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모집편 - http://cafe.daum.net/sweetjissouseki/dZSs/2080
2. 분류편 - http://cafe.daum.net/sweetjissouseki/dZSs/2085
3. 결의편 - http://cafe.daum.net/sweetjissouseki/dZSs/2139
4. 밭일편 - http://cafe.daum.net/sweetjissouseki/dZSs/2142
외전 - 1. 실근 부대의 탄생 - http://cafe.daum.net/sweetjissouseki/dZSt/4162
---------------------------------------------------------------------------------------------------------------------------
※ 16
「그럼 지금부터 저희들의 자랑인 노동석들의 식사를 한 번 보도록 할까요? xx대리?」
「예 사장님.」
젊은 사장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일행을 건물 안으로 인도한다.
이곳은 바로 실장석들의 식사를 만드는 장소인 동시에 [쓰레기 처리장]이라 불리는 곳이다.
전국 각지에서 사장이 섭외해 모여든 푸드 뱅크나 여러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에서 받아 온 음식물이 구석에 놓여 악취가 나고 있었으나 직원들은 그런 냄새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열심히 일을 위해 움직이느라 바쁘다.
「저게 바로 실장석 밥통입니다. 실장석 몸 안의 칩을 읽어서 어떤 놈이 밥을 받았나 안 받았나 확인하는 거죠.」
사장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양철 통 끝에 매달린 기계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예전엔 손으로 하나하나 밥을 줬는데 그러니까 귀찮고 직원들도 피로감을 호소해서, 이렇게 가능한 한 실장석에 관한 것은 자동화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습니까? 대사님이 이 곳의 효율적인 설비를 알고 계신다고 하십니다.」
「아, 뭐 효율적이랄까...... 우선 실장석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 자체를 저희는 싫어해서요.」
「그러면 어떻게 일을 처리하고 계신건지요?」
「저희의 목표는 단 하나. 재료가 실장석 단 하나로 돌아가는 기업을 만드는 겁니다.」
「실장석만으로 돌아가는 기업이라...... 가능한 겁니까?」
사장은 씨익 웃으며 직원들이 작은 손수레에 끌고 오고 있는 실장 푸드 하나를 장갑 낀 손으로 집었다.
「우선 이 실장 푸드, 성분이 무엇일 것 같습니까?」
「음.....? 잘 모르겠습니다.」
「바로 실장석 그 자체입니다.」
「예?」
「설명보다는 직접 보시는 게 빠르겠군요, 이쪽으로 오시죠.」
사장은 일행을 맨 처음, 모든 식량의 기본이 되는 곳으로 안내한다.
마대자루에 무언가를 담고 여기저기서 걸어오는 직원들. 그들은 모두 어느 한 곳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여러 대의 거대한 분쇄기가 있는 방이었다.
[영차]하는 소리와 함께 어디서 가져왔는지 쌀 포대만한 마대자루의 물건을 분쇄기 안에 던져 넣는 직원들. 그것은 바로 죽은 실장석들의 시체였다. 이들은 죽은 실장석의 시체를 모아 주워 담아 이곳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물론 그 실장석들은 일에서 낙오했다거나 분충이거나 처벌을 받거나 하는 여러 사연이 있는 실장석들이었다. 친실장, 자실장, 엄지, 구더기에 이르기까지 죽은 실장석들의 최후의 모습은 차마 말도 못 할 정도로 고통스러웠음을 암시하듯 멀쩡한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친실장과 자실장의 손은 샅갗이 모두 벗겨져 적록의 피와 굳은살로 뒤덥혀 있으며 발은 무슨 일을 하였는지 알 수 없지만 검게 물들어 있었다. 엄지와 구더기도 별반 다를 바 없어서 그 모습은 마치 러시아의 악명높은 굴라그 수용소에 갇혀 있는 죄수들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 처절한 광경을 놀라워하며 바라보는 N국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사장은 별 일도 아니라는 듯 차분하게 설명한다.
「여기 모여 있는 놈들은 떨거지 중에서도 떨거지, 낙오자 실장석들이죠. 돈이 되질 않는 놈들입니다. 생명력이 약하거나 분충이라 위석조차 못 써먹을 망할 놈들이죠. 하지만 이런 녀석들이라 해도 마지막엔 쓸모가 있는 법입니다. 그럼 이 쓸모없는 놈들을 쓸모 있게 만드는 방법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사장은 재빨리 죽은 실장석들을 잡아 옷을 벗기고 머리카락을 뜯어낸 뒤 팬티마저 벗긴다.
학대파 애호파 할 것 없이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독라]로 만드는 것이다. 사장과 직원들은 뜯어낸 머리카락과 옷, 팬티를 바구니에 집어넣는다.
그 사이 다른 직원들은 서로 협동하여 방금 전의 직원처럼 망설임 없이 실장석들의 시체를 시체 분쇄기에 독라가 된 실장석들을 던져 넣고 어느 정도 높이가 쌓일 무렵 분쇄기를 가동하여 실장석들을 걸쭉한 죽처럼 만든다.
「데갸갸갸갸갸! 아픈데스우! 뭐인데스우!? 아픈데샤아아! 팔이! 팔이! 데교교교교오옷!」
「테챠아아! 뭐인테치!? 잡초 잘 뽑겠는테치! 귀찮다고 안 하는테치이이! 죽이지 마는테챠아아아!」
「일 열심히 하는테치! 씨앗 안 훔쳐먹겠는테치! 그만하는테치! 서걱서걱 아픈테치이이!!」
큰 비명을 지르는 개체가 있는 것을 보니 가사 상태에 빠져 있었던 실장석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비명을 지르는 녀석들의 처절한 단말마가 들려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은 안색이 바뀐 N국 일행과는 달리 유쾌한 얼굴로 [뭐 가끔 이럴 수도 있죠]라면서 실장석들이 모두 비명을 멈추고 곤죽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
모든 실장석들의 육체가 갈려 걸쭉한 녹색의 페이스트처럼 되자 이번엔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이 [영차]하는 소리를 내면서 큰 통에 들어있는 것을 부어 넣기 시작한다. 바로 아까 전 도착한 여러 사업장이나 푸드 뱅크 봉고차의 내용물, 즉 인간의 음식물 쓰레기와 더 이상 쓸 수 없을 정도로 상해버린 채소들이다.
온갖 쓰레기가 들어있는 악취에 직원들은 얼굴을 찌푸리며 서둘러 물러나지만 N국 일행은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고 있다. 이들에게 실장 푸드는 얼핏 듣기로 무척 고가의 비싼 것이라는 단편적인 정보밖에 없었고 실제로 만드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적록색의 페이스트와 음식물 쓰레기가 섞여 부풀어 오른다. [위잉-]하는 소리와 함께 실장석들의 시체와 음식물 쓰레기가 잘게 갈리면서 점차 실장 푸드의 재료가 되어 간다. 차례차례로 직원들이 음식물 쓰레기통을 들어 내용물을 부어 넣자 점차 차오르기 시작하는 실장 푸드. 녹색의 질척질척한 국물에 의해 코팅되듯 음식물 쓰레기들도 점차 녹색으로 물들어간다.
「이 음식물 쓰레기는?」
「여러 곳에서 먹고 남은 잔반을 받아다 부어서 실장 푸드로 만드는 중입니다.」
「흥미롭네요...... 하지만 저희 N국은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기 힘듭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이 쪽을 보시죠.」
사장은 웃으며 다음 통으로 이동한다. 그곳에는 마찬가지로 녹색의 페이스트가 걸쭉하게 휘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직원들이 붓고 있는 내용물이 전혀 달랐다.
