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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내용
요약
2022년 에너지 및 경제 위기 속에서도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이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을 위한 시나리오 분석을 시도
2022년은 코로나19에서의 회복, 러시아-우크라이나의 본격적 전쟁 촉발 등으로 경제와 에너지 시장에서 변화와 위기가 뒤섞인 혼돈의 시기였으나, 세계 주요 국가들은 이를 딛고 오히려 탄소중립의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은 기존의 탄소중립 노력에 추가하여 러-우 전쟁을 통해 에너지 안보 강화의 노력 일환으로 탄소중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도 탄소중립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일련의 법적, 정책적 수단을 마련하는 가운데 2022년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향후 10년 간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에 총 3,75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탄소 배출을 감축하려는 노력에는 최대 배출국인 중국을 비롯하여 인도와 같은 경제 발전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국가들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0월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래, 동년 9월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함으로써 탄소중립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2021년 12월에는 유엔당사국총회에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정부 계획 (Republic of Korea, 2021)을 공식적으로 제출하였다. 현재는 「탄소중립 기본법」에 근거하여 국가 장기 비전과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2022 장기 에너지 전망'은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향한 길을 찾는 노력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었다. 이를 위해 '2022 장기 에너지 전망'에서는 기준 시나리오(REF)와 함께 '2030 NDC' 및 '2050 탄소중립'에 도달하는 목표 시나리오를 소개한다. 목표 시나리오는 기술개발 상황에 따라 정책 조합이 달라지며, 이를 효율강화 시나리오(EEI, Energy Efficiency Improvement scenario)와 전기화 시나리오(EOE, Electrification of End-Use scenario)로 구분한다. 두 시나리오 모두 '에너지 탄소중립 혁신전략 (관계부처 합동, 2021)'을 비롯하여 그 동안 정부 및 민간에서 발표된 세부 정책이나 기술들을 감축 수단으로 포함하고 있다.
모든 시나리오는 인구와 경제 성장을 비롯하여 다양한 전제를 동일하게 사용한다. 우선,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에 5,184만 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50년에 4,736만 명까지 축소될 전망이다 (통계청, 2021b). 출산율 저하와 기대수명 증가로 생산가능인구는 빠르게 감소하는 반면 고령인구가 빠르게 증가한다. 인구 감소와 생산성 하락으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면서 2021~2050년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2%에 그칠 전망이다. 생산 부문은 보건·사회복지, 정보·통신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 부문이 빠르게 성장하며, 제조업 내에서는 전통 화학제품 및 수소 수요의 증가로 석유화학이 빠르게 성장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포함하고 있는 기계류도 제조업의 성장에 기여한다. 에너지 도입가격은 IEA 'World Energy Outlook 2022 (IEA, 2022b)'의 국제 에너지 가격 전망에 따라 최근의 단기적 충격에서 빠르게 장기 추세로 복귀하여 하향 안정화될 전망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장기 기온 추세는 IPCC (2021)에서 발표된 SSP(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시나리오의 SSP2-4.5와 SSP1-2.6에 따라 변하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과 '2050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출발선
현재 정책을 유지하면서 도입이 예정된 정책들이 시행되는 수준으로 에너지 정책이 강화될 경우(기준 시나리오, REF), 2021년에서 2050년까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이 41.2% 증가하는 동안 총에너지 수요는 3.1% 증가한다.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은 2021년 575.5백만톤-CO2eq에서 2050년 410백만톤-CO2eq로 감소한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는 총에너지 수요 증가의 둔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그리고 석탄 기력 발전 감소의 영향이 크다. 최종소비 부문의 에너지 수요는 2021년 224.5백만toe에서 2030년대 중반 약 236백만toe 수준으로 정점을 기록한 후 점차 감소하여 2050년 224.2백만toe로 현재와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 생산활동과 소득 증가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효율이 꾸준히 개선되면서 최종소비자의 에너지 소비 증가는 상당히 억제될 전망이다. 수송 부문은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 자동차로 상당부분 대체되면서 에너지 소비가 크게 감소한다.
