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환하는 세계금융질서와 한국의 선택
지역과 글로벌의 다자주의 연계**
이 용 욱 *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기존의
미국 주도적인 신자유주의적 국제 금융 및 통
화 질서의 변화를 글로벌, 지역적 차원 모두에
서 요청하고 있다. 한국이 속한 동아시아도 아
세안+3를 중심으로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후 제도적 협력 장치의 구성을 통해 지역 금융
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제적으로, 금융위
기 방지 및 금융위기 시 효과적인 대처방안은
2000년 양자간 스왑협정에서 출발하여 2010년
다자화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를 통해
제도화어 왔고 아시아판 IMF인 아시아통화기
금(Asian Monetary Fund) 창설 논의로 확대
되고 있다. 역내 금융시장 활성화는 지역 채권
시장 발전에 방점을 두고 있으며2002년 출범
한 Asian Bond Market Initiative(ABMI)로 대
표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 금융 및 통화 질서의 대변환기
에 한국은 어떻게글로벌과 동아시아 지역을
아우르며 규칙제정자(Rule-Shaper)로의 성공
적 이행과 역할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환율 안정, 금융 안전망 확충, 경제
발전을 위한 원활한 자본 공급과 관리가 큰 틀
에서 금융 및 통화 외교의 정책적 목표라고 볼
때 어떠한 방법으로 이들을 추구하여야 하며, 동
시에 어떻게 최대한 정책 자율성(Autonomy)을
확보하여 한국의 선호도를 글로벌 및 동아시
아 지역 금융 및 통화 질서에 반영 할 수 있을
까?
본 연구는 다자주의(Multilateralism)가 한
국 금융 및 통화 외교가 추구해야 할 정책 방
향이라도 주장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국은 정직한 중재자(Honest Broker) 역할
수행을 통해 이미 진행 중 인 동아시아 금융
및 통화 협력의 제도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
며 동아시아 지역적 기반을 토대로 G-20 등의
글로벌 차원의 금융 및 통화 질서의 규칙제정
에 참여하여야 한다. 다자주의를 통한 지역과
글로벌의 연계 전략이며, 이와 같은 전략적 선
택이 다른 전략에 비해 한국의 정책 선호도가
세계경제질서 재확립의 시기에 가장 많이 확
보되고 반영 될 수 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 비강대국이 특정 이슈에 관해 다자주의
를 출범시키고 제도적 틀을 짜는 것에는 한계
가 있을 수 있으나 이미 작동 중인 다자주의
틀은 효과적으로 활용 할 수 있다. 다자주의
틀 안에서 효과적인 한국의 역할을 위한 몇 가
지 기본전략과 정책 네트워크 역량 강화를 제
안하며 본 보고서를 마무리 한다.
핵심어 : 글로벌 금융 질서, 동아시아 금융 및 통화 협력, 다자주의 외교, 규칙준수자,
규칙제정자
Ⅰ. 들어가는 말
외교정책은 정책적 목적과 그 목적을 달성하기 할 수단으로 구성되어있다. 정책
적 목적은 국가가 국제정치의 장에서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추구 할 것인가를 결
정짓는 일이며, 수단은 정책적 목적에 따른 방법론에 해당한다. 종종 국익이란
개념으로 표현되는 정책적 목적의 설정은 국가가 구조적으로 처한 정치, 경제, 안
보, 문화적 환경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통해 형성된 전략적
맥락에 영향을 받기도 하며, 또한 국내 정치의 산물이기도 하다. 정책 수단은 물리
적 압박, 협상 및 협력, 설득 등이 있으며 이러한 메커니즘은 일방주의, 양자주의,
다자주의적 형태로 전개된다. 국제정치 질서의 규칙제정자(Rule-Shaper)가 아닌
규칙준수자(Rule-Taker)인 비강대국인 경우 정책적 선택의 폭은 상대적으로 넓지
않으며 정책 수단도 제한적 일 수 있다.
국제정치에서 금융과 통화의 영역은 세계경제질서의 근간으로서 권력, 이익, 아
이디어를 매개로 한 경쟁과 협력의 장이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자본
자유화와 금본위제가 영국의 패권과 무관하지 않고 2차 대전 후 제도화 된 브레튼
우즈체재(Bretton Woods System)의 성립과 몰락, 그리고 신 자유주의 금융 및
통화 질서의 발흥은 미국과 G-7으로 불리는 경제 강대국의 경쟁과 협력의 틀 안에
서 이루어졌다(Cohen 1966; Kindleberger 1971; Krasner 1982; Ruggie 1983;
Keohane 1984; Cox 1996; Strange 1998; Ikenberry 2001). 다시 말해, 지난 150
년에 걸친 국제 금융 및 통화 질서는 변화와 지속의 역사이다. 변화와 지속은 시장
과 국가의 상호성 속에 글로벌, 지역, 국가 차원의 제도화를 통해 나타났다. 제도
화의 핵심은 규칙제정(Rule-Making)과 규칙변환(Rule-Transformation)의 과정이
고(예.Politics of Global Standards), 규칙은 통치자(Ruler)와 피통치자(the Ruled)를
동반한다(Onuf 1989). 브레튼우즈 체제의 중추인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세계은행(World Bank),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의 제도적 작동방식은 이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규칙
준수자로서의 비강대국은 변화하는 국제 금융 및 통화 질서에의 적응을 주요 정책
적 목적으로 하게 된다. 다시 말해, 정책적 목적의 선호도가 자율성이 크지 않는
변환하는 세계금융질서와 한국의 선택 7
제한적 선택(Constrained Choice)을 띄게 됨을 의미한다.
이제 막 시작된 21세기 초는 세계도 변했고 한국도 변하였음을 보여준다. 세계
경제질서는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고, 한국은 지난 반 세기 동안에 걸친 경제
발전의 과실로 국제정치의 장에서 규칙준수자에서 잠재적이나마 규칙제정자의 일
원으로 이행하고 있다. 2009년 출범한 세계경제질서 협의체인 G-20에 한국이 회
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향후 10여 년은 역사적으로 볼
때 세계경제질서의 큰 변환기(Great Transformation)로 기록 될 수 있고 한국은
‘적응’을 넘어선 ‘주도’로의 역할 변화기를 맞을 수 있다.
2008년 미국 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기존의 미국 주도적인 신 자유주의적 국제
금융 및 통화 질서의 변화를 글로벌, 지역적 차원 모두에서 요청하고 있다. 먼저통
화 질서를 보면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패권은 흔들리고 있고 (Helleiner 2009;
Eichengreen 2010), 신 자유주의 경제 패러다임을 기초로 탄생한 유로도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McNamara 1998; Gillingham 2005). G-2로 부상한 중국은 위안
화 국제화를 추진하며 달러 의존성을 줄이려고 한다(이용욱 2011). 또한 남미,
아프리카, 중동에서는 지역차원의 통화 동맹을 이미 출범 시켰거나 추진 중에 있
다. 동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지역적 차원에서 역내 환율 안정을 위해 동남아연
합국가(Association of South East Asian Nations: ASEAN)과 한중일 즉, 아세안
+3(ASEAN Plus Three: APT)는 아시아개발은행(The Asian Development Bank:
ADB)과 함께 지역통화 설립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
의 말대로 세계경제는 달러체제의 종식과 함께 복수 기축통화 체제로의 이행을
목전에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Eichengreen 2010).