「저건..... 흙입니까?」
「예, 뭐 흙도 있고 나무도 있고 날이 상할 수 있는 단단한 고체만 아니면 다 넣습니다.」
「저걸...... 먹습니까?」
「거부하죠. 처음엔 완강히 거부합니다. 근데 어쩌겠습니까. 배고프면 지가 먹어야지.」
「허어......」
「실장석이란 놈들은 뭐 입만 열면 맛있는 걸 내놓으라고 하지만 사실 음식물 쓰레기도 맛있다고 먹는 돼지들이라서요.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이런 걸 먹여서야 영양이 전혀 보급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럴 필요 있습니까? 어차피 1~2년 농사에 써먹으면 죽던 말던 상관 없죠.」
「일리가 있군요. 하지만 오래 살아남은 실장석은 숙련된 노동력 아닙니까?」
N국 비서의 말도 일리가 있다. 긴 시간을 버티며 노동을 한다면 숙련된 노동력으로 인정되어 훌륭한 일손이 된다. 단,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이야기.
「아, 뭐 그렇긴 합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의 이야기입니다.」
「실장석은 뭔가 다른가요?」
「어떤 일을 하던지간에 실장석을 인간의 노동력으로 써먹으면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영양을 충분히 줘도 그렇습니까?」
「네. 원래 수명은 짧으면 5년에서 잘 키우면 10년정도로 긴 놈들이지만, 예외가 있습니다.」
계속해서 직원들은 흙을 퍼다 나르고 적당량의 물을 붓는다. 하지만 일에는 정교함보다는 대충이라는 말이 어울리고 실제로 위에서 막대기로 내용물을 휘저어주는 직원은 한 손으론 핸드폰을 사용하고 흙을 퍼 나르는 직원은 다른 직원과 농담을 하고 있다. 거기에 어디서 주워 왔는지 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또 톱밥과 누렇게 떠 죽은 잔디를 털어 넣는다. 옆의 통에는 폐지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탁탁 털어 넣고 있다. 이젠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N국 사람들.
「그건 바로 몸에 무리가 갔을 때죠. 실장석의 수명 그 자체인 위석에서 힘을 빼서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회복하는 겁니다.」
「즉, 생명력을 쥐어짠다는 겁니까?」
「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50센티미터 정도의 녀석들을 인간의 노동을 시키는게 가능합니까? 불가능하지요. 하지만 저희는 성공하고 있지 않습니까? 비밀이 뭘까요?」
「힘을 위석에서 뽑아 오는 거군요?」
「네. 말씀하신대로 실장석을 노동력으로 쓴다는 것은 말 그대로 위석의 힘을, 즉 생명력을 쥐어 짜내서 노동력으로 쓰는 겁니다.」
「위석의 힘을 빼내기 때문에 아무리 영양을 잘 먹여도 소용없다는 것입니까?」
「바로 그겁니다. 잘 먹이던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를 퍼먹이던 노동을 시키면 뭐가 어찌되던 위석의 힘, 카오스 파워를 쥐어 짜내기 때문에 잘 먹이고 좋은 환경을 주던지, 개처럼 굴리면서 골판지 집에서 재우던지 전혀 상관 없다는 겁니다.」
「위석의 힘은 회복이 불가능 한 겁니까?」
「아쉽게도 그렇습니다. 어떤 방법을 써도 갈라지고 색이 바래지기 시작한 위석은 고칠 수가 없습니다.」
마침내 녹색의 페이스트가 완전히 걸쭉해지자 직원들은 악취가 나는 통을 보고는 작은 티스푼으로 새하얀 가루를 한 스푼, 그것도 넣으려다 말고 아깝다는 듯 반은 다시 덜어내고 눈꼽만큼 살짝 넣어준다.
「저것은 무엇입니까? 실장석이 좋아하는 설탕인가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바로 사카린입니다.」
「사카린......?」
「그렇습니다. 약간의 단맛을 주는 거죠. 절대로 저희는 실장석에게 직접적으로 단 것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가끔씩 있는 휴일날 먹는 특식을 제외하고는요.」
「음식물 쓰레기에도 단 것이 들어있지 않습니까?」
「소의 사료를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소에게는 음식물 쓰레기만을 갈아 넣은 것으로 사료를 만들 듯이, 저희가 취급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단 하나의 단맛도 없는 것만을 가져옵니다.」
「치밀하시군요.」
사카린은 설탕의 1/40, 심지어 낮은 품질에 단 맛만 강하게 나는 불량식품에 쓰이는 사카린이라면 1/80 정도의 가격이면 구매가 가능하다. 게다가 단 맛은 더욱 더 진하기 때문에 아주 약간의 분량으로도 단맛을 낼 수 있다. 실장석들이 좋아하는 단 맛을 쓰레기 더미에 넣음으로서 아주 약간의 정신적 안정 효과와 불만을 무마시키는 효과까지 내고 있다.
하지만 사장이 실장 푸드에 직접적으로 단 맛을 넣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가격. 설탕을 넣는다는 것은 절대 생각 해 본 적도 없다. 음식물 쓰레기에도 단 것을 넣지 않는 이유는 단 음식물 쓰레기를 받으면 우연히 단 맛이 많이 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넣은 푸드를 먹은 실장석들의 입맛이 올라가 잘 교육한 실장석들이 맛있는 것을 내놓으라는 분충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 훈육을 한 시간과 앞으로 써먹을 노동력에 있어서 큰 손해이기 때문에 단 것을 무엇보다도 철저하게 관리하는 사장의 철칙이었다.
곧이어 실장 푸드 크기로 만들어진 틀에 쓰레기와 사카린 실장석 시체를 섞은 액체를 부은 뒤 거대한 오븐에 집어넣는다. 잠시 사업상 대화를 하던 N국 대사 일행과 사장은 금새 완성되어 오븐에서 꺼내지는 실장 푸드를 바라본다. 틀을 뒤집어 탁탁 털자 후두둑 쏟아져 나오는 실장 푸드. 정확히 60KG 한 포대에 들어가 포장된다. 실장석 십여 마리에 음식물 쓰레기와 물, 그리고 모자란다 싶으면 넣는 모래와 흙으로 만들어진 실장 푸드.
「이런 걸...... 먹습니까?」
「어이없으신가요? 하하. 그럼 어디 한 번 줘 보죠. XX대리?」
「예. 여기 있습니다.」
직원은 귀를 꼬집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실장석 한 마리를 데려온다. 그리고 사장은 대사에게 방금 만들어져 따끈따끈한 실장 푸드 한 알을 건낸다. 인간의 손가락 한 마디만한 작은 실장 푸드를 보고 살짝 어색한 표정을 짓는 대사. 머뭇거리며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더러운 푸드를 멋쩍은 듯 실장석에게 건네자
「푸드! 실장푸드인뎃샤! 푸드! 실장푸드인데스! 내놓는데스! 똥닌겐! 데갸아아아!」
「맛있나......?」
「맛있는데스! 달콤달콤한데스! 폭신폭신 달콤달콤데스! 금단의 맛도 나는데스! 알 수 없지만 너무 맛있는뎃샤! 더 내놓는데샤! 당장 더 바치는뎃샤! 까만 똥닌겐! 고귀한 와따시에게 헌상...데겍!」
「정말 좋아하죠? 이런 분충도 맛있다고 쳐먹습니다. 하핫.」
「신기하군요......」
시끄러운 실장석의 머리를 구둣발로 짓밟아 정확하게 이등분하는 사장.
