚜벅거린다. 느낌이 좋다. 오늘 자매의 이스탄불 일정은 파란불이리라.
바푸르 출발시간은 10시 반이라고 들었었기에, 걸음을 서둘렀다. 그저 트램길을 따라 목적지-에미노뉴에 도착하는 것만 생각해서
주변을 둘러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트램레일을 따라 내리 걷기만 했다. 돌아와서 그 때를 생각하면, 그 순간을 좀 더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쉬워진다.
그렇게 도착한 에미노뉴에서 자매를 기다리는 고난과 역경!! 언니에게 에미노뉴의 이미지는 그냥 조그마한(..) 항구 정도였기 때문에
에미노뉴에 도착하면 떡!하니 티케팅하는 창구같은게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언니는 에미노뉴를 얕잡아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에미노뉴는 자매에게 멋진 카운터를 날려주었다. 아래는 멋진 카운터의 좋은 예.
그녀가 상상한 것보다 에미노뉴는 훨씬 넓었다. 그 오랜 시간 일정을 짜느니, 길을 찾느니 하면서 오르타쿄이행 티켓을 끊는 장소는
확인하지 않은 것은 순전히 언니의 실수:9
제톤기 근처에 있는 제복입은 직원분께 '오르타쿄이 쉽'이라고 하자, 그는 친절하게 우리에게 트램과 버스 타는 걸 알려주었다..
첫째날 언급하였듯이 이 언니, 근성있다. 언니는 그 쪽은 오르타쿄이행 배를 타는 곳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갈라타대교 쪽으로 더
간 곳에 있는 제톤기 옆 직원분께 재차 물었다. 이 분 또한 우리에게 트램타는 곳을 알려주었다... '오르타쿄이 노 쉽!' 이라고
쐐기까지 박으며. 언니는 좌절했고, 동생은 언니의 삽질에 쓴웃음을 지었다.
잠시간, 일련의 고뇌 끝에, 자매는 직원이 권하는대로 트램을 타고 카바타쉬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기로 했다. 두번째로 구매해보는
제톤으로 트램역에 들어섰고, 곧 트램역에 들어선 트램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여기서 자매는 또 한번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트램 안의 전광판에 뜨는 '카바타쉬행'을 의미하는 'Kabatas'를 '이번역은 카바타쉬'로 이해해서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버린 것이다.
게다가 급히 내리느라 동생은 내리지 못한 채 문이 닫히는 바람에 마구 열림버튼을 눌러 다시 상봉했다는 에피소드. 문은 닫히고,
동생은 유리 건너편에 있고, 트램 안의 사람들이 전부 우리를 주목하는 상황ㅋ
아마 그렇게 출발했어도, 시크한 동생은 다음 역에서 내가 오기를 기다렸을테지만, 그래도 헤어지지 않게 되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극적으로 내린 뒤에야, 자매는 그곳이 카바타쉬가 아니라 카라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음 트램역을 기다리며, 자매는 다급했던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한가해보이는 카라쿄이 트램역. 술탄아흐멧에 비해 사람이 적어 한결 한적한 느낌이다.
이스탄불은 어디를 가서 어디를 바라보아도 자미와 미나레를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도 어디를 가든
교회를 볼 수 있긴 하다. 건축물이 가진 역사적인 의미에서는 견줄 수 없겠지만, 그저 둥근 지붕과 탑이 우리에게 낯선 형태의
사원이라서 더욱 생경하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종교라는 건, 결국 그를 믿는 사람들의 생활 속에 자리잡게 되는건가보다.
뷰파인더 너머 이스탄불의 시가지를 바라보며,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함께 찍은 투샷ㅋ
다음 트램을 타고 이번에는 종점인 카바타쉬에서 내렸다.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하면서 '오르타쿄이' 키워드 하나로 물어물어 버스를
탔다. 버스는 처음 타본다. 입구에 돈 받고 거슬러주는 아저씨가 있다는 게 재밌다. 기름값이 비싸서일까, 절대 에어컨이 켜지지
않는 버스. 사진에 보이는 틈새창문이 이 버스의 에어컨이다. 버스는 씽씽 달렸고, 틈새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잠시 더위를 잊는다.
오르타쿄이에 내려섰을 때, 이젠 새삼스럽지도 않게 자매는 또 당황했다. 여긴 바다가 아니잖아!! 오르타쿄이=바닷가 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언니.. 에미노뉴에서 맞은 카운터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또 벙쪄버린다. 그래서 그저 길을 따라 정처없이
걸어간다. 세일 중인 옷가게 안을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햇빛이 덜한 곳을 골라 길을 따라 걸으며 골목을 기웃거렸다. 그리고 길을 따라 들어가자 골목길 사이로 바다가 나왔다. 부산에서 태어나, 바닷가 동네에서만 자라, 아직도 창밖을 보면 멀리 바다가 보이는 곳에 살고 있는데도 바다는 매번 반갑다. 그리고 바다가 보이는 길가를 따라 노점과 카페 등이 즐비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카페에서 잠깐 쉬어가기로 결정한 자매가 선택한 곳은 두구두구두구, 마도, MADO 다.
