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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6일>
처음 계획은 '울릉호텔 → 대원사
입구 → 출렁다리 → 팔각정 → 성인봉 → 팔각정 → 출렁다리 → 대원사 입구 → 울릉호텔'
9.7km, 4시간30분의 일출 산행을 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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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봉[聖人峰]
높이: 984m
위치: 경북 울릉군 북면
해발 983.6m 성인봉은 산의 모양이 성스럽다고 하여 성인봉(聖人峰)이라 부른다. 울릉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형제봉, 미륵봉, 나리령 등 크고 작은
산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는 성인봉을 올라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성인봉은 울릉도의 진산이다.
천연기념물 제189호로 지정된 정상 부근의 원시림(해발 600m)은 섬피나무, 너도밤나무, 섬 고로쇠나무 등의 희귀수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연평균 300일 이상 안개에 싸여있어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화산섬 울릉도는 우리나라 땅 중에서 가장 신기한 모습을 하고 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한 해안절벽과 울창한 원시림이 영화 `쥐라기 공원'의
촬영 현장을 연상시킨다. 험한 산세 탓에 섬 전체가 비탈.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은 그야말로 손바닥만 하다.
성인봉(984m) 산행은 쉽지는 않다. 1,000m에서 16m가 모자라는 해발고도를 에누리 없이 올라야
하는 데다 경사가 급해 다리품깨나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휴화산인 울릉도의 최고봉으로서 울릉도 모든 하천의 수원을 이루고, 식생이
특이한 원시림이 잘 보전된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되었다.
울릉도에서는 유일하게 평지를 이룬 나리분지(羅里盆地)와 천연기념물 제189호로 지정(1967년)된 원시림에 유명. 나리동의 울릉국화·섬백리향의 군락은 천연기념물 제52호(1962년)로 지정되어 있다 - 한국의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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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4학년이던 88년
여름방학 때 크게 낙담한 사건이 있어 머리를 식히기 위해 2박 3일
치 식자재와 버너, 코펠, 텐트, 현금 5만 원을 들고 목적지 없이 집을 나선 일이 있었다. 새벽같이 집을 나와 고속버스터미널로 갔다. 그리고 바로 출발하는
버스를 탔는데, 그게 포항행이었다. 그렇게 포항에 도착 후,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다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포항 터미널에서 울릉도 관광 광고를 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후포행 버스를 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울릉도행 밤 배를 탔고, 높은 파고로 울릉도를 빠져나오지
못해 계획보다 며칠 더 있었던 일이 있었다. 해서 남아도는 게 시간이라 성인봉을 두 번 오르고, 관광선을 타고 섬을 일주하고, 혼자 해수욕도 즐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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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은 날씨의 영향으로 울릉도를 마음껏 즐긴 이후 울릉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미련이 없어 누가 울릉도를 가자고
해도 조용히 사양했다. 지금 울릉도를 가봐야 그때처럼 즐길 수 없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고! 그런데 코로나 19 덕분에 등산방이 침체를 겪어 뭔가 분위기 전환용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거에 다들 동의한 상태에서 부상한 게 울릉도 성인봉 산행이다. 땡기는 이벤트는 아니지만, 가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 공지를 올리고 진행했다. 우리 독자적으로
진행해도 되지만, 교통편 및 숙소 예약 등 번거로운 게 많아 그동안 애용했던 산악회를 이용하기로 했다. 일정은 2박 2일이지만
첫 1박은 심야에 서울에서 강릉으로 이동하는 시간이라 사실상 1박 2일의 울릉도 성인봉 산행 및 독도 관광이다. 참여 인원은 많을 때는
열 명이 넘는 친구가 같이하기로 했지만, 사정이 생겨 몇몇은 갈 수 없게 되어 최종 7명이 같이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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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낙진, 미옥, 영한, 주행, 진호, 흥수에 나를 포함 총 7명이 같이 하지만, 다른 산행과 달리 특별히 등산을 위해 준비할 건 없다. 산행이라기보다는
울릉도 관광이라 현지에서 모든 걸 조달하기 때문이다. 갈아입을 옷과 두둑한 지갑만 있으면 된다. 6월 5일 금요일 23시 50분 사당역 6번 출구에서 버스가 출발하니, 편안한 여행이 되려면 버스에서 푹 자둬야 한다. 물론 달리는 버스에서
자기는 쉽지 않다. 해서 무박 산행 시 늘 그렇듯이, 1시간
전에 미리 만나, 수면제로 이슬이를 마시기로 했다. 분위기로
봐선 내리 이슬에 젖어 있는 여행이 될 확률이 높지만!
