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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월 한여름보다 더 심한 6월 가뭄 속의 무더위에 등산을 나설 때면, 당연히 뙤약볕과 폭염에 견공처럼
혀 길게 빼물며 땀흘려야 된다는 사실은 익히 예상해야 될 일이다. 가끔씩 한줄기 굵은 장대비거나 소나
기라도 살수차처럼 좍좍 뿌려주면 좋으련만 남쪽지방의 비소식은 딴사람 꿈인 양 아득하고, 중부지방의
가뭄과 때 이른 무더위는 사람들을 지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이루어진 산행은 몹시
기다려지는 행사이기도 하였다. 적어도 내게는...
산행 때면 늘 그렇지만 잠 설쳐가며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한 아침, 인덕원 포일리에서 쭈리님 태우고,
과천 언덕길 넘어 사당에서 들꽃님 모시고, 일산 성원마을에서 무수골님 태우고 내비 없이 메모지 지도
삼아 이리저리 초리골 초계탕집 넓은 마당에 도착하니 딱 8시 50분쯤 되었나 보다. 차들이 많지 않아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편이다. 산행을 시작하며 뜬금없이 이상의 시 ‘오감도’가 머릿속의 맴돌며 뇌리를
떠나지 않은 것은 모인 사람이 딱 13명이었기 때문일 것이니 나름대로는 영화제목을 비틀어 맘속으로는
‘13인의 전사’임을 자위해본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
.
.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 시 오감도 중에서>
더불어 흔히 서양에서 불길하다는 ‘13’이라는 숫자와, 동양에서 불길하게 여기는 ‘까마귀’를 빌려서 시의
제목을 멀쩡한 ‘조감도’라 붙이지 않고, 까마귀 오(烏)자를 붙여서 ‘오감도’라 칭하고, 띄어쓰기조차 개 무시한 채
난해한 언어의 나열만으로 충격을 준 천재시인 이상 김해경의 간절한 염원을 읽는다. 암울한 식
민지시대에 불길한 까마귀와 불길한 13이라는 숫자를 인용하면서 역설적으로 그 암울함을 벗어나서 독립
의 희망을 갈구했듯이, 덥고 오랜 무더위에 피하지 않고 땀 흠뻑 흘리며 날궂이를 마치면 소나기라도 내
리지 않을까 하는 음흉한 속내를 감추며 산행 내내 오감도의 한 구절만을 입안으로 나직이 읊어본다.
식당 뒤편 암산으로 오르는 초입길이 무척 가파르다. 오랜만의 산행이라 다리가 무거워 연신 신음을 삼키
며 산을 오른다. 땀이 비오듯 흐르고, 금세 겉옷까지 땀에 젖어 바지 윗부분이 축축히 젖으니 오줌 싼 것
아닌 양 놀림을 받는다. 그래도 암산 정상 정자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분다. 수산으로의 이정표가 보이고,
산너머 저쪽에는 뿌연 안개에 잠겨있듯 흐릿한 전망이 그리 밝지를 못하다. 오랜 기간 비가 없어서 창랑
해야할 하늘과 땅 사이에 먼지만 가득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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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학산은 비교적 그늘로 되어 있고, 경사가 심하지 않은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길이어서 걷기에는 좋은 편
이다. 날이 워낙 더워서 그렇지 비라도 내린 후, 숲 향기가 완연할 때 산행한다면 등산객들이 많지 않은
호젓한 산길을 즐길만한 곳으로 여겨진다. 전망이야 그다지 뛰어나진 않지만 둘레길 걷듯이 느긋하게 걷
노라면 역U자형 산행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일정이 꽤 괜찮을 듯하다. 게다가 어느 곳에서 하산해도 모두
출발지로 연결이 되니, 맘대로 시간 보내면서 어영부영 하더라도 일행과 헤어질 일 없이 초계탕집에서 만
날 수 있으니 甲조 乙조, A팀 B팀이 다 섞여서 와도 무난한 곳일 것이다.
