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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90만평, 건물 7060평, 방 24개, 목욕탕 6개…. 워싱턴호수 근교에 위치한 빌 게이츠의 저택 가격은 1500억원이다. 전체 재산 규모는 530억 달러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하루 1638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빌 게이츠를 세계 최고의 거부로 만든 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표준의 장악과 활용이다. 실제로 대다수 세계인은 PC를 사용할 때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운영체계인 윈도우를 사용하고 있다. 웹 브라우즈 시장의 90%도 MS의 익스플로러가 장악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도 표준을 세계시장의 지배수단으로 활용한 사례에 속한다. 삼성건설은 GPS시스템을 이용한 공법을 동원해 828m에 이르는 이 건물의 수직도를 유지했다."
핵심기술 중 또 하나는 콘크리트 압송기술이었다. 수분이 마르면서 콘크리트가 굳어버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삼성건설은 얼음을 투입하는, 지극히 한국적인 방식을 동원했다. 세계를 더욱 놀라게 만든 것은 이런 공법으로 건물을 사흘에 한 층씩 쌓아올렸다는 사실이다. 최갑홍 한국표준협회 회장은 "공법과 자재의 표준화가 낳은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도요타 사태 이후 세계 기업의 관심은 국제화, 사회적 책임, 고령화에 집중되고 있다. 우선 WTO가 발효되고 203건의 크고 작은 FTA가 성사되면서 무역장벽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시장이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이론과 현실의 간극'이라는 장애물이 존재한다. 경제적 통합이라는 이상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국가간 언어, 문화, 인프라, 법과 제도 등은 너무나 다른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개별 국가와 지역이 지닌 다양성을 단일한 입법을 통해 규제할 수도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ISO26000(사회적 책임)이라는 국제규범이다. 기업을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소비자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책임이 가중되고 있는 것도 ISO26000 등장의 배경이 됐다."
헨리 포드와 빌 게이츠의 축재 비결
과거에는 기업이 고용과 이윤만 창출하면 됐다. 그런데 요즘에는 성실한 납세는 기본이고 회계부정도 범하지 않아야 한다. 고위 공무원과 정치인이 이용하던 인천공항 VIP룸이 얼마 전부터 세금을 성실히 납부한 기업인에게 추가 개방된 것도 이런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 회장은 "표준 채택에 따라 국제적 주도권도 변한다"고 강조했다.
"1970년대 세계경제를 지탱한 전력(電力)의 표준은 4가지로 나뉘어 있었다. 그러다가 컬러TV(1980년대)와 휴대폰(1990년대)의 표준은 3가지, 2가지로 줄었다. 특히 휴대폰 시장의 표준은 유럽형인 GSM(65%)과 미국형인 CDMA(35%)로 양분됐다. 우리는 여기서 유럽의 표준이 그 영역을 점차 넓혀가면서 세계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표준이라는 안경을 쓰고 보면 세계를 뒤흔든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도 간단히 드러난다. 1941년 미국에서 35달러의 지폐를 찍어내려면 반드시 1온스(28g)의 금이 필요했다. 하지만 1976년 이 엄격한 기준이 사라지자 종이와 파란색 잉크만 있으면 얼마든지 달러를 찍어낼 수 있게 됐다. 표준의 변화에 따라 세계경제 판도가 완전히 바뀌어진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능률과 효율의 향상을 지향하는 표준(Standard)은 "굳건히 서라"(Stnd Hard)에서 왔다고 한다. 지휘관이 전시에 기마병을 모아놓고 명령을 하달하면서 던졌던 말인데, 표준이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흔들리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표준은 대량생산과 비용절감에 필수적인 호환성과 상호 운용성도 제공하고, 경로의존성이 강하여 네트워크도 강화해 준다.
