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un7tf_iCGPA?si=f2DS1St1cVhr6WyN
쇼생크 탈출
감옥 탈출 장면
자유의 환희
악명 높은 감옥 쇼생크에 억울하게 수감되어 19년이라는 세월을 견디다 마침내 탈옥에 성공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전해 준다. 원작은 공포와 스릴러의 대가 스티븐 킹이 쓴 베스트셀러 『사계』에 수록된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Rita Hayworth And The Shawshank Redemption)’이다. 원작의 스토리도 훌륭하지만 2시간 22분의 긴 러닝타임을 긴장감 잃지 않고 소화한 프랭크 다라본트의 연출과 팀 로빈스(앤디), 모건 프리먼(레드)의 감동적인 연기에 평론가들의 찬사가 줄을 이었다. 〈쇼생크 탈출〉은 깊이 있는 인물 표현으로 관객을 몰두하게 만드는 지적인 영화이다. 고전 탈옥영화인 프랭클린 J 샤프너 감독, 스티븐 퀸,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빠삐용(1973)〉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1946년, 능력 있고 조용한 은행 간부 앤디는 아내의 부정을 목격하고 그녀와 정부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쇼생크 감옥에 수감된다.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방법이 없는 앤디는 살인자로 낙인찍힌 채 짐승 같은 수감자들에 모욕을 당하며 절망스런 감옥 생활을 하지만 희망을 놓지 않는다. 앤디는 감옥에서 또 다른 장기수 레드(앤디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와 우정을 쌓아간다. 결국 쇼생크에 적응하기로 한 앤디는 2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교도소의 체재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되고, 간수들과 소장의 절세를 도우며 그들의 신임을 얻고, 급기야 소장의 부정 축재 자금을 세탁,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탈출을 위한 계획이었다.
영화는 앤디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것을 먼저 보여 주고 난 다음 레드의 보이스 오버를 통해 그의 탈출 경로를 제시함으로써 극적인 흥미를 더한다. 어느 날 아침 점호에 앤디가 나타나지 않는다. 놀란 노튼 소장은 앤디 방 안에서 라쿠웰 웰치 사진으로 가려졌던 굴을 발견한다. 이어서 노튼의 신발 상자에 깨끗한 구두 대신 앤디의 낡은 신발이 들어있는 것이 클로즈업된다. 이 장면은 앞으로 노튼과 앤디의 역전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경찰은 쇼생크 주변 개울에서 수석용 망치를 발견하는데 이 망치를 들고 있는 경찰을 찍는 플래시가 터지고 그 사진이 톱기사로 실린 신문이 화면을 메운다. 이 장면은 앤디가 수석용 망치를 이용해서 탈출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망치를 가져다준 레드가 앤디의 탈출에 조력자로 작용했음을 제시한다. 이어 레드의 설명이 이어지면서 탈출 과정이 묘사된다.
앤디는 수석 조각용 망치로 조금씩 굴을 파면서 탈출 준비를 한다. 어느 날 노튼이 퇴근하자 그의 양복을 죄수복 속에 입고 노튼의 구두를 신고 감방으로 돌아온다. 그날 밤 앤디는 노튼 옷과 신발을 챙겨서 굴속을 기어간다. 한쪽 발에 밧줄로 양복 등 소지품이 든 주머니를 묶어서 그는 굴을 빠져나간 다음 감옥의 오물 파이프를 천둥이 칠 때마다 돌로 내리쳐 뚫고는 그 안을 기어서 탈출한다. 냄새가 진동하는 길고 어두운 통로를 지난 앤디는 마침내 쇼생크 밖 개울로 떨어진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앤디는 더러워진 웃옷을 벗으며 숨 가쁘게 개울을 걸어 나간다. 이때 카메라는 부감의 롱 숏으로 크레인 업하면서 긴 팔을 하늘을 향해 뻗으며 해방감과 자유의 환희를 만끽하는 앤디의 모습을 강조한다.
한 인간이 갈구하는 자유, 집념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 가를 보여 주는 이 영화에서 앤디가 탈옥에 성공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두 팔을 벌리는 장면은 가히 카타르시스의 집약이라고 할 만하다. 영화 초반 앤디를 둘러싼 모순과 억압, 절망이 치밀하게 계산되었기 때문에 마침내 믿을 수 없는 이 탈출이 성공했을 때 관객은 통쾌하고 짜릿한 절정을 만끽한다.
자유의 소중함과 함께 이 영화에서 강조하는 또 하나의 가치는 자의식이다. 감옥이라는 공간과 오랜 수감생활은 수감자들의 자의식을 희미하게 만든다. 정해진 규칙과 지시에 따라 기계처럼 움직일 뿐, 자신의 의지와 감정을 드러내고 원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출소 후 자살하는 브룩스나 역시 교도소를 나온 후 심각한 불안을 겪는 레드의 모습을 통해 앤디가 잃지 않았던 자의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한다.
밀로스 포먼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에서는 교도소 대신 정신병원에 수용된 환자들 통해 이러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결국 교도소나 정신병원과 같은 설정은 인간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의 은유라고 볼 수 있다. 앤디의 행위가 의미를 지니는 것은 부당한 시스템에 맞서 싸우려는 개인의 올곧은 의지이기 때문이다. 엉뚱하게 작업을 마친 죄수들에게 맥주 한 병 줄 것을 부탁하거나 음악[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Che Soave Zeffiretto)’]을 틀어주는 앤디의 행동은 이러한 의지의 표명이기 때문에 감동을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