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 일차 : 2003년 9월 21일, 토요일. 따빤청[達板城] - 우루무치[烏魯木齊]
♣ 실크로드 더듬기[7] - 보지 못한 실크로드 -
해마다 많은 젊은이들이 실크로드라는 말에 매료가 되어, 떠나기 전에 많은 정보를 구하여 단체로 혹은 혼자 그 흔적을 찾아 나선다. 나 역시 남들처럼 비행기나 기차 혹은 버스가 아닌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그 흔적을 더듬어 보고 싶었었다.
몇 천년 전부터 불과 몇 백년 전까지 매우 융성했던 실크로드를 직접 느끼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안씨[安西]현 지아오완청[橋灣城]의 몇 가지 흔적들....
뚠황[敦煌] 무까오쿠[莫高窟]의 웅대하고 찬란한 벽화들...
투루판에 이르기 전 화염산과 천불동 등등과... 또한, 보지 못하고 지나온 투루판의 꾸창[高昌]과 지아오허[交河]고성이 우리가 지나온 실크로드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외에 갈 길이 바쁜 자전거 여행자를 잡는 실크로드의 유적은 없었다.
아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머나먼 사막의 고단한 길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면서 좀더 특이한 여행으로 .... 확실히 느끼는 여행으로 .... 많은 것을 보고 느끼어 돌아와서는 흐뭇한 여행을 하고자 하였지만, 아쉽게도 그 것이 전부였다.
** 물이 풍부한 따반청에서 바라다 본 티엔[天]산 **
♣ 버려진 312선 국도
일본인 부부와 간단한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그들은 동쪽으로 우리는 서쪽으로 출발을 하였다.
지난밤에 그들과 대화를 하면서 그 때처럼 영어공부 등한이 한 것을 후회해 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열심히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인데...
지금까지 내가 본 대부분의 중국 국도는 자전거의 천국답게 상당히 넓은 자전거 도로(노견?)를 가지고 있어 자전거를 타면서 몹시 부러워한 기억이 생생한데.... 표지판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다음의 목적지를 찾는데 다소의 어려움이 있지만, 비교적 도로율이 낮아서 그런지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또한, 교통량이 많은 동부 연안지역의 성도[省道]들은 마치 고속도로 같이 잘 가꾸어진 곳이 많은데, 교통량이 적은 서부지역의 국도나 지방도로는 노면이 파손된 곳이 많다.
어제 투루판을 지나서 파얼치아싸까러 요금소에서 부터 따반청진 까지는 40여 km정도 되는데, 그 곳부터 우루무치까지는 새로 만든 까오수꿍루[高速公路-고속도로]가 있어 그런지 312선 국도는 여기저기 파인 채로 그대로 방치가 되어 있었다.
그래 그런가? 오가는 차도 거의 없고 우리들만이 거칠게 숨을 몰아 쉬면서 비탈길을 올랐었다. 더구나 배짱 좋은 중국의 공로국 측에서는 공사를 하면 양쪽을 모두 막고 공사를 할 뿐만 아니라 오가는 차는 알아서 가라는 식으로 이리저리 파헤쳐 놓는다. 그랬기에 어제 밤에는 두 번이나 넘어지면서 밤길을 달렸었다.
오늘 달린 우루무치까지의 남은 90여km도 어제와 같은 도로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 이 버려진 듯한 선전판만큼이나 312국도는 엉망이었다. **
씨닝에서 짱애까지 오는 227국 국도 중에도 내리막 부분이 파인 곳이 많았지만, 수리를 하느라고 옆의 흙을 파서 메운 흔적이 있었는데, 이 곳은 거의 버려 둔 상태로 보인다. 통행료를 내고 고속도로를 이용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자전거는 타고 다니지 말라는 말씀인지?
*** 우루무치로 가는 세 개의 길[국도,고속도로(왼쪽),철도(오른쪽)]가 같이 간다. **
** 씬지앙의 염호[鹽湖] - 하얀 것이 소금이다 **
♣ 나의 룬타이[輪胎-Tire]
2001년 8월 7일에 처음으로 나의 자전거를 가졌고, 그 해 10월 11일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여, 평시에는 운동으로 그리고 이 처럼 여행으로 지금까지 대략적으로 18,000km를 탔다.
