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즌째 국내 코트에서 뛰는 숀 루니의 활약이 현대캐피탈의 우승에 큰 몫을 했다. [사진] 김병준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2007년 전반기를 행복하게 보냈다. 2006-07시즌 개막을 앞두고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도하아시아경기대회 때문에 주전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어 한다"면서 "정규시즌에서 1위를 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 나가면 우승을 바라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쳤다.
현대캐피탈의 영원한 라이벌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주전들의 나이가 많아 플레이오프를 거친 뒤 챔피언결정전에 나가는 것보다 정규시즌 1위를 해 체력적인 여유를 갖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현대캐피탈, 대한항공과 정규시즌 1위를 놓고 경쟁했고 결국 챔피언결정전으로 직행했다.
현대캐피탈 전성시대
실업 시절을 포함해 프로 원년인 2005 V투어까지 남자배구는 삼성화재의 독무대였다. 삼성화재는 겨울리그 9년 연속 우승과 77연승의 대기록을 썼다.
현대캐피탈, 대한항공, LIG 손해보험 그리고 아마추어 초청팀인 한국전력과 상무는 들러리였다. 그러나 2005-06시즌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에게 강력하게 도전했다. 현대캐피탈은 챔피언결정전에서 3승2패로 삼성화재의 10년 연속 우승을 저지했다.
2006-07시즌에서도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보다 한 걸음 앞서나갔다. 삼성화재는 김세진이 은퇴한 데다 신진식, 김상우, 최태웅, 여오현 등 주력선수들의 나이가 많은 약점이 있었고 백업선수들의 기량에서도 현대캐피탈에 뒤졌다.
삼성화재는 외국인선수로 브라질 출신 레안드로 다 실바를 데려왔지만 두 시즌째 국내 코트에서 뛰는 현대캐피탈 숀 루니의 활약이 조금 더 앞섰다. 공격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수비와 서브 리시브 등 전반적인 경기 내용에서 루니가 한 수 위였다. 세터 권영민과 호흡도 잘 맞았다. 센터진의 높이에서도 현대캐피탈이 우세했다.
2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두 팀의 승부는 싱거웠다. 현대캐피탈은 3월 2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3차전에서 삼성화재를 3-2(25-21 20-25 25-27 25-14 15-12)로 물리치고 시리즈 전적 3승으로 2년 연속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현대캐피탈은 4월 21, 22일 서울올림픽 제2체육관에서 열린 2007 한일 V리그 톱매치에서도 도레이와 산토리를 모두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부에서는 흥국생명이 막강한 전력을 보였다. 흥국생명은 2006-07 정규시즌에서 20승4패로 1위에 올라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현대건설과 맞선 챔피언결정전에서는 1차전을 1-3(25-18, 23-25, 19-25, 20-25)으로 내줬지만 이후 내리 3경기를 이겨 2년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 황연주, 전민정, 이영주 외에 외국인선수 케이티 윌킨스까지 맹활약했다.
프로원년 챔피언 KT&G는 3승 21패로 최하위를 기록해 충격을 줬다. KT&G는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김의성 감독이 물러나고 박삼용 감독이 2007-08시즌을 맞았다.
대한항공 - LIG '들러리가 아니다'
대한항공은 200-07시즌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과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신인드래프트에서 좋은 선수를 많이 확보한 대한항공 전력이 많이 보강됐다"고 말했다.
이용택, 신영수를 비롯해 김학민, 강동진 등 젊은 선수들과 외국인선수 보비가 가세한 대한항공은 2006-07시즌 현대캐피탈, 삼성화재를 상대로 무기력하게 경기를 내주지 않았다. 시즌 막판 순위 경쟁에서 밀려나 3위에 그쳤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현대캐피탈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대한항공의 상승세는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도 계속됐다. 대한항공은 9월 27일부터 10월 7일까지 마산에서 열린 2007 KOVO(한국배구연맹)컵대회 결승에서 LIG 손해보험을 3-2(25-22, 23-25, 21-25, 25-17, 15-9)로 꺾고 우승컵을 안았다. '마지막 승부'의 단골 손님이던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는 준결승에서 각각 대한항공과 LIG에게 덜미를 잡혔다.
LIG의 2006-07시즌은 우울했다. 캐나다대표팀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인 프레디 윈터스를 데려왔고 이경수, 하현용, 방신봉 등 기존 선수들이 건재해 기대가 컸다. 그러나 시즌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14승16패로 5할 승률도 기록하지 못했고 플레이오프 경쟁에서도 일찌감치 탈락했다. 신영철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팀을 떠났다.
LIG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새 사령탑으로 박기원 감독을 영입했다. 윈터스를 대신할 외국인선수로 스페인국가대표로 뛰고 있는 기예르모 팔라스카를 데려왔다. 다른 팀보다 올시즌 준비가 빨랐다. 팔라스카는 컵대회 때부터 자신의 실력을 보였다. 5경기를 치르는 동안 159점을 뽑았다. 서브득점도 11개를 기록했다.
