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해설 삶에서 탐색하는 인생론과 시적 진실 --심정숙 시집 『삶이란』 김 송 배 (시인. 한국현대시론연구회장) 1. 삶의 행로에서 찾는 인생의 지향점 현대시의 창작에서 그 시인의 정서와 사유(思惟)가 발원하는 의식의 흐름은 어느 시점(視點)에서 어떤 방향으로 지향하고 있는가하는 문제를 중히 여기면서 주제를 창출하는 시 작품들을 많이 대하게 된다. 우리 시인들은 살아오면서 체험한 인생의 행보에서 희노애락(喜怒哀樂) 애오욕(愛惡慾)이라는 오욕(五慾) 칠정(七情)의 심리적인 변화현상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추억으로 남아 시창작의 이미지를 재생하는 매체가 되는 것이다. 여기 심정숙이 상재하는 시집『삶이란』의 원고를 읽으면서 이러한 생각을 먼저 떠올리는 것은 그가 지금까지 살면서 명확하게 풀지 못한 삶의 문제를 탐구하는 그의 지적(知的)인 사유에서 우선 현실적인 정감적 해법을 추구하는 시법을 발현하고 있어서 그가 현실 생활(leral life)에서 파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삶이란」의 글에서 ‘감히 내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좋은 인연들을 만나 글로 표현하며 살 수 있는 행복을 얻었고, 일터에서 어르신들을 뵈며, 내 자신을 아끼고, 돌볼 수 있는 능력이 생겼고, 나도 행복해져야 된다는 권리를 찾았다. / 앞으로의 남은 나의 인생은 좋은 인연들과 맘껏 글로 표현하고 순간순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나만의 멋진 인생 스토리를 엮어 나갈 것이다.’라는 비장한 각오로 ‘상처투성이인 삶’에 대한 명민(明敏)한 화해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독일의 최대 문호 괴테는 삶의 기쁨은 크지만 지각(知覺) 있는 삶의 기쁨은 더 크다고 했다. 이 지각이 있는 삶이야말로 우리 시인들이 추구하고 구현하려는 최대의 시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뽀얀 안개 속을 또각또각 걷다 보면 마주하는 미로 미로 속으로 천천히 따라가다 마주한 막다른 길 방황하고 당황스런 마음 가다듬고 다시 오던 길을 돌아보며 안개 속으로 다시 또각또각 걷다 보면 어느 새 마주한 또 다른 새로운 길 그 길 위에 희망 품고 가뿐가뿐 즐겁게 걷다 보면 어느 새 마주한 길 끝의 출구 우리네 인생과도 닮아 있지 않은가. --「미로(迷路)」 전문 심정숙 시인은 우선 삶의 행보에서 탐색하는 것이 ‘미로’이다. 이 미로는 방향감각이 상실된 어느 경지에서 방황과 혼돈이 어떤 상황으로 나타나서 우리 인생 문제에서 혼란과 위협을 초래하는 불가시(不可視)의 ‘막다른 길’일 수도 있는 거이다. 그는 ‘뽀얀 안개 속’의 미로를 ‘방황하고 당황스런 마음 가다듬고’ 그 길을 다시 돌아보면 ‘어느 새 마주한 또 다른 새로운 길’을 만나게 되는데 이는 결론에서 적시한‘우리네 인생과도 닮아 있’다라고 미로와 인생이 서로 대칭하면서 해법을 찾는 진솔한 그의 내면 의식을 이해하게 한다. 이러한 삶의 문제는 인간의 존재문제와 직결하기 때문에 존재의 이유나 지향의식이 바로 삶에서 출발하는 현실적인 상황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심정숙 시인도 이와 같은 실제 상황에서도 ‘매일매일 해가 쨍쨍 / 지금 나의 모습은 / 꽃다운 20대 청춘의 삶을 살아간다.(「인생 반전」 중에서)’는 스스로의 위안과 자성(自省)으로 현재의 삶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힘없이 무표정으로 침대에 앉아 있다 수많은 나날들 시부모 위해, 자식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세월의 흔적 이마엔 강물이 되어 흐르고 눈썹엔 뫼산(山) 한자 새겨 푸른 숲을 만들고 양 볼엔 검은 꽃들이 콧바람을 쐬며 흔들흔들 춤을 춘다 --「노인의 삶」 중에서 심정숙 시인은 다시 자신이 당면한 ‘노인의 삶’에서는 그가 직접 겪으며 살아온 ‘세월의 흔적’에서 불망(不忘)의 애환이 적시되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나날들’을 ‘헌신하며 살아온’ 그의 행보는 그래도 삶의 한 단면으로 남아 있어서 지금은 ‘흔들흔들 춤을’ 추고 있는 시적인 전개는 결론적으로 ‘그래도 살아 있는 오늘이 좋아/ 합죽이 입으로 오물오물 / 맛있는 사탕 요리조리 굴려 가며 / 단맛의 행복을 누린다.’는 어조로 노인의 넋두리를 분사하고 있어서 우리들의 공감을 유로(流露)하고 있다. 2. 