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BAR)의 간판을 보니 익숙한 이름인 '라스베가스' 가 새겨져 있는데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에 웨트레스가 이방인인 나를 보고는 어서
오라 반겼다. 음식을 주문 할 것인지 포커 게임을 할 것인지 묻는데 '헉.!' 적잖이 놀라웠다. 잠들어 실수로 볼리나오에 오게 되었고 난생 처음 온 생소한
지역에서 영화 보다도 더 그럴싸 한 스토리 같이 앞서 샤먼의 말에 이끌린 이에나를 만났으며 거기에 더불어 규모는 작지만 이곳에서 내 숙명 같은
포커를 접하게 되다 보니 기분은 무척 묘 할 수 밖에 없었다. 웨트레스에게 이곳에 처음 오니 먼저 둘러 보겠다 말하고 바 안을 살폈다. 앞쪽은 레스토랑
겸 바이고 안쪽에 유리벽이 쳐진 우측에 문을 하나 더 열고 들어가니 둔탁한 수제작형 게임 테이블이 여섯개나 있었다. 테이블 두개는 한국의 훌라와
매우 비슷한 통잇이라는 게임이 진행 되고 네개의 테이블은 홀덤이 열린다 했다. 외진 시골 도시라 그런지 블라인드는 약소한 5페소/10페소가 두개
10/20 하나, 15/30 하나 였는데 언뜻 보아도 10/20 블라인드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갑부의 자세로 여유로움을 뽐냈고 15/30은 비어
있었는데 나름 이곳에서 하이롤이라 주말 저녁이나 되어야 열린다 하니 클락이나 마닐라 규모에 비해 놀라서 미소까지 지어졌다. 5/10 블라인드의
선수들은 많게는 1천페소 정도와, 게임하다 잃어서 그런지 적게는 80페소 까지 크지 않은 돈을 올려 놓고 있는데 서너명의 표정이 신중 하기가 계란으로
외줄 탑 쌓기 마냥 앞의 칲이 가지런 했고 게임 분위기는 언뜻 보아도 살기가 돌 정도였다. 그에 반해 몇몇 선수들은 친목 대화에 열을 올리고 다른
포커룸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간이 탁자 쪽에는 최소 다섯명 이상의 사람들이 따로 앉아 있는데 아마도 게임 대기중인 것 같았다. 안내원이
'게임 대기를 넣어 주려냐.?' 묻는데 5/10 블라인드는 바이인 미니멈이 200 페소이며 10/20 은 400 페소라 했다. 몇일간 푹 쉬고 살살 무료했던
터에 마침 이에나가 쥐어 준 1천 페소도 있었고 때 아닌 방앗간을 보게되니 그냥 지나지 못 할 일이었다. 300 페소를 놓고 5/10 블라인드에 앉았다.
돈의 크기는 매우 작았지만 게임 방법과 치열함은 3만페소를 놓고 싸우는 것과 하나 다를게 없었다. 맞은편에 둥근머리가 이방인 신참이 왔다며
오른쪽의 흰모자와 무어라 말하고 비웃는 것 같았다. 얼리 2번(빅블라인드 다음 세번째) 위치에서 딜러가 블라인드를 놓을 것이냐 묻기에 빅블라인드
차례를 기다리겠다 말하니 내 오른쪽의 수염 남자가 지금 블라인드를 걸면 바로 카드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기다리겠다고 재차 답했다. 나를 힐끗
보며 포커를 쳐 본 사람인가 보다고 그 옆의 퀭한눈과 잡담했다. 빅블라인드 차례가 되어 카드를 받으니 8, 9 스페이드 수딧이었고 둥근머리가
5/10에 대하여 제법 강한 40을 오픈 레이즈 했다. 다들 카드를 버리고 내가 콜을 하니 둥근머리의 입가에 미소가 보였다. 느낌상 하이 포켓 페어
인가 싶었다. 플랍 Q 6 10 두장은 스페이드였고 내 카드는 플러쉬 드로우에 7것샷 스트레이트 드로우 였으니 훌륭하다. 그러나 첵.! 둥근머리의 카드가
적당히 좋은 것이라면 올인도 하겠지만 120을 벳 하는데 AQ을 들고 탑페어를 맞춘 것 보다도 무척 좋은 모양으로 판단 되었다. 내카드는 턴에
하트 7로 스트레이트가 '빡.!' 하고 꽂혔다. 비기닝럭인가 보다. 급 할 일 없다. '첵' 내 남은 스텍은 겨우 140 그가 플랍을 한참 주시 하더니 '첵' 했다.
