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전라도와 강원도 지방에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올 해 들어 최강한파라는 뉴스가 이어진다.
"햐~ 폭설에 이 추위면 온 산에 상고대가 짱짱하게 피었을 텐데....." 페친이신 태백산 망경사의 오현스님께서 실시간으로 페북에 올리시는 태백산 사진은 가히 눈 천지다. 가고싶은 마음은 한 가득인데 낮 기온이 영하 25도라는 기상예보에 감히 길 나설 엄두가 나지 않는다. 최강 한파라던 강추위도 3일이 지나니 기온이 조금씩 누그러진다.
태백산 오현스님께 메세지를 넣었다. " 스님 내일 망경사에서 하루 유숙 할 수 있을까요?" 대답이 없다..... ㅠ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다 24일 수요일 아침 훌쩍 길을 나섰다. 느즈막에 가서 노을을 보고, 망경사에서 하루 자고, 다음 날 해돋이를 보고 오자. 설마 스님께서 안 재워 주면 태백시내로 내려가서 자고, 다시 새벽에 올라와 해돋이를 볼 생각에 헤드랜턴도 준비하고 얼어 죽지 않으려고 핫팩에 두꺼운 패딩도 준비하고....
2024년 1월 24일
▼ 9시 30분 : 청주역에서 태백으로 가는 무궁화호에 몸을 실었다.
◇13시 13분 태백역에 도착 -역앞에서 간단하게 배를 채운 뒤 택시를 타고 유일사 탐방센터로 이동.
◇14시 20분 산행 시작. 태백산 정상을 향해 가는 길, 서서히 눈세상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 16시 00분 : 망경사와 천제단 가는 길로 갈라지는 갈림길. 고도가 높아질수록 상고대는 점점 두꺼워지고 굵어진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차다.
▼ 태백산에는 천제단이 세군데 있다. 이곳은 장군봉 천제단, 천제단은 단군께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 그냥 온 세상이 하얗다. 하얗고 하얗고 또 하얗다.
▼ 멀리 보이는 것이 태백산 중심 천제단이다. 시월 개천절에는 저곳에서 단군께 천제를 지낸다.
▼ 사진작가들에게는 유명한 태백산 용나무. 고사목의 형태가 용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꼬마용은 오늘 하얀 꼬까옷을 입었다.
▼ 16시 30분 :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서쪽능선은 넘어가는 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있다.
▼ 16시 35분 : 태백산 천제단. 배낭에 메달고 다니는 온도계는 영하 25도를 가르킨다. 춥다, 해넘이 시간은 아직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데, ..
▼ 망경사로 향했다. 천제단에서 망경사 까지는 15분 남짓 한 거리다. 망경사로 내려가는 길은 그야말로 온 산이 흰눈에 뒤덮였다.
▼ 망경사에 도착하니 마침 저녁 공양시간이라고 스님께서 어서 들어가 식사를 하란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하룻밤 유숙을 청했더니 이렇게 독방을 주셨다. ^^
▼ 배를 채우고 배정 받은 방에 배낭을 풀어놓고 카메라만 메고 옷도 두꺼운 패딩으로 갈아입고 다시 천제단으로....
올라가는 길, 단종비각 창살에는 흰 무궁화꽃이 피었다.
▼ 17시 40분 : 해는 뉘엿뉘엿 지고 주변은 어둑어둑 사위어 가는데...이 넓은 산정에 아무도 없다. 이 고요가 좋고, 이 적막이 좋고..... 지금의 이 순간이 가슴 벅차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고.....
▼ 꿀팁 하나 : 태백산에서만 가능한 국립공원 실시간 cctv로 하는 셀카 놀이~~^^
다음 날 : 2024년 1월 25일
망경사 아침 공양 시간은 05시 40분이다.
해돋이 시간은 07시 28분
새벽 4시에 일어나 경내를 서성 거리다가 오현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이곳 망경사에서 삼 년째 기도 중이시다. 사진을 좋아하셔서 공모전에 입상도 여러 번 하신 실력자시다. 태백산의 일출 포인트를 스님께 사사 받고 기념으로 찰칵 ~^^
▼ 6시 45분 : 천제단 올라가는 길은 벌써 어슴프레 여명이 밝아온다.