삶과 인생에서 인식한 존재의 의미 심정숙 시인은 이러한 삶의 정황(situation)을 통해서 자아를 발견하게 되고 나아가서는 존재의 의미를 인식하게 된다. 그는 ‘며칠만 더 있으면 / 한 살 더 먹는 / 내 청춘은 어이하라고.(「세월」 중에서)’라는 한탄의 어조는 삶과 세월의 대칭에서 자연스럽게 접맥하게 되는 인생론이다, 삶 속에서 인생은 신호등을 건너는 것과 같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안전한 인생길을 무시하지 않고 잘 살아온 나에게 벗이 예쁘다고 매년 김장김치를 선물한다 누구나 한 번은 다 가야 하는 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자 슬픔을 같이 나누고자 달려온 친구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아플 때에도 언제나 벗은 내 곁에 있다. --「나의 벗」 전문 그는 ‘나의 벗’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의식을 진솔하게 현현하고 있다. ‘삶 속에서 인생은 / 신호등을 건너는 것과 같다‘는 삶에 대한 긍정은 자신의 의식세계에서 발현하는 시적인 인식이 바로 자신의 진정한 인생적인 진실이라는 점을 간과(看過)하지 못한다. 그는 그의 가장 친한 벗을 통해서 ‘힘든 여건 속에서도 / 한 인생길을 무시하지 않고 / 살아온 나에게’ 베푸는 다양한 상황들이 어쩌면 삶의 묘미를 이제사 자각하면서 그의 존재는 ‘나의 벗’과 더불어 생성한다는 진리를 이해하는 시법이 공감을 확대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슬픔을 같이 나누고자 달려온 친구들 /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아플 때에도 / 언제나 벗은 내 곁에 있다’는 결론으로 그의 심정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미국의 사상가 에머슨은 삶은 실험이라고 했다. 인생은 많은 실험을 할수록 좋다라는 삶과 인생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되새겨 주고 있는 것이다. 타인에겐 보약 같은 당신 가정에선 회오리바람인 당신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가족의 보금자리 영혼 팔아 갈대처럼 휘청휘청 떠나버린 당신 은행 빚 얻어 아이들과 같이 살 보금자리 마련하기 위해 밤낮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내 인생 대궐 같은 공간에서 웃음꽃 피며 살아가는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같은 내 인생. --「오뚝이 인생」 전문 그헣다. 심정숙 시인은 ‘떠나버린 당신’이 화자(話者)로 등장하여 ‘내 인생’과 대칭적으로 작품을 전개하고 있어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가 인생에 대한 추억을 재생하는 것은 아마도 앞의 「삶이란」 글에서 언급했듯이 ‘나 자신을 살뜰히 챙기며 아껴야 하고’ 또 글로써(시로써 혹은 말로써) ‘표현해야 자신을 아낄 수 있음을 예전에 왜 미처 몰랐을까’라는 그의 의문을 풀기 위해서 그만의 인생의 좋은 인연들과 행복한 삶을 통한 멋진 스토리를 엮어 나가겠다는 초심(初心)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와 같이 ‘밤낮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내 인생’은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는 / 오뚝이 같은 내 인생.’의 신념으로 삶을 영위하면서 그는 ‘이글거리던 분노는 / 불타는 화염 속으로 태워 버리고 / 삶이 터져 버릴 것 같은 고뇌는 / 저 푸른 파도 깊이 던져버리고 // 흐르는 유성처럼 / 기다리지 않아도 빛나는 / 시간을 안고 파릇파릇 / 새싹 돋아나는 계절이 오듯이 // 흘러가는 시간과 세월 속에서 / 희망이란 친구를 새롭게 / 새롭게 보듬어 가겠습니다. (「해맞이」 중에서)’는 인생론의 지향점을 천명(闡明)하고 있다. 다시 심정숙 시인은 작품 「유월의 장미」 중에서 ‘흘러가는 시간 속에 / 장밋빛은 바래지고 / 비바람에 흔들려 / 이리저리 떠돌며 / 짧은 생(生)을 살다 / 대지로 돌아가는 / 유월의 장미.’