1차 장정 때에는 단 한 차례의 펑크가 있었고, 2, 3,차에도 다른 이들은 수 차례 펑크가 났었지만, 나는 한차례도 없었다. 이번 4차에도 어제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여기서 하고자 하는 말씀은 칭다오에서 단련을 한답시고 돌아다닐 때는 두어 번 펑크가 나서 수리를 하였었지만, 2, 3,차 기행 때와 4차 장정에서 지금까지는 단 한번의 펑크도 없었다.
참고로 나의 룬타이[輪胎-Tire]는 질량이 높아서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타이완[臺灣-대만]제로 이루오화[伊諾華-INNOVA]란 이름으로 타이완징핀[臺灣精品]이라고 선명하게 찍혀있다.
자전거가 싼띠처[山地車-MTB]이기에 규격은 26×1.95이다. 여러 곳의 대형할인매장과 전문매장을 수 차례 방문하여 물색을 한 끝에 쟈러푸[家樂福-Carrefour]에서 샀다.
값이 32위엔으로 엄청 비싸지만, 이 바퀴를 산 것은 첫째는 질량이 좋고, 둘째는 색깔이 내가 좋아하는 빨간색이며, 셋째는 무늬가 끊이지 않고 연속적으로 찍히기 때문이었다.
이는 질량이 좋으므로 지금까지 펑크가 없고, 색깔이 예쁘니 탈 때에 느낌이 좋고, 턱이 없는 무늬이기에 저항이 없어 소리 없이 잘 굴러 간다.
나의 경우에 일반적인 뒷바퀴는 5천여 km를 타면 교환을 하여 두 번째 여행을 갔다 오니, 벌써 닳아서 버린 바퀴가 4개나 되었지만, 빨간 예쁜 바퀴로 바꾸고 나서는 9천여 km를 탄 지금도 멀쩡하여 앞으로 그만큼을 더 타도 문제가 없을듯하다.
♣ 자전거 고장
이번의 장정에서 고장은
셋째날인 9월 1일에 윤 여사가 첫 번째로 앞 바퀴가 펑크가 나서 내가 때워 주었고, 두 번째는 다음날 총의의 자전거가 기어 변속이 않되어 선의 길이를 잘라내어 조절해 주었었다.
세 번째는 뚠황에서 송충루의 쇠사슬[連鎖-Chain]이 끊어져서 바꾸어 주었고, 네 번째는 그날 밤에는 숙소에서 조 영감님이 뚫어진 뒷바퀴를 때울 때에 도와 주었고, 다섯 번째는 하미에 닿기 전에 윤 여사 자전거 뒷바퀴의 알루미늄 테[rim-처취엔(車圈권)]이 오랜 세월 브레이크 사용으로 인해 닳아서 쪼개지면서 튀어나와 하미에서 새것으로 바꾸었으며, 여섯 번째는 25일차인 9월 19일 투루판에 닿던 날에 송충루의 새 자전거 기어가 않 걸리는 고장으로 수리점을 찾았었는데, 급기야는 내 자전거가 문제가 생긴 것이다.
나의 첫 자전거는 1차 자전거 장정을 떠나기 전까지 훈련이랍시고, 탄 거리가 정확하게 3,786km이며, 1차 장정으로 2,397km, 또 2차를 떠나기 전까지 탄 단련 거리가 1,044km로 모두 7천2백2십7km를 탔다.
이 두 번째 자전거는 2차 장정을 떠나기 바로 전에 마련을 하였고, 2차 장정으로 1,950km를 탔으며, 고국으로 3차 장정을 떠나기 전에 탄 거리가 3,161km이며, 대구에서 대구까지 전국을 한바퀴 돌아 온 거리가 2008km 였다.
이번 4차 장정을 떠나기 전에 단련거리는 그 중에 짧아서 586km이고, 칭하이 씨닝에서 4차 장정을 떠나서 뚠황, 투루판을 지난 지금까지의 거리는 대략 1,800여km이므로 이 자전거의 주행거리는 대략 9,500여 km이다.