통화질서가 무역과 투자의 기초로서 결제, 비축, 회계의 기준이 되는 통화의
수요 및 공급의 안정적 운영을 통한 환율의 문제라면, 금융질서는 무역과 투자의
촉진을 위한 자본 자유화 정도를 포함하는 자본 시장 형성 및 발전에 관련하며
금융위기 방지와 금융 위기 시 효과적인 관리를 위한 금융 안전망 확충에 관한
것이다. 1980년 이래도 진행되어온 세계화(globalization)는 신자유주의적 금융자
유화를 의미하였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IMF 개혁을 필두로 자본 규제론이 힘을 얻고 있고, 지역적 차원에서는
유럽 안정화 기금과 같은 역내 금융위기 방지 메커니즘 설립에 대한 논의가 남미,
아프리카, 중동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서구 자본 시장에 대한
8 ..국가전략.. 2012년 제18권 3호
의존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지역 금융 시장 발전 방안들이 지역중심의 권역 별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이 속한 동아시아도 아세안+3를 중심으로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후
제도적 협력 장치의 구성을 통해 지역 금융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제적으로,
금융위기 방지 및 금융위기 시 효과적인 대처방안은 2000년 양자간 스왑(swap)
협정에서 출발하여 2010년 다자화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hinag Mai Initiative
Multilateralization: CMIM)를 통해 제도화 되어왔고 아시아판 IMF 인 아시아 통화
기금(Asian Monetary Fund: AMF) 창설 논의로 확대되고 있다. 아세안+3는 2011
년 5월 싱가포르에 CMIM의 자매기관으로서 역내 금융 감시기구인 아세안+3 거시
경제 감시기구(ASEAN Plus Three Macroeconomic Research Office: AMRO)를
성공적으로 출범시켜 AMF의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역내 금융시장 활성화는
지역 채권시장 발전에 방점을 두고 있으며 2002년 출범한 아시아채권시장 이니셔
티브(Asian Bond Market Initiative: ABMI)로 대표되고 있다. 아세안+3는 아시아
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기제인 신용보증투자기구(Credit Guarantee
Investment Facility: CGIF)를 2011년 5월 발족시켰으며, 역내 채권거래에 대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역내 예탁결제기구(Regional Settlement Intermediary:
RSI)의 설립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금융 및 통화 외교의 구조적 맥락으로 작용할 대변환기의 국제
금융 및 통화 질서는 큰 틀에서 보면 서로 관련된 세가지 흐름으로 압축 하여
볼 수 있다. 첫째, 글로벌 차원에서 기존의 신 자유주의적 제도적 틀의 변화와
그 변화의 깊이, 정도, 방향성이다. 둘째, 점증하는 지역 금융 및 통화 시스템의
출현과 공고화 정도 이다(Katzenstein 2005; Powers and Goertz 2011). 마지막으
로, 글로벌 차원과 지역 차원에서 발전하고 있는 금융 및 통화 질서의 관계적 성격
이다. 이들은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 할 것 인가? 아니면, 지역 차원의 금융 및
통화 질서의 발전이 배타적인 형태를 취해 글로벌 차원과 지역 차원의 경쟁뿐 아
니라, 지역간 경쟁체제의 형태로 제도화 될 것 인가?
이러한 국제 금융 및 통화 질서의 대변환기에 한국은 어떻게 글로벌과 동아시아
지역을 아우르며 규칙제정자로의 이행과 역할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환율 안정, 금융 안전망 확충, 경제 발전을 위한 원활한 자본 공급과 관리가
큰 틀에서 금융 및 통화 외교의 정책적 목표라고 볼 때 어떠한 방법으로 이들을
변환하는 세계금융질서와 한국의 선택 9
추구하여야 하며, 동시에 어떻게 최대한 정책 자율성(Autonomy)을 확보하여 한국
의 선호도를 글로벌 및 동아시아 지역 금융 및 통화 질서에 반영 할 수 있을까?
1997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친 금융위기를 겪으며 그 부정적인 파괴력을 경험
한 한국에있어서 금융외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에도 지나치지않다.
본 연구는 다자주의(Multilateralism)가 한국 금융 및 통화 외교가 추구해야 할
정책 방향이라도 주장한다. 비 강대국으로서 한국은 다자주의를 정책적 수단으로
써 뿐 만 아니라 그 자체로서 목적으로 추구하여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
면, 다자주의를 매개로 동아시아를 교두보로 삼아 글로벌 영향력 확대 전략이다.
한국은 중개인(Honest Broker)역할 수행을 통해 이미 진행 중 인 동아시아 금융
및 통화 협력의 제도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동아시아 지역적 기반을 토대로
G-20 등의 글로벌 차원의 금융 및 통화 질서의 규칙제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
하여야 한다. 다자주의를 통한 지역과 글로벌의 연계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지역
다자주의의 공고화를 통해 중국과 일본과의 신뢰 관계 형성과 정책 공조의 경험을
쌓고 정책을 함께 개발하여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정책 선호도를 구현하는 방안
이다. 후술하듯이 이와 같은 전략적 선택이 다른 전략에 비해 세계경제질서 재확
립의 시기에 한국의 정책 선호도가 가장 많이 확보되고 반영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비강대국이 특정 이슈에 관해 다자주의를 출범시키고 제도적 틀을 짜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으나 이미 작동 중인 다자주의 틀은 효과적으로 활용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먼저 왜 다자주의가 한국과 같은 비강대국에
유리하게 작용 할 수 있는지를 기존 연구를 중심으로 논하여 본 연구의 주요주장
에 대한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다음으로 한국의 금융 및 통화 외교의 주요 대상인
지역차원의 동아시아 금융 및 통화 협력과 글로벌 차원의 G-20의 발전과정, 쟁점
사항들, 그리고 미래 방향성에 대해 살펴본다. 위의 논의를 토대로 한국에 있어서
지역과 글로벌을 아우르는 다자주의 연계 전략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논하고 다자
주의 틀 안에서 효과적인 한국의 역할을 위한 몇 가지 기본전략과 정책 네트워크
역량 강화를 제안하며 마무리 한다.
10 ..국가전략.. 2012년 제18권 3호
Ⅱ. 왜 다자주의인가?
다자주의는 일방주의, 양자주의와 함께 국가가 외교정책을 실행하는 방법이다.
비강대국의 경우 일방주의는 선택하기 용이하지 않는 방법이며 따라서 양자주의와
다자주의가 선택지인데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자주의가 비강대국의 정책 실현에
양자주의에 비해 우호적 일 수 있다. 다자주의가 비강대국에 주는 이점을 먼저
일반론적으로 살펴보고 다음으로 지역과 글로벌을 연계하는 한국의 금융과 통화
외교에서 다자주의의 유용성을 살펴본다. 아래의 다자주의가 비강대국에 주는 유
용성에 대한 논의는 이용욱(2012, 201-204)을 참조하여 보완하였다.
다자주의는 그 자체로 한국과 같은 비강대국에게 여러 가지 이득을 준다. 가장
일반적으로, 합의 지향적인 다자주의는 다른 형태의 정치과정에 비해 비강대국의
목소리가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들릴 수 있게 한다. 물론 최종 결정된 정책이
다자주의에 참여하는 모든 국가들에게 언제나 대칭적 이득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현실주의자들의 주장대로 다자주의 역시 강대국 정치의 연장 선상에 있을
수 도 있다 (Krasner 1985; Mearsheimer 1995; Grieco 1999). 그러나 이 경우에도
다자주의는 양자주의에 비해 비대칭적 권력관계에 따른 이득의 분배를 완화 할
수 있다(Ruggie 1990; Martin 1998). 다자주의 제도가 제공하는 규범, 규칙, 의사
진행 과정을 활용하여 강대국과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조정 할 수 있는 기회를 얻
을 수 있다(Hurrell 2005, 50). 이에 관해 캐서린 루(Catherine Lu)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Lu 2009, 54-55).
특히 [다자주의제도의 운영에서 오는] 혜택과 분담금의 분배 문제를 포함한 갈등이
나타날 것은 자명하지만, [다자주의 틀에서] 사람들 간 정치적 우호관계가 형성되어 있을
때에는, 이러한 갈등은 상호 이해, 국제 협력에서 오는 부담과 이익의 공평한 분배, 그리
고 특정 집단의 지배가 아닌 글로벌 거버넌스적 제도 속에서 집단 간 권력 분담에 기반
한 규범과 제도의 국제적 맥락에서 논의될 것이다.
다자주의는 대변환기에 유리하다. 대변환기란 변화를 향한 다양한 의견과 정책
제안이 새로운 권력과 기존의 권력이 충돌하는 정치의 장에서 전개되는 격동의
시기(Turbulent Period)를 말한다. 다자주의의 틀은 이러한 변환기에 다양한 행위
변환하는 세계금융질서와 한국의 선택 11
자들에게 토론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정보(정책 선호도 및 수단 등)를
공유하게 한다. 토론과 정보의 확충이 언제나 모든 행위자가 동의 할 수 있는 좋은
결론을 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자주의가 제공한 토론을 통해 무엇이 문제이
며, 어떤 해결책들이 있을 수 있고, 이들에 대한 각 국의 입장이 표출되어 규칙준수
자인 비강대국인 경우 적응을 위한 정책적 예측이 한결 수월해 질 수 있다(Pouliot
2011).
