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영연 동화작가 얼마 전 강릉에 갔다가 택시를 탔다. 간혹 택시를 타면 손님이 무료할까 봐 이야기를 건네는 기사를 만나기도 하는데, 그날도 그랬다. 나는 택시 기사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걸 즐긴다. 현장감을 느낄 수 있고 세상의 흐름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 기사님은 강릉에 무슨 일로 왔냐는 질문으로 이야기의 물꼬를 텄다. 나는 일이 있어서 왔고, 여기가 고향이라고 자랑스러움을 담아 대답했다. 기사님은 많은 손님들을 태워서 인상만 봐도 무엇을 하는지 대체로 알아맞힌다고 장담을 했다. 순간 기사님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호기심이 당겼다. 딱 보니 선생이구만, 그러신다. 강의도 하고 있으니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내가 듣고 싶은 것은 다른 거여서 다시 생각해 보라고 주문까지 넣었다. 집에서 살림만 하는 사람은 아닌데, 라면서 고개를 갸웃한다. 결국 동화작가라고 말해주었다. “그 어려운 글을 왜 써요? 글 쓰려면 머리부터 찌근거려 국민학교(초등학교) 때 일기쓰기를 뗀 뒤 글하고는 담 쌓았지요.”
기사님의 말에 웃어 넘겼지만, 그 질문은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남았다. 나는 왜 작가가 되었는지…, 당연하지 않느냐는 답이 망설임 없이 나왔다. 대학 다닐 때 작가를 꿈꾸었는데, 레프 톨스토이,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막심 고리키 등 러시아 문학 감상시간에 교수님은 작가의 문학 세계는 그 나라 자연의 영향을 크게 입는다고 했다. 그 말에 고향 강릉을 떠올렸고, 작가가 될 자신감을 품었다.
산, 바다, 하늘…, 강릉은 신이 내린 자연의 땅이 아닌가! 게다가 문학에서 효시를 지닌 땅이기도 하다.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매월당 김시습),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허균)의 저자가 강릉 사람이라는 자랑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고장이다. 또 강릉으로 유배 와서 시조의 효시가 되는 ‘동창이 밝았느냐’를 지은 남구만 시조시인도 있고(경기도 용인 출생지에서 지었다고 주장하기도 함) 「소년아, 봄은 오려니」를 쓴 심연수 시인도 있으니, 문학의 본향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신사임당, 허난설헌의 창작 혼을 품고 사는 내가 작가가 된 건 당연한 일이다. 천혜의 땅 강릉이 주는 자연의 영감은 상상력으로 확대되어, 나는 기꺼이 펜으로 춤을 추고 있다. 내 고향 강릉! 강릉의 자연, 강릉의 혼을 심지삼아 글을 쓸 수 있어 참으로 행복하다.
함영연 (동화작가. 문학박사) 강원도 강릉 출생. 1998년 계몽아동문학상을 수상으로 동화를 쓰고 있으며, 환경우수도서상, 방정환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강원아동문학 2018 좋은 작품상을 수상했다. 작품집으로 <탈출! 아무거나> <개성공단 아름다운 약속> <꼭 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 <쇠말뚝 지도> <채소 할아버지의 끝나지 않은 전쟁> <가자, 고구려로!> <헤겔 아저씨네 희망복지관> <돌아온 독도대왕> <꿈을 향해 스타오디션> 외 다수가 있다. 대학에서 아동문학을 강의했으며, 현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특임교수,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동화창작스토리텔링을 강의하고 있다. 출처 : 시사포커스 강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