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엔 사랑할거야>는 본래 1979년 방송됐던 KBS 라디오 드라마 <여인극장 : 순자의 가을> 의 주제가였지요. <올 가을엔 사랑할거야>를 작사, 작곡한 분은 심수봉 님이었습니다. 바로 이 드라마 제목이 훗날 심수봉 님에게 비극을 안겨주리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이 라디오 드라마가 끝나자 이 곡은 영화의 주제가로 사용됩니다. 바로 1980년 상영된 <아낌없이 바쳤는데> 라는 영화입니다. 이 시기에는 라디오 드라마가 인기를 모으면 뒤이어 동명의 영화가 제작되는 일이 비일비재했지요. <순자의 가을> 과 <아낌없이 바쳤는데> 가 같은 스토리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아낌없이 바쳤는데> 에는 심수봉 님도 배우로 출연했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순자의 가을> 은 심수봉 님의 3집 앨범에도 수록되지요.
이 영화가 상영될 무렵 한국에서는 쿠데타로 실권을 장악한 신군부세력이 정국을 주도합니다. 문제는 이 영화 주제가의 제목이 최고 실세의 부인과 동명이었다는 점이죠. 결국 이 영화의 주제가였던 <순자의 가을>은 금지곡으로 묶였지요. 불운하게도 이 곡은 수년동안 방송을 탈 수도 음반으로 출시될 수도 없었습니다.
서정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이 곡은 <순희의 가을> 등으로 제목을 달았더라면 심수봉 님의 히트곡 목록에 당당히 올라갔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다가 이 곡은 1983년 <올가을엔 사랑할 거야>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제목만 바꿨을뿐 가사는 똑같습니다.
다음은 <올 가을엔 사랑할거야>의 가사입니다.
묻지 말아요 내 나이는 묻지 말아요 올 가을엔 사랑할꺼야
나 홀로 가는 길은 너무 쓸쓸해 너무 쓸쓸해
창 밖에 눈물짓는 나를 닮은 단풍잎 하나
아 가을은 소리없이 본체만체 흘러만 가는데
애타게 떠오르는 떠나간 그리운 사람
그래도 다시 언젠가는 사랑을 할꺼야 사랑 할꺼야
울지 말아요 오늘밤만은 울지 말아요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그대가 없이 가는 길은 쓸쓸해 너무 쓸쓸해
달빛은 화사하게 겨울 가로등 불빛을 받아
아 오늘도 소리없이 비춰 만주는데
변함없이 애타게 떠오르는 떠나간 그리운 사람
그래도 다시 언젠가는 사랑을 할꺼야 사랑 할꺼야
<올 가을엔 사랑할거야>는 노처녀가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내용으로 보여집니다. 주인공은 혼자 길을 걷다가 옆에 연인이 없음을 깨닫고 외로움을 느끼지요. 이 곡에 등장하는 계절은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드는 시점입니다. 주인공은 처연한 가을 단풍과 싸늘한 겨울 가로등을 보며 한층 쓸쓸함에 빠집니다.
이 곡은 무심하게 흘러가는 가을, 황량하게 비치는 달빛 등을 집어넣어 한편의 시를 방불케 하지요. 결국 주인공은 다시 연애하기로 굳게 마음을 먹습니다. 그러나 이 곡은 그 연애 대상이 옛 연인인지 새연인인지에 대해 궁금증을 남기고 끝나지요.
https://youtu.be/y3gAa_CIkJQ
심수봉 님이 들려주는 <올 가을엔 사랑할거야>
<올 가을엔 사랑할거야>를 부른 가수는 개그맨 출신 가수인 방미 님입니다. 이정선 님이 편곡을 맡았고, 심수봉 님은 코러스와 피아노 파트로 참여합니다. 그러나 작사, 작곡자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표기됐지요. 방미 님은 이 곡의 빅히트로 인기 가수로서의 입지를 굳힙니다.
이 곡은 사실 심수봉 님의 음색과 잘 어울리는 노래로 보입니다. 그대로 내버려두었으면 심수봉 님의 히트곡 목록에 올랐을 것은 명약관화해 보입니다. 이후 심수봉 님은 <올 가을엔 사랑할거야>가 자신의 곡임을 명확히 밝혔지요. 지난 9월 추석 공연 때도 이 곡을 열창하여 많은 갈채를 받았습니다. 심수봉 님은 역사의 거센 파고 속에서 많은 수난을 겪었고, 창작한 곡들도 다수 금지되었지요, 이 곡도 그 중 한 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