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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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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글‥보관방‥ 스크랩 조각달을 보면 홍두깨로 밀고 싶다 / 이인철 시인
마티유 추천 0 조회 35 06.08.22 11:4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조각달을 보면 홍두깨로 밀고 싶다

 

 

해가 긴 여름저녁

어머니는 흰 살 한 점 떼어 홍두깨로 늘린다

반상 위에 가난이 점점 넓어진다

가난도 꽉 차면 달이 된다

얇아진 반죽 아래에 반상의 굳은 피가 보인다

 

할머니는 어머니가 만든 둥근 달을 접어

칼로 잘근잘근 썰어나간다

하얗게 쏟아지는 국숫발들

 

어머니는 그 국숫발들을 가마솥에 끓여

식구들에게 한 그룻씩 퍼준다

우리는 마당 평상에 앉아 국수를 먹으며

가난한 배를 불렸다

 

조각달이 뜨면 가끔은 홍두깨를 들고나가

달을 둥글게 늘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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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학 200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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