가령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출범한 G-20는 네 개의 클러스터로 구성되어
있다. 클러스터 1은 금융규제개혁(Banking Capital Requirements/Basel III
Agreement)으로 은행의 자기 자본률에 관한 문제와 각종 은행 규제에 관해 논의
한다. 세부 주제로는 “보너스 규제(Bonus Regulations),” “회계기준 조화(Accounting
Harmonization),” “신용평가기구(Credit Rating Agencies),” “은행세 및 국제거래
세(Bank Tax, International Transaction Tax),” “파생상품(Derivatives),” 및 “헤지
펀드(Hedge Funds)” 등이 있다. 클러스터 2는 거시경제정책공조(Macroeconomic
Coordination)이다. 거시경제 조정을 위해 논의되는 이슈는 “국채 관리(Sovereign
Debt Management),” “글로벌 무역수지 불균형과 통화 문제(Global Imbalances and
Currency),” “화폐 가치 평가와 유동성(Currency Valuations and Movements),” “통
화 제도(Monetary System)”(기축통화로서 달러에 대한 전망/ The Future of the
Dollar as Core Currency), “글로벌 금융안정망(Global Financial Safety Net
(Korean Agenda),” “거래 시스템 관련 협력(Trading System Coordination)”(보호
주의 방지와 도하라운드 체결/ Prevention of Protectionism and Doha Round
Completion) 등 이다. 클러스터 3은 공공재(Public Goods)에 관한 논의를 한다.
여기에 포함되는 의제는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기후/
에너지(Climate/Energy),” “식량안보(Food Security),” “혁신/교육, 부패(Innovation/
Education, Corruption)” 등이다. 마지막으로 클러스터 4는 제도화 및 거버넌스
프레임워크(Institutionalization and Governance Framework)인데, G-20 사무국
(Secretariat) 설립 여부와 IMF를 비롯한 국제금융제도(International Financial
Institutions)의 개혁을 다룬다. 이와 같이 다자주의의 틀 안에서 클러스터 별로
세부주제를 심도 있게 토론하게 된다. 의견의 일치와 불일치의 과정 속에서 당면
한 문제에 관해 각 국의 입장을 중심으로 공론의 장(A Shared Framework of
Interaction)이 생기게 되어 문제 해결의 가능성과 방향성에 대한 정책적 예측이
12 ..국가전략.. 2012년 제18권 3호
높아 질 수 있다.
또한, 다자주의의 반복적 게임 형태가 비강대국에게 유리하게 작용 할 수 있다.
반복적 게임은 장기성을 내포하며 회원국간의 장기적인 상호작용은 비슷한 정책
비전을 공유하는 국경을 넘어선 내부 네크워크(Inner Epistemic Community or
Political Friendship among People)의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 전문가 집단의 정
책 네트워크는 단기적 권력과 이득 보다는 정책 아이디어와 장기적 비전을 중심으
로 작동하게 되는데 비강대국으로서는 네트워크의 활용을 통해 ‘권력 결핍’을 상쇄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비강대국에게 자국의 정책 비전을 다른 국가들과
심도 있게 논의하는 기회를 부여하고 다자주의 틀 내에서 정책 비전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연립과 제휴를 도모 할 수 있게 한다. 특히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금융 및 통화 분야에서는 네트워크적 요소의 활동 공간이 넓을
수 있다 하겠다.
정리하면 다자주의는 양자주의와 비교해 볼 때 비강대국에게 세가지 우호적 정
책적 환경을 부여한다. 첫째, 다자주의가 제공하는 규범, 규칙,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비강대국의 정책적 선호도를 표출 할 수 있고(Voice Opportunity) 이득의
분배에도 유리 할 수 있다. 둘째, 다자주의 틀 안에서 논의를 통한 공론의 장이
형성되어 각 국의 정책 선호도와 수단에 대한 정보의 획득을 통해 비강대국은 정
책 적응도를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자주의 틀을 이용하여 비강대국은 정책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구축 할 수 있어 ‘권력 결핍’을 일정부분 상쇄
할 수 있다.
다자주의가 비강대국에게 가져다 줄 편익에 대한 일반론적 논의를 넘어 좀 더
구체적으로 한국의 지역과 글로벌을 엮는 다자주의 연계의 맥락과 전략적 비교우
위성을 살펴보자. 다자주의 연계의 핵심 고리는 국제정치와 지역정치에서 차지하
는 한국의 각기 다른 위치이다. 한국은 글로벌 차원의 국제정치에서는 소위 ‘떠오
르는 국가들 중의 하나’ 이지만 동아시아 역내 정치역학에서는 그 자체로 주요
행위자이며, 역내뿐 만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중국과 일본과의 정책 조율이 가능
하며 정책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다. 아래에 자세히 논의되듯, 이와 같은 정책연결
고리로서 한국외교의 가능성은 이미 동아시아 금융지역주의 제도화 과정에서 일정
부분 경험적으로 증명된다.
다자주의 연계의 전략적 적실성은 세계경제질서의 대두와 변환에 대한 기존 문
변환하는 세계금융질서와 한국의 선택 13
헌에서도 확인된다. 19세기초 이래 유럽의 전 지구적 팽창과 함께 세계경제질서란
지역질서의 확장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어 지역질서에 기반한 글로벌 규칙제정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Watson 1992; Gamble and Payne 1996). 냉전기를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한 지역적 경제질서의 충돌로 볼 수 있으며, 냉전후 다양한 경쟁적
지역질서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지역을 넘어 세계경제질서 변환의 교두보 확보차원
에서 제도적 발전을 진행하고 있다(Acharya and Johnston 2007). 금융 부분을
살펴보면 지난 30여년에 걸친 신 자유주의적 금융자유화 질서는 유럽에서 연유되
었다는 최근의 주장에서도 ‘지역을 통한 글로벌’이라는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된다
(Abdelal 2007). 이러한 맥락에서 비 강대국인 한국이 변환하는 세계경제질서의
장에서 주도적인 규칙제정자의 역할을 하기위해서는 지역에 기반을 둔 다자주의
연계전략이 그 실효성에 있어 지역 기반 없는 글로벌 금융 외교보다 높다. 바꾸어
말하면, 글로벌 차원에서 한국의 단독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일 수 있지만, 동아시
아의 주요 행위자로서 정책공조를 통해 중국과 일본의 협력을 이끌어 낼 경우 글
로벌 차원에서도 한국이 가진 힘 이상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은 정책 연결 고리로서 변환하는 동아시아 지역의 금융 및 통화 질서의 장
에서 한국의 정책 아이디어와 선호도를 타 국가들과 조율하여 동아시아 역내에서
중국과 일본에 주도 당하지 않으며 정책의 자율성을 확보 할 수 있다. 또한 역내
다자주의 틀 안에서 공론을 통해 정책적 적응력도 높이고 국제 금융 및 통화 질서
의 재구성의 정치에서 지역적 비전과 이익을 구성, 구축하는 중심에 설 수 있다.
동아시아 정책 공조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G-20와 같은 글로벌 차원에서
도 규칙제정자의 역할을 담당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자세히 후술하겠지
만, 역 내외에서 상대적으로 군사력, 경제력 등 물질적 기반이 취약한 한국이 이러
한 지역과 글로벌 차원의 다자주의 연계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도 참신하면서도 실천성 있는 정책 비전의 개발과 한국의 정책 비전을 공유하
는 네트워크의 구성과 활용이 핵심적이라 할 수 있다.
