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일주여행(240111)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
페리토 모레노 빙하/챨텐
아르헨티나의 엘 칼라파테 도착 후 곧 바로 서쪽으로 78km 떨어져 있는 페리토 모레노 빙하로 달려갑니다.
바로 이 빙하죠.
본격적인 빙하 탐사에 앞서 빙하가 만들어낸 호수부터 구경합니다.
드넓은 호수에 이는 거친 파도는 바다를 연상케 합니다.
보트를 타고 청빙으로 빛나는 빙하의 말단부로 가까이 다가갑니다.
페리토 모레노빙하가 유명한 것은 운이 좋으면 빙하의 말단부가 호수 속으로 무너져 내리는 붕락현상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세고 파도가 거칠기도 하지만 언제 빙하가 무너져 내릴지 모르기 때문에 유람선은 빙하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잠시 빙하감상
도보를 따라 걸으며 빙하의 전경을 볼 수 있습니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의 길이는 30km, 말단부의 폭은 5km이며, 면적은 250㎢에 이릅니다.
이 빙하는 1912년 관측이래 무너져 없어지는 길이와 새로 형성되는 빙하의 길이가 균형을 이루어 길이가 줄어들지 않는 빙하로 유명했습니다.
그 이유는 빙하의 상부 2/3 이상의 지역에 태평양에서 발단한 편서풍이 안데스산맥에 부딪혀 엄청난 양의 눈, 비를 쏟아붓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자연의 균형도 인간이 가속화시킨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최근 몇년의 조사에 따르면 빙하의 북쪽 말단부가 700m 정도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지금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는 지구의 겉과 속살을 갉아 먹고 태워 먹고 쓰러진 지구를 깔아뭉개고 마지막 강펀치를 날리고, 결국에는 먼지 풀풀 날리는 사막 위를 흐느적거리며 걸어갈 좀비전사들인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아직까지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자동차로, 유람선으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가장 웅장하고 멋진 빙하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엘 챨텐으로 가는 길에 휴게소에 잠시 들렀습니다.
미국에 유명한 66번 도로가 있다면 아르헨티나에는 Ruta 40이 있습니다.
40번 국도는 볼리비아와의 국경인 라키아카(La Quiaca) 에서 시작하여 파타고니아 남단의 도시 리오가예고스의 비르헤네스 곶(Cabi Virgenes) 까지 5224km에 이르는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긴 국도입니다.
40번 국도는 11개의 주와 21개의 국립공원과 자연보호구, 18개의 강을 건너고 27개의 고개르 넘어갑니다.
계절마다 바뀌는 멋진 풍광 덕분에 자동차, 모터바이크, 자전거 등 바퀴로 달리는 전 세계의 라이더들이 한번쯤 달리고 싶어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히스토릭 루트 66번은 이미 죽은 길을 복원한 것이라면 루타 40은 여전히 국도로 이용되는 살아 있는 길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앨 챨텐 가까이로 이어지는 루타40 앞으로 피츠로이 산군의 멋진 모습이 다가옵니다.
체 게바라의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에도 등장하는 이길을 따라 쎄로또레와 피츠로이를 만나러 갑니다.
엘 챨텐에 도착하자마자 쎄로또레를 볼 수 있는 라구나 토레 호수 트레킹을 나섭니다.
그사이 칼라파테의 호텔에서 주문한 도시락을 두고 온 것을 알고 급하게 샌드위치 도시락을 구입했습니다.
점심값이 무려 38$+11$=49$ 이나 되었네요.
남미에서 정신줄 놓치면 쪽박 찰 수 있다는 사실 곱씹으며… 쎄로또레로.
언덕을 오르며 챨텐마을을 돌아봤습니다.
마지막 방문 때보다 적어도 두 배는 커졌습니다.
첫 700m를 지나면 카스카다 마르가리따가 나옵니다.
협곡 아래로 흘러가는 피츠로이강을 굽어볼 수 있습니다.
토레전망대까지 가면 피츠로이와 쎄로또레를 볼 수 있는데…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피츠로이와는 달리 쎄로또레는 구름 속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수줍음이 많아서일까요?
아닙니다. 피츠로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쎄로또레는 거대한 바람골의 가운데에 있어 눈비를 동반한 폭풍이 쉴새없이 몰어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파타고니아의 요정 쎄로또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르기 힘든 암벽의 하나입니다.
토레전망대를 지나면 피츠로이강이 만든 넓은 하상을 따라갑니다.
언젠가 이 계곡을 덮었을 나무들이 죽고 새로운 나무들이 자라납니다.
강이 만들어낸 평지이지만 이곳은 파타고니아의 거친 바람에도 울울창창한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요정 쎄로또레가 잠시 모습을 드러낸 순간입니다.
2천미터 이상 우뚝 솟은 화강암벽은 상부로 갈수록 매끈매끈한 빙판으로 철갑을 두르고 있고 쉴 새없이 폭풍이 몰아치기에 한다하는 클라이머들도 선뜻 도전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모든 신화와 전설 속에서도 이렇게 신비롭고 까다로운 요정은 없었습니다.
쎄로또레는 대담무쌍한 용기와 실력을 갖춘 클라이머가 폭풍의 감시가 잠시 멈춘 틈을 타 재빠르게 정상을 훔치고 내려와야 할 그런 봉우리입니다.
온난화 영향인가요, 한여름이라 그런가요 토레호수도 많이 커졌네요.