암산에서 정상방향으로 느긋하게 길을 걷는다. 비가 오래 오지 않았어도 6월의 숲은 제대로 녹음이 우거
져 신선한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더위에 땀이 흐르는 것을 연신 닦으면서도 잠시 불어오는 바람에 시원
한 느낌이 기분 좋다. 가끔씩 흙이 노출되는 길에서는 먼지가 폴폴 일지만 등산객들이 거의 없어서 그다
지 불쾌하지는 않다. 지금 청계산이나 광교산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고, 먼지에 짜증이 나서 제대로
산행도 못하겠구나 생각이 들면서 호젓한 비학산 둘레길이 참 편안한 느낌이다.
편안하게 잠시 걷고난 후 평지나 그늘이 나타나면 맘 놓고 느긋하게 쉬어가면서 산행한다. 근교산행의 여
유있는 시간이 참 좋다. 어렵쇼! 왠 여인네 한 명이 샌들 신고 우리를 따라붙기에 돌아보니 모모님이다.
아침에 여차저차하여 동행할 수 없었으나 산행참석의 면면을 보니 조금 늦게 출발해도 금세 따라붙을 수
있겠구나 여겨서 부랴부랴 이쁜 맘으로 참석했다고 한다. 정성이 갸륵하고 마음 씀씀이가 좋아서 담에는
내가 풀빵을 사줘야 될 것 같다. 그래, 가끔은 더딘 발걸음이 사람을 더 모으기도 하는 구나 싶어서 기분
이 좋다. 남들처럼 힘들어서 빨리 걷지 않고 룰루랄라 느긋하게 걷는 장자의 오묘한 뜻을 누가 알리요.
그래도 맘속으로는 에베레스트를 12번도 더 오르내리는 산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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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는 가시지 않고, 걷기는 힘들고, 작금의 남북문제나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대책을 마련하려 중요
요인들은 부득이 중간에 하산하여 정상회담..이 아니고 하산회담을 위해 산을 내려가야만 하게 되었다. 해
송님, 초로기님, 죠수아님,성주님, 그린비님, 쭈리님... 물론 몇몇이 더 하산해야 했으나 친절하게도 하산
길 입구에 내 걸린 ‘체력이 개떡같이 약하신 님들은 산행 그만 하고 요~서 실실 내려가세요’라는 문구에
화가 나서 산행을 계속한 중요인물도 있긴 하지만 13+1인의 용감한 아해들은 이제 8인의 B팀만이 비학산
정상을 향한다. 땀을 닦으면서도 군데군데 피어있는 나리꽃의 자태에 반해 감탄사를 내인다. 하늘하늘 바
람에 흔들리는 꽃잎. 분명 그 꽃이 필 때는 하늘이 열리는 개벽의 아픔과 경탄이 있었으리라. 그러기에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이리 아름답게 그림이 되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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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에서 정상까지의 길은 둘레길에서 벗어나서 갔다가 되와야 된다. 내내 편안하던 산길이 정상까지는
구배가 가팔라서 마지막 깔딱고개인 양 다시금 땀을 바가지로 쏟게 만든다. 450여미터의 정상 표지석이
단촐하게 서있는 정상부근에는 아무도 없다. 이런 호젓함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여기저기 휘휘 둘러
보면서 처음 와본 산의 즐거움을 맘껏 누려보고, 느긋하게 자리 펴고 배낭에 아직도 많이 남은 여러 가지
과일이며 먹거리들을 즐겁게 해치운다. 누가 아리요만, 저 많은 것들 그냥 무겁게 매고 가게 할 수 없어서
내 굳이 없는 식욕 북돋아가며 열심히 먹는 고귀한 뜻이 곡해되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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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한 산행이 하산을 조금은 조급하게 만들었나보다. 중간에 지름길을 통해 하산을 마무리한다. 물이 시
원하게 가득 차 있어야 할 저수지는 바짝 말라 있고, 계곡에는 물이 없어서 탁족의 즐거움을 누릴 수 없
으니 아이들의 물장구소리 들리지 않는 여름계곡의 맛은 무엇인가. 그냥 답답할 뿐이다. 시멘트길 아득하
던 차에 그린비님과 죠수아님이 차를 가지고 태워주니 딱 3시에 맞게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점심시간
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대기손님들의 행열을 보면서 누구나 다 감탄사를 내지른다.