"헨리 포드가 1903년 자동차 회사를 설립할 당시만 해도 T모델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500개의 부품을 조립하는데 12시간 30분이 걸렸다. 이런 방식으로 1년 동안 모두 6870대를 생산했고, 자동차 한 대의 가격은 2000달러였다. 그런데 헨리 포드가 제품과 작업의 단순화, 부품과 공정의 표준화, 기술과 분야의 전문화 등 3S정책을 도입하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1923년 T모델 자동차 한 대당 조립 시간은 1시간 30분, 가격은 850달러로 떨어졌다. 반면 연평균 생산대수는 200만대로 늘어났다. 그래서 표준에는 '경쟁'보다 '전쟁'이란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하나의 제품이나 기술이 표준으로 채택되면 다른 것들은 배제의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다. 승자독식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한 분야의 승리가 타 분야로 연계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자주 언급된 것이 '경로의존성'이다. 이에 따르면, 유타에서 플로리다까지 열차로 운반되는 우주선 추진 로켓의 너비는 로마 전차를 끌던 말 두 마리의 엉덩이 크기와 같다. 로마 전차가 광산용 목로로, 목로가 영국 기차 궤도로, 남북전쟁 승자인 북군의 영국식 기차 궤도 표준 채택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표준을 선점한 기업이 하나를 바꾸면 다른 것도 연쇄적으로 바뀐다. 예컨대 콜라병 사이즈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콜라병을 넣는 박스와 그 받침대, 박스를 싣는 트럭과 컨테이너, 컨테이너선이 잇따라 교체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하지만 후발주자(Follower)에게도 기회는 있다. 선발주자를 지켜보고 있다가 변동이 생기면 그 방향에 맞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수 있다. 1994년까지만 해도 웹브라우저 시장은 넷스케이프가 장악하고 있었다. 후발주자인 빌 게이츠는 휘하에 있던 직원들을 넷스케이프에 들여보낸 다음 시장의 30%를 분할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자신의 제안이 거절당하자 윈도우 사용자에게 익스플로러를 무료 배포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새로운 웹브라우저 표준이 등장하자 시장의 판도는 금방 뒤집혔다."
'사회적 책임'의 지침서 될 ISO26000
국제표준기구(ISO)가 1947년 설립된 이후 9000(품질), 14000(환경), 22000(식품) 등 다양한 국제표준이 선보였다. 2000년부터 국제 논의가 시작된 26000(사회적 책임)은 2004년부터 본격적인 개발 단계에 들어갔으며, 올해 11월 1일 정식으로 국제표준이 됐다. 그렇다면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을 엄격히 규정한 표준이 등장한 배경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기업의 이해관계자는 주주, 직원, 고객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협력업체, 지역사회, NGO 등까지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변화된 세상의 '지침서'가 될 ISO26000은 인권, 노동, 환경, 공정, 소비자, 지역사회 등 6가지 핵심 주제로 구성돼 있다. 앞으로 경영전략을 수립하면서 다음에 열거한 쟁점을 적극 고려하는 기업만이 지속가능성을 획득할 것이다. △인권(차별금지, 문화적 권리, 시민권과 정치적 권리) △노동(고용, 보건과 안전, 인적 개발과 훈련) △환경(오염방지, 지속가능한 자원, 기후변화 대응) △공정(반부패, 재산권 존중) △소비자(사실적인 정보 제공과 공정한 계약, 불만과 분쟁 해결, 프라이버시 보호) △지역사회(보건, 교육과 문화, 사회적 투자, 고용창출과 기능개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스포츠 유명 스타를 모델로 내세우는 국제적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현재 사회공헌을 가장 잘 하는 기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과거에는 저개발 국가 아동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기업으로 악명을 떨쳤다. 나이키 상표가 붙은 축구공을 만드는 파키스탄 어린이의 사진이 잡지에 보도되고 시민단체가 불매운동을 벌이자 회사는 크게 반성하고 사회공헌에 앞장섰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지속가능성을 획득해야 한다. 나아가 소비자는 물론이고 다양한 사회 구성원과 지혜롭게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 여기서 세계적 차원의 화두로 떠오른 것이 사회적 책임이다. 이제 기업은 사회적 책임의 연장선에서 경영전략, 생산방식, 거래규칙 등을 정비해야 한다. 특히 기술, 설비, 사람에 이어 감성에 호소하는 산업이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아우디는 운전자가 가장 좋은 기분으로 승차할 수 있도록 '냄새'와 '소리'까지 고려한 승용차를 생산하고 있다. 자동차에 타는 순간 새 차에 탈 때의 상쾌한 냄새가 나고 악셀레이터를 밟을 때 흥분감을 느낄 수 있도록 경쾌한 소리가 나게 한 것이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과 혁신의 양 날개를 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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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스펙보다는 스토리가 중요하다" 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지금의 시대는 무엇보다 영적인 부분의 스토리가 대세인것 같습니다...
헉스님의 스토리~~10년뒤^^ 20년뒤~~
기대됩니다~~항상 배움에 목말라하는 모습^^ 보기가 좋습니다~~
덕분에 잘 보고 갑니다~~
조찬소모임 유지가 안되서 좀 아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