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여긴 어디? 난 누구?
드디어 카투만두 공항에 도착!
내가 여기 왜 온건지 아직도 모르는 채 비자수속을 위해 줄을 섰어.
내가 비자 신청 폼을 작성하고 출입국 아저씨들에게 승인을 받는동안
아저씨들은 "안녕하세요~"라고 하면서 '세요~'의 억양에 대해 열띤 논의를 하셨지 ㅋㅋㅋ
'세↗요↘' 인지 '세↗요↗' 인지 '세→요→' 인지에 대한 ㅋㅋㅋㅋ
다행이 비자도 제대로 도장 쾅쾅 받으셨고~ (30일 비자가 무려 40$나 한다 ㅠㅠ)
짐도 제대로 도착했어!! 내 기타도 일단 박스는 완전 깨끗! 멀쩡하게 도착했어!
(일단 결과는 숙소에 가서 까봐야 아는 것이겠지만..=_=..)
그렇게 무사히 도착했단 안도의 기쁨도 잠시,
나를 픽업 나오기로 한 숙소 직원이 벌써 돌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으로 공항을 나서려는데..
언뜻 보아도 공항 밖은 ..한마디로
개판 오분전...
아니 그냥 개판.....=_=이라고 하자.
카투만두에 도착한 이들을 픽업 나온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과
호객행위를하는 사람들까지..(특히 택시 ㅋㅋ)
그냥..
나가기가 싫은....=_=;;
왠지 모를 두려움이랄깤ㅋㅋㅋㅋ
저길 나갔다간 순식간에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갠지스 강에서 버터플라이'의 한 장면 처럼 되어버릴 것 만 같았거든..
아놔..=_=
문에 다다랐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
만약 픽업 나온 사람이 없다면 내가 저 인파를 다 뚫고 사람들과 흥정해서 숙소까지 찾아가야하는데..말야..
짐은 많고..무거워서 어깨는 빠질것 같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숙소 연락처도 주소도 하나도 안적어 왔다는 사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픽업 온데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랬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숙소 이름도 몰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말하겠지만 진짜 급작스레 온거랔ㅋㅋㅋ
그래서 그 생각에 내 스스로 한없이 쪼그라들어 있었지.
난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왔는가!! 하고 말야.
그렇게 축 쳐져 걸어나가는데..그때 내 눈에 보이는 한 사람!! 아니 한 팻말!!
"네팔 자이언트 노oo 님'
숙소 이름이 저거였낰ㅋㅋㅋ네팔 자이언틐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생 처음 경험해 보는 픽업에 왠지 조금 창피했어.
네팔 자이언트 '노oo'님이라닠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예상관 달리 한 네팔리 청년이 나왔더라고.
내가 손을 들어 아는 척을 하자 나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왔어.
(그 청년도 딱 나인줄 알고 나한테 막 손을 흔들고 있었어.
아무래도 그 인파 속에 동양인 여자애는 나뿐이었으니까;;)
"아..죄송해요 많이 기다리셨죠."
"넹 ㅠㅠ 저 진짜 기다리느라 눈 빠질뻔 했어요."
한국에서 일을 몇 년 했다는 그 청년의 한국말 실력은 놀라울 정도였어.
그래도 어려운 한자어나 그런건 잘 못알아 들어서 최대한 쉬운말을 해가며 천천히 말을 했지 ㅋㅋ
"우리 손님 왜 안오시나..하고 계속 기다렸어요."
"아..비행기가 구름이 많아서인지 계속 빙빙 돌기만 하고 못 내려가서요 ㅠㅠ"
"네에~"
네팔리 청년은 나를 데리고 공항에서 조금 걸어나오더니 택시와 흥정을 하기 시작했어.
밖으로 나오니 좀 덜 복잡했거든. 택시를 타려거든 바깥쪽에서 흥정하는 것이 좋을 듯 했어.
안개가 자욱했던 이날의 날씨.
모든 여행자들이 향하는 거리 (한마디로 중심가) '타멜'까지는 150-200루피 정도인데
나는 내 숙소가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른채 택시에 올랐기에 (타멜은 아니란다)
그저 가는내내 '어디론가 흘러가는 구나~ 에헤라디야~'하며 카투만두 시내 모습을 넋놓고 바라보았지.