▼ 내일이 보름인데 아직 넘어가지 못한 아침달은 천제단 옆구리에 등불처럼 걸려있다.
▼ 세상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다. 햐~ 그저 감탄사만... 이 순간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가슴 벅차다.
▼ 07시 29분 : 드디어 붉은 불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내고.....
▼ 태백산 꼬마 용도 불덩이를 품었다.
▼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을 산다는 고사목은 이 겨울에 죽어서도 하얗게 꽃을 피웠다.
▼ 세상은 밝아오고 햇살에 조금씩 드러나는 풍경은 추위도 잊을만큼 가슴 뛰게 한다.
▼ 같은 장소지만 해 질 때와 해 뜰 때의 천제단은 느낌이 다르다.
▼ 하늘이 밝아지며 멀리 펼쳐지는 산 능선들... 아쉽게 운해는 너무 멀리 있다.
▼ 08시 52분 : 천제단에서 장군봉으로 능선을 오가며 거의 1시간을 넘게 놀았나 보다, 천제단을 뒤로하고 망경사로 하산 하는 길.
▼ 단종비각에도 온통 눈 천지다.
▼ 망경사의 탑이며 불상.... 절이 온통 눈으로 뒤덮혔다.... 하얗다는 말 말고는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오현스님 말씀으로는 이렇게 상고대가 두껍게 달린 건 거의 10년 만이란다.
▼ 망경사에 와서 짐을 꾸리고 문수봉 쪽으로 하산 할 계획이었으나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늘어진 나뭇가지가 길을 막아 문수봉쪽의 하산은 포기다.
▼ 코스를 바꿔 망경사에서 유일사 탐방센터로 하산 하는 길....여기도 나뭇가지가 길을 막기는 마찬가지다
눈 터널 속을 엉금엉금 기다시피 나아간다. 배낭이 나뭇가지에 걸려 주저앉기를 몇 번....
▼ 멀리 보이는 함백산 정상과 얼마 전 걸었던 운탄고도 길도 온통 하얀 눈으로 덮였다.
▼ 10시 20분 : 하산길에 들른 유일사. 태백산을 몇 번을 왔어도 유일사를 들리기는 처음이다.
▼ 11시 20분 : 유일사 탐방센타로 하산 완료
1박 2일의 태백산 눈꽃 산행.
망경사에서의 하룻밤도 좋았고
오현스님과의 만남도 뜻 깊었다.
온통 눈으로 뒤덮인 새하얀 세상은 참으로 경이롭기까지 한 경험이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산정에서 뉘엿뉘엿 지는 해를 나 혼자 바라보던 그 순간의 느낌은 뇌리에 깊게 각인되어 아마 오래오래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태백산의 다음 산행 일정은
꽃 피는 계절에 따뜻한 태백을 만나러 가야지...
첫댓글 와우~~~~경이롭기까지한 해넘이 해돋이 입니다
저렇게 멋진 장면을 혼자서 머주했을 때 얼머나 가슴이 벅차셨을까요
저 사진 속에 저도 들어가서 제노님과 함께 그.순간의 감동을 느껴보고 싶네요
햐~~~부러울뿐입니다
온통 하얀세상에 붉은 해...
태백산 꽃피는 봄에도 참 좋았어요
봄에는 저도 함께 동행하고 싶습니다 제노님 부탁드립니다 🙏
공룡능선도 가야하고 꽃피는 태백산도 가야하고....^^ 갈 곳이 많습니다. 꼭 연락 드리겠습니다.
@제노 넵 연락없이 가시면 큰일납니당 ㅋㅋㅋ
저 울지도 몰라요
결국 혼자 가셨네요ㅎㅎ
미리 스케줄 예약이 되어있어서 함께하지 못해서 죄송 ㅎㅎ
망경사 공양, 유숙 기회마저 잃어버렸네요 ~~
저도 나름 끝없는 설원을 눈에담고 왔습니다.