초계탕이 얼마나 맛있기에,....대박나는 집 주인은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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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편 야외탁자에서 초계탕과 삶은 닭으로 만찬을 펼친다. 두 접시 삶은 닭은 서비스란다. 야호~ 손님이
이리 많아도 식당의 서비스는 박하지 않고, 인심 또한 후하여 필요한 것은 원하는 대로 다 가져다준다.
시원하고 싸한 맥주의 목넘김이 즐겁고, 푸짐한 한여름 낮의 만찬과 넉넉한 인심이 기분 좋다. 진호님과
숙정님이 느긋하게 합류하여 16명의 중대를 이루고, 넓은 주차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성황인 초계탕집
사장님 담배 피러 왔다가 한참이나 이런저런 자찬 겸 이야기 하다 가시고, 배터지게 먹고도 남은 음식들
은 죄다 포장하여 일어서며 일정을 마무리한다. 시원한 얼음김치국물과 초계탕의 새콤한 국물 맛이 아직
도 입안에 맴돈다. 배 높이가 한자는 높아졌나보다. 겨우 허리띠를 대충 매고 무거운 몸을 차에 실으며 아
쉬운 작별을 고한다.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오감도 끝부분>
답답한 마음은 풀어지고, 시인의 눈에 더 이상 꽉 막힌 골목과 도로를 마구 달리는 아이들이 없는 것처럼 마음이 편
안해짐은 만사는 다 바른대로 풀린다는 옛말 그대로인가. 날이 더웠고, 땀 많이도 흘렸으나 그래도 이리 만나서 웃
고 떠들고 먹고 낙낙하였으니 여름이 덥다 한들 언젠가는 또 과거의 시간으로 추억하게 되리니 피곤한 줄 모르고 집
으로 향한다. 이제는 13인의 용사가 아니니 오감도의 구절도 희미해지고 일찌감치 귀가하여 단 잠 청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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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운 산행 이끌어주신 바다님을 비롯한 여러분들에게 고마운 마음 전해드립니다.
* 배낭 가득한 먹거리와 시원한 음료수로 산행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신 여러분들에게도 역시 감사요^^~*
첫댓글 땀은 억수로 흘렸지만 그것보다 훨씬 즐거웠던 산행.
지금도 달콤새콤하고 시원했던 초계탕이 눈앞에 선합니다~ㅎㅎ
열씨미...잘 오셨습니다.
카메라까지 매고서...
덕분에 정상의 증거들이 그대로 남았으니....
고맙습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오감(五感)이 만족했던 초계탕집에 맘이 훌러렁~~ㅎ
한여름 비학산의 짧은 산행이.. 길게 오래오래 느껴지는 것은 장자님의 맛난 후기 덕인줄 아뢰옵니다.^^
오랜만에 후기 쓸 일이 생겼는데 조금은 어리둥절....
암튼 닭삶은 것은 놔두고 초계탕 시원한 얼음국물에 메밀국수 말아서 한입 미어터지게 먹으며 여름날 보냈으면 합니다.
수고 많이 했어요....
산행도 좋았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초계탕도 좋았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오랜만의 만남은 더 좋았던 날이었네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므흣](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8.gif)
미...투~~~
그냥 그늘로만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선크림 안바르고 맨팔로 다녔더니만 어깨부터 팔쪽으로 조금씩 따끔거리네...
잠시간의 햇살에도 꽤 탄 듯~~
자주 봅시당~~맨날 집에서만 놀지말고...
역시나 산행후 장자님의 후기가 없으면 뭐가 빠진듯한... 오감을 만족하였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 봅니다.. 역시나 감칠맛나는 멋진후기네요... 수고 많으셨어요..