숙소로 향하며 느꼈던 카투만두의 첫인상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혼돈의 카오스...
차선? ㅋㅋ 그딴건 없는거다.
그냥 내가 가는 방향 맞은편에서 다른 차가 이쪽으로 달려와 ㅋㅋ(알아서 비켜들 가더군)
횡단보도 그딴건 없고 그냥 알아서 눈치껏 길 건너야 되고
신호등 같은건 정말정말 큰 사거리 같은데 아니면 없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있어도 엉망이라 교통경찰들이 항상 있어. 바지위로 양말을 꼭 끌어올려 신더군..)
차들 사이로 무수히 많은 오토바이들이 곡예를 하듯 아슬아슬히 지나가고
덕분에 정말 미칠듯한..끊이지 않는 경적 소리가...빵!!빠앙ㅇ!!빵ㅃ바밥빠앙아앙ㅇ우앙~!! 하는데..
와..씨...꺼먼 매연은 또 어떻고..
내가 "허허..."이런 웃음을 지으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자
그 네팔리 청년이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설명을 해주었어.
"아..이 길은 50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그땐 차가 별로 없었어요..
근데 지금은 차가 너무 많아졌어요. 길은 그대로인데."
"넹..그렇군요"
그렇게 나의 카투만두 도착 소감은 그냥 쉣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조금 낯선 느낌이 날 설레게 하긴 했지만..아주 초큼~ㅋㅋ
.
내 숙소는 '바스바리'라는 곳에 위치해 있었어.
타멜에서는 공항만큼이나 떨어진 곳에 위치한..그런..ㅋㅋ
여기가 부자 동네라고 해서인지 안쪽으로 들어가니 조용하니 큰 집들이 많이 보였어.
택시가 골목 안쪽까지 들어오지 못해서 큰 골목 어귀에 세워 걸어 들어갔지.
그래도 좁은 골목이라 사람들이 지나가기에 좀 불편했는지 길 사이로 지나가는게 눈에 보였어.
왠지 나 때문에 피해를 준 것 같아 (다들 나만 처다보고 있는 듯한 시선을;;) 조금 미안했지만
그럴걸 신경 쓸 틈도 없이 네팔 청년의 도움을 받아 택시에서 짐을 내리고 기타도 내리고
약간은 들뜬, 그러나 너무 무턱대고 와서 걱정스런 얼굴로 묵묵히 숙소로 걸어 들어갔어.
타멜에 있는 여행자 숙소에 비해 조금 비싼편이었던 한국인 숙소.
하루에 10불인데 컴터도 할 수 있고 눈치껏 인터넷 전화도 쓸수 있고 아침식사 포함이니 괜춘한거 같았어.
무엇보다 요기 사장님이 나한테 무척 잘해주셔서 좋았어 (내가 좀 예의가 있지!!암!)
다만 교통이 좀 ㅠㅠ
맨날 툭툭(바퀴 세개달린 작은 트럭같은 이동수단)이나 버스를 이용해야 했는데
교통비는 그닥 크지 않았지만(15루피정도=250원) 이걸 잡으러 길로 나가서 적당히 빈차를 골라타는게 일이었어.
무엇보다 첨엔 길도 모르니 사장님이나 네팔청년의 도움으로 겨우 타멜로 왔다 갔다 할 수 있었거든-_-;
"네팔엔 혼자 왔고?"
"넵"
"여자 혼자 대단하네. 요즘 애들 참 용감해~ 그래, 뭐 할려구"
(난 혼자 여행왔다고 할 때마다 '용감하네', '대단하네' 등의 말을 들으면 쑥쓰러워 미칠것 같앜ㅋㅋ
저 그렇게 대단한 사람 아니에옄ㅋㅋㅋ그냥 평범하지만 조금은 어드밴쳐와 스릴?을 즐기는 대한의 여아일뿐)
"아하하..아니에요~요즘은 많이들 혼자 다니잖아요. 음,,저는 안나푸르나 서킷..을 한번 해볼까 해서요"
(* 안나푸르나 서킷: 안나푸르나 라운딩이라고도 하며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중심으로 그 주변을 한바퀴 도는 코스.