동아시아 금융 및 통화 협력의 제도화가 대외 개방도가 높은 한국에게 역내 금
융 안전망 확충과 금융시장 발전이라는 장기적으로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한국이 동아시아 다자주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전략적 맥락과 함께 현 시점의 동아시아 역내 금융 및 통화 협력의 제도화
발전 수준에서 또한 논의 할 수 있다. 아래에서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후
14 ..국가전략.. 2012년 제18권 3호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동아시아 금융 및 통화 협력의 제도화에 대해 살펴보고 동
아시아의 지역적 맥락에서 다자주의 연계를 위한 한국의 역할에 대해 논한다. 이
어서 G-20의 발전과정과 한국의 역할과 한계를 검토하며 지역과 글로벌을 연계하
는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Ⅲ. 동아시아 금융 및 통화 협력
1997년 동아시아 금융 위기 후 동아시아에서는 아세안+3를 중심으로 금융 및
통화 협력을 통해 지역주의적인(Regionalism) 제도적 발전을 이루어 왔다. 여기서
지역주의란 역내 국가들이 특정 이슈 영역에서 공통의 정책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적 차원의 제도적 협력 메커니즘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지역화(Regionalization)로 개념화된 민간 주도의 지역적 시장 통합과 구별된다.
물론 공급적 측면인 지역주의와 수요적 측면인 지역화는 상호 의존적이며 서로의
발전 방향에 영향을 주는 공진화적 현상이다. 이 중 동아시아에서 지역주의의 발
현이 눈에 띄는 이유는 그 현상의 새로움 때문이다. 다시 말해 동아시아에서 시장
중심의 상호 의존성 심화와 경제 통합은 1980년대 이래 점증적으로 발전해 왔지만
정부 주도의 지역주의는 부재했다. 따라서 그 동안 ‘열린 지역주의’라는 모순어법
적인 개념으로 동아시아의 경제적 상호 의존성의 심화가 분석되었다. 1997년 동아
시아 금융 위기는 동아시아에서 아세안+3를 통해 정부 주도의 지역적 금융 및
통화 협력을 가속화하는 지역주의적 특성을 나타내게 하여, 역 내외 정책 서클은
물론 학계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관련해서 지난 15년여에 걸친 정책 구성과 실천
을 통해 금융 및 통화 분야에서 ‘동아시아’란 지역적 개념도 아세안+3로 한정되었
다.
동아시아 금융 지역주의는 지난 15년여 동안 크게 세 가지 정책 영역을 중심으
로 발전해 왔다(Grimes 2009, 3-4). 키워드는 역내 금융 안전망 확충, 역내 금융시
장 활성화, 역내 환율 안정이다. 역내 환율 안정을 위한 공동통화 도입 등은 이제
연구 단계이고 특별한 제도화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본 논문에서는
동아시아의 금융 안전망 확충과 금융시장 활성화에 중심적으로 다룬다. 지역적
차원의 역내 환율 안정을 위해 아세안+3는 ADB(Asian Development Bank, 아시
변환하는 세계금융질서와 한국의 선택 15
아개발은행)와 공동으로 지역 통화 설립 연구와 논의를 2006년 이후 진행하고 있
다.
먼저 금융 위기의 재발 방지와, 금융 위기 시 효과적인 대처를 위한 금융 안전망
확충에 방점을 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hinag Mai Initiative: CMI)를 들 수 있다.
CMI는 2000년 5월 양자 간 스와프 협정의 형태로 출발, 2010년 다자화되어 CMIM
으로 불린다. 다자화된 CMI는 아시아판 IMF인 AMF의 창설 논의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ASEAN+3은 또한 다자화된 CMI의 자매기관으로서 역내 금융 감시 기구인
AMRO를 2011년 5월 싱가포르에 성공적으로 출범시켜 AMF 창설의 가능성과 기
대를 높이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CMIM에 관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한국의 외교적 역할이
다. 국제 정치에서 주류이론인 현실주의 이론을 반영하듯 국제 레짐 혹은 기구가
해당국들의 협력으로 제도화 될 때 일반적으로 패권국의 이익이 반영되는 패권적
제도화가 이루어지는데, CMIM를 통한 동아시아 금융 협력의 형태는 ‘탈 패권
화’(Non-hegemomic)로 관찰된다. 개념을 정리하면 국제 협력의 제도화에서 ‘패권
화’란 한 국가가 제도의 운영과 결정권에 있어서 비대칭적인 아젠다 제안권
(Agenda Setting)과 비토 파워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반대로 ‘탈 패권화’란
제도의 운영과 결정권에 있어서 모든 참여국이 동일한 수준의 아젠다 제안권과
어느 한 국가도 비토 파워를 갖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탈 패권적인 CMIM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09년 5월 12일에 아세안+3 재무장
관들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기존의 양자 스왑 형태의 CMI를 다자화 하기로 합의
하였다. 제도화에 필요한 분담금의 배분과 이와 관련된 투표권, 제안권, 거부권
유무 등도 함께 결정되었다. 총 분담금의 규모는 1200억 달러로 결정되었고 세계
에서 외환 보유국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이 각각 384억 달러(32퍼센
트), 아세안이 238억 달러(20퍼센트), 한국이 194억 달러(16퍼센트)를 분담하게
되었다.
전술하였듯이 일반적으로 많은 분담금은 제도화에 있어서 높은 투표권, 비대칭
적 제안권, 거부권 등으로 이어지는데 CMIM의 경우 분담금의 규모와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회원권 모두가 대칭적인 투표권, 제안권을 갖게 되었고 거부권은 어느
회원국에게도 주어지지 않았다. 투표권은 분담금 비율과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에
대한 배려를 고려하여 중국, 일본, 아세안이 각각 28.4퍼센트를 얻게 되었고 한국
16 ..국가전략.. 2012년 제18권 3호
은 가장 적은 14.8퍼센트를 갖게 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가장 작은 분담금과 투표
권을 가진 한국이 제도 내에서 다른 참여국들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의사결정 영
향력을 미칠 수 있다.
주요의사 결정 방식 및 제안권과 거부권의 측면에서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CMIM 체계에서 회원국의 추가 가입은 모든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구제
금융지원 및 연장과 같은 의제들은 전체 투표권 중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통과 될 수 있다. 따라서 CMIM 회원국 추가 가입의 경우에는 모든 회원국들이
약속한 분담금 규모와 관계없이 모두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
제금융지원 및 연장에 관한 의제에 대해서도 어느 나라도 전체 투표권의 3분의
1 이상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단독으로 거부권을 행사 할 수 없다. IMF의
경우 주요 의제 결정에 85퍼센트 이상 찬성이 필요하며 미국이 16.75퍼센트의 투
표권을 가지고 있어 실질적 비토 파워의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CMIM에서 제기
되는 모든 주요 의제들에 대해 한국이 가진 거부권은 중국이나 일본의 그것과 차
이가 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제안권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집단의사결정체계 내에서 의제 제안은 의장
역할을 맡은 참여국에게 주어진다. CMIM에서는 매년 한, 중, 일 어느 한 국가와
아세안 10개국 중 한 국가가 공동의장으로 선정된다. 다시 말해, 한·중·일이
3년에 한 번 공동의장국 역할을 수행 할 수 있으므로 한·중·일 3국의 제안권은
상호 동등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 CMIM 체계를 분석하여 보면 가장 적은 투표권
을 가진 한국의 영향력이 한국보다 많은 투표권을 가진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MIM에서 나타난 탈 패권화 현상은 미래에 어떤 형태로 동아시아 금융 지역주
의가 제도적으로 발전 할 것인가에 관해서도 큰 함의를 가진다는 면에서 중요하
다. 이와 함께, 한국이 탈 패권적 제도화 과정에서 중국과 일본사이의 가교 역할과
함께 중국과 일본의 리더십 경쟁의식을 활용하여 당초 10퍼센트 내외의 지분을
협상을 통해 14.8퍼센트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역내에서 한
국의 입지가 외교역량에 따라서 가중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다음으로, 지속적 경제개발을 위한 안정적인 투자 자금 확보와 역외 금융 의존
도를 줄이려는 노력은 역내 금융시장 활성화 방안을 통해 꾀했는데 ABMI의 제도
적 발전이 그것이다. ABMI는 지난 10여 년간 서구 주도의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
변환하는 세계금융질서와 한국의 선택 17
해, 동아시아 지역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역내 금융시장 활성화의 방향으로 점진
적으로 발전하여 왔는데, 특히 단기적 국가이익의 차원을 넘어, 동일한 금융 규범
과 규제를 공유하는 역내 채권시장의 통합을 향해 제도화되었다고 평가된다.