예상대로 이슬이에 푹 젖어 있었던 2박 3일이라 딱히 기억나는 것도 없어 산행기라고 쓸 것도 없지만, 미래를
위해 사진 위주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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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퇴근 후 집으로 가 배낭을 쌌다. 배낭에 들어갈 거라고 갈아입을
옷가지와 랜턴과 비상식 정도가 다지만. 그리고 그동안 사놓고 신지 않았던 새 등산화를 꺼냈다. 빨갱이를 반주로 저녁을 먹고, 주행이 닭강정 쿠폰이 있다고 한잔하자고
한 갈월동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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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월동에서 닭강정을 안주로 생맥주를 마신 후 울릉도 출발 정식 만남의 장소인 사당역 맥줏집으로 갔다. 골뱅이무침을 안주로 소주를 마셨다. 개인적으로는 서울 떠나기 전에
이미 3차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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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시 48분 술집을 나와
버스가 기다리는 사당역 6번 출구로 이동해 버스에 탔다. 물론
버스에서 잠을 잘 자기 위한 수면제로 술을 마신만큼 버스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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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강릉항이었다.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을 구경하고
식당이 문을 열 때까지 주변을 방황하며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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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문을 연 식당으로 낙진, 흥수, 나 이렇게 셋이 들어가 '조개 매운탕?'을 시켜 해장했다. 물론 반주로 빨갱이도 같이. 나머지 친구는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한 거로 안다. 빨갱이
두 병을 비우고 매운탕을 깨끗이 비운 후 7시경 식당에서 나와 울릉도행 배를 타러 이동했다.
7시 25분경 우리가 타고
갈 배에 도착했지만, 탑승은 7시 40분 이후부터 가능해 계단에 주저앉아 시간을 보내야 했다. 우리가
타고 가야 할 배는 쌍동선으로 처음 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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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3시간 정도는 타고 가야 하는 상황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거라곤
바다밖에 없어 육포와 소시지 안주로 빨갱이를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3시간이라면 88년 6~7시간에 비하면 대단히 빠른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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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35분경 울릉도에
도착해 순서대로 배에서 내렸다. 생애 두 번째 울릉도 땅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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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이슬이를 반주로 점심을 먹었다. 점심 후
독도로 출발해야 해 시간이 촉박했다. 단체 여행의 폐해지만,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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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바로 독도행에 배에 올라 독도를 향했다. 날씨가 좋고 파도가
높지 않아 항해는 순조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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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5분경 독도에 도착해
섬에 내릴 수 있었다. 생애 첫 독도 방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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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35분경 독도를 떠나
다시 울릉도를 향했다. 4시 20분에 울릉도에 도착해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행담등대인가를 구경하기 위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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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친구는 등대를 향해 갔지만, 굳이 갈 생각이 없어 길목에 있는
작은 섬에 올라 발을 바다에 담갔다. 그리고 바위에 붙어 있는 미역을 따 먹으며 노닥거렸다. 그걸 본 관광객이 본인도 미역을 따 먹겠다고 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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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관광을 끝내고 서울에서 예약했던 횟집으로 옮겨 저녁을 먹었다. 예상대로
횟감에 비해 가격은 비쌌지만, 차려진 음식 중 울릉도 산은 몇 가지 나물류와 미역이 다인지라 이해할 수
있었다. 8시에 울릉도 도착하는 다음 배 손님을 위해 자리를 비워달라는 주인장의 부탁에 식당을 나와
숙소로 향했다. 그리고 숙소에서 독도 관광 대신 울릉도 관광을 했던 친구가 현지에서 사 온 회와 해산물을
안주로 술을 마셨고, 언제 잠이 들었는지 기억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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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성인봉 산행은 2시 30분에
출발해 정상에서 일출을 보고 하산하는 계획이었다. 금요일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마신 술이 깨지 않아 피곤한
가운데 기상해 정상을 향해 올랐다. 숙취로 비틀거리며 등산로에서 몇 번 떨어질 뻔한 고비를 넘기며 한 시간가량
올라가다 바위에 주저앉아 쉬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30분가량 잤다. 도저히 이 상태로는 정상에 올라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그 자리의 고도를 확인해봤다. 고도가 500m가 넘으면 기어서라도 올라가려고! 그런데 해발 418m였다. 미련 없이 방향을 틀어 숙소를 향해 내려갔다. 그리고 호텔에 도착해 다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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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30분인가 다시 기상해
아침을 먹고 본격적인 울릉도 관광을 시작했다. 정확히 어디를 갔는지는 기억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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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 나리분지에 들렸을 때는 남들이 분지 구경을 하고 있을 때 우리는 술집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나리분지 산, 나물류를 안주로 '씨껍데기' 막걸리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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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30분경 숙소로
돌아와 점심을 먹은 후 모든 짐을 들고 다시 버스에 타고 나머지 관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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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남들이 관광하고 있을 때 우리는 포장마차에서 막걸리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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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울릉도 일정을 마치고 육지로 돌아가기 위해 항구에 도착한 시각이 4시 30분경이었다. 이번 울릉도 여행에 불만은 없었지만, 하나 아쉬운 건 오징어 내장탕을 먹지 못하고 돌아간다는 거였다. 해서
흥수와 둘이 저녁 먹기에는 좀 이른 시간이지만, 오징어 내장탕을 먹기 위해 골목을 뒤져 내장탕을 하는
식당을 찾고야 말았다. 이슬이를 반주로 오징어 내장탕을 먹고 약속된 시간에 버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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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행 배에 올라 바로 잠이 들어 정신을 차려보니 강릉이었다. 그
시각이 8시 56분. 바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버스가 있는 주차장으로 가 버스에 올라 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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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서울 양재역에 도착한 시각이 11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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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이슬에 푹 젖어 있었던, 2박 3일이었다.
생애 처음 독도 방문 자체가 의의가 있었던 여행이었다.
내가 다시 울릉도를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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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독도와 울릉도 다녀왔다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술 얘기라니!
바이칼에서도 술 마신 기억밖에 없다!
네가 기억이 안난다고 하는 것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ㅎㅎㅎ
사진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