도중 가장 높은 지점인 5416m의 쏘룽라를 넘는 구간이 클라이막스. 총 15-20일 소요)
"그래? 그거 많이 하지. 뭐 정해놓은 여행사는 있고?"
"전혀 없죠. 이제 찾아야죠."
"그럼 내가 잘 아는데가 있어. 한국 사람들 거기서 많이 해."
"오 그렇군요! 어딘데요?"
"오늘은 길도 모르고 하니까 내가 같이 가 줄게."
"와 감사합니다!"
이리하여 트래킹 준비를 하기 위해 카투만두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자의거리! 타멜로 향하게 되었지.
쩌는 매연덕에 마스크를 쓴 뒤 사장님을 따라 툭툭을 처음으로 타봤어.
타멜로 가는 길은 거의 15분 이상 걸렸는데 교통은 역시나 환상적이었지.
어리버리하게 있다가 내릴때 머리도 세번 찍고 ㅋㅋㅋㅋㅋㅋ(툭툭 천장이 캐낮아 ㅠ)
차들 사이에 저 많은 오토바이들잌ㅋㅋㅋㅋㅋㅋ
끊임 없이 들려오는 귀를 후벼파는 경적 소리만 들어도 정신이 혼미해지지.
근데 웃긴게 그렇게 빵빵 거려도 어느누구 인상을 쓰거나 목소리를 높여 욕을 하거나 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는 거야 ㅋㅋ 그냥 습관적으로 빵빵을 할 뿐.
우리나라 사람들 처럼 험악하게 변하지 않아. 되게... 낙천적이랄까? 그 모습이 참 신기했어.
손은 무한 빵빵 but 얼굴은 부처님과 같은 평온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난 정신없이 앞에 가는 사장님만 쭐래쭐래 쫒아 타멜에 들어서게 되었어.
타멜로 들어서는 순간 ㅋㅋ
아아..다녀와 본 사람들은 알거야 여기가 어딘지 ㅋㅋㅋㅋㅋㅋㅋ
택시며 오토바이며 릭샤며 골목을 종횡무진 하시는 타멜 거리!
이곳의 모든 택시는 스즈키 라고 대문짝만하게 적혀있는데 우리나라의 프라이드(구)와 몹시 비슷해.
요놈처럼 ㅋㅋㅋ 운전석은 오른쪽에!!
바로 요기가 타멜 거리 초입에 위치한 J'vill 트래킹 여행사야.
한국인 여행사지만 모든 일은 한국말을 할 줄 아는 네팔리들이 하지!
(모두들 한국에서 일했던 사람들-_-;;)
입구는 저 나이스바디 언니 간판 바로 맞은편에 j'vill라고 화살표가 그려진 통로로 들어가 2층으로 올라가면 되ㅋ
네팔에서 트래킹을 즐기기 위해서는 이런 여행사에서 포터(짐꾼)나 가이드를 고용하는게 좋아.
혼자 짐을 지고 가도 되긴하지만...그냥..죽음을 경험할거야..ㅋㅋㅋㅋㅋ
여자 혼자라 남자가이드와 같이 몇날 며칠을 동행한다는게 위험할 수도 있지만
어느정도 인지도 있는 여행사에서는 믿을 만한 가이드를 고용하니까 노프러블럼!
단지 산에 간다는게 돈이 쫌 든다는 부담이 있어.
일반 도시에 비해 높은곳에 있는 마을들은 물자를 운반하는데
사람이 직접or당나귀를 이용하기 때문에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물가가 비싸지거든.
숙소비용은 별 차이 없었는데 밥값은 점점 비싸지는걸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어.
그래도 다른 곳(킬리만자로 같은데 비하면 껌임)에 비하면 트래킹으로 워낙 유명한 나라라서
저렴한 가격에 누구나 트래킹을 즐길 수 있어.
난 (영어 좀 할줄 아는)포터겸 가이드를 하루 12$에 고용하기로 하고 15일 계약을 했어.