아세안+3는 아시아 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제도적 기제인 신용보증투
자기구(CGIF)를2011년 5월 발족시켰으며, 역내 채권 거래에 대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역내예탁결제기구(RSI)의 설립 논의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역내 채권시
장 표준화 방안도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는데 2010년 10월 도쿄에서 발족한 아시
아채권시장 포럼(Asian Bond Market Forum: ABMF)가 중추적 역할을 할 예정이
다.
한국은 초기단계부터 ABMI의 제도적 발전과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2002년 11월 동경에서 개최된 아세안+3 재무차관 비공식 회의에서 한국의 제의로
아시아 채권시장 발전 방안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고 동년 12월에
일본이 ABMI를 공식으로 제안했다. 2003년 2월 아시아 채권시장 발전을 위한
차관급 실무 회의가 동경에서 있었고 이 회의에서 한국은 ‘코리아 이니셔티
브’(Korea Initiative)를 제안했는데, 주요 내용은 증권화와 신용 보강을 활용하여
아시아 채권시장을 발전시키자는 것이었다. 한국은 2003년 6월 동경에서 개최된
실무작업그룹 회의에서 역내 신용보증 기관 설립을 제안했다. 한국은 신설될 신용
보증 기관이 채권 발행에 대한 신용보증을 통해 시장에서 채권이 원활히 거래되도
록 하며 통화 스와프의 조정, 시장 조성 및 자산 유동화 설계 등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2005년 4월 아세안+3 재무장관 회의에서 ABMI 로드맵
을 설정하였는데 여기서 한국의 제안으로 아시아 채권시장 규범 통합에 대한 논의
를 촉진하기 위해 아시아 채권 표준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술한 신용보증투자기구 설립과 역내예탁결제기구 설립논의, 아시아 채권시장 표
준화 방안에도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동아시아의 금융 및 통화 협력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제도화되어 발전해
왔다. 단지 ‘토론 포럼’이라는 비판들도 존재하지만 금융 및 통화의 제도적 협력이
전무했던 15년 전의 동아시아와 비교해 보면 아세안+3가 적지 않은 제도적 결실을
이루어 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Pempel 2004; Katzenstein and Shiraishi 2006).
특히 문화, 종교, 언어, 정치제도, 경제 발전 수준, 안보 환경 등에서 공통점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동아시아에서 이루어 낸 제도적 성과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18 ..국가전략.. 2012년 제18권 3호
있다(Lincoln 2004). 그러나 후술하였듯이, 동아시아에서 금융 및 통화 협력의 제
도적 공고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세안+3가 이를 위해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각 영역별 제도적 공고화를 위한
연례 정상회담, 연례 재무장관 회담, 연 2회 재무차관 회의, 수많은 실무자급 회의
등을 단순히 ‘토론’이나 ‘협력의 제스쳐’를 위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지금까지 이루어낸 제도적 발전도 설명하기 어렵다(이용욱 2012, 10-11).
동아시아 금융 지역주의를 구성하는 이 세 가지 정책 영역의 제도적 발전이
1997년 동아시아 금융 위기의 원인에 대한 아세안+3의 공유된 인식에 기인한다고
볼 때 그 인식을 구성하는 요인들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제도적 협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Katada 2009). CMI는 IMF의 개입을 불러온 역내
금융 안전망의 부재에 대한 대응이며, ABMI는 높은 역외 금융시장 의존도가 가져
온, 급격한 자본 이동의 폐해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다. 세 정책 영역 중 가장 점진
적이며 장기적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는 지역 통화 설립은 역내 국가들의 달러화
과다 의존이 가져온 환율 불안정과 금융 위기의 전염성을 염두에 두고 시작되었
다. 제도적 공고화의 깊이, 폭, 방향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Ⅳ. G-20
G-20은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협의체
형식으로 출범하였다. 1999년 9월 IMF 연차총회에서 개최된 G-7 재무장관회의의
발의로 G-20은 장관급 회의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는데 2008년 미국 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미국의 제안으로 장관급 회의체제에서
정상회의로 격상되어 제 1차 정상회의가 동년 11월에 워싱턴에서 개최되었다.
2009년 9월 제3차 피츠버그 회의에서 G-20을 세계경제협력을 위한 최상의 포럼
(Premier Forum)으로 지정하였고 G-20 정상회의의 연례개최도 의결하여 오늘날
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한국은 제 5차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여 세계경제운용
의 주요국으로서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고 평가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외교에 있어
서 서울회의는 한국이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참여하게됨에 따라 국제의제를
설정하고 관리하는 글로벌차원의 규칙제정자로서의 첫발을 띤 큰 의미가 있다.
변환하는 세계금융질서와 한국의 선택 19
장소 및 일시 주요 의제
1. 미국(워싱톤)
2008.11
- 정상선언문 채택(16개 항 및 47개 실천과제로 구성됨).
-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공조 방안협의
- 국제금융체제 개편 합의
- 자유무역 및 시장경제체제의 기본원칙 재확인 및 보호주의 배격
2. 영국(런던)
2009.4
- 거시경제정책 공조방안 및 확장적 재정 및 통화정책 실천 합의
- 금융규제 및 국제협력 강화
- IMF와 같은 국제금융기구 개혁
3. 미국(피츠버그)
2009.9
- 지속가능한 성장체제 구축을 위한 협력에 합의
- G-20 협의체 정례화 합의
- IMF 쿼터개혁 추진
- 금융규제 및 감독 방안 마련 협의
4. 캐나다(토론토)
2010.6
-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체제 공조 합의
- IMF 쿼터 이전 및 개혁 추진
- 보호주의 금지 및 무역, 투자 증진 협력
- 저개발국 지원방안 마련 협의
5. 한국(서울)
2010.11
-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
- 불균형성장 및 환율문제 합의
- IMF 쿼터(6퍼센트)지분 이전 및 이사회 2명 개도국에 이전.
투표로 이사직 선출.
-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Precautionary Credit Line(PCL)), 그리고
Flexible Credit Line(FCL)).
- 보호무역 저지를 위한 협력 강화
- 서울컨센서스(개발의제) 채택 및 다년간 개발 행동계획 채택
* 6. 프랑스(파리)
2011.4
- 글로벌 불균형 해결을 위한 예시적 가이드라인 및 상호평가(Mutual
Assessment Process(MAP))를 착수, 수행.
- 글로벌 기축통화 재논의
- G-20 사무국 설치협의
*저자 추가 작성.
<표 1> 제 1차 .6차 G-20 정상회의 주요 의제 (문상복 2011, 164-165)
G-20의 주요 의제는 미국 발 금융위기 확산에 대한 공동대응과 보호주의 배격이
라는 제 1차 워싱턴회의 이래로 확장하여 지금은 전술한 4개의 클러스터에서 5개
부분에 걸쳐 논의되고 있으며 에너지, 반 부패, 비즈니스 Summit 등을 다루는
기타 영역이 포함되고 있다(표 1참조). 5개 부분의 주요 의제는 다음과 같다. 글로
벌 불균형의 완화를 위한 ‘균형성장 협의체계’, IMF 등의 개혁을 위한 ‘국제금융기
구 개혁’, 은행과 금융기관의 안정성 도모를 위한 ‘금융 규제 개혁’, 금융 위기 방지
및 효과적 대응을 위한 ‘글로벌 안전망 확충’, 마지막으로 저개발국가의 지속적
경제발전을 위한 ‘개발 의제’이다.
20 ..국가전략.. 2012년 제18권 3호
한국에 있어 G-20는 사실상 최초의 글로벌 차원의 경제 거버넌스 논의 참여의
장을 열어주었다(최영종 2011). 따라서 한국 정부는 G-20에 각별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활발하게 참여하였다. 제 1차 워싱턴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향후 12개월
간 무역과 투자에서 새로운 무역장벽 설치, 수출제한 등을 동결하자고 제안하여
합의를 이루어 냈다. 제 2차 런던 회의와 제 3차 피츠버그 회의에서 한국은 거시경
제정책 공조노력, 출구전략의 국제공조 필요성, IMF 등 국제금융기구에서 신흥국
및 개도국 발언권 확대 등을 피력하였고 제 4차 토론토 회의에서는 차기 의장국으
로서 기존의제 이외에 개발 문제와 글로벌 금융 안전망 구축 및 확대를 제안하여
공식화 하였다(문상복 2011, 164-168).