그 동안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으로 인해 경제 성장, 에너지 수요, 온실가스 배출의 탈동조화는 이전 시기보다 빠르게 진행된다. 에너지 효율 개선을 통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이 자원 고갈과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적인 정책 수단이기 때문에 국내총생산과 총에너지 수요의 탈동조화가 발생한다. 에너지 수요와 온실가스 배출의 탈동조화는 온실가스 발생의 주 원인인 석탄 화력을 빠르게 감소시키고 탄소배출이 없는 원자력 및 재생에너지가 이를 대체하면서 발생한다. '제9차 전기본'에 이어 '제10차 전기본'에서도 수명 30년이 넘는 석탄 화력발전에 대해서 연료를 전환하거나 폐지하는 원칙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REF의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지만, '2030 NDC'나 '2050 탄소중립'의 목표에는 크게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특히, 산업 부문과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한 단기적인 에너지 수요의 급증은 2030 NDC 감축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한다. 또한, 생산 부문이 갖는 구조적인 제약으로 인해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한 추가 감축 경로는 목표에서 설정한 부문별 감축이나 정책에 비례하지 않게 된다.
탄소중립을 향한 두 가지 시나리오
IEA는 'WEO 2022'에서 탄소중립의 달성은 청정 에너지 보급과 에너지 수요의 억제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수요 증가를 억제하는 핵심 수단은 에너지 효율, 전기화 그리고 회피수요(Avoided demand) 및 행동 변화(Behavioral change)로 구분하고 있다. 본 전망은 에너지 효율과 전기화에 시나리오 분석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해서는 기술개발 투자가 필요하다. EEI에서는 기술개발 투자의 성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면서 2050년까지 목표로 하고 있는 에너지 효율 개선의 약 50% 수준을 2030년까지 달성하며 2040년에 약 95%까지 도달하는 것을 가정하는 반면, EOE에서는 기술개발 투자의 성과가 더디게 나타나면서 2030년까지는 REF와 거의 비슷하게 에너지 효율이 개선되다가 이후 에너지 효율이 빠르게 개선되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기술개발이 더딜 경우 2030년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전기화가 가장 유력한 수단이 된다. EEI에서도 빠른 효율 개선과 함께 전기화가 동반되며, EOE에서는 효율 개선이 더딘 만큼 초기 전기화가 강력하게 추진되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하지만, EEI와 EOE의 에너지 효율 개선 수준과 전기화 정도는 2050년에 도달하면 유사한 수준이 된다. 시나리오의 차이를 쉽게 설명하자면, 초기 기존 연료의 고효율 설비를 도입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후기에 고효율 전기화를 통해 탄소중립에 도달하는지, 아니면 초기 기존 설비의 전기화로 2030 NDC 목표를 달성하고 후기에 전기 설비의 고효율화를 통해 탄소중립에 도달하는지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2030 NDC와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EEI와 EOE의 총에너지 온실가스 배출은 그다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전반적으로 EEI가 높은 수준의 배출 경로를 보인다. EEI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은 2030년 467.6백만톤-CO2eq, 2050년은 36.6백만톤-CO2eq로 감소한다. EOE에서는 2030년 436.5백만톤-CO2eq, 2050년 36.7백만톤-CO2eq을 배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EEI와 EOE의 온실가스 배출이 비교적 유사한 경로를 따르는데 반해 총에너지 수요는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EEI의 총에너지 수요는 2025년 302백만toe를 정점으로 이후 빠르게 감소하여 2050년 256백만toe 수준으로 하락한다. 반면 EOE의 총에너지 수요는 2035년 326백만toe까지 증가한 후 2040년대 들어서 빠르게 감소하여 2050년은 282백만toe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극적인 기술개발 투자와 설비 투자를 통해 2050년 에너지원단위는 2021년 대비 50~55% 개선된다. 하지만, 에너지원단위의 개선은 2030년 이후 가속화되며, EEI와 EOE는 기술개발 속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2030년 에너지원단위는 그다지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2030년까지 대대적인 설비 교체가 진행되더라도 전체 설비에서 교체되는 설비의 비중은 여전히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2050년의 기술 수준에 도달했을 때 REF 대비 추가 효율 개선은 27~35% 수준이다. 에너지원단위는 REF에서도 2030년 11%, 2050년에는 30% 이상 개선된다.
정책 추진 초반부터 강조되는 전기화에 힘입어 EOE에서 전기의 비중이 2030년에 34.1%로 확대된다. EEI에서는 전기의 비중이 2030년 이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2050년에는 두 시나리오 모두 전기가 45% 이상을 차지한다. 수소는 수소환원제철을 중심으로 2040년 이후 대규모 설비의 단계적 교체를 통해 석탄을 대체하며 증가할 전망이다. 전기와 수소의 수요 증가로 발전/열생산 부문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기여해야 하는 역할은 더욱 커진다. EEI는 효율 개선 효과로 전기 수요가 2030년 672 TWh, 2050년 1,001 TWh로 증가하지만, EOE의 경우 전기화 역할이 큰 탓에 2030년 903 TWh, 2050년 1,085 TWh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수소 수요는 EEI에서 2030년 0.9백만톤-H2, 2050년 14.1백만톤-H2 증가할 전망이다. 한편 EOE에서는 2030년 1.0백만톤-H2, 2050년 13.6백만톤-H2로 증가한다. 수소 수요는 2030년까지는 수송 부문, 2040년까지는 발전/열생산 부문, 그 이후는 산업 부문이 수요의 증가를 주도한다.