일정이 줄면 냈던 돈을 다시 받기는 좀 힘들기에 보름 이상 걸릴것 같아 15일로 한거지.
늘어나면 그냥 늘어난 일수만큼만 더 주면 되거든.
팁은 여행 끝나면 총 지불액의 10~20%정도를 주면되고.
도착하자마자 바로 여행사가서 포터도 구하고
내일 아침 일찍 안나푸르나 서킷의 시작점 불불레까지 가는 버스표도 끊고
진짜 뭔가;;일사천리로 모든일이 착착 진행되고 있어.
그래서 좀 불안하기도 했지. 내가 과연 옳은 선택을 한 것인가?
나는 왜 안나푸르나 서킷을 가는가..꼭 거기여야만 하는가? 하는..그런 고민들때문에 말이야.
그러나 그런 고민들 가운데서도 나는 뭔가에 홀린듯 트래킹을 위한 모든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어.
내일은 침낭과 다운자켓을 빌리고 트래킹에 필요한 물건들을 쇼핑하기로 한 뒤 그날은 일찍 돌아가 쉬었어.
저녁도 숙소에서 먹을 수 있었는데(350루피) 사장님의 닭백숙이 진짜 끝내줘서 그냥 드링킹 했지.
기타도 까보니 안전하게 잘 도착해서 기쁨의 연주를 한판 때려주시공ㅋㅋ
인터넷을 조금 깨작거리다가 샤워는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아 걍 포기하고 잠들기 전까지
일기를 장황하게 소설형식으로 몇페이지씩 쓰는 여유를 부렸어. 그래 여행 초반엔 다 그러니깤ㅋㅋㅋㅋㅋㅋ
뒤로가면 어디갔네 어디갔네 잼있었네 끝. 이게 다겠짘ㅋㅋㅋㅋㅋㅋㅋㅋ
.
.
.
이튿날 다시 찾은 타멜
솔직히 진짜 단 한번 다녀온거론 도저히 길을 알 수가 없어서(돌아갈땐 어둡기도 했고)
어쩌나..하고 있으니 첫날 날 도와줬던 네팔리 청년이 (이름이 '람'이란다 그제서야 물어봄ㅋㅋ)
자기가 픽업 나가는 길에 타멜 들렀다 가면 된다고 나와 함께 가 주었어.
나는 옳다구나! 이게 왠떡! 싶어서 덮썩 물었고 조금더 욕심을 부려
점심때 까지는 할일이 없다는 그에게 트래킹 물품들 사는걸 좀 도와주면 안돼냐고 부탁했어.
흔쾌히 OK!를 받고 나는 룰루랄라 했징~
아..근데 이것이 화를 부를 줄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난 정말 1차적인 생각만 했나봐. 순진한건지 멍청한건지..(멍청한게 분명해)
로컬과 함께 쇼핑을 가면 값을 그렇게 뻥튀기 하지 못할 거라는 착각!!!을 한거야.
외국인한텐 완전 캐뻥쳐서 값을 몇배 부풀려도 현지인이 같이 있는데 그렇게 크게 뻥튀기면...?
아마 가격을 다 아니까 뻥튀기지도 못할뿐더러 혹 좀 뻥튀겼어도 이 착한 네팔리 청년이 나에게
'그건 시세보다 좀 더 비싸네요..'
따위의 말을 해줄거라 예상..아니 기대했거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멍청하고도 멍청하지.
사실 가격 흥정하는거 자체가 좀 귀찮았던거도 사실이야.
내일 당장 떠나기로 했는데 쇼핑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 없었거든.
아..그래도 그렇지 부르는 가격을 그냥 그대로 다 주고 샀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로코에서 '흥정의 신'이었던 나는 어디로 ㅠㅠ
원래 150-200이면 사는걸 500씩 주고 사고ㅋㅋ 끽 해야 깎는다고 50깎고 그 ㅈㄹ병을 ㅠㅠㅠㅠㅠㅠㅠ
내가 굳게 믿었던 네팔리 청년 람은 정말 1g도 도움이 되지 않았어.
오히려 이사람때문에 내가 어글리 코리안처럼 보일까봐 깎아보려는 시도조차 하기 힘들었어.