서울에서 개최한 제 5차 정상회의에서 주최국으로서 전술한 5개 영역에서 주요
합의를 이루어 내려고 노력하였다. 서울 회의의 결과는 한국의 글로벌 경제 거버
넌스 다자주의 외교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한 ‘균형성장 협력체계’ 분야에서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던 미국과 중국간의
환율 문제를 ‘시장결정환율지지와 경쟁적 평가 절하 자제’라는 합의를 통해 어느
정도 봉합하였지만 합의가 사실상 구속력이 없는 선언적 의미라는 면에서 분명한
한계를 지녔다. ‘국제금융기구 개혁’에서는 IMF 지분의 6퍼센트를 신흥개도국으
로, 6.2퍼센트를 과소대표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합의 하고 총 24명의 이사직수
중 2명의 이사직수를 유럽에서 신흥개도국으로 이전하기로 하는 등 일정 부분 성
과를 거두었지만 미국이 16.75퍼센트의 지분을 유지하여 여전히 비토권를 행사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혁의 한계를 나타낸다. 이와함께 IMF 총재를 국적과 무관
하게 실력으로 선출해야하며 IMF 쿼터공식을 구매력(PPT) 대비 경제력(GDP)을
기준으로 설정해야한다는 신흥개도국들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김용범,
박정훈 2012). ‘금융규제 개혁’ 분야에서는 체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 규제를
채택하고 바젤 은행감독위원회의 새로운 은행 자본 유동성 규제방안을 마련하는
등 성과가 있었다.
위의 세 분야는 그 이슈의 성격상 한국이 주도성을 발휘하여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 G-20 다자주의 외교의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들 세
분야와는 달리 ‘글로벌 금융 안전망 확충’이나 ‘개발’ 분야는 그 필요성에 대해
G-20 회원국들간에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으며 한국 또한 야심 차게 제
4차 토론토 회의에서부터 문제점을 제기하며 성공적 합의를 준비하였다는 점에서
변환하는 세계금융질서와 한국의 선택 21
한국 외교의 가능성과 한계를 측정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두 분야가
‘코리안 이니셔티브’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두 분야에 대한 한국의 외교노력의 투자
의지를 방증한다.
우선 ‘글로벌 금융 안전망 확충’ 분야에서 한국은 유동성 부족 시 제공되는 기존
의 IMF 긴급구조자금의 경직성에 대한 회원국들간의 공감대 위해 탄력대출제도와
예방대출제도의 활용도 제고를 제안하였고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등과 같은 지역
안전망과 IMF의 협력 확대도 제시하였다. 탄력대출제도는 우량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있는 국가가 단기 유동성 위기에 빠질 때 조건 없이 IMF 긴급구제자금을
제공하는 제도이며, 예방대출제도는 탄력대출제도의 대상에는 못 미치지만 재정
건정성이 건전한 국가에게 약간의 조건만 부과하여 IMF긴급구제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탄력대출제도는 서울회의에서 기존에 논의되었던 것을 재확인하는 방
식으로 정리되었고 예방대출제도는 서울회의에서 신설되어 한국으로서는 의미가
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안전망 확충’에 가장 근본적인 문제
라 할 수 있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에 소재한 프라이빗 펀드(Private Fund)나
에쿼티 펀드(Equity Fund)와 같은 국제단기투기 자본의 규제에 대한 별다른 논의
의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큰 한계를 지닌 회의였다고 평가 할 수 있다.
‘개발’분야에서는 저개발국의 빈곤해소와 지속적인 경제발전 역량 강화를 위한
‘서울 개발 컨센서스’에 합의를 도출하는 성과가 있었다. ‘서울 개발 컨센서스’는
기존의 원조 중심의 개발 원조에서 벗어나 저개발국이 근본적인 경제성장 동력을
확보, 확충 할 수 있도록 국가별 고유한 상황에 부합하는 개발 정책을 세우는 것을
아이디어 공여 차원에서 도와주며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등 한층 진일보된 개발
원조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의 실현을 위해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다년간 개발
행동계획”을 채택했다는 점도 눈 여겨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도 아직
시기상조이기는 하나 한계점이 노정된다. 우선 선진 각 국의 원조 레짐이 아직은
선언적인 ‘서울 개발 컨센서스’를 어떻게 반영 할 지가 불투명하다. 또한 경제개발
패러다임을 좌지우지하는 IMF나 세계은행(The World Bank)이 원조 공여 시 부과
하는 신자유주의적인 원조 조건을 향후 ‘서울 개발 컨센서스’에 맞추어 개정해 나
갈 지도 의문으로 남아있다.
정리하면, 한국은 글로벌 차원의 G-20 다자주의 외교를 통해 잠재적이나마 규칙
제정자로서의 역할을 보여주었으나 비강대국인 한국의 한계성도 경험하였다고 할
22 ..국가전략.. 2012년 제18권 3호
수 있다. G-20가 이제 시작 단계인 협의체이나 지난 2년간 IMF 65년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개혁을 이루어 내는 등 일정부분 정책 공조의 성과를 이루어내었다는
점을 볼 때 앞으로도 세계 경제 거버넌스의 최상의 포럼 역할을 수행 할 것으로
예상된다(김용범, 박정훈 2012). 따라서 글로벌 차원에서 한국의 정책 선호도를
최대한 반영 할 수 있는 한국 다자외교의 역량 강화 방안이 강구 되어야 한다.
2011년 파리 회의에서 G-20 사무국 설치의 협의가 시작되어 G-20는 본격적인
제도화의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고 볼 수 있다.
CMIM과 ABMI의 발전과정에서 관찰되듯 동아시아 역내의 금융과 통화 협력에
서 한국의 위상과 역할은 결코 작지않다. 국제경제질서에서 커져가는 동아시아의
비중과 발 맞추어 한국은 지역과 글로벌을 효과적으로 엮는 적극적인 다자주의
외교의 구체적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자주의 연계의
시작점은 한국이 동아시아 역내에서 정책 공조의 중심으로서 발판을 마련하는 것
이다. 특히 중국의 부상에 따른 전략적 맥락과 현 시점의 동아시아 역내 금융 및
통화 협력의 제도화 발전 수준(즉, 제도적 공고화의 초입) 측면은 다자주의를 통해
우호적 정책 환경을 확보 할 수 있는 한국의 제도적 안착을 위한 적극적 외교를
강력히 요청한다. 한국은 지역을 통한 세계 경영의 기회의 창을 엿보고 있다. 이는
지역적 기반을 둔 중견국 네트워크 전략을 통한 국제경제질서의 아키텍쳐 설계자
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Ⅴ. 기로에 선 다자주의 외교: 규칙제정자로의 이행?
지정학적인 측면에서 향후 10년 가량이 한국이 지역과 글로벌을 다자주의를 통
해 연계 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 일 수 있다. 아래의 동아시아 금융협력에 관한
중국의 전략적 입장과 동아시아 금융 및 통화 협력의 제도적 공고화에 대한 비판
적 검토는 이용욱(2012, 198-204)을 참조 하여 보완하였다. 동아시아 금융 및 통화
협력의 제도화에 많은 노력과 지원을 하고 있는 중국이 2020년까지는 미국의 국력
을 추월 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화평굴기를 위해 실질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여전히 동아시아와의 협력이 필요하고(Sohn 2009; Jiang 2010), 일
본과 아세안(ASEAN)은 중국을 세력의 정점이 아닌 확장기에 제도적으로 구속
변환하는 세계금융질서와 한국의 선택23
(Lock-in) 을 원하고 있어 이러한 전략적 맥락의 존재가 한국의 동아시아 다자주의
외교에 우호적으로 작용한다(Hayashi 2006; Grimes 2009; Katada 2009; Ba
2010).
