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2권 7-18 7 한적閑適 한적한 것
18 탁청천이자결濯淸泉以自潔맑은 샘에 씻어서 스스로를 깨끗하게 한다
청천오인작금성清泉嗚咽作琴聲 맑은 샘 졸졸졸 거문고 소리 내더니
류하징담정불명流下澄潭靜不鳴 맑은 못에 흘러들며 고요해져 소리 없네.
철저담어빙감정徹底澹於氷鑑淨 바닥까지 맑아서 얼음 거울보다 맑고
영공명사옥호청映空明似玉壺淸 공중에 비치는 것 밝기가 옥병과 같네.
탁영탁족종오호濯纓濯足從吾好 갓끈 씻고 발을 씻음 나 좋을 대로 할 것이요
관수관란임의행觀水觀瀾任意行 물을 보든 파도를 보든 임의로 행하리라.
어조역지여소락魚鳥亦知余所樂 고기와 새들은 역시 나의 즐기는 것 알아서
득망기처편망정得忘機處便忘情 기심機心 잊을 수 있는 곳에 정도 잊어버리네.
►기심機心 간교한 심보. 투기投機하는 마음.
►7-18, 19의 제목이 <송이원귀반곡서送李愿歸盤谷序>/한유韓愈에 나오는 句
좌무수이종일坐茂樹以終日 무성茂盛한 나무 밑에 앉아서 해를 보내고
탁청천이자결濯淸泉以自潔 맑은 샘물에 씻어서 몸을 깨끗이 한다.
●송이원귀반곡서送李愿歸盤谷序
반곡으로 돌아가는 이원을 보내며/한퇴지韓退之
한유韓愈가 장안에서 조정의 중용을 기다리고 있던 정원貞元 17년(801) 한유의 34세 때
친구 이원李愿이 반곡盤谷으로 돌아가 은거하려 하자
이원의 반곡으로 돌아가는 심정을 써서 송별하는 마음을 전한 서문序文이다.
이원李愿의 사적은 상고할 수 없다.
반곡盤谷은 지금의 하남성河南省 제원현濟源縣 북쪽에 있다.
통편전거리원설화通篇全擧李愿說話 전편을 통하여 온통 이원李愿의 말만을 열거하고
자설지수어自說只數語 자기의 말은 몇 마디뿐이니
차우별시일격此又別是一格 이 또한 별개의 한 격식格式이다.
이기조어형용처而其造語形容處 말을 만들고 형용한 것은
즉우주륙대지장기의則又鑄六代之長技矣 또 육조六朝의 장기長技를 본받았다.
우제迂齋가 말했다.
“한 문단은 得意한 사람을 묘사했고,
한 문단은 한가하게 은거하는 사람을 묘사했으며
한 문단은 분주하게 시중드는 사람을 묘사했다.
마지막엔 온전히 李愿의 말만을 열거했고 자신의 말은 다만 몇 마디뿐이지만
실제론 이원의 말이 아니니 이 또한 특이한 하나의 격식인 것이다.”
소식蘇軾(東坡)은 말했다.
당나라 300년 동안 문장이 없었는데 오직 한유가 이원을 전송한 글 한 편만이 있을 뿐이다.
내가 생각하기로 이것은 일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구양수가 <歸去來辭>를 논한 말(양진兩晉 무문장無文章 행독유차편이幸獨有此篇耳)로
이 말을 지어 소식에게 붙인 것뿐으로 이것은 아마도 소식의 말이 아닌 듯하다.
한유가 이원을 전송한 글이 있고
또한 반곡으로 돌아가는 이원을 전송한 시가 있으니 또한 매우 아름답다.
배우는 사람이 다만 한유의 글만을 읽는다면
반드시 이원이 은거한 선비라 여기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러나 특히나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원은 서평왕西平王 이성李晟의 아들이자 이소李愬의 형으로
태자빈객관太子賓客館 상주국上柱國이란 관직으로 시작하여 3번 節度使가 되었다.
그러나 명성과 여색을 가까이 했고 사치와 화려한 걸 숭상하였으며
이신칙李臣則의 변란을 일으키도록 하였다가 집에서 병사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래서 끝내 황망함과 사치로 패하게 됨으로 일찍이 한유의 말을 실천하질 못했었다.