EEI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이 2021년 33.5 TWh(5.8%)에서 2030년 143 TWh(21.2%), 2050년에는 사업자 총발전의 54.6%인 약 533 TWh 수준까지 증가한다. EOE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2030년 280 TWh(30.9%), 2050년은 638 TWh(61.0%)로 증가해야 한다. '제10차 전기본'은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을 134.1 TWh로 계획하고 있어,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력수급기본계획보다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IEA는 재생에너지가 총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30년 61%, 2050년은 88%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본 보고서의 분석보다 높은 수준을 제안하고 있다. 가스 발전의 수소 혼소는 2030년대 중반부터 확대되어, 2050년 가스 발전량의 4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 터빈은 2040년대 본격적으로 진입하여 2050년 발전량이 약 77 TWh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온실가스 배출 전망은 산업 부문과 발전/열생산 부문에서 EEI와 EOE의 결과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에너지 효율 개선에 집중할 경우 산업 부문의 직접 배출이 더디게 감소하고 발전/열생산 부문의 배출이 빠르게 감소하는 반면, 전기화 방식에 의존할 경우 산업 부문의 배출이 초기에 빠르게 감소하고 대신 발전/열생산의 배출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EEI의 2030년 산업 부문과 발전/열생산 부문 온실가스 배출은 각각 189.6백만톤-CO2eq와 166.4백만톤-CO2eq이고, EOE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은 산업 부문이 143.9백만톤-CO2eq, 발전/열생산 부문이 191.5백만톤-CO2eq로 전망된다. 발전/열생산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은 EEI와 EOE 모두 2050년 약 3백만톤-CO2eq로 감소한다. 직접 배출량 기준으로는 발전/열생산과 산업 부문에 이어서 수송 부문의 직접 배출이 많고 배출 감소도 빠르게 진행된다. 건물 부문에서는 주거용 주택이 일반 건물에 비해 온실가스 직접 배출이 조금 더 많다. 에너지 소비는 서비스 부문이 조금 더 많지만 상업용 건물의 전기화가 이미 더 많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추진의 어려움과 정책 제언
REF는 현재 수준의 노력을 지속할 경우 예상되는 에너지 수요와 온실가스 배출의 경로를 보여준다. 반면, EEI와 EOE는 예상되는 미래가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길을 의미한다. IEA에서도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규범적인(normative) 시나리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 개선에 집중할 경우 산업 부문의 직접 배출이 더디게 감소하고 발전/열생산 부문의 배출이 빠르게 감소하는 반면, 전기화 방식에 의존할 경우 산업 부문의 배출이 초기에 빠르게 감소하고 대신 발전/열생산의 배출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배출량의 크기를 고려할 때, 결국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 달성의 핵심은 산업 부문과 발전/열생산 부문의 적절한 역할 배분에 달려있다. 시나리오 분석 결과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 총량의 관점에서 부문별 배출 목표를 합리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합리적인 목표 수준은 기술적, 정책적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최종소비 부문의 전기화가 필수적이며,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 완화와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는 최종소비 부문의 에너지 수요 증가 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본 시나리오 분석에서는 정부에서 제시한 에너지원단위 개선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더구나 IEA는 '넷제로 로드맵 2050'와 'WEO 2022'에서 2050년까지 현재 수준의 에너지원단위보다 대략 60% 가까이 개선해야 한다고 분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원단위 개선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의 추가 감축은 그다지 크지 않다. 하지만, 에너지원단위 개선의 어려움과 온실가스 배출 추가 감소 효과가 작다는 것이 효율 개선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가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 완화와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는 최종소비 부문의 에너지 수요 증가 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최종소비 부문의 전기화가 진행되면서 최종소비 전기의 자가 공급이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된 요금 및 세제 정책과 전력시장 제도가 올바로 진행되는 것이 필요하다.