상인 옆에 선 그 네팔리 청년을 바라보니..
'아..참 넌 네팔리의 편이지. 이 상인이 물건값을 뻥튀겨도, 거짓말을 해도
너 역시 네팔 사람이고 그러니까 절대적으로 네팔리의 편인거야'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난 그들에게 돈많아서 관광나온 여행객으로 보일 뿐이겠지.
아아..그래서 결국 나의 쇼핑은 ㅈ망했어.
그래도 나름 침낭과 다운자켓은 적정한 가격에 잘 빌려서 다행이었어.
스틱도 크게 바가지 쓰지 않고 샀고, 이 장비점이 좀 좋았음!
장비 빌리러 다른 창고같은데로 날 인도하는데 하도 구불구불한 골목을 지나
수상해 보이는 집 옥상? 같은데로 가길래 나름 캐 긴장하며 경계했어.
이대로 어딘가로 팔려가 새우잡이 배에서 그물을 털지 않을까 걱정하며 말야.
그러나 걱정할 필요 없어 ㅋㅋ 진짜 그냥 창고니까
거기서 맘에 드는거 고르고 흥정하면 되. 침낭과 다운자켓을 각 35루피/1day에 빌릴 수 있었어.
털모자를 사고싶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산 곳
안나푸르나 산 꼭대기에서도 200이면 사는걸 500주고 샀으니
난 정말 바보등신멍청이쪼다또라이 인듯..
어딜가는 무조건 3분의1가격으로 깎고 시작하길 바래-_-;
롯지에서 신을 조리가 필요해서 사러 다녔는데 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넘 웃겨서 사진좀 찍자고 했다. 지들도 멋적어 하더라. 이건 mistake라면서 ㅋㅋㅋㅋㅋㅋ
그러시겠지 미스테잌이겠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충 쇼핑과 트래킹 준비를 마친 뒤 네팔리 청년과 헤어지고 혼자 타멜 거리를 좀 돌아 다녀봤어.
빨래방과 인터넷(전화)방이 카투만두가 싼편이야.
전화는 한국으로 분당5루피에 가능해! (간혹 셀폰으로 건다고 하면 돈 더내라고(10R) 하는데 떼써보자.)
트래킹 뒤 일주일 가까이 지냈던 호수도시 포카라는 빨래도 인터넷도 전화도 다 비쌌어 ㅠㅠ
(그래도 포카라가 짱ㅋㅋ)
카투만두가 얼마나 복잡하고 시끄럽고 정신 사나운지는 직접 가봐야 알아.
이렇게 찍어놓으니 평범한 것 같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최강임ㅋㅋㅋㅋㅋㅋ(특히 밤에는 경적소리 때문에 더..-_-)
돌아다니다 보니 점심 먹을때를 지나쳐버렸고
저녁 밥값이 좀 부담되기도 해서 점심겸 저녁으로 먹으려고 혼자 식당을 찾아갔어.
론리플래닛 네팔편에 소개되어 있는 유일한! 한국 식당이라길래 (주인은 한국에서 일했던 네팔리;;)
한식이 별로 먹고싶은건 아니었지만 그냥 한번 가봤어 ㅋㅋㅋ-_-어떤가 하고
한국에서 좋은 기억이 많았나...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름
'한국사랑' 레스토랑 ㅋㅋㅋ
가이드북엔 뭐 넓은 정원이 있고 어쩌구 블라블라 해서 한번 가봤는데
(사실 하이에나 처럼 한국인 냄새 좀 맡아보려고 간거야..외로웠거든)
한국인은 한명도 없고ㅠㅠ 식사시간이 아니라 사람자체가 거의 없었어 ㅠ
자리에 앉았는데...저거 내가방 아닌데 누구꺼냐..
꼭 누군가 동행한 것 같군. 아냐 난 혼자였어 ㅠㅠ 완전 쓸쓸했지.
옆 테이블을 보니 네팔리 쌍 커플이 둘러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고 계시더라고-_-
아놔..이 스멜..진짜..날 심히 괴롭히시네.
그러나 난 혼자니까 ㅠㅠ 삼겹살 같은건 꿈꿀 수 없었엉...