이홍李洪은 <운암류고芸庵類藁>에서
“이원은 도박꾼 중 걸출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원은 애초부터 은사가 아니었으니 이 글에 마땅치가 않은 것이다.
한유가 끝부분에서 다만 이원이 스스로 말한 것으로 기술한 걸 보면 또한 알 수 있다.
이 글은 貞元 17년에 지어진 것으로 한유의 나이는 34살이었다.
<본문>
태행지양유반곡太行之陽有盤谷 태행산太行山 남쪽에 반곡盤谷이라는 곳이 있다.
반곡지간盤谷之閒 천감이토비泉甘而土肥 초목총무草木藂茂 거민선소居民鮮少
반곡盤谷 사이에는 샘물이 달고 땅이 비옥하며 초목이 무성하고 사는 사람이 드물다.
혹왈或曰 위기환량산지간謂其環兩山之閒 고왈반故曰盤
어떤 이는 “이 골짜기가 두 산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반盤’이라 한다.”라고 했다.
혹왈或曰 어떤 이는 말했다.
시곡야是谷也 택유이세조宅幽而勢阻 “이 골짜기의 위치는 그윽하고 지세가 험준하므로
은자지소반선隱者之所盤旋 은자가 떠나지 않고 머물 만한 곳이라 '반盤'이라 한다.”라고
우인이원거지友人李愿居之 나의 벗 이원李愿이 이곳에 살고 있다.
원지언왈愿之言曰 이원李愿이 말했다.
인지칭대장부자人之稱大丈夫者 아지지의我知之矣
“사람들이 대장부라 일컫는 자가 어떠한지 나는 안다.
이택시어인利澤施於人 명성소어시名聲昭於時
그들은 사람들에게 이로운 은택을 베풀어 당대에 명성을 드날리고
좌어묘조坐於廟朝 진퇴백관進退百官 이좌천자출령而佐天子出令
조정에 앉아 있을 때는 百官을 임명하거나 해임하며 천자를 보좌하여 정령을 발표한다.
기재외其在外 즉수기모則樹旗旄 나궁시羅弓矢
그들이 외출할 때에는 깃발을 세우고 활과 화살을 진열한다.
무부전가武夫前呵 종자색도從者塞途
무사들이 앞서서 호령하고 수행하는 자들이 길을 가득 메우며
공급지인供給之人 각집기물各執其物 협도이질치夾道而疾馳
물건을 공급하는 사람들이 각각 손에 물건을 들고서 길 양쪽으로 늘어서서 내달린다.
희유상喜有賞 노우형怒有刑 기쁘면 상을 내리고 노하면 형벌을 내린다.
재준만전才峻滿前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이 앞에 가득히 모여
도고금이예성덕道古今而譽盛德 고금古今을 논하면서 그의 성대한 덕을 기리니
입이이불번入耳而不煩 귀에 번잡한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곡미풍협曲眉豐頰 초승달 모양의 눈썹과 통통한 볼
청성이편체清聲而便體 맑은 목소리에 날렵한 몸매
수외이혜중秀外而慧中 수려한 용모에 총명한 자질,
표경거飄輕裾 예장수翳長袖 하늘거리는 옷자락 나부끼며 긴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분백대록자粉白黛綠者 흰 분을 얼굴에 바르고 푸른 안료로 눈썹을 그린 여인들이
열옥이한거列屋而閒居 후원에 벌여 있는 방에서 한가로이 지내면서
투총이부시妒寵而負恃 자신의 미모를 믿고 다른 여인이 받는 총애를 시샘하며
쟁연이취련爭妍而取憐 미모를 다투어 총애를 얻으려 한다.
대장부지우지어천자大丈夫之遇知於天子 용력어당세자지소위야用力於當世者之所為也
이것이야말로 천자에게 인정받아 당대에 힘을 쓰는 대장부가 하는 일이다.
오비오차이도지吾非惡此而逃之 나는 이것이 싫어서 도망하는 것이 아니라
시유명언是有命焉 이는 타고난 운명이 있는 것이어서
불가행이치야不可幸而致也 요행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궁거이야처窮居而野處 삭막하고 누추한 산야에 묻혀 지내고
승고이망원升高而望遠 높은 곳에 올라 멀리를 바라보며
좌무수이종일坐茂樹以終日 무성한 나무 밑에 앉아 하루를 보내고
탁청천이자결濯清泉以自潔 맑은 물에 몸을 씻으며 스스로를 깨끗이 한다.
