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사당동집을 판 돈으로 구파발의 아파트를 산 후
돈이 쬐끔 남았나보았다.
남편은 그 남은돈으로 지금 내가 살고있는 이 아파트를 샀다.
전세 떠안으니 쬐끔 남은돈으로도 그런 일이 가능했나보았다.
아파트는 31평이다.
사당동 떠난지가 5년이라니.(세월이 휙휙 날아간다)
지은지 30년이 된 아파트를 남편은 대대적으로 수리를 하여
시세보다 2천만원을 더 받고 전세를 놓았다.
학군이 좋다고들 하여 주위의 건물은 맨 학원가이다.
2남1녀의 청소년을 둔 식구들이 세입자로 들어왔다.
살아보니 과연 구파발과는 공기부터가 다르다.
우선 노인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요가반에는 60대도 없다.
거의가 40대이고 많아야 50대 여인들이다.
나는 좀 미안하여 한쪽 귀통이 제일 눈에 띄지 않는곳에
자리를 잡고 찌그러진다.
하루에도 몇 번씩 중2들이 우당탕탕 낄낄낄 곧장 어딘가에 처박힐 듯
뛰어다닌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집이 엄청 망가져있다.
이것저것 다 그만두고 거실앞 베란다천정이 가관이었다.
1층 공원에 큰 감나무가 있다.
가을이면 엄청난 감이 열렸던가 보다.
세입자는 그 감을 따서 곳감을 만들었나본데
세상. 베란다천정에 못을 촘촘히 한줄로 박았다.
콘크리트천정이라 인부가 못을 빼기도 진땀을 뺐는데
박기란 얼마나 여려웠을까.
또, 양쪽에 못 두 개를 박고
막대기를 잇대어 곳감을 널면 될 일을
그들은 돌대가리였나. 새대가리였나.
못을 빼고나니 못과 함께 시멘트가 떨어져나가
천정은 회를 쳐놓은 것 같다.
삼남매가 한창 십대를 건너는 중이니
들어오는 현관 도어락부터 성한 곳이 없다.
말그대로 다 부서졌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산여자는,
“이런건 원래대로 해놓으라고 해야 돼요.”
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하였다.
그들은 나 때문에 쫓겨난 것이다.
내가 들어오지 않았으면 그들 자식들은 졸업할 때까지
이사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그리고 뭣보다 아이를 셋이나 낳아 키우는 사람들 아닌가.
애국자들이다!
나는 아이를 셋이나 낳아준 그들을
용서하기로 하였다.
집이야 날 풀리면 고치면 되지.
그리하여 나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어느때보다 강렬하다.(*)
2023.1.31
첫댓글 세입자 좋은 주인 만나셨네요.
잘 하셨습니다.
참 착한 주인 만나 잘도 빠져
이사 간네요
요즈음 주인이 세입자고
세인자가 주인 세상이 되고
말았네요
저역시 옛날 다가구주택 살때
주인이 세입자들 얼굴도 못보고 살았
네요
괜시리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며 살았거든요 ㅎ
지금 사는 곳이 어디입니까?
좋은 집주인 인거 같습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복 받을 일을 하셨네요
애들 셋이면 남아 나는게 없지요
게다가 베란다 천정에 못 박은 것은 잘못 한 것이네요
예전에는 애들 셋이면 세도 안줬는데요
그 시절은 참 어려운 시절 이였지요
세입자가 자기집 아니라고
험하게 썼나보네요 세입자도
자기가 사는 집이 였는데
잘 있다가 이사가면 좋왔겠는데요‥
속상 하섰겠네요
넓은마음으로
이해를 하셨군요.
복을 지으셨으니
복 많이 받으세요.
잘 하셨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도 세 살면서
못 함부로 안 박는 건 알던데요
내집이다 생각하면
그렇게 험하게 쓰진 않았을텐데 싶네요
맘 넓으신 은순님을 주인세대로
만난 세입자분들 고마운거나 알라나
휴우~~ 일단 한숨 먼저 나옵니다..ㅎ
뭔 사람들이 그런지요..
참으로 좋은 집주인을 만난 애국자네요..
수리하시려면 한참 고생좀 하시겠어요..
힘내세요..^^
그러게요
대못들을 박았어니 어쨔~~애국자에 마음 쓰셨네요
저도 임대비로 생활하느라 쪼만한거 양쪽벌려놨는데~~
제가 세를 내고 살때를 생각해서 이사갈때까지 세를 안올려요
기냥 작은보시하는 마음으로로~~~~
남의집이면
더 조심스러울거같은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나봅니다
그래도 아이들 많이 낳아 애국한 세입자라 말씀해주시는 새 은순이님이 쿨하고 멋지십니다
그러게요. 이렇게 살면
복이 들어올까요.ㅎ
제가 소원하는 복이란
79세까지 두발로 잘 걸어다니고,
이곳 카페에 가끔씩 글도 올리고,
그러다가 80세되는 생일날,
아침 점심 저녁 잘 먹고
잠든 길에 편안히 하늘나라로 이사가는 거시랍니다.
댓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
저도 아이셋 키울땐
힘들었는데 키워 놓니
좋네요.
아들이 공진당 챙겨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