LIG는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잡아 신인선수 가운데 최대어로 평가 받은 김요한을 데려왔다. 김요한은 계약금 문제를 내세워 입단을 거부했지만 12월 9일 선수단에 합류했다. 발목이 좋지 않은 김요한이 재활치료를 끝내고 코트에 나서면 이경수 - 팔라스카 - 김요한으로 이어지는 공격라인이 이뤄진다.
남녀대표팀 세대교체는 공통 과제
남녀대표팀에게 2007년은 세대교체를 준비하고 이를 시행하는 해가 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본선 진출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다.
남자대표팀이 먼저 시험대에 올랐다. 유중탁 감독으로 사령탑이 바뀐 남자팀은 2007 월드리그에서 세대교체에 따른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조별리그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선전했다. 원정경기에서 뒷심 부족으로 다 잡았던 경기를 놓치기도 했지만 김요한(인하대), 문성민, 신영석(이상 경기대)의 활약은 세대교체를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 데 충분했다.
남자팀은 8월 31일부터 9월 9일까지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호주, 일본에 이어 3위를 차지해 내년 5월 열리는 베이징올림픽 세계예선전 출전 자격을 얻었다. 뒤이어 11월 16일부터 12월 2일까지 일본에서 열린 2007 월드컵에서는 2승9패로 출전 12개국 가운데 11위에 머물렀다.
월드컵 성적이 바쁜 건 이유가 있었다. 프로배구 시즌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프로선수들을 선발하지 못했다. 대학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기 때문에 결과가 좋지 못했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이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한 건 소득이었다.
여자대표팀은 9월 5일부터 9월 13일까지 태국 수판부리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여자선수권대회에 출전해 홈팀 태국에게 2-3(25-22, 25-20, 20-25, 17-25, 13-15)로 지고 베트남에게 고전 끝에 3-2(25-17, 18-25, 18-25, 27-25, 15-12)로 이기는 등 불안한 전력을 보였다.
그러나 8강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호주를 3-0(25-17, 25-13, 25-7)으로 꺾고 4승1패를 기록해 중국(올림픽 개최국)과 일본(세계예선 개최국)을 뺀 나머지 나라 가운데 상위 3개국 안에 들어 내년 5월 일본에서 열리는 베이징올림픽 세계예선 출전 자격을 얻었다.
※ THE BEST 2007
배구 남자대표팀 유중탁 감독 [사진] 이상혁
코트를 달군 유중탁 세리머니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골을 넣을 때와 경기가 승리로 끝났을 주먹을 불끈 쥐고 위로 치켜 올리는 이른바 '어퍼컷' 세리머니를 해 눈길을 끌었다. 배구 코트에서도 히딩크처럼 세리머니로 주목을 받은 인물이 있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 후임으로 남자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유중탁 감독이다. 유감독은 5월 27일부터 7월 1일까지 열린 2007 월드리그부터 대표팀을 이끌었다. 대표팀은 5월 2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브라질과 1차전에서 접전 끝에 2-3(25-23, 19-25, 29-27, 23-25, 15-17)으로 졌지만 체육관에 모인 관중들은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유 감독은 이날 경기 내내 벤치 앞에서 선수들과 호흡을 같이 했다. 공격이나 블로킹이 성공할 때마다 두 손을 높이 들면서 환호했다.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보다 더 기쁨에 겨워 세리머니를 했다.
6월 2,3일 전주체육관에서 벌어진 캐나다와 경기에서도 유감독의 세리머니는 이어졌다. 브라질과 캐나다가 '경기 진행에 방해된다'며 항의했고 이를 받아들인 국제배구연맹(FIVB)은 유감독에게 주의를 줬다. 그러나 동작의 크기만 작아졌을 뿐 세리머니는 계속됐다.
유 감독은 "코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나 벤치에 있는 선수들 모두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기 위해서였다"고 세리머니를 한 이유를 설명했다.
부상으로 돋보기가 웬 말이냐
2006-07 프로배구 V리그 시상식이 4월 6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즐거운 행사였지만 한국배구연맹(KOVO)이 심판상 수상자인 전병운 심판에게 부상으로 수여한 돋보기가 말썽이 됐다.
당시 시상식에 참석한 심판들은 '부상품을 빼거나 다른 것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수상자를 포함한 심판들은 시상식장을 떠났고 심판상 시상은 생략됐다. 심판들은 "(수상자의)권위는 높여 주지 못할 망정 놀리는 거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2006-07시즌은 판정 시비가 자주 일어났다. 3월 19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플레이오프 현대캐피탈-대한항공 2차전 때는 판정 문제로 경기가 20분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KOVO는 올시즌부터 비디오 판독제를 도입해 판정 시비에 따른 잡음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9월 28일부터 10월 7일까지 마산에서 벌어진 KOVO컵 대회 때부터 시범 운영된 비디오 판독은 '오심률을 50% 정도 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12월 1일 현대캐피탈-삼성화재의 올시즌 개막전에서도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다. 비디오 판독은 한 경기에서 한 팀당 한 차례 요구할 수 있다.
류한준 기자 [SPORTS2.0 제 82호(발행일 12월 17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