일출 포인트 최고입니다.
멋지십니다.
한라산 영실에 눈이 50cm 이상 왔다던데....저 또한 부럽습니다... 멋진 후기 기다립니다.
태백산 망경사 1박은 다음기회에 함께 상의 하겠습니다.
태백산의 멋진 눈꽃세상을 이렇게 기행문으로 자세히 볼수있어서 마치 저도 태백산 눈길을 다녀온듯 너무 행복하네요~ 저도 꽃피는 봄날 블루님이랑 같이 동행하고 싶어요!!
그리고 망경사 오현스님이 페친이시라니 제노님 마당발 인정👍
꽃피는 태백산을 한번 기대 해 보자구요.^^
이제사 이쁜사진을봅니다
혼자 무슨제미로 가시나 싶었는데
머리속에 다 아시구 그림을 그리시면서 가셨나보네요~
완전 겨울왕국 엘사가 편처놓은 환상적인
눈꽃세상이 여기에다 있네요
사진으로봐도 이렇게 이쁜데 직접보시면서
엄청 감동이셨겠네요
혼자여도 외롭지 안고 눈세상에 푹 빠지셨을듯 ㅎㅎ 불루만 될구 가지말구 나두 될구 가세요
ㅎㅎㅎ~ 네~~~^^
제노님 따라 꽃피는 봄에 태백산 갈려는 분들이 줄을 설거 같으니 아예 아름다운 산행 정기산행을 태백산으로 잡으면 좋지않을까 싶습니다^^
1박을 하면서 볼 수 있는 해넘이와 해돋이를 꽃피는 계절에 기대 하는게 아닐까요?
@제노 어머나 세상에...
최고예요 👍
태백산
아름다운 설국
상고대꽃길을 멋진 작품으로
탄생시켜 주셨네요.
감동입니다.
배웁니다.
네~ 완전 멋지고 아름다운 겨울 눈세상이었습니다.
우왕
태백산 이 정말 멋지네요
꼬마용마루 불덩이 죽여주네요
저런장면 찍으시느라 고생 하셨네요
쾌감과 행복했겠어요
항상 부럼부럼 입니당
더 다리가 떨리기 전에 부지런히 댕기는 중입니다.....ㅋㅋ
봄꽃 소식이 한창일 때
이제사 사진을 보네요.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설레임으로 두근두근 !!!
영하 25도면 체감온도는 30도가 넘었을 건데
저체온증 올까봐 겁나서 전 못갈거 같습니다.
일출사진 정말 멋지네요. 사진전에 출품해도 좋을거 같습니다.
지난 겨울 눈풍경 많이도 보았습니다만
오늘 사진이 최고이네요.
일몰과 일출을 찍기위해서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덕분에 좋은 사진 감상하고 갑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사진 굿입니다.
아이고~ 누구보다 두근두근님의 칭찬에 더 으쓱해집니다. 감사합니다.
저 컨셉으로 몇 년 전에 벌써 대상 휩쓸어 갔습니다. 전 아류..ㅠ
@제노 아 그랬군요
찰라의 미학을 위해
추위를 이겨내는 고통을 격어야 하네요
날씨도 협조 해야하고
여러가지 운도 따라야 하고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두근두근 2017년 제16회 국립공원 사진 공모전에 장려상 받은 작품입니다.
@제노 오 멋지네요. 환상입니다.
상고대가 조금은 아쉽기는 하네요.
제노님 사진은 상고대가 두껍게 쌓였는데
제노님~안녕하세요^*^
태백에 멋진사진을 이제야보네요~^*^
제노님사진을 보니 전 2월 마지막 폭설후에 태백산 산행에 문수봉가는길에 상고대 때문에
기어간 생각이 납니다
사진에서 제노님이 느낀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는것 같습니다
멋진사진 잘 보았습니다~~^*^
언제 함께 산행하겠습니다~~
산행에 오시면 제게 꼭 아는척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