발전 부문 탄소 감축 수단의 핵심은 재생에너지 발전의 확대와 함께 석탄 및 가스 발전을 수소와 같은 무탄소 발전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가스나 석탄 발전의 설비 폐쇄는, IEA의 지적처럼 재생에너지 기술 수준과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에 따라 안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수소 및 암모니아 혼소는 석탄과 가스 발전 설비의 재사용 및 용도변경의 유력한 수단이며, 에너지 전환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목표 시점까지 남은 기간과 전기 수요의 증가를 고려할 때 2030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원자력이 어느 정도 역할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도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좌초자산 최소화로 경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설비의 안전성을 전제로 개별 원자력 발전 설비에 따라 역할이 남을 수 있다.
에너지 공급 안정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기존 화석연료와 관련된 전통적 공급 안보의 문제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공급량 확보 자체보다는 화석연료의 감소에 대비하여 기존 생산설비나 저장설비의 역할 전환과 고용 인력의 재교육 및 일자리 전환이 필요하다. IEA에서는 석유 및 가스 회사의 기술과 전문성에 적합한 저배출 기술에 대한 투자를 통한 에너지 사업의 다각화를 제안하고 있다. 민간의 사업 다각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정책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또한, 수소 및 암모니아 등 새로운 에너지상품의 안정적 확보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 2050년 수소 수입은 수입 에너지상품 중에서는 가장 비중이 크다. 해외 생산 청정 수소 확보와 함께 국내 청정 수소 생산을 위한 기술 확보에 보다 많은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두 번째는 에너지시스템 안보를 위해 전력의 공급 측면과 소비 측면에서 안정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진행해야 한다. 수요 측면에서는 수요반응을 비롯하여 부하를 이동시킬 수 있는 수단과 제도를 준비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 개선은 수요 측면의 안보 대응을 강화하는데 필수적이다. 이와 별도로 각 최종소비 부문별로 전력 시스템에 연계되지 않는 비상 수단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급 측면에서, 단주기 속응성 자원을 비롯하여 중·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 확보라는 기술적 대응과 이를 위한 시장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전력 계통의 보강도 시급한 문제이다. 가격 및 전력시장 제도 개선, 장주기 대용량 배터리 기술개발 등의 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강화하고, 생산의 분산화, 계통 보강, 통합 관제에 보다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편,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IEA도 세계 GDP 대비 에너지 투자는 현재 2.5% 수준에서 2030년 4.5%까지 상승하고, 청정 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현재 연평균 1조 2천억 달러에서 2030년까지 3배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투자 확대는 민간 자원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공공 정책은 민간 자원을 동원하기 위한 인센티브, 적정 규제 그리고 에너지 세제 개편을 추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본 보고서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탄소중립을 위해 우리나라의 연간 신규 투자가 2021년 576.6조원에서 2050년 1천 조원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GDP 대비 투자율이 2021년 약 30.1%에서 2050년 약 40%까지 증가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기술 투자나 탄소저감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나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초과 이윤을 청정 에너지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세제를 개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서, 자본 누출이 발생하지 않고 국내 투자로 이어지도록 유도해야 에너지 전환 성과가 국민경제의 성과로 나타날 것이다.
탄소중립을 향한 경로는 감축 수단들에 대한 우선 순위와 적용 정도에 따라 다양한 경로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정도와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인 어려움과 도전이 발생한다. 발전 부문은 수소 기술의 개발, 전력 계통의 안정성 확보가 과제로 남을 것이다. 건물 부문은 단열을 포함한 건축 기술과 건축 관련 규제도 강화해야 하지만, 우리나라 고유 난방방식에 적합한 히트펌프 기술 적용이 필요하다. 수송 부문은 항공과 해운의 탄소중립이 기술적 난제로 남는다. 또한, 기술 상황에 따라 탄소 포집의 역할이 커질 수도 있다. 어려움과 도전은 한 부문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부문이 각자의 특성에 따라 가지고 있는 문제이다. 따라서 산업, 수송, 건물, 발전/열생산 등 모든 부문은 공평한(fair) 감축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시나리오 분석은 에너지 사용 기기의 효율이 얼마나 향상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느 시점에 얼마나 기존 기기 및 설비를 대체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경로에서 어느 것이 효과적이고, 시장과 소비자가 정부의 정책 의도대로 반응할지는 알 수 없다. 정부는 정책의 효율성과 형평성, 정책 비용, 온실가스 배출 경로에 따른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 등을 비교하여 정책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탄소중립의 길은 대단한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수단만 찾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편, 시나리오 분석은 전환 과정이 최적 경로에서 벗어나는, 즉 경제적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는 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서 요약한 투자의 증가는 경제 시스템으로 환원되어 경제 성장을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탄소중립에 따른 경제 성장과 경제 구조의 변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탄소중립 성과의 집중화 문제에 대해서 정부 차원의 사전 분석과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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