그런데 어제부터 문제가 생겼으니 지아오타[脚踏-Pedal]를 힘을 주어 돌리면 드르륵하면서 넘어 가는 현상이 발생을 하였다. 처음에는 내 자전거도 송충루 자전거 같이 기어가 걸리지 않고 넘어 가는가? 했는데, 다른 단[段]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왜! 그럴까? 한참을 들여다보고, 타면서 연구(?)를 많이 한 뒤에 오늘 오후에서야 겨우 알게 된 것이, 기어의 이[牙]가 닳아서 쇠사슬이 걸리지 못하고 넘어가면서 나는 소리였다.
즉, 기어의 원 형태는 사다리꼴로 되어 있어야 하는데, 9천여 km를 타면서 닳아서 삼각형이 되어 쇠사슬이 걸리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현상이었다.
특히 앞쪽 세 개의 기어 판 중에서 집중적으로 많이 사용한 중간(2단)판의 이빨이 많이 닳았고, 뒤쪽도 늘 쓰던 6, 7단이 많이 닳아서 바꾸지 않고는 더 이상 타지 못 할 정도로 많이 닳아 있었다.
출발을 하기 전에 쇠사슬이 길어져서 줄여서 타고 오기는 했는데, 그 늘어난 것이 기어의 이빨을 빨리 닳게 했을 것이다. 그러니 돌아가는 대로 쇠사슬[連鎖-Chain]도 같이 바꾸어야 하니 적지 않은 수리비가 들어가야 할 것이다.
♣ 장정과 여행
현지인들은 감히 장정[長征]이라는 말을 쓰지 못한다. 이는 위대(?)한 마오쩌뚱[毛澤東] 주석이 한 일이기 때문이란다. 그가 이끄는 충성스러운 공산당원들이 국민당 정부의 총통 짱지에스[莊介石]가 지휘하는 국부군과 목숨을 걸고 싸우는 혁명을 하면서 이동한 2만5천리(12,500km)가 장정이라는 것이다. 즉, 고유명사가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자전거를 타는 하찮은 일은 장정이 될 수가 없다" 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감히 "창쩡[長征]"이라는 말을 쓸 수가 있겠는가?
자전거 장정을 몇 차례 진행하면서 나의 자전거 여행 원칙이 생기게 되었는데....
하나는 반듯이 자전거를 타야(그해 연도 수 만큼의 km) 한다는 것과, 또, 하나는 중국인과 함께 하겠다는 것과, 끝으로 하나는 올림픽 홍보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세워 놓고 보니 여러 가지 무리수가 따랐다.
첫째는
2천여 km를 달린다는 일이 간단하지 않았다. 나는 기본적인 체력과 몇 차례의 경험으로 큰 문제가 없음을 알게 되었지만, 같이 떠난 사람들에게는 "힘든 고행의 길" 이었다는 것이다. 큰 고개를 넘으면서 낙오를 하기도 하고, 넘어져 다치기도 하고, 때로는 의견이 다르다고 싸우기도 하면서.... 그러니 장정[長征]이 아닐까?
둘째는
습관이 다른 현지인들과의 사고[思考] 차이에서 오는 갈등도 많다는 것이다. "모두 함께.... 를" 생각한다는 공산주의적이지 못하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완벽한 개인주의 때문이다. 더구나 문화와 관습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한다는 일 또한 간단치 않다. 그래서 서로를 이해하면서 배려를 하여야 하는데.... 현지인들은 얄미울 정도로 외국인을 "배려" 한다거나 국제적인 "매너"를 가지고 있지 못하여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는 했다.
셋째는
올림픽의 정신은 국가와 민족, 그리고 종교를 초월한 "화합"이라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3차 고국으로 갈 때에는 칭다오시의 명의로 홍양오운정신[弘揚奧運精神] 전파오운화종[傳播奧運火種]. 즉, "올림픽 정신을 받들어 불씨를 전한다." 라는 홍포를 받아 가지고 가서 올림픽을 홍보하느라고 애를 많이 썼었다.
그렇게 우리는 베이징 올림픽과 아름다운 항구도시 칭다오를 알리기 위하여 몇 가지 물품과 자료를 준비하여 출발을 하지만, 막상 자전거를 타면서는 힘이 들기에 이를 소홀히 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그러기에
앞으로는 이전과 같은 "거창한 장정"은 접어두고, 나의 수준에 맞는 "조촐한 여행"이 하고 싶어진다.