중국의 경우 동아시아 국가들의 제도적 구속 전략을 잘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상호 배타적이지 않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중국은 금융 및 통화 협력의 제도화를
지지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다자주의적 제도화 과정을 통해 역내 상호신뢰 구축
을 도모 할 수 있어 세력 확장 시 우호적 지역 환경을 조성 할 수 있다. 둘째,
다자주의적 제도화는 중국이 구속되는 측면도 존재하지만 역내 다른 국가들도 제
도적으로 구속되는 양면성이 있다. 점증하는 중국의 역내 영향력을 볼 때 양면성
의 제도적 구속이 중국의 정책 선호도를 더 반영하는 방향으로 조정 할 수 있다고
생각 할 수 있다. 또한 다자주의 논의를 통해 도출한 정책은 정당성(Legitimacy)을
확보 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보면 역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비패권적 형태로 지
속시킬 수 있다(Ikenberry 2001). 마지막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위한 학습효과이
다. 역내에서 회원국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다자주의 협력의 경험을 통해 리더십
을 배양하고 이를 글로벌 차원에서 활용 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동아시아에서
지역협력의 효용성을 학습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중동, 남미와의 다자
주의 외교에 박차를 가하고있다(Sohn 2012b). 또한 미국, 유럽 등과 경쟁하며 행
사될 중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뚜렷한 지역적 존재기반이 다져질 경우 그 효과가
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우호적인 전략적 맥락과 함께 현 시점의 동아시아 역내 금융 및 통화
협력의 제도화 발전 수준은 한국의 적극적 다자주의 외교를 요청한다. 다시 말해,
현시점에서의 동아시아는 금융 및 통화 협력의 제도화 완성을 향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역내 금융 안전망 확충을 위해 2000년 출범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는
2010년 다자화를 성공시키며 상당한 제도적 발전의 틀이 이루어졌다. 총 펀드 규
모가 1200억 달러가 되었고 2011년에 다시 2400억 달러로 증가 시키기로 아세안
+3는 합의하였다. 또한 장기적 제도적 발전의 초석이 되는 회원 각 국의 투표권
(Voting Share)도 합의되었고, 전술한 대로 역내 금융 감시기구 역할을 수행할
AMRO도 2011년 5월에 설립되었다.
이러한 제도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가장 중요한 이
슈는 금융 위기 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를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대출처방(Lending
24 ..국가전략.. 2012년 제18권 3호
Prescriptions)과 대출조건(Lending Conditionality)의 구성이다. CMIM의 제도적
존재 가치뿐 만 아니라 앞으로 AMF로의 이행의 핵심을 구성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IMF와의 관계 정리도 중요하다. 현재의 CMIM체제에서는 긴급 구제 금융
지원 시 지원금의 70퍼센트가 IMF와 연계 되어있다. 금년 5월에 열린 아세안+3
재무장관회의에서 기존의 80퍼센트인 IMF 연계비율을 2013년부터 70퍼센트로 낮
추고 2014년에는 다시 60퍼세트로 낮추는 것에 합의하였다. 금년 아세안+3 재무
장관회의 공동의장국이었던 한국은 이 과정에서 회원들간의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였다(기획재정부 관계자 저자 인터뷰: 2012년 6월 12일 서울).
AMRO가 제도적으로 정착되고 CMIM의 대출처방과 대출조건이 확정되면 IMF와
의 연계 비율이 줄거나 혹은 전면 철폐 될 것이라고 예상 하는 견해들이 있어
향후 어떤 형식으로 CMIM 혹은 AMF가 IMF와 관계를 정립할 것인지가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이다. 일본 재무성 관계자에 따르면 재무성 내부에서는 향후 몇
년 안에 IMF와의 연계 비율을 50퍼센트까지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한국의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저자 인터뷰: 2012년 2월 28일 도쿄). 또한 AMRO 감시기능
의 범위, 깊이, 정책권고의 강제성 여부 등 역시 앞으로 다루어질 핵심 사항이다.
역내 금융시장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추진되어 온 ABMI 역시 주요 제도적 결정
을 기다리고 있다. 공급적 측면에서 지역 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틀은
크게 세 가지인데, 이들은 다름아닌 신용보증투자기구(CGIF), 역내예탁결제기구
(RSI), 지역 채권시장 표준화(Asian Bond Market Standardization: ABMS) 이다.
전술한대로 이 중 신용보증투자기구는 2011년에 이미 설립되었고 역내예탁결제기
구의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볼 때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아 채권시장 표준화는 2010년 9월 도쿄에서 아시아 채권시장 포럼
(ABMF)를 출범시켜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동아시아 금융 협력의 제도화는 주요 이슈들에 대한 합의를 향하고
있으며 그 성패에 따라 실질적인 제도적 협력을 이끌 것 인지 아니면 아시아태평
양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처럼 사실상 유명무실
한 모습으로 전락 할 것인지가 판가름 날 것이다(Beeson 1999 Ravenhill 2000;
Webber 2001). 위에 논의된 이슈들에 대해 한국, 중국, 일본, 아세안은 합의된
의견도 많지만 제도화의 속도, 범위, 상세 내용 등에서 이견도 있다. 국제 금융
및 통화의 장에서 지역과 글로벌을 연계하는 한국의 역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변환하는 세계금융질서와 한국의 선택25
동아시아 금융협력의 성공적 제도화를 위한 적극적 다자주의 외교가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 특히 정직한 중개자(Honest Broker)로서 중국과 일본을 잇는 ‘가교 외
교’를 통해 이견을 조율하여 동아시아 금융 질서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 질서의
규칙제정권(Authorship)을 공유하여야 한다.
지역과 글로벌을 엮는 다자주의 외교의 중요성은 G-20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의 정책공조의 부재는 G-20 주요 금융 및 통화 정책 논의에서
이들 국가 사이에 이견들을 노출하게 하였고 이는 집합적으로 ‘동아시아 부재’로
나타났다. 나누어진 동아시아는 결과적으로 새로운 글로벌 금융 질서의 판을 다시
짜는 정치적 무대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였다(Tiberghien 2011). 전술한 대로,
한국의 경우도 G-20 서울 회의에서 ‘코리안 이니셔티브’ 발의를 통해 글로벌 금융
안전망 확충과 개발 패러다임의 변화를 위한 제도화에 상당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
였지만 그 목소리가 변화로 나타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두 분야 모두에서
한국, 중국, 일본이 국제단기 투기자본의 규제와 개발 패러다임의 공유 등 기본적
인 정책 공조의 틀을 가지고 있어 향후 노력여하에 따라 더 큰 결과를 글로벌
차원에서 도출 해 낼 가능성도 적지 않다.
동아시아 삼국이 모든 이슈에 대해 합의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적극
적인 협상과 정책 조율을 통해 주요 관심 이슈에 대해 작은 차이를 좁히고 다듬어서
정책 공조의 질과 양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아시아 다자주의 협력의 정책적
실천이 역내 국가들의 협력 패턴(Patterns of Interaction and Cooperation)을 견인
해 내며 이것이 글로벌 무대에서 정책 공조의 바탕이 될 수 있다. 다자주의가 만병
통치약은 아니지만, 상대적 비강대국인 한국은 적극적 다자주의 외교를 통해 심화
되는 상호의존성 내에서 자율성의 확보를 도모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Ⅵ. 다자주의 연계 기본전략과 정책 네트워크 구성 및 활용
지역과 글로벌을 엮는 다자주의 연계가 한국 금융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고 볼 때 동아시아 금융 협력의 공고화가 그 출발점으로서 큰 위치를 차지한다.