반신반의했던 실장 푸드의 효과에 놀라워하는 대사.
두 사람의 곁을 막내 사원이 실장 푸드가 담긴 통을 굴리면서 지나간다.
「저건 어디로 가는 겁니까?」
「아, 저건 저희 회사 노동석들의 식사입니다.」
「그런데 통이 무척 작은 것 같은데요? 아까 60KG짜리 실장 푸드 원액보다 더 작은 것 같습니다만.」
「당연하죠. 그걸 그대로 먹이면 엄청난 손해니까요.」
「그럼 노동석들의 식사는 어떻게 마련합니까?」
「음, 그것도 직접 보시는 편이 이해가 빠르시겠네요. 이쪽으로 오시죠.」
사장은 완성된 실장 푸드를 한 바가지 퍼서 이동하는 사원을 따라 옆방으로 향한다.
식사를 만든다는 말에 신기해하며 따라가는 N국 일행. 옆방에서는 약간의 역한 악취와 실장석에게서 나는 실장취가 섞여 미간을 찌푸리게 만드는 냄새가 났다.
방금 전 실장 푸드를 만드는 곳에서 큰 오븐에 굽는 요리를 한다면 이번 노동석들의 식사를 만드는 곳은 끓이는 요리를 한다.
방금 전 만들어낸 실장 푸드를 작은 바가지로 퍼 담아 끓는 물에 넣는다. 펄펄 끓는 물에 실장 푸드는 풀어져 점차 맑은 물을 실장석의 똥과 같은 녹색으로 물들인다. 곧이어 끓는 물에 실장석들의 사체에서 가져온 실장복과 머리카락을 넣는다.
「그건 왜 넣으시는 겁니까?」
「짠 맛입니다.」
「네?」
「소금처럼 귀한 걸 실장석 먹는 데 쓸 수 있나요? 이 녀석들의 간을 맞추는데는 자기들 땟국물과 자기들의 기름진 머리카락이 최고죠.」
도대체 몇 번 듣고 보는 기행의 연속인가. 정말로 이 남자는 실장석의 모든 것을 쓸 생각이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진심이다. 질렸다는 표정을 짓는 직원들. 하지만 대사는 무척 흡족한 표정이다. 보고서에서 보았던 믿을 수 없는 그 말. [원료는 오직 실장석만으로 돌아가는 인력]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에 큰 감동을 받은 모습이다.
대사는 정말로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는 조국. 모두가 병에 걸리고 지쳐서 움직일 힘도 없는 조국. 가난에 절망한 부모가 아이를 팔아넘기고 아이는 도적떼가 되거나 구걸을 하는 비참한 조국.
「실장석은...... 희망이군요.」
「돈이지요. 핫핫핫.」
호쾌하게 웃는 사장을 바라보며 대사는 함께 큰 미소를 지었다.
※ 17
「질척한테치이..... 기분나쁜테치이......」
「온 몸에서 똥냄새가 나는데스우우......」
온 몸에서 거름 냄새가 나는 실장석 무리.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 벌로 자신들이 제대로 갈지 못한 밭 대신 옆에 잘 경작된 밭에 거름을 옮기는 고된 노동을 간신히 끝냈을 무렵 이미 해는 지기 시작해 여름 하늘의 끝에 노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간에게 다시 한 번 몸을 씻을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거래를 시도해 보았지만 스트레스로 인간의 공포를 잊어버린 실장석 한 마리가 그토록 싫어하던 거름의 일부분이 되고 난 뒤 저녁 식사를 줄인다는 절망적인 교환 조건으로 간신히 몸을 씻을 수 있는 물을 받았지만, 시간이 너무 짧았다. 대다수의 실장석들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온 몸에서 거름 냄새를 풍기고 서로의 악취를 느끼면서 걸어가고 있다. 강당을 출발하며 열의에 불타 오르던 [세레브]를 향한 첫걸음은 그렇게 절망적으로 끝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노력했는데.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아무런 대가도 없었다. 보상받지 못하고 수고했다며 예쁨을 받지도 못했다. 그저 들려오는 것은 고함소리와 무자비한 매질 뿐. 실장석들은 결국 모든 미래와 행복에 대한 생각을 그만두고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인솔하는 인간을 따라 오직 걸을 뿐이다. 인간의 의도대로, 모든 생각을 버리고 그저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만을 하면서.
아침에 출발했던 강당에 도착하자 엄지와 구더기들은 없고 인간들만 있었다. 지친 실장석들이 걸림돌이나 다름없는 엄지와 구더기는 신경조차 못 쓰고 있던 사이, 어디에 갔었던 것일까 인간들이 엄지들과 엄지가 구더기를 데려와 이마의 화상자국을 보며 나눠주기 시작한다.
하지만 엄지와 구더기의 상태가 무척 이상하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반쯤 넋이 나가 있다. 어미 실장도 몰라보고 그저 멍하니 구더기를 들고 서 있거나 땅바닥을 바라보며 기가 죽어 있다. 그런 엄지와 구더기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는 친실장과 자실장은 엄지를 흔들고 구더기를 안아 올리면서 지치고 아픈 몸으로 한참을 구더기와 엄지를 정신 차리게 하려 애를 쓰고 있다.
간신히 자신이 친실장에게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은 엄지와 구더기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꽉 쥔채 부들부들 떨고 있다. 그리곤 친실장을 보며 힘들었다며 떼를 쓰고 억지를 부리며 소리를 지르려던 엄지와 구더기들은 어미와 언니들이 온 몸에 상처가 나고 피가 흐르고 팔이 뒤틀려있거나, 잘려나가거나, 벗겨지거나 찢어진 모습, 그리고 결정적으로 온 몸에서 나는 땀과 더러운 실장취와 거름의 냄새로 크게 고생한 모습을 보자 가슴 속 무언가가 울컥하고 올라와 엉엉 울기 시작한다. 그런 엄지와 구더기를 보며 친실장과 자실장도 서로를 끌어안고 통곡하기 시작한다. 강당에 울려퍼지는 실장 가족의 대성통곡.
「마맛! 마마아아앗!」
「오로로로오오옹!! 6녀! 6녀어어어!!」
「마마! 마마아아아!」
「오네챠아아아!!!」
「프니후? 프니프니!! 프니후~!!!」
「다들 무사한테찌! 살아있는테찌!」
「오로로로옹!!」
한참을 엉켜 부둥켜 안고 울고 있던 실장석들. 간신히 탈이 있긴 해도 모두 살아남아 만난 실장가족. 그리고 가족 구성원 하나나 둘, 심하면 여럿이 빠져 절망과 비통함에 악에 받혀 소리를 지르며 우는 실장 가족까지. 그야말로 난장판이 따로 없다. 하지만 인간들은 그런 실장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자신들끼리 무언가의 준비에만 열중하고 있다. 잠시 이산가족이 됐었던 실장석들이 간신히 울음을 그치고 인간들이 움직이고 있는 강당의 단상 위를 쳐다본다. 마침내 준비가 끝났는지 인간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는 곳을 주목하기 시작하는 실장석 무리.