자신을 위한....
세상을 보는....
친구를 사귀는.... 장정이 아닌 "자전거 여행"을 하고자 한다.
** 가로수가 잘 가꾸어진 우루무치로 가는 길. ++
♣ 성공!!!
지난달 31일에 칭하이 씨닝을 떠나서 오늘로 스무이틀 째.
우리는 사고 없이 "안전"하게 "건강"한 상태로 최종 목적지로 잡은 위그루의 우루무치에 "성공"적으로 닿았다.
비록, 여러 가지의 사정으로 예정보다 3일이나 늦게 닿았고, 총의는 두 번(9/5,16) 낙오를 하고, 지난 이틀(9/14,20)은 일부 구간을, 마지막 날인 오늘은 전 과정을 차를 타고 이동을 하였고, 송충루 역시 두 번(9/5,16)이나 낙오를 하였으며, 서월도 여섯 번 (9/8,9,11,14,16,20)을 차에 앉아서 따라 왔고, 조 영감님도 펑크가 나고(9/13), 뒤로 돌아가서(9/16) 다시 타고 온 불과 24km의 짧은 거리이기는 하지만 차에 앉아서 따라 오기도 하여, 겨우 나와 윤 여사 둘 만 완주를 하였지만....
오늘 약 84km를 달려 17시 50분에 우루무치역에 도착을 하였다.
그 시간은 칭다오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많은 독자들과 인터 왕[Inter-網]으로 연결을 하여 대화를 하기로 약속이 된 시간이었다.
그러나, 내가 느려터진 뚱땡이 서월과 연약(?)한 여인 윤상미 여사를 데리고 우루무치 역에 도착을 했을 때는, 이미 아침부터 차를 타고 온 총의와 아침도 먹지 않고 출발하여 도착해 있던, 조 영감과 송충루가 기자 섭향봉의 요구로 내일 칭다오 조보의 보도용 기념사진을 찍은 뒤였다. 그래서 독자들은 불쌍하게도 낙오하여 차에 앉아 성공하지 못한 처써우[車手-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우루무치에 닿은 사진을 보게 되었다.
씨닝을 출발하여, 숨을 몰아쉬면서 해발 3,800m의 치렌산맥을 넘어 왔고, 실크로드 중심의 뚠황에서 찬란한 불교 유적도 보았고, 끝이 없는 자갈밭 사막도 달려왔고, 만년설이 덮여 있는 치렌산과 티엔산도 보았으며, 하미에서는 하미과를 투루판에서는 포도를 맛있게 먹으면서...
사고 없이 "안전"하고
아픈 사람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는 "성공"적으로 우루무치에 닿았다.
** 최종 목적지 우루무치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칭다오를 떠난 지 27일, 비가 내리는 칭하이의 씨닝을 떠난 지 22일 만에... 최종목적지 우루무치 기차역에 전원이 무사하게 도착을 하였다.**
2003년 12월 15일 칭다오에서. 2004년 3월 24일 옮김. 2004년 4월 22일 또 정리. 2004.7.10 고침. 04/08/18 마무리. 06.02.24 고침.
+
+
+
+
이 여행글은...
1.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작고 째진 작은 눈으로 스치듯이 훑어 본 한 부분이며, 글쓴이의 주관적인 시각으로 본 현지의 풍경임니다.
2.우리 소리값으로 표기한 중국 발음은 원음과 다소의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3.개인적으로 자전거 여행에 대한 문의 사항이나 이견이 있으신 분은 http://cafe.naver.com/acebike의 "오가는 정"란에 말씀을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4. 그 곳에는 중국의 친구들과 월드컵 16강을 진입을 기원하는 1차 기행으로, 칭다오, 샹하이, 난징, 지난, 티엔진, 베이징까지의 2,397km여행기. 부산 아시안 게임과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는 2차 장정은 란저우(징닝), 씨안, 쩡저우, 타이안, 칭다오까지 1,950km의 여행기.
우리들의
지난 4차 자전거 장정이
성공을 이루었듯이
베이징 올림픽이 성공하기를 기원하면서....
2004年 7月10日 칭다오 Taeng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