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입술은 구겨져서 가볍게 날아간다
긴 기다림 끝에 맞이한 짧은 입맞춤
휘발된 알코올처럼
버려지는 장밋빛
일회용 인연도 사랑이라 말하지만
한 번 지나가면 오지 않는 바람
입술은 빛바랜 연서
아련해진 낮달
마트료시카
비 갠 후, 나주성당 지나다가 들었네
잎사귀 물기 번진 낮고 낮은 속삭임
사랑은 눈물 안의 눈물
포란抱卵하는 종소리
여숫머리
웃녘 장에서 술 한 바끄럭 퍼마신 동개 영감
비틀어지고 짜부라지고 고꾸라진 삶의 군상 같은 마른
고것을 움켜잡더니, 아래 장에서 올라와 폼새가 영락없는,
굽은 동개 엄마 등허리 같은 그것을
단숨에 털어넣는다
한 생이 여수旅愁다
해남
지금쯤 땅끝에 도착해 있겠네
가는 길에 늘어선 아기 동백 붉어지면
남자는 바다로 가고
여자만 남겠네
다다른 땅끝 바다는 낙화처럼 물들어
갈 데 없는 여자는 혼자서 울었겠네
길 따라 동백 삼천 리
썰물처럼 쓸쓸하겠네
- 시집 『가시는 푸름을 키워』 상상인,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