채어산採於山 미가여美可茹 산에서 나물을 뜯으니 맛이 좋아 먹을 만하고
조어수釣於水 선가식鮮可食 물에서 고기를 낚으니 신선해 먹을 만하다.
기거무시起居無時 일어나고 앉는 것이 일정한 시간이 없고
유적지안惟適之安 오로지 편한 대로 할 뿐이다.
여기유예어전與其有譽於前 면전에서 남의 칭찬을 받는 것보다
숙약무훼어기후孰若無毀於其後 뒤에서 헐뜯음이 없는 것이 어찌 낫지 않겠으며
여기유락어신與其有樂於身 몸이 안락한 것보다
숙약무우어기심孰若無憂於其心 마음에 근심이 없는 것이 어찌 낫지 않겠는가?
거복불유車服不維 수레나 관복에 얽매이지 않고,
도거불가刀鋸不加 형구刑具가 몸에 가해지지 않으며
이란부지理亂不知 세상의 다스려지는지 어지러운지 알지 못하고
출척불문黜陟不聞 관직이 높아졌는지 낮아졌는지 듣지 못한다.
대장부불우어시자지소위야大丈夫不遇於時者之所為也 아즉행지我則行之
이는 때를 만나지 못한 대장부가 하는 일이니 나는 이것을 행하련다.
사후어공경지문伺候於公卿之門 공경公卿의 문하에서 시중이나 들고
분주어형세지도奔走於形勢之途 권세의 길을 분주히 내달려
족장진이자저足將進而趦趄 발은 나아가려다가 머뭇거리고
구장언이섭유口將言而囁嚅 입은 말하려다가 우물거리며
처오예이불수處汙穢而不羞 더러운 곳에 있으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촉형벽이주륙觸刑辟而誅戮 형법에 저축되면 죽임을 당한다.
요행어만일儌倖於萬一 그러면서도 만에 하나의 요행을 바라
노사이후지자老死而後止者 늙어 죽은 뒤에야 그만 두는 자는
기어위인현이불초하여야其於為人賢而不肖何如也
그의 사람됨이 어질다 하겠는가, 못났다 하겠는가!
창려한유昌黎韓愈 창려昌黎 한유韓愈는
문기언이장지聞其言而壯之 그의 말을 듣고 장하게 여겼다.
여지주與之酒 이위지가왈而為之歌曰 함께 술을 마시고는 그를 위해 노래하였다.
반지중유자지궁盤之中維子之宮 반곡盤曲 안에 그대의 집이 있네.
반지토가이가盤之土可以稼 반곡의 땅은 곡식을 심을 만하네.
반지천가탁가연盤之泉可濯可沿 반곡의 샘물은 몸을 씻고 물길 따라 거닐 만 하네.
반지조수쟁자소盤之阻誰爭子所 반곡은 험난하니 누가 그곳을 그대와 차지하려 다투겠는가?
요이심확기유용窈而深廓其有容 그윽하고 깊지만 드넓어 그대를 용납할 만하고
뇨이곡여왕이복繚而曲如往而復 구불구불 에워싸여 있어 가다가 제자리로 되돌아오네.
차嗟 반지락혜盤之樂兮 락차무앙樂且無央 아! 반곡의 즐거움이여, 즐거움이 끝이 없구나.
호표원적혜虎豹遠跡兮 교룡둔장蛟龍遁藏 호랑이 표범도 발길 멀리하고 蛟龍도 달아나 숨어버렸네.
귀신수호혜鬼神守護兮 가금불상呵禁不祥 귀신이 지켜주어 불길한 것들 꾸짖어 막네.
음차식혜수이강飲且食兮壽而康 무부족혜해소망無不足兮奚所望
마시고 먹어 장수하고 건강하니 부족한 것 없는데 무엇을 더 바라리?
고오거혜말오마膏吾車兮秣吾馬 내 수레에 기름 치고 내 말에 꼴을 먹여
종자어반혜從子於盤兮 그대 따라 반곡으로 가서
종오생이상양終吾生以徜徉 내 생명 다하도록 한가로이 노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