리버에 다이아몬드 10이 한장 더 열렸다. 왠지 기분이 찝찝하다. '첵' 하니 막바로 그가 올인했다. 이 상황에 이 작은 스텍이라면 대부분 사람들이
콜 할것이다. 하지만 난 참았다. 그리고 카드를 꺽었다. 그가 접대용의 배려인지 카드를 오픈해 주는데 QQ를 들고 있었고 결론은 풀하우스 였다.
예전 큰판 같으면 언더플랍 석장에 이미 리레이즈 올인하고 리버에 역전 맞으며 '쒸이팔.!' 했을테지만 칲을 다 죽이지 않고 아직 시드 반 정도를 남긴
것에 감사하며 둥근머리에게 "나이쓰 핸드 보스.!" 격려했다. 몇번의 카드가 지나고 좀전의 루징은 보상 해 줄 듯 KK가 손에 들었고 다시 둥근머리가
40을 벳했는데 내 오른쪽의 코털노인이 고민을 몇시간 처럼 하다가 리레이즈 합 140은 벳 하였다. 나는 최대한 약해 보이도록 멀뚱히 고민하고는
올인 콜 했고 둥근머리도 얼마간 고민 하더니 콜했다. 코털노인의 표정이 불편스러운 걸 보니 아마도 AK인가 싶었다. 플랍은 3 7 2 로써 사연이
적어 보였다. 앞선 포지션의 둥근머리가 150벳 코털노인은 AK 하트 수딧 이 좋은 카드가 맞지 않았다며 투덜 거리고는 카드를 보여 준 후 폴드했다.
둥근머리가 나더러 "뭐냐.? 까봐라.!" 말했지만 난 그의 우선 오픈 룰을 딜러에게 말하고 그의 앞선 오픈을 기다렸다. 그의 눈빛이 '짜식 뭐 좀 아는
모양이네.!' 하 듯 못마땅해 하고는 JJ를 펴 보였다. 내가 KK를 보였고 테이블 사람들이 제각기 "오.! 오.!" 하였다. 턴, 리버는 블랭크(사연 없는 카드)가
열려 내 시드는 본전을 넘겨 450 칲이 되었다. 라스베가스 바 홀덤의 특이한 점은 매판 앤티를 떼지 않고 4시간 플레이 기준 하우스 비용을 5/10
테이블 100페소, 10/20 테이블 200 페소 15/30 테이블 250페소를 걷는다 했고 올인되면 그냥 나가도 된다는 괜찮은 제도이며 아마도
바의 주류와 음식을 파는 것이 목적이고 포커는 손님들을 더 오게하는 부수적 아이템인 것 같았다. 구조상 라스베가스 주인이 지역에서 힘과 재력이
있는 사람 일 것 같았다. 필리핀에서 포커 캐쉬 게임을 맘대로 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비교적 건전한 경영이다. 얼마 후 내손에 AK를 가지고 흰모자의
30 오픈 레이즈에 무리하지 않고 콜했는데 플랍 바닥에 K가 보이기에 60/150/200 연달아 벳했는데 흰모자가 계속하여 비웃는 표정으로 콜했고
그는 KQ을 들고 있었기에 내가 먹었다. 흰모자는 하수에게 졌다는 불편한 표정으로 심히 못마땅한 말투를 내었지만 제 잘못이다. 모두 800칲 중
하우스비 100을 떼고 작지만 400을 이긴 후 자리를 털었다. 왜 더 안 하냐고 묻기에 친구와 밥먹을 시간이라 말했고 꼬치구이를 여러개 샀지만
100페소가 안되어 저렴했고 이에나에게 가져다 주니 매우 좋아했다. 게임 테이블에 다시 앉을 수 있는 한시간 텀이 지났기에 2차전을 뛰어 보려
라스베가스로 다시 갔다. 이미 단골인 양 웨이트레스가 반갑게 맞아 주었고 흰모자는 올인된 건지 없고 고구마 처럼 생긴 남자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라스베가스 바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볼리나오 바다는 아득하다. 저 바다로 계속 나아가면 아마도 라스베가스가 있는 북미와도 이어져 있을
것이다. 거기나 여기나 포커 게임에서 지면 아깝고, 이기면 꼬치구이 따위를 사먹는 것이지....
첫댓글 곳곳에 포커룸이 다 있군요
필은 역시 좋네요 ㅎ
잘 봤습니다. 포커 하고 싶네요...
잘 읽었습니다.
매번 기다려지는 글들입니다~
매번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은 소설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