초로기님 사진 보는 재미가 더 쏠쏠혀요^^
정상까지 종군하며 기록 남겼으면 석달열흘 장마 져도 심심하지는 않았을텐데......
방가웠어요~
앞으로는 개근하세욧!
작은 아들 면회간다는 핑계삼아 초계탕 먹으러 가던지 해야겠네요~...
작년에 면회가서 먹긴 먹었는데~...
여름이면 많이 생각나는 늘노리 초계탕...
언젠가 저도 날으는 학은 아니더라도...
훌~쩍 뛰어오를 날이 오겠지요~...
즐기는 산행... 정이 담긴 뒷풀이...
더운 날 시원하게 즐기다 갑니다~... ^(^
뭐 면회를 핑계삼아 초계탕을 드셔도...다좋을 듯 합니다.
낮에 더운 순두부 먹으면서 새삼 초계탕 시원 새콤한 국물 떠올렸습니다.
저는 뭐를 핑계삼아 가볼까요...
김건모의 핑계....를....
비록 산행 참여 동행은 못했더래도 장자님의 산행후기는
감칠맛 나는 오감 과 6감까지 보고 감동을느꼈어요~ 수고하셧고 감사합니다.
내가처음 초로기님 검단산 산행후기를 ( 한사모) 읽고 느낀 감동처럼 ...
그때 하산길 노점, 동네 아줌마들의 푸성귀를 살려고 아끼던 고글(선그라스)을 놓고 챙기않아
잊어버렸다는 서운함 을 읽고 내가 잃은것 처럼
그마음 얼마나 서운 하였을까 했었는데...
산행은 아름다운 추억, 즐거운 추억,
사는동안 많은 추억을 간직한다는 것 행복이 아닐까요....
함께한 산우님들 건강히 행복하세요
비학산 정도는 같이 갔어도 될 만한 산이었는데.....
더워서요.
조만간 같이 가까운 산행을 할 수 있게 되지않겠어요....
청계산 언저리나 관악산 둘레자락은...
그때까지 좀만 기둘리세요^^
꼭~~가야지 가야지...몇번이나 핸드폰 켰다닫았다 하면서 시간을 체크했건만~
에효~~
다른곳도 아니고 집 근처까지 온 초록가족인데...
할말이 엄써여~~~~두손들고 벌서고 있을께요~~!!!
함께 산행했던것처럼 늘 감동을 주는 산행기 읽으면서
지금 아쉬움을 달래고 있답니다~
담에는 무슨일이 겹치지 않길바라면서
우리 초록가족들 다 함께 볼날 기다려봅니다^^
여러사람들이기다리던데....
펑크 냈어요.
조만간 UN에서 경고장 날아올지 몰라요^^~*
담에는 꼭 뵈요...
집 가까이 안가더라도.....
산행후 후기와 사진이 없다면 앙꼬없는 찐빵일것 같아요,
근데 장자님 에베레스트는 저도 갔다왔어요,
맘속으로...ㅋㅋㅋ
같이 가지 않았던가요????
다른 여자였나......
ㅎㅎ~~~
암튼 전는 갔습니다.
장자님 후기를 읽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비학산 산길을 또 한번 누볐답니다.
처음부터 계단으로 시작된 가파른 길이여서 숨을 헉헉 몰아쉬면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올랐는데
그때쯤이면 어김없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식혀 주었지요.
산비탈에 옹기 종기 모여 앉아서 먹던 갖자기 음식들~
이름조차 생소했던 초계탕~~
우리 함께 나누었던 아름다운 이야기들~~~
들꽃의 기억속에 영원히 함께 할 것입니다.
바람이 없었다면......
수많은 남녀들이.......
피우지도 못하고.....
겨우 불이나 피워대고 말았으리니.....
비학산 오름길이 얼마나 더웠을까요~~~~
아침에 먹고, 산중에서 먹은 계란 두개로 힘내고,
닭알의 어머니(자손인가...)로 만든 초계탕으로 또 힘내고.......
잊지말고 간직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