전술한대로 동아시아 금융위기 후 아세안+3는 지금까지 적지않는 금융협력의 제
도화를 이루어내었지만 다른 한편 제도적 공고화와 안착까지는 여러 해결해야 할
26 ..국가전략.. 2012년 제18권 3호
문제가 남아있다. 금융협력에 대한 역내 회원 각국의 정치적 의지와 이를 기반으
로한 지속적 대화와 협력을 통한 상호신뢰 증진등이 ‘과정’을 통한 제도적 공고화
에 요청되지만 이러한 ‘과정’의 성공여부는 동아시아 금융협력이 안고있는 구조적
제약들을 풀어내는 정도에 달여있다. 기존의 문헌을 통해 보면 크게 세 가지 정도
의 구조적 제약들로 요약 될 수 있다. 일본과 중국의 역내 리더십 경쟁, 역내 국가
들의 주권 민감성, 역내 국가들의 정치제도 및 경제구조의 이질성 등이다(Lincoln
2004). 따라서 한국 금융외교의 숙제는 이러한 우호적인지만은 않은 구조적 제약
들속에서 역내 국가들의 협력패턴을 견인해내고 지속시켜는 현실성 있는 전략의
개발과 적용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손인주는 최근 기고한 논문에서 동아시아 금융협력이 당면하고 있는 이러한 구
조적 제약들을 제도적 협상을 통해 극복해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세 가지 전략적
방법을 제시하였다(Sohn 2012a, 9-16). 이들 전략적 방법이 특정 국가가 아닌 아
세안+3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제시되었지만 한국 금융외교정책에 큰 시사점을 준
다. 첫번째는 ‘원칙적 최소주의와 규제의 현지화(Principled Minimalism and Host
Regulation)’이다. 이는 동아시아 역내국가의 힘의 불균형, 주권 민감성, 이질적
국내 정치 및 경제 제도등을 고려할 때 가장 합의하기가 쉬운 원칙(규제와 규칙들
을 포함하여)들을 중심으로 협력 패턴을 만들고 합의된 원칙의 국내적용은 상호
호혜를 바탕으로 각 국가의 제량에 맡기는 방안이다. 두번째 전략은 ‘분해 및 이슈
연계(Decomposition and Issue Linkage)’이다. 여기서 ‘분해’는 아시아통화기금
설립, 아시아 채권시장 표준화방안 확정, 동아시아 공동통화 협력등 상당한 정책적
협력과 진통이 예상되는 주요 사항의 경우 제도화 과정을 여러 단계로 나누어 점
증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슈 연계’는 협상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협상
과정에서 인접 이슈 영역과의 연계를 통해 협상 결과에 따른 국가별 분배 형평성
의 제고를 추구하는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비정부간 네트워크 활성화 및 활용(Informal Intermediaries)’ 전략
이다. 이는 각국 정부 관계자들과 학계, 전문가 그룹간의 인적교류, 회의, 정책공동
개발등의 트랙 1.5 외교와 비정부간 정책네트워크 형성과 같은 트랙 2 외교의 활
성화 전략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 금융협력의 제도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국가간의 입장차이를 좁히고 참신한 정책 아이디어와 비젼을 도모 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공식, 비공식 정책 채널을 이용하여 역내 국가간 정책 제안
변환하는 세계금융질서와 한국의 선택27
경쟁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다(Depersonalizing Effect). 가령 지역 리더십
경쟁관계있는 일본과 중국이 서로의 정책제안에 대해 그 내용을 떠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 비공식 모임등이 정책 제안의 형식으로 논
의를 시작하여 국가간 상호 신뢰를 쌓고 정책 비젼을 공유하게 할 수 있다.
위에 언급된 동아시아가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 제약들을 고려해 볼 때, ‘원칙적
최소주의와 규제의 현지화,’ ‘분해 및 이슈 연계,’ ‘비정부간 네트워크 활성화 및
활용’ 전략은 점진성을 띠는 현실적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이들
전략을 시의의 적절성과 이슈의 성격을 판단하여 활용하여야하며 이를 통해 동아
시아 지역에서 입지를 공고히하고 신뢰를 쌓아 정책공조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하
여 글로벌 다자주의 외교에 뛰어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전략은 상호배타
적이지않고 연계되어 있어 복합적으로 활용하여야 하나 세 전략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순차적 혹은 단계별 활용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원칙적 최소주의와 규제의
현지화’는 정책 목표에 관련하고, ‘분해 및 이슈 연계’는 협상 과정 전략이며, ‘비정
부간 네트워크 활성화 및 활용’은 물밑 작업을 동반한 아젠다 세팅 전략에 해당된
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다른 두 전략의 초석이 될 수 있는 ‘비정부간 네트워크
활성화 및 활용’ 방안을 한국이 주도하여 역내 정책 여론 방향을 선도하고 형성하
는 것이 중요한 정책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이는 특히 일본과 중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할 한국의 종합적 전략에도 부합하며 전술한대로 신뢰증진을 통한 일
본과 중국의 역내 리더십 경쟁의 완화에도 기여할 여지가 크다. 물론 정직한 중개
자로서 한국의 적극적인 동아시아 전략이 반드시 동아시아 금융 및 통화 협력에
대한 제도적 공공화의 성공을 담보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극적인 동아시아 전략
이 없이는 글로벌 영향력 확대가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위에 논의된 세 가지 전략의 적극적 활용은 역내 제도적 공고화와 이에 따른 교두
보 확보의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국은 효과적으로 동아시
아 역내에 정책네트워크를 구성하고 활용할 수 있을까? 역 내외에서 상대적으로
군사력, 경제력 등 물질적 기반이 취약한 한국은 어떻게 다자주의 연계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행 할 수 있을까?
물리적 기반 확충과 협상 능력 등도 중요하게 작용 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참신하며 실천 가능한 정책 아이디어의 창출과 확산을 통해 한국을 중심으로
하는 역 내외 정책 네트워크의 구축이 요청된다. 전술한대로 다자주의의 반복적
28 ..국가전략.. 2012년 제18권 3호
게임은 장기성을 내포하며 회원국간의 장기적인 상호작용은 비슷한 정책 비전을
공유하는 국경을 넘어선 내부 네크워크의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 전문가 집단의
정책 네트워크는 단기적 권력과 이득 보다는 정책 아이디어와 장기적 비전을 중심
으로 작동하게 되는데 비강대국으로 한국은 정책 네트워크의 활용을 통해 ‘권력
결핍’을 상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정책 공조의 중심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 특히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금융 및 통화 분야에서는
네트워크적 요소의 활동 공간이 넓을 수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효과적인 정책 네트워크의 구성과 활용을 위해서는 국내외적으로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국내 수준에서 금융 및 통화 분야의 전문가 및 외교 인력
의 육성, 확보, 조직화이다. 금융과 통화 분야는 국가들의 결정이 시장에 영향을
주고 또한 시장의 움직임이 국가들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 순환적 구조가 강하다.
따라서 재경부 및 외교통상부 정책 담당자, 연구자, 비즈니스 프로페셔널들을 모아
서로의 전문성을 공유 할 수 있는 정책팀을 꾸려 정기적인 상호 교류를 통해 정책
비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 담당자들
은 정부간 협상 등을 통해 얻은 상대방 정부의 정책 선호도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 할 수 있고, 연구자들은 연구와 학술 교류, 지역과 글로벌 차원의 각종 공식,
비공식 트랙 투 모임 등을 통해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들을 개발, 확산 할 수 있으
며, 비즈니스 프로페셔널들은 정책에 반응하며 영향을 주는 금융 및 통화 시장의
움직임을 나눌 수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 비해 전문인력이 턱 없이 부족한
한국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가용 인적자원을 최대한 효과적,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정부에서는 금융 및 통화 외교를 전담할 전문인력을 장기적 시각에서
육성하여야 한다. 이에 대한 중요성은 G-20 서울회의에서 IMF 쿼터 및 지배구조
현안에 대한 실력 부족을 통감하였다는 실무자들의 고백에서 확인 될 수 있다(김
용범, 박정훈 2012). 전문인력의 육성은 금융 및 통화 외교가 요청하는 전문성의
제고를 기할 수 있을 뿐 만이 아니다. 장기간에 걸쳐 육성된 전문인력은 동아시아
역 내외의 다자외교의 장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활용 할 수 있는 저력을
보유 할 수 있게 된다. 상대국 정책담당자들과의 신뢰형성과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된다. 매 회의 때마다 담당 실무자나 고위급 정책 결정자가 바뀌어서는 정책적
일관성의 상실 우려와 함께 금융 및 통화 협력의 장에서 베테랑적 리더십을 기대
변환하는 세계금융질서와 한국의 선택29
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동아시아 역 내외 인적 네트워크의 구성을 위해 정부, 학교, 싱크탱
크, 관련 기업 등에서 지역과 글로벌 금융 및 통화 협력과 제도화에 대한 세미나
및 학술 대회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 현재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외국 인사의
초청은 물론 차세대 리더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교류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 인사 풀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부처간, 학교
및 싱크탱크간, 관련 기업간에 단절되어 일회성 혹은 단발적으로 진행하는 행사들
을 지양하여 융합적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