낮에 봤었던 친절한 대리가 서 있다. 아니, 친절해 보였던 대리다. 실장석들은 기억하고 있다. 이 대리도 무섭다. 무서운 인간이었다. 친절한 가면 밑에 가끔씩 보여줬던 진짜 모습은 공원에서 자주 봤었던 학살파의 얼굴, 아니 그 이상이다. 실장석들은 위석의 본능이 전해주는 공포를 다시 한 번 느꼈다. 이 남자는 정말 위험하다고.
공원에서 가끔씩 나타나던 실장석들에게 무언가를 묻지도 않고 어떤 무언가를 원하지도 않고 쓸데없는 행동을 하지도 않고 그저 온 힘을 다해 실장석들을 죽이고 또 죽이는 학살파들. 어찌 보면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게 하는 학대파보단 낫지만 걸리면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는 실장생에 있어 가장 큰 적이자 최고로 경계해야 하는 학살파들.
냉혹한 검고 기다란 물건을 든 그 표정엔 변화조차 없고 학대파에게 있는 엷은 비웃음의 미소조차 없는 잔혹한 모습. 감춰진 대리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가볍게 몸을 떤 실장석들은 긴장했다. 하루 종일 시달리고 여기저기를 얻어맞아 아픈 몸뚱이와 한참을 울어서 반쯤 몽롱해진 정신을 낮에 들었던 대리의 잔인하고 냉혹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번뜩 제정신을 차린다.
「자, 자. 다들 고생했네. 앉아.」
「데, 데스우......」
「그리고 고개는 들고 여길 봐.」
「데스......」
「우리가 생각해 봤는데 말이지. 너희에게 중요한 걸 안 가르쳐줬어.」
「데스?」
「바로 너희의 노동력을 우리가 임금으로 사는 것 말인데. 얼마인지 제대로 안 가르쳐 준 것 같더라고.」
사실이었다. 물론 인간이 일부러 늦게 알려 준 것이지만. 낮에 젊은 대리가 돌렸었던 카탈로그에는 그저 눈 돌아갈정도의 맛난 음식과 세레브한 가구와 장난감들, 옷들이 찍혀 있을 뿐 정작 중요한 가격은 적혀있지 않았다. 현명한 실장이나 본래 세레브 사육실장이어서 돈과 화폐를 어렴풋이 이해했던 소수의 현명한 실장들, 혹은 버려진 사육실장은 그런 점을 생각하며 이 또한 감춰놓은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은 믿을 수 없다고.
그런 점을 인간들은 놓치지 않고 있었다. 거짓된 평등. 아니, 적어도 앞에선 평등하게 보이는 것. 그것들이 이 인간들의 목표였기 때문에. 이들은 이런 일을 셀 수도 없이 많이 해 온 베테랑이니까.
「자. 여길 보세요. 앞에 스크린을 봐.」
다시 펼쳐진 거대한 스크린의 웅장함에 실장석들은 고단함과 아픔을 잊고 [데에......]라며 앞의 스크린에 집중한다. 스크린의 거대한 화면에는 평온한 음악이 울려 퍼진다.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음악을 바탕으로 열심히 일하는 실장석들이 보인다. 밭을 갈고 무거운 고추나 마늘, 고구마를 수확하며 협동하는 실장석들. 무거운 양파를 뽑아내자 뒤로 넘어지며 창피해하는 실장석과 웃고 있는 인간, 발밑에서 함께 즐겁게 웃고 있는 친실장들. 화목하고 즐거운 모습이다.
그리고 잠시 뒤, 음악이 그치고 상냥해 보이는 여자가 나온다. 여자? 아니 인간 여자라기엔 뭔가 이상하다. 긴 갈색 머리카락과 잘록한 허리는 요염할 정도로 아름답다. 하지만 이상하다. 거대한 가슴과 엉덩이는 S라인이라 불리우는 나이스바디. 그야말로 모델처럼 아름다운 여성이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얼굴은 하얗고 예쁘다. 하지만 뭔가 인간이라기엔 위화감이 든다. 이상하다. 두 눈은 파란색이다. 하지만 두 눈이 뭔가 인간들이 쓰는 눈알이 커다랗게 변하는 무언가를 사용한 것 같은 눈이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든다.
실장석들은 아름다운 여성을 보며 [데기......?]라며 알 수 없는 처음 겪는 이상한 느낌에 빠져든다. 처음엔 위화감. 그리고 차오르는 부러움과 알 수 없는 질투. 그리고 마지막엔 [데샤아......]라며 선망의 시선과 감탄의 낮은 탄식까지. 실장석 자신들도 알 수 없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부러움?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었다. 분명 아름답고 귀여운 여성이었지만 질투심 같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위석 깊숙한 곳에서 [신경 쓰지 마라!]라고 외쳤지만 실장석들은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 실장석들의 시선이 집중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크린의 여성은 아름답게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실장석 여러분?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힘들어 죽는줄알았던데스우우우우우우......」맨 앞의 실장이 울먹이며 대답한다.
「그래요. 많이 힘드셨죠? 하지만 여길 잠시 봐 주세요. 여러분에게 중요한 임금을 설명하겠어요.」
「데스우?」
「여러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돈. 임금. 바로 일한 대가에요.」
이상하게도 실장석들은 여성의 말에 집중한다.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면서 여성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실장석들. 묘하게 그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시선을 뗄 수 없다. 이상하지만 말로 표현이 불가능한 그런 느낌이다. 친실장부터 구더기까지 입을 떡 벌리고 여성을 쳐다보는 실장석들을 바라보며 인간들은 엷은 미소를 띄우며 웃을 뿐이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크린의 여성은 설명을 시작한다.
「우선 아쉽게도 일을 하지 못하는 실장은 돈을 못 받는 걸 알려드릴게요.」
「그러니까 우지쨩이나 엄지들은 일을 못 하면 돈을 못 받는다는거에요. 아쉽지만요.」
「하지만 밥은 꾸준히 주니까 걱정하진 마세요! 엄지나 우지쨩들이 말썽피우지 않으면 안전할 것도 약속해요!」
「자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인 돈 얘기를 해 볼게요.」
「여러분. 여러분이 받을 수 있는 임금은 총 12만 9천 400원입니다.」
「무려! 인간의 나라의 군인이 받는 임금과 똑같아요!」
「즉, 여러분은 인간과 같은 대접을 받고 있다는 거랍니다. 어떤가요? 정말 대단하죠?」
「하지만 여러분에게 직접 돈을 드리긴 힘들어요. 돈은 너무 크거든요. 인간의 돈을 본 실장이 있다면 다들 알고 있죠?」
멍하니 여성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실장석들. 인간의 돈을 본 실장도, 직접 가지고 다니던 사육실장도, 그런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한 들실장도 모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런 저항도 의구심도 품지 않고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여성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동조하고 동의하고 있다. 실로 신기한 광경이다. 실장석들이 이리 차분하고 조용하게 다른 자의 말에 집중하는 것은. 그런 실장들을 보며 여전히 피식 웃고 있는 직원들.