떠다니는 빙탑의 숫자는 줄어들었고…
누런색으로 변한 라구나 토레를 바라보니 웬지 모를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자연의 순환은 말그대로 자연스러운 것이겠죠…
그것이 자연스러운 범위에서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챨텐으로 내려가기 전에 다시 한번 뒤돌아 봅니다.
그사이 쎄로또레가 다시 한번 살짝 정수리를 내밀었다 닫습니다.
난 쉽지않은 요정이라고~
챨텐…
모험가들은 변방의 둑방으로 밀려나고 우리같은 관광객들이 중심을 차지하는 곳.
둑방으로 밀려난 모험가 부부를 만났습니다.
24년 1월 1일 피츠로이를 올랐고 쎄로또레에 햇살이 비치고 폭풍이 멎는 틈을 노리고 있는 7개월째 신혼여행 중인 부부클라이머.
클라이머들의 로망을 이루고 있는 후배 우석주, 이지은 부부의 인생이 멋진 모험으로 가득하기를~
*이 사진을 올려도 되나 많은 고민을 했는데, 이들이 이미 등산학교 강사로,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 클라이머로 알려져 있기에 당사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올립니다.
24년 1월 28일
바람이 심하게 부는 아침 7시에 문을 여는 방가게 앞에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아직 반달이 높이 걸린 챨텐의 경계선 너머로 피츠로이 연봉이 뚜렷합니다.
피츠로이 트레킹은 보통 피츠로이 앞의 뜨레스호수까지 왕복코스로 다녀옵니다.
하지만 약간의 정보와 돈을 더 쓰면 멋진 다른 코스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예전에 트레킹을 시작했던 엘 필라르는 사유지 출입을 막는 철조망으로 둘러쳐졌습니다.
덕분에 일렉트리코 강으로 1km 정도를 더 돌아갑니다.
하지만 강을 따라 걸으니 경관은 좋아요.
강바닥을 따라 칼라파테를 비롯한 관목, 덤불나무들이 자랍니다.
일렉트리코 봉우리와 반대편 봉 사이 골짜기 너머로 가면 아마 칠레와 공유하는 드넓은 컨티넨탈빙하가 있을텐데…
돌아가는 길도 이렇게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줄줄이 이어지는 사람들…
엘 필라르 사람들이 입구를 막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짐작이 갑니다.
이제 강변 위쪽의 사면을 따라가는 원래 있던 길과 만났습니다.
분위기 좋은 숲길이 길게 이어집니다.
더욱 날카로운 모습으로 나타난 피츠로이.
두 차례의 비글호 항해를 이끈 로버츠 피츠로이 선장의 이름을 따왔습니다.
‘무상의 정복자’ 라는 말을 남긴 프랑스의 가이드 리오넬 테레이와 기도 마뇽이 1952년에 처음으로 올렀습니다.
바위와 빙하와 호수가 어우러집니다.
피에드라스 블랑카 빙하와 호수입니다.
키큰나무 숲을 벗어나자 나타나는 피츠로이 연봉들
방향을 바꿔 피츠로이 쪽으로…
5km의 반경에 이어지는 피츠로이의 연봉들…
이름들이 하나같이 어려워서 옮기기 힘듭니다.
래이디스 퍼스트..
그리고 호위병들까지…
그런데 호위병들 맞나… 요?
울창한 너도밤나무숲에서 점심
포인세노트 야영장입니다.
이곳에서 뜨레스호수까지 2km의 오르막길, 챨텐까지는 8km의 거리입니다.
호수를 다녀오려면 12km를 더 걸어야 하고 다음날 이른 비행기 시간 때문에 칼라파테로 다시 나가야 하기 때문에, 결국 여섯명의 대표선수들만 뜨레스호수까지 갑니다.
대표선수들의 대표님이 찍은 멋진 사진입니다.
먼저 내려가는 선수들은 여유롭게 파타고니아를 감상하며 챨텐으로 향합니다.
습지구간에는 목도가 있습니다.
칠레의 파이네도 그렇고 아르헨티나의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도 지나치게 개발되지도 않고, 보호한다고 과하게 틀어막지도 않는 점이 좋습니다.
그림처럼 멋진 모습이죠.
이런 풍경이 있기 때문에 양xx 동네같은 챨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카프리호수가에서 잠시 쉬어갑니다.
이탈리아의 카프리섬이 화려한 휴양지라면 파타고니아의 카프리호수는 자연그대로의 순수함입니다.
리오 일렉트리코 강이 보이면 챨텐이 가까와졌습니다.
멋진 전망의 바위언덕에서 잠시 쉬어갑니다.
이곳에서는 파타고니아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을 수 있습니다.
입을 한껏 벌리면 양볼이 바람으로 부풀어 오릅니다.
그러면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기분이 듭니다.
챨텐으로 들어갑니다.
피츠로이 트레킹이 끝납니다.
다시 칼라파테로 왔습니다.
비행기 시간 때문에 급하게 새로 잡은 별 2개의 소박하지만 전망 굿~ 호스텔.
개인적으로 간다면 이런 곳에서 며칠 놀고 싶습니다.
꿈이 이루어지려나…
칼라파테공항으로 가는 길 앞에 넓디 넓은 라고 아르헨티노 호수가 펼쳐집니다.
이제 지구 최남단의 도시 우수아이아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