처음 먹어보는 돈두르마이기에, 두근두근 설레며 선택한 맛은 요거트, 초콜렛, 오렌지, 스트로베리. 주문 후 자매는 테이블에
놓여진 포장 물이 프리인가에 대해 심도있는 고민을 했고, 섣불리 손댔다가 돈을 지불할까봐, 물을 포기하고 여행일지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직원에게 "free?" 라고 물어봤는데, 말이 통하지 않았는데 옆 테이블의 손님들이 charge에 포함되는거라고
알려주었다. 역시, 이곳은 물은 돈내고 마셔야 하는 나라, 터키ㅋ
돈두르마 전문 체인점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돈두르마가 나오는 속도는 다소 느렸다. 그렇게 느지막히 도착한 돈두르마. 평소 음식
앞에 두고 사진 찍는 버릇을 들이지 못한 언니는 덥썩 한입 베어물고 나서는 아차 싶어 사진기를 들어올렸다. 양은 좀 적어서
찻잔만한 그릇에 담겨나온다. 가격은 10YTL. 후덜덜한 가격이다.
언니가 첫날부터 신시가를 일정에 넣은 이유는, 첫날이 일요일이기 때문이다. 일요일 오전 오르타쿄이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을
구경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마도까지 걸어가면서도 벼룩시장을 발견하지 못해서, 자매는 마도를 나서 다시 헤매기 시작했다.
빙글빙글 이 골목에서 저 골목으로. 이번에는 조금 여유가 있어 열심히 두리번거렸다. 가는길에 발견한 Bim 마트에서 레모네이드
페트를 사서 홀짝이며 걸었다.
구시가에서 물이 0.5YTL였는데, Bim 마트의 레모네이드가 0.6YTL라 Bim 마트에 대한 자매의 호감도가 상승한다.
레모네이드하나 들고 길을 따라 걷다보니 점심 때다. 오늘의 점심은 쿰피르! 아까 지났던 바다가 보이는 골목에 쿰피르 파는 가게가
즐비하게 늘어서있다. 어디서 먹어야 하나 고민하는 자매에게 손짓하는 아저씨의 가게를 선택하기로 한다. 이목구비가 또렷하신
것이 왕년에 여자 좀 울려보셨음직 하다ㅋ 가게 안의 액자에 끼워진 사진은 아저씨의 젊은 시절 사진인 듯 했는데, 과연, 짐작대로 영화배우처럼 잘생긴 청년이셨다. 이제는 미중년인 아저씨가 커다란 감자를 자매의 눈앞에 들어보이시고는 칼로 감자를 가른다.
그리고 토핑을 손으로 가리키며 우리 반응에 따라 넣기 시작한다. 소세지? 오케이. 피클? 매니매니, 굿. 올리브? 노노. 이런 식ㅋ
토핑은 몇개만 넣는다기보단 다 넣어주는 것 같다. 마지막에 요거트와 케챱, 치즈를 뿌리고 옥수수를 곁들이면 끝.
와! 정말 푸짐하기도 하다; 게다가 마도보다 싸다ㅋ
손에 받아들고보니 이 쿰피르 갓 찐 감자에 토핑한거라서 아주 뜨겁다. 이 쿰피르를 손에 들고 먹을 곳을 찾는데, 마침 쿰피르 먹기에
딱좋은! 나무 그늘 아래에 벤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더위에 지친 우리에게 고마운 그늘을 드리워주는 고마운 나무.
벤치에 앉아서 냠냠 챱챱 쿰피르를 먹었다.우왕ㅋ 맛있어ㅋ아까 샀던 레모네이드와 궁합도 좋은 쿰피르. 안에 토핑들이 감자와 잘
섞여서 맛있다. 그런데 이 쿰피르 너-무 양이 많다; 자매의 가족은 전체적으로 소식하는 편이라, 가족 다섯명이 닭 한마리 시키면
부족함이 없을 정도. 그렇기에 푸짐한 쿰피르의 양이 부담스러웠다. 동생이 하나만 사자고 하지 않았으면 언니는 아무 생각없이(...)
두개를 시키는 비극이 일어날 뻔 했다. 우리 옆 벤치에서 앉은 외국인들은 쿰피르를 인당 하나씩 들고 맛있게 먹고 있는데, 자매는
하나를 다 먹기도 버거웠다ㅋ 그렇게 먹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아 노점상들이 요기잉네?"