「그럼 어떻게 돈을 지급할까요? 여러분 오늘 아침에 사람들이 뾰족뾰족한 것으로 여러분을 잠깐 찔렀었죠?」
「그건 여러분에게 돈을 지급하는 소중한 장치랍니다. 참고로 그걸로 여러분의 위치도 알 수 있어요. 가족을 잃어버릴 걱정도 없어요. 대단한거에요.」
「그런 소중한 기계를 여러분께 드린 건, 공정하고 정확하게 돈을 드리기 위해서에요. 여러분의 월급날이 되면 자동으로 여러분이 일을 한 만큼 돈이 들어오게 되는거에요.」
「무슨 말인지 다들 아시겠나요? 설명이 필요하신 분?」
이상할 정도로 실장들은 순순히 설명을 듣고 있다. 심지어 실장석에게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이해]를 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이해를 했는지 못 했는지는 둘째치고 경마장의 신문을 뒷주머니에 쑤셔넣은 아저씨들처럼 두 눈을 부릅뜨고 여성을 바라본다. 그런 모습에 다시 한 번 크게 웃는 인간들. 여성이 말하는 내용은 현명한 실장이라면 뭔가 의구심을 가질 법도 한 내용이지만 무리에서 가장 현명한 실장조차 멍하니 앉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도대체 저 여성의 정체는 무엇일까?
「하지만 여러분. 낮에 다른 인간분이 말씀하셨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돈을 받을 수 가 없는거에요.」
「즉, 여러분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돈을 떼여서 받게 된다는 거에요.」
「오늘 여러분은 일을 제대로 못 하셨죠? 어떻게하나...... 오늘 돈을 다 못 받는다는 소리에요.」
「그러니까 여러분, 일을 열심히 하셔야 해요! 여러분이 필요한 것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요. 인간들도 그렇게 사니까요.」
「데, 데기이...... 하지만 너무 아픈데스! 힘든데스우!」
「힘들고 아픈 실장도 있을꺼에요. 그렇죠? 하지만 뭐든지 처음 하는 일은 아프고 힘들기 마련이랍니다. 생각해 보세요. 처음 날렵하고 날카로웠던 것이나 매끄럽지만 무서운 것, 단단하지만 느린 것을 잡을 때를.」
「데에......?」
「동글동글하고 무서운것들을 피할 때를 생각해보세요. 새까맣고 커다란 것에 눈에 안 띄게 피할때도요. 그쵸? 처음엔 다 힘들었던거에요.」
「그건 그런데스우......」
「여기 있는 사람들도 모두 마찬가지랍니다. 처음엔 다 힘들었어요. 먼저 왔던 다른 실장들도 마찬가지에요. 다들 힘들었던거에요.」
「그, 그랬던데스?」
「물론인거에요. 그러니까 여러분. 여러분도 힘을 내서 돈을 꼭 받아가세요! 정말 여기서 일을 하기 힘들다면 돈을 내고 나갈 수도 있으니까 열심히 일을 해서 다시 공원으로 돌아가시던지요. 」
「뎃!!? 공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스우!?」
「하지만 다른 실장들이 콘페이토와 스시를 먹고 새로운 자를 낳으면서 인간들에게 보호받을 때 혼자 길쭉길쭉한 쓴 것을 씹어먹고 자들이 다른 들실장에게 먹히거나 마라에게 덮쳐지는 것을 걱정하고 싶다면요.」
「데엣!? 그건 안되는데스우! 와따시는 행복해질 권리가 있는데스우! 다른 실장이 행복한 것은 용납 못하는데스우!」
실장석들의 힘의 근원. 자를 낳겠다는 번식욕과 인간에게 보호받겠다는 피보호 욕구, 그리고 다른 실장보다 우월감을 느끼고 싶다는 허황된 속물과 같은 허영심. 그것을 절묘하게 이용한 여성의 말에 실장석들은 일제히 분개한다. 자신의 몸의 상처마저 잊고 벌떡 일어나 그럴 수는 없다며 항의하는 실장석들. 그런 실장석들을 보며 여성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러니 실장 여러분! 모두 힘내는거에요! 열심히 일 하는거에요! 파이팅인거에요!」
곧이어 여성의 모습이 사라진 스크린은 다시 검게 변하고 강당 위로 학살파 대리가 다시 위로 올라간다. 웅성거리며 아픔을 잊고 서로 대화를 하고 있는 실장들을 보며 대리는 웃음을 감추고 말하기 시작한다.
「자. 다들 봤겠지? 너희들이 받는 돈은 총 12만 9천 400원이야. 젊은 인간들이 일을 하며 받는 돈이지. 어때? 적은 것 같나?」
「그건 아닌 것 같은데스우...... 많은데스우...... 인간과 같은 돈을 받는데스!」
「그래. 당연히 많은 돈이지. 무려 젊디젊은 남자가 받는 돈인데. 그럼 여기서 질문을 받아볼까? 질문 있는 실장?」
「데, 데스우! 질문이 있는데스우!」
「응. 말해봐.」
「그...... 공원에 돌아가는 것은 얼마인데스우?」
모든 실장과 인간의 시선이 방금 질문을 한 실장에게 쏠린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놀란 듯이 뒤로 쓰러지며 가볍게 [뎃]하고 놀라움의 소리를 내는 친실장.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공원으로 돌아간다는 선택지를 질문하는 실장을 보며 대리는 살짝 놀란 표정이었으나 잠시 뒤 가볍게 웃으며 이야기한다.
「응. 15만원.」
「데에? 한 달 월급보다 많은데스우!」
「당연하지. 너희 여기 오기 전에 받아먹은 콘페이토랑 스테이크, 여기 와서 얻어먹은 맛난 진공 스테이크며 너희를 실어 나르는데 든 차 기름값만 해도 얼마인데? 넌 딱 보니까 전 사육실장이네? 모든 일엔 대가가 필요하다는 것도 몰라?」
「데, 데엣?」
「여러가지 돈이 많이 들었으니 어쩔 수 없어. 이건 모든 실장이 마찬가지야. 친실장이던 구더기던 모두 마찬가지야. 두 달은 무조건 일을 해야 해. 그래야 우리도 손해를 안 보지.」
「데에...... 그, 그럼 두 달을 일하면 되는데스우?」
「뭐 그렇긴 한데. 두 달이면 대충 한 24만원은 되니까 한 마리당 15만원은 남겨놓고 쓰면 되지. 안 그래?」
「데기이...... 음...... 그, 그런데스우! 15만원만 남기고 써도 되는데스! 그런데스!」
「그렇지. 그러니까 두 달만 일하면 가고싶은 실장은 떠날 수 있어. 너희가 왔었던 공원으로 보내줄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보내줄게. 딱 15만원만 모으면 돼. 우리가 잔인하게 한 푼도 쓰지 말고 모아라! 이러는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는 먹을 거나 집, 약 같은 것도 살 수 있어. 이 정도면 공정하지 않아?」
「그, 그런데스우! 어느 정도는 써도 되는 데스! 좋은데스우!」
「자. 그럼 다음은 중요한 음식이나 옷같은 너희들이 좋아하는 세레브한 것에 대한 가격을 알려줄게. 잘 들으라고.」
앞에서 인간은 거대한 스크린에 물건을 하나씩 보여준 뒤 가격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 어느때보다 집중해서 눈을 부라리고 듣고 있는 실장석들. 혹시 이상한 수작을 부리지 않을까 한껏 긴장하며 듣고 있던 실장석들의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기쁨의 탄성을 터트리는 실장석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탄성은 분홍색 사육실장복의 가격이 나왔을 때. 독라를 비롯한 모든 실장석들이 기뻐 날뛰며 [정말인데스!?]라며 묻는다.