커플들은 삼겹살에 (돌솥)비빔밥까지 시켜 열심히도 드시더라.
나도 침을 흘리며 바라 보았지만..-_- 결국 시킨건
김치제육 덮밥..삼겹살 비스므리한거라도 먹고싶어 시킨건데..
제육이 없졍...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밥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날리는 쌀인데 그냥 원래대로 지으시지
한국 밥처럼 찰지게 만드려고 시도 한건지 물을 엄청 많이 넣고 지어서
그냥 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질기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결론은 '맛 없었다' 야..-_-
무엇보다 옆에서 삼겹살을 굽고 계시는데 이게 목구멍으로 맛나게 넘어갈 턱이 있나..
대충 먹고 계산하는데 200루피인데 500짜리을 줬더니 280을 남겨주는거야.
아 뭐지-_-? 하고 따지려다가 서비스차지?뭐그런건가 싶어 걍 나왔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지. 모든게 그냥 귀찮았어. 난 어차피 내일이면 이곳을 뜨니까 말야.
이때 이미 난 여행사에서 내 쇼핑물에 대해 바가지 쓴걸 알게 되었기에 모든 걸 체념하고 이딴 마인드로 돌아다니고 있었어.
진짜 썩은 마인드ㅋㅋㅋ쇼핑 바가지 쓴거 그래봤자 만원도 안돼는데..(근데 이거 크거든-_-,,여기선 꽤나..)
그거 때문에 하루종일 찌질거리면서 아아..내돈..내돈..하며 돌아다녔어.
(그래도 나중에 보니 대부분의 레스토랑이 봉사료랍시고 10%나 떼가드라.)
뭐, 여튼 그날도 숙소로 무사히 돌아왔어.
사장님이 저녁을 삼겹살을 구우시는지 암튼 뭔가 굽는 냄새가 진짜 쩔었어 ㅠㅠ
아오 마음은 백번 달려가 흡입하고 싶었지만 난 그때 컴터를 해야했기에..
괜찮아요 ㅠㅠ 를 외치며..컴터만 하다 얼른 방으로 들어갔지
(사실 바가지 썼다는 생각과 갑자기 이것저것 준비하고 사느라 돈이 한꺼번에 엄청 나갔기에
왠지 돈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저녁밥 350R가 왠지 아깝더라고-_-;;)
그러나 곧 배가 고파지자 아..먹을껄ㅠㅠ!!! 하고 수백번을 후회했고
혼자 한국에서 가져온 초코바를 씹으며 배고픔을 달랬어.
추운 방구석에서 뭉그적 거리고 있자니 잠들기 전까지도 계속 날 따라다니는 고민이 있었어.
그건 바로
'내가 여기 왜 왔지..대체 산 싫어하고 추운거 싫어하고 걷는 거 싫어하는
그런 3박자를 고루 갖춘 내가..5146m의 산을 왜 넘는다고? 보름 넘게 돈까지 내면서? 대체 왜?!'
하는...생각..-_-
'지금이라도 그냥 포카라로 가서 호수나 보고 배나 타며 흥청망청 기타 치며 놀다가
마음 맞는 사람들 있으면 짧게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약 7~9일소요)정도나 다녀올까?ㅠㅠ'
하는 생각 때문에... 진짜 머리를 쥐어 뜯으며 고뇌했어.
사실 이런류의 고민은 비행기 탔을때부터 시작되었으나 뭔가 일이 너무 빨리 착착 진행되어
난 이미 내일 아침 불불레로 떠나는 버스에 몸을 실어야 하는 판국이었지.
(그거슨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이건 또 무슨 신의 장난인가요...ㅠ
덕분에 한참을 뒤척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운명처럼 이곳에 이끌려 왔으니 이건 틀림없이
안나푸르나 여신의 초대를 받은게 틀림 없을거야.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날거야.
꼭 그럴거야.'
하는 자기최면으로 인샬라를 백만번 외치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었어.
이렇게 순식간에, 그리고 어처구니 없이
나의 5416m 도전, 총 17일간의 안나푸르나 서킷이 시작되었지!!
2010. 11. 18 - 11. 19
네팔 카투만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