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minho(까르미뇨) - Maria
‘Maria’는 카르미뇨가 2018년에 발매한 다섯 번째 앨범으로 그녀가 브라질 뮤지션들과 협업했던 Carminho Canta Jobim(2016)란 앨범이 히트하며 음악적으로 한동안 머물렀던 브라질여행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와 다시 본연의 파두에 편안히 기대는 느낌이다.
이 앨범에서 유독 진중한 테마로 노래하는 이유를 유추해 보면 같은 언어권이지만 전혀 생경한 브라질 문화 안에서 겉돌았던 빈 마음을 고국에서 문화의 허기를 채우려는 것은 아닐까. 마치 그동안 굶주렸던 고국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대듯.
첫 곡부터가 그렇다. 아카펠라인 "A Tecedeira"는 다소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느낌으로, 힘든 여행에서 돌아와 지친 모습이랄까.
별이라는 뜻의 "Estrella"는 차분하고 진지한 파두 스타일로 일렉기타를 직접 연주했는데 단순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밤하늘의 느낌을 잘 그리는 것 같다. “당신은 별입니다. 내 마음을 인도하는 당신은 나의 별입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당신의 순례자입니다.” 이런 가사다. 별은 하나지만 보는 장소에 따라 모두 다른 별이었다.
카르미뇨의 가창의 특징은 다른 가수들과 달리 격한 감정에 온몸으로 짜내는듯한 다소 거친 목소리인데 마치 그것 때문에 무리하여 목이 쉰 것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그런 애처로움이 노래의 매력 포인트일 것이다.
4번째 곡 "O Menino ea Cidade (The Boy and the City)"의 내용은 이렇다. "도시의 불빛이 하나 둘 작별을 고할 때 소년은 꿈꾸듯 운명을 기다리고 있다... 성장하는 소년이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모르는 그 설레고 불안한 마음을 그렸다.
마지막 곡 "As Rosas (장미)는 전통 파두의 반주 악기인 기타(Guitarra Portuguesa) 대신 피아노로 반주를 하는데 슬픈 짝사랑을 처절히 애도하는 내용이다.. “내 마음은 이미 산산조각 나 버렸어요. 나는 당신을 안을 때조차 당신이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느껴요. 저 장미처럼 결국 시들고 바닥에 흩어져 죽도록 만들어졌어요. 누구도 원치 않을 그런 죽음말이죠...
파두는 운명을 거스르지 못하는 처량한 인간의 찢어지게 슬픈 이야기다.
Carminho - Maria
1. A Tecedeira
2. O Começao (Fado Bizarro)
3. Desengano (Fado Latino)
4. O Menino E A Cidade
5. Estrela
6. Pop Fado
7. A Mulher Vento
8. Poeta
9. Se Vieres (Fado Sta. Luzia)
10. Quero Um Cavalo De Vaçias Cores
11. Sete Saias
12. As Rosas
도로 분리대에 선 소년
- O Menino ea Cidade를 들으며 -
밤으로 지워져 가는 노을의 끝자락
혹은 새벽안개 걷히며 드러나는 희뿌연 도시
이 횡경하고 어색한 분리대에 선 소년.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지나처 가는 시간에 덧없이 기댈 수밖에 없는 푸른 소년.
밝음과 어둠의 교차점에 위태로이 발 디뎌
공연히 서성이는 소년의 젖은 눈동자는
이제 막 요람을 벗어난 두려움의 진동으로 떨리고 있다.
앞뒤로 줄지어 오고 가는 차들은
진행을 멈추고 소년에게 길을 알려주기에는
이미 너무 빠른 속도였다.
소년은 그곳이 어디인지 보이진 않지만
두려운 시간의 흐름에 밀려
어디론가 떨리는 첫발을 내딛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