낮에 봤었던 세레브 실장의 말이 옳았다!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받으면 세레브가 될 수 있다! 이어서 나오는 세레브한 물건들의 가격, 맛난 음식의 가격에 실장석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한다. 정말이었다. 인간은 약속을 지킨다. 정말로 돈을 받아 세레브하게 살 수 있다! 자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만족한 듯 웃고 울며 행복해하는 실장석들. 그리고 동시에 다른 실장석들도 웅성거리며 서로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나쁘지 않다. 문제는 인간에게 맞거나 죽는 것인데 인간들은 일만 조용히 잘 하면 때리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도 오늘 일을 하는 동안은 때리지 않았고 몇몇 분충 때문에 맞은 것이지 그런 분충은 솎아내면 인간은 때리지 않을 것이고 돈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밥도 돈을 낸다면 매일매일 가져다준다고 했다. 밥걱정도 없다. 일도 앞으로는 적응이 돼서 더 쉬울 것이다. 더 좋을 것이다. 다 잘 될 것이다라는 말도 안 되는 대규모의 행복회로를 돌리면서. 서로 대화를 하면 할수록 행복한 이야기만 흘러나온다.
「꽤나 괜찮은 조건인데스우.」
「그런데스. 밥이 부실하지만 아까 낮에 본 것에선 밥도 사 먹을 수 있었던데스. 이번 달 돈만 받으면 괜찮은데스.」
「콘페이토도 있었던데스. 일만 잘 하면 되는데스.」
「그런데스. 분충만 솎아내면 충분한데스.」
나름 결론을 내렸는지 현명한 친실장들은 미소까지 띄우며 이야기를 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인간들은 간신히 폭소를 참고 있는 모습이다. 정작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놓쳤다는 생각을 못 하는 실장석들. 안타깝게도 실장석들은 인간의 의도를 전혀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대리는 다시 앞에 시선을 집중시킨 뒤 말한다.
「자. 여러분. 그럼 여러분의 일당은 얼마일까? 휴일 일요일 4번을 빼면 총 26일간 일을 해서 12만 9천 400원. 이걸 하루에 100%로 받는다면 대충 쳐서 5천원이야. 소숫점은 올려서 그냥 5천원이라고 하자. 우린 관대하니까!」
「데에? 5천원......? 그게 얼마인데스......?」
「하지만! 너희들 기억하고 있니? 오늘 작업량이 100%가 되어야 그 돈을 다 받을 수 있는 거야」
「뎃, 그, 그러고보니 그랬던데스. 일을 끝내야 돈을 받는 것이었던데스.」
「그렇지, 일을 잘 끝냈어야 돈을 다 받을 수 있는 거야! 자, 그럼 볼까? 자. 오늘의 작업량을 보여주세요!」
대리는 낮에 실장석들이 봤었던 작업량을 표시하는 LED판을 가리킨다.
한 칸, 두 칸, 세 칸...... 올라가기 시작하는 카운트. 실장석들은 바로 점심에 보았었던 즐거운 그림을 생각하며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본다. 분명 자신들이 방금 전에 작업량을 못 채워서 맞았었고 거름을 나르는 중노동을 다시 한 번 했었다는 것을 기억하지도 못한다.
당연히 고귀한 자신이 일을 했으니 작업량은 누가 봐도 당연히 100%일 것이라는 망상에 빠진 채로.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작업량을 표시하는 LED는 빨간 줄이 쳐진 80에 한참 못 미친 60%에서 멈춘다.
무서운 울음소리가 들리며 낮에 봤었던 끔찍한 우지챠와 실장석들의 모습이 나온다.
[오늘의 작업량은 60%, 60%입니다. 목표 미달! 목표 미달입니다!] 화가 난 여성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울려퍼진다.
「작업량은.......! 60%? 뭐야!?」
「데에에에엣!?」
「데갸아아아!?」
「테찌이이이이!?」
인간과 실장석들의 고함과 탄식이 섞여 나온다. 몇몇 실장석들은 달려 나온다. 인간의 제지나 매질에 신경쓰지 않고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앞으로 달려나오는 실장석들. 크게 팔을 붕쯔붕쯔 휘두르며 [그럴 리가 없다!] [사기치지 말아라!] 말을 하려고 하지만 실장석들의 항의와 동시에 큰 스크린에서 다시 한 번 새로운 모습이 비춰진다.
그것은 바로 작업 확인용 드론으로 찍은 실장석들이 오늘 일했던 작업량을 보여준다. 항의를 하려던 실장들은 잠시 멈춰서서 그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는다. 인간들이 밭에 쳐 놓은 작업량 표시선. 자신들도 봤었던 검은 줄로 10%마다 쳐놓았던 작업 표시선에는 정말 말 그대로 60%정도밖에 가지 못한 실장석들을 공중에서 정확히 찍어 보여주고 있었다.
사육실장은 물론 사진이나 비디오를 본 적이 없어도 지금 나오는 광경이 자신들이 일을 하고 있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은 실장석들은 감히 항의나 불만을 토로하지 못한다. 달려나왔던 실장들도 멍하니 서서 그저 맥이 빠진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다.
자신들의 모습이 찍혀 있고 간간히 나오는 고된 노동을 하고 있는 실장석들의 모습이 자신들임을 깨달은 실장석들이 [데스?]라며 놀라움을 표시할 뿐이다. 잠시 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작업량에는 실장들이 열심히 해가 지기 전까지 일을 했었던 모습, 그러나 60%라고 써져 있는 곳에 단 한마리의 실장만이 간신히 도달했던 모습이 찍혀 있다.
침묵. 그리고 또 침묵. 긴 침묵만이 흐른다.
상황을 모르고 오네챠와 마마에게 프니프니를 조르던 구더기도 한참을 얼르고 달래다 마침내 임계점을 돌파해 화가 폭발한 엄지의 강력한 펀치에 입을 다문다.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닌 것이다. 60%라니. 최소한 넘겨야 할 80%도 되지 않는다는 최악의 상태라는 것을 모두가 깨닫는다. 배에 강력한 주먹을 맞고 정신을 잃은 구더기를 제외하고.
친실장들은 안 돌아가는 머리를 부여잡고 한참을 생각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인간들의 말을 떠올린다. 10분이 지났을까. 간신히 실장들은 이해했다. 오늘 받을 돈의 60%밖에 받지 못한다. 60%가 얼마일지는 모르지만 5천원보다는 훨씬 적다.
이래서야 돈을 모을 수 있을까? 또 돈을 모으지 못하고 맛없는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일까?
머리를 쥐어잡고 좌로 한 번 우로 한 번 흔들던 실장 하나가 엉엉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들불처럼 실장들의 눈물과 곡소리가 퍼져나오기 시작한다.
「오로로로옹! 오로로로로로옹!」
「테에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에이이잉!」
「오로롱! 오로로로옹!!」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인간들은 어딘가 재미있어 하는 표정이다. 잠시 실장석들의 통곡쇼를 음미한 뒤 대리는 반쯤 웃음 지으며 이야기한다.
「아...... 이런, 이런. 모든 실장석들! 다들 주목.」
「주목인데스우...........」
「야! 주목하라고! 왜이리 힘이 빠져있어!」
「뎃승.....」
「자, 자! 여길 봐! 우리가 착각한 게 하나 있다!」 묘하게 밝은 목소리로 외치는 대리.
「데스?」
「오늘 너희가 오후에 일을 시작했었지? 그치?」
「그런데스우......」
「그러니까 오늘 너희는 원래 오전부터 일을 했어야 해. 그런데 너희는 오후에 일 한 것만으로 60%를 채운 셈이지. 즉, 제대로 일을 했으면 100%를 넘었을거란 말이야.」
「데게엣!? 그런데스우!?」
「그래! 바보들아! 그러니까 너희는 오늘 120%! 즉 일을 더 열심히 잘 했다는 말이야!」
「데스우우!?!!」
「그래! 그러니까 오늘 너희들의 작업량은...... 100%입니다!!!」
[빰빠라밤! 빰빰빰 빰빠라밤!!!]