여기가 그 벼룩시장이었던 모양이다;; 천막 아래 노점들이 즐비하고 악세사리들이 가득하다. 아까 지나친 길이었는데 발견을 못한
자매;; 오늘의 교훈은 '눈이 네개라도 봐야 보배.'
벼룩시장은 규모가 그렇게 크진 않았지만 아기자기한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벼룩시장이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다는 소식을
접했었기 때문에 자매는 아이쇼핑만 하기로 약속을 했다. 그래서 눈으로 구경만 했다. 팔찌나 귀걸이, 반지 같은 악세사리류가
많았고, 머리장식도 많았다. 뒤쪽으로 낡은책을 파는 곳도 있는데, 언니는 책을 무척 좋아해서 반가워하며 달려가봤다.
예상한대로 대부분이 읽을 수 없는 책이다ㅋ
벼룩시장에서 본 나자르본죽으로 장식을 한 동물모양 유리세공품이 탐이났는데, 바자르에 더 싸게 팔거라며 사지 않았다.
(여행이 끝난 뒤에 자매의 쇼핑품목에 그런 유리세공품은 없었다ㅜㅋ)
여행 첫날이라 아직 소심함을 벗어던지지 못한 언니는 섣불리 사진 찍을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자매는 사진도 없이 벼룩시장을
구경하다가 발길을 돌렸다. 다음 우리의 목표는 돌마바흐체 궁전이다. 더위에 약한 동생이 이미 꽤 지쳐있었기 때문에 자매는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버스정류장에 선 버스에 대뜸 올라타서 묻는다. "돌마바흐체?" 아저씨는 손짓으로 우리에게 타라고 한다. 얼마냐고 묻자
일단 타라고만 하신다. 이 버스엔 돈받는 사람이 없어서 자매는 일단 자리에 앉았다. 모든 좌석이 둘씩 붙어있는 터키의 버스ㅋ
딴에는 지도를 보면서 정류장을 세어서 목적지에 내린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프린트 해온 지도를 펼쳤지만 지도에 버스정류장이
표시되어 있진 않았다; 방금 지나친 버스정류장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거리를 발견하고는 돌마바흐체에 다 왔나 물어보는게 낫다고
판단했다. 잠시 신호가 걸린 틈을 타 언니는 기사에게 다가가서 "돌마바흐체?" 라고 물었고, 기사님은 매우 우아하게 응대해주셨다.
아하하, 여기가 아닌거군요ㅋ 언니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로 돌아갔고, 기사님이 알려줄거란 생각에 안심이 됐다. 안 물어보고
그냥 내렸으면 한참을 걸어가야 했을만큼 정도의 거리를 더 달려서, 기사님의 신호가 왔다!
기사님은 내릴 곳을 표시해주시는 것 또한 매우 기품있으셨다ㅋ 자매는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며 돈을 지불하고 내렸다. 내린 건
좋은데, 또다른 문제에 봉착한 자매. 분명 길을 건너는 건 확실한데, 길 건너 양 쪽에 보이는 큰 건물이 두개인게다. 화살표가
자매의 위치. 신호를 기다리고 있고, 정면에 큰 담을 가진 1번과 둥근지붕을 가진 2번 건물이 보이는 상태이다.
마침 우리가 내린 버스가 신호에 걸려 우리가 선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는데, 두리번 거리다가 그 버스 기사님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한번 기사님의 호의로 방향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우리나라도 그렇겠지만, 나이 지긋한 버스기사분들과 영어로 대화하기는 힘들다. 우리는 오로지 행선지 하나만으로 소통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 "돌마바흐체" 한마디와 간단한 제스츄어만으로 이루어진 그 호의가 자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친절이라는 건 그렇게 거창한게 아니라, 필요할 때를 위한 아주 사소한 행동에서 시작되는 건가보다.
자매는 즐거워진 기분으로 나아갔다. 돌마바흐체 입구는 바로 들어갈 수 있는게 아니라, 검열대 같은 곳을 지나야 한다. 검열대를
지나면 사람들을 맞이해주는 돌마바흐체 궁전 입구의 위엄ㅋ
_ Second Day. 자매, 오르타쿄이로 향하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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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용량 때문에 한번에 안 올라가서ㅜㅜ 으앙ㅜㅜ 좌절좌절ㅜㅜ
블로그에 작성한 뒤에 붙여넣는데 문제 없을까요; 사진 안 뜨는 건 아닌지 걱정이 돼요ㅜㅜ
첫댓글 바로위 돌마.. 입구사진 정말 멋지네요. 꼭 왕궁입구같네요. 조각이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정교하고 ...꼭 직접 가보고싶네요. 근데 나는 왜 이스탄불에 1주일가량 있었는데 이곳엔 못가봤는지....
ㅎㅎ 정말 볼거리가 많더라구여..나중에 또 가보셔요^^
참 잼나게 후기를 쓰시는듯..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