팡파레가 울려퍼진다. LED판엔 다시 한 번 꽃그림과 즐거운 실장석들이 표시된다. 채찍을 들고 있던 인간들은 채찍질 대신 박수를 쳐 주고 있다. 인간들은 웃고 있다. 의도는 모르겠지만 인간들이 박수를 치며 웃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멍하니 서 있던 실장들은 잠시 주춤주춤 움직이다 곧 상황을 파악한 뒤 서로를 얼싸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뛰기 시작한다. 울면서 기뻐하는 실장도 있다.
고된 일을 하고서도 반밖에 되지 않는 작업량에 절망하던 실장석들은 자신들의 고된 일과가 정당한 보상을 받았다는 생각에 울며 기뻐한다. [역시 하면 되는 실장인데스우!] [그런데스! 와따시들이 노력을 안 해서 그렇지 하면 되는 실장인데스우!] [기쁜테찌이이이!!!!] [레후!? 프니프니후~!] 즐거움에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는 실장석들. 그런 실장들에게 대리는 즐거운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좋아! 훌륭해! 작업량을 채웠으니 그럼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가자꾸나!」
「데스우우우우우!!!」
기뻐 울면서 오와 열을 맞춰 식당으로 향하는 실장석들. 붉게 물들었던 아름다운 노을이 지고 어느새 성큼 다가온 칠흙처럼 어두운 밤하늘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아는지 모르는지, 기뻐하며 저녁을 먹으러 가는 실장석들.
이들의 머리속에는 결국 자신들이 부당하게 얻어맞았던 부당한 폭력도, 엄지와 구더기가 넋이 나갔었던 일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영원히 행복할 것이라는 답이 없는 행복회로가 돌아가며 앞으로도 행복할 것이고 즐거운 일만 한가득, 자신은 선택받은 행복한 실장석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이들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일까? 자신들의 망상처럼 행복할 수 있을까? 그저 불길할 정도로 검게 변하기 시작한 노을과 어두워지기 시작한 하늘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아니, 어쩌면 이 실장석들의 위석 깊숙한 곳에서 외치고 있는 위석의 조각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닿지 않는 [그만둬][도망쳐]라는 절망적인 메세지를 보내며.
※ 18
「여긴 어디인가요?」
대사의 수행비서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사장과 일행이 함께 걷고 있는 곳은 일종의 공장이다. 바로 실장석들에게 줄 식품을 만드는 공장이지만.
「음~ 저희는 실장석들의 노동에 활기를 넣기 위해 많은 복지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술술 거짓말을 하는 사장을 보며 함께 걷던 직원들은 기가 막히다는 듯 폭소를 터트린다.
「그래서 저희는 귀여운 실장석들이 환장하고 좋아하는 단것과 스테이크, 스시를 만드는데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답니다. 여기가 바로 그 실장석들의 스테이크와 스시를 만드는 공장이구요.」
「스테이크와 스시라면 저희에겐 조금 사치품이 아닐지요......」
「아아, 걱정하지 마세요. N국에서도 충분히 통할 스테이크와 스시니까요.」
자신만만하게 걷는 사장을 약간 불안한 눈빛을 보내며 따라가는 대사와 수행비서 일행.
곧 문을 열고 도착한 스테이크와 스시 공장을 보며 대사 일행은 눈을 크게 뜬다.
그곳엔 실장석들이 대량으로 있었다. 단지 모두 벽에 매달리고 고정되어 있었고 입과 귀가 모두 꿰매져 있었다. 자를 낳는 총배설구엔 긴 관이 꽂혀져 있어 출산한 자실장과 엄지 구더기가 모두 흘러 내려온다.
출산석의 손발은 모두 잘려져 [달마]라 불리우는 상태가 되어 있어서 말 그대로 실장석 출산을 위한 고기 덩어리가 벽에 꼼짝없이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바로 실장석들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출산 공장이었다.
주기적으로 기계가 움직이며 눈에 녹색의 염료를 칠해지고 다시 붉은 염료가 칠해진다. 매달린 실장석은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몸을 꿈틀거리며 거부하려 했으나 온 몸이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서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저 자실장들을 생산할 뿐이다.
「이게 스테이크와 스시 공장이란 말입니까?」
「네. 맞는데요?」
사장은 당연하다는 듯 일행을 돌아본다.
「여기 스테이크」
「텟테레엣챠아아아! 와타치의 머리가! 귀여운 옷이!」
태어나자마자 옷이 벗겨지고 머리가 뜯겨 비명을 지르는 자실장을 가리킨다.
「여기 스시」
「텟테렛뺘아아아! 구더기의 포대기를 뺏어가면 안되는렛뺘아아아!」
마찬가지로 태어난 지 10초도 되지 않아 독라가 된 구더기를 가리키는 사장.
「뭐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 문제고 뭐고 간에 스테이크와 스시라면......」
「고기죠. 뭐 실장석 고기로 스테이크 못 만든다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사장은 실실 웃음지으며 다음 과정으로 일행을 안내한다.
실장석들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지는 테이블 위는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광경.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어린 엄지실장들의 손발을 중식칼로 리듬에 맞춰 탁탁 잘라내고 있다.
「렛챠아아! 마마는 어디레치이이!? 손씨가, 손씨가 없어진렛챠아아아!」
「마맛! 마마아아아! 아픈레츄! 마마! 발이 잘린레챠아! 악마 닝겐인레챠아아아!」
「렛뺘아아! 어지러운레후우우우!」
탕, 탕, 탕!
육중한 중식칼이 도마에서 내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잘라낸 엄지 실장의 손발은 구더기 실장과 함께 통에 담겨 나간다.
「저걸 삶아서 대충 뭉쳐서 모양을 만들고 진공팩에 넣어서 실장 스시를 만듭니다.」
「일식은 잘 모르지만 스시라는 건 밥이 필요하지 않나요?」
「알 게 뭡니까. 스시란걸 본 적도 없는 놈들이 대다수일텐데. 또 아는 놈이 있으면 뭐 어떻습니까. 고기를 먹기 싫으면 먹지 말라 하죠. 뭐.」
「과연.」
이젠 사장의 기이한 언행에 더 이상 이상하다고 생각할 의욕도 나질 않는지 순순하게 인정하는 일행들.
아니, 이젠 실장석을 [노동력]으로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 저 녀석들로 스테이크를 만듭니까?」
「예. 그런데 저대로 구워보니까 영 스테이크 같지 않아서요. 밀어버립니다.」
직원들은 골라낸 자실장과 독라 달마가 된 엄지를 벨트 위에 올려놓는다.
벨트는 천천히 굴러가고 있었고 무슨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아무것도 모르는 실장석들은 그저 앉아 울면서 자신의 서러운 신세 한탄을 하고 있을 뿐이다.
「테에엥! 마마! 어떻게 된 테츄! 이게 무슨 일인테에엥!」
「아픈레츄! 팔씨 아픈레츄! 다리씨도 아픈레츄유우우! 따끔따끔 아픈레챠아!」
「독라가 되어버린테체! 이제 살 수 없는 테체! 노예가 되어버린테츄아아아!」
「아픈테츄! 괴로운테츄! 죽고싶은테츄! 죽고싶은....테쨔아아!!」
벨트의 끝에는 자실장과 엄지실장의 몸이 간신히 터지지 않을 정도로 들어갈 수 있는 압축기가 있었다. 그곳에서 실장석들은 자신의 몸이 마치 말린 오징어처럼 납작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테챱!? 뭐인테츄!? 테쥬보오오! 테죠오오오오오옷!」
맨 끝, 주저앉아 울고 있던 자실장의 참사를 보고 허겁지겁 자신들이 온 방향으로 뛰어 보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느리다고 해도 자실장의 뛰는 속도 따위로 역주행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신의 불행을 한탄할 틈도 없이 벨트의 끝으로 밀려나 마치 쥐포처럼 납작해지는 자실장들. 최고급 링갈로도 번역이 불가능한 자실장들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행복해질테츄! 와따치는 행복해질테츄! 이 곳을 벗어나 행복헤끄요오오오쨔아아!」
「아직 콘페이토도 못 먹어본테츄! 이렇게 죽을수는 없는 텟뾰벼뺘아쬬어어우아앙!」
「와따시는 고귀한 운명인테츄! 이런 곳에서 죽을 리는 절대 없는 뎃꾜오오오옷쮸!!!」
「살려주는테츄! 와따치 잘못한 거 아무것도 없는테츄우우우! 닌겐사아앙! 끼요오쬬오!」
벨트의 끝에선 온 몸의 뼈가 부서지고 으스러지고 눈알마저 터져버려 실장석임을 알아보기도 불가능할 정도로 납작해진 실장석 고기 덩어리가 있었다. 대다수의 실장석들은 납작해진 몸과 함께 위석도 깨져 죽음을 맞이했지만 간신히 살아남은 실장석들도 운이 좋다고 할까 나쁘다고 할까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위석이 버티고 있었지만
「@#$@#%#^#$@!!#!&%」
짓눌려 이미 부서져버린 성대와 목에서 비명을 지르고 싶지만 불가능하고 마침내 빨갛게 달궈진 요리용 철판 위에 [치이익]이라는 맛있는 소리를 내며 몸이 산채로 타는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결국 이 고통을 버티지 못하고 태어난 지 5분을 버티지 못한 자실장과 엄지실장, 즉 스테이크용 실장은 다른 노동석들의 한 끼 맛난 식사를 위한 상품이 되어 버렸다.
철판 위에 구워지고 있는 실장석 스테이크를 스크랩퍼로 착착 눌러 절단해 적당한 크기로 만든 뒤 구워진 실장 고기의 열을 식히고 압축기에 담아 랩핑한다. 옆에는 마찬가지로 어느 새 삶아져 원형을 알아볼 수 없게 작은 고기 덩어리가 된 구더기와 엄지 실장의 손발.
공장의 벨트에서 출하되고 있는 실장육 하나를 집어 먹어보는 사장. 우물우물 씹어보며 N 의원과 수행원들에게도 권한다. 검은 피부의 거한들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사장이 권한 실장육을 먹고선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매우 만족한 수행원들과 의원을 보며 웃는 사장.
「저 출산석들은 태어난 뒤로 단 한 번도 무언가를 먹어 본 적도 없고 청결한 환경에서 관리되며 자랐습니다. 위생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과연, 모르고 먹으면 새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맛이 좋군요. 이 구더기 실장 스시.」
「그렇죠. 보통의 쓰레기를 먹거나 인간의 음식을 먹은 실장은 쓰레기 같은 맛이 나고 악취가 나지만 이 녀석들은 최소 5대를 출산석이 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합니까?」
「간단합니다. 들실장을 잡아다가 분대를 제거하고 재생을 반복합니다. 이걸 한 10번정도 반복하면 얼추 악취가 빠지지만 새끼를 낳아도 그 더러운 냄새와 맛은 가시질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최소한 5대는 똑같은 공정을 거칩니다. 그러면 실장석 고기 본연의 닭고기 맛이 나지요.」
사장의 말처럼 들실장이 아닌 순수한 식용으로 가공된 실장육은 부드럽고 입에서 살살 녹는다. 닭다리살처럼 탱글한 식감에 다른 실장석 고기와 함께 구워지며 육즙이 스며들어 느껴지는 진한 맛까지. 구워진 실장석을 징그러워서, 거부감이 들어서 먹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만들어 낸 실장 스테이크다. 갓 만들어진 맛있는 실장육에 의원과 수행원들은 한동안 빠져나오질 못했다.
「맛은 괜찮죠?」
「훌륭합니다! 이 정도라면 모두가 행복해 할 거에요!」
「어우, 그러면 저희야 좋은 일이죠.」
「그런데 사장님. 의원님께서 질문 하시고 싶으신 게 있으시답니다.」
「예. 어떤 일인가요?」
「분명 이 방식이라면 널리 퍼트릴 수 있겠지만 N국은 더운 기후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희도 계약을 한 뒤에 가능하다면 꾸준히 공급을 받고 싶습니다만.」
「그거야 당연히 해 드려야 하는 일이죠. 걱정하지 마세요.」
「아니 그...... 공급이야 감사하지만 저희가 비행기나 배를 그렇게 오래 쓸 수 있는 재력이 되질 않습니다. 실장석 유통기한도 문제가 있고 아시겠지만......」
「아! 그런 걱정을 하셨구나.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이번에 혁신적인 보관 방법을 하나 발견했는데 이 방법이 있다면 충분할겁니다!」
사장의 설명을 듣자 점점 대사와 수행원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사장의 설명이 끝나자 성큼성큼 두 팔을 벌리며 포옹의 자세로 다가가는 대사와 도망치듯 허겁지겁 다음 지역으로 안내하려는 사장. 그리고 그 뒤에서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며 쿡쿡 웃는 여비서.
산 채로 전신이 구워지고 삶아지는 격통에 몸부림치는 실장석.
타국에서 사랑하는 조국의 고난을 구할 희망을 찾아내 즐거워하는 이방인.
실장을 쓰는 건 [돈 때문이다]라고 핑계를 대지만 마음속에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사장.
무정히 흘러가는 시간은 각자 다른 생각을 담고 언제나 그랬듯이, 삶은 계속된다.
이걸로 프롤로그는 완료
다음편부터 본격적인 실장석 이야기가 시작됨
업로드가 늦었는데 그 죽창은 여기가 아닌 로스엔젤레스로 던지는데스
고귀한 와따시에게 던져봤자 맞을리가 없는 데벳!
첫댓글 캬 드디어 올라왔다! 선추 후감상!
오... 이분이 참피로부터 착취해 인간들에게 베푸는 착한 사장님
재밌졍! 그러고보니 사장 예전엔 그냥 돈돈돈이었는데 뭔가 목표가 바뀐건가!
처절하게 사는 실장들인거에요...
이 분량이 프롤로그라니...... 중간에 미녀는 뭐지 실장인인거 같은데
아마 렌즈 낀 실장인같긴 한데 의외로 반전일수도?
아 너무 재밌다
형 이거 혹시 원작도 가지고 있어?
데갹 빨리 다음편도 내놓으라는데슷!
진짜 실장으로만 만들생각인가 물이나 공장기계 이런것만 빼면 전부 실장석이라 대단한데
오직 실장 단 하나로 해결한다!
멋지군.
실장인이 동영상에 나온건가요?
갈수록 전개가 흥미진진 너무재밌당 업뎃을 빨리하란데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