와 같이 장미와 인생의 비유는 그가 평소에 사유하고 있던 세월과 생(生)의 불가분의 상관성에서 탐색한 삶의 일부분이 바로 그가 구가(謳歌)하는 인생과 존재의 융합적인 인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작품 「가을 들녘」 중에서도 ‘저녁 무렵 농사 끝내고 / 농부들은 막걸리 한 사발에 / 하루의 피로를 풀며 / 구성지게 노래 한 곡조 뽑는다 / 노래 장단에 맞춰 / 덩실덩실 어깨 춤추며 / 오늘도 고단한 삶을 살아낸다.’는 어조로 삶과 인생의 복합적인 이미지는 존재의 의미를 더욱 명징(明澄)하게 적시하고 있는 것이다. 3. 그리움의 진원지 -추억의 재생 심정숙 시인은 삶에서 영원불멸의 추억으로 남아있는 흔적에서 재생하는 이미지는 그리움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는 삶 전체에서 생성하는 과거의 시간 속에서 창출하는 그리움은 외적(外的) 요소의 모든 사물이나 사건 등에서 그의 추억은 생생하게 발현되고 있다. 출타 중이던 아버지 돌아오실 때쯤 따끈따끈한 아랫목에 밥 한 그릇 담요 덮어 묻어 놓고 기다리던 어린 시절 밀가루, 베이킹파우더로 반죽 만들어 담요 덮어 묻어 놓고 찐빵 만들어 주시던 어머니의 손맛 어린 시절 그 맛있던 찐빵 따뜻했던 아랫목이 그립다. --「아랫목」 전문 석쇠에 고등어 한 손 얹어 놓고 노릇노릇하게 익을 때까지 뒤집기를 반복하던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 노릇노릇하게 익은 생선에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화롯불에 간식으로 고구마를 묻어 놓고 할머니 무릎에 앉아 옛날 이야기 듣던 어린 시절 할머니 냄새가 가득한 고향 집이 그립다. --「화로」 전문 이 두 편의 작품에서 감지(感知)할 수 있는 것은 그리움의 이미지를 확연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심정숙 시인의 그리움은 과거의 회상에서 잊을 수 없는 오매불망(寤寐不忘)의 생활상으로 그의 심저(心底)는 영원히 사라질 수 없는 세월에서 체득(體得)한 소중한 그리움으로 형상화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 ‘아랫목’과 ‘화로’라는 필수생활 용품에서 되살아나는 추억은 바로 그가 이미지로 재생하는 ‘어린 시절’이나 ‘어머니의 손맛’ 그리고 화롯불에 묻어둔 고구마와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 그리고 ‘고향 집’ 등이다. 누구에게나 과거의 유년과 고향의 추억은 그리움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좋은 시적 발원과 창작동기로 활용되고 있어서 누구나 공감의 영역을 확대하는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시는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시적 소재를 찾아서 상황 설정을 하거나 한 편의 스토리를 적시하는 시법들을 많은 시인들이 응용하는 예를 흔하게 대할 수가 있다. 누군가가 시는 인류에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법칙과 패턴을 제공해 준다는 말로써 시와 우리 인간이 공유하거나 공존하는 진실이 시정신의 모태(母胎)이며 시의 위의(威儀)를 확인하는 텍스트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밖에도 작품 「가로수」애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 노오란 은행잎들을 / 바닥으로 내려놓는다 / 사람들은 노오란 은행잎 / 한 잎 두 잎 모아 하트를 만든다 // 올해도 그렇게 하트 속에 서서 / 찰칵찰칵 은행잎과의 / 추억을 담는다. 또한 작품 「송편」에서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들이 / 뭉치는 추석 명절 / 30여 명의 어르신들과 둘러앉아 / 반죽을 쫄깃쫄깃하게 치대 놓고 / 반죽 떼어 손바닥 위에 동글동글 /공을 굴리듯 굴린다.’ 그리고 작품 「예쁜 떡」에서도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들이 / 뭉치는 추석 명절/ 30여 명의 어르신들과 둘러앉아 / 반죽을 쫄깃쫄깃하게 치대 놓고 / 반죽 떼어 손바닥 위에 동글동글 / 공을 굴리듯 굴린다‘는 지난날의 정감 넘치는 보편적인 생활상이 시적으로 형상화하는 발상이 그의 그리움에 대한 의식의 흐름을 이해하게 한다. 4. 자연 서정과 시간성과의 융합 심정숙 시인은 일상적인 생활현장에서 취택하는 시적 소재 즉, 김치, 커피, 수박, 고추, 라면 등등의 그가 응시하는 사물에도 생명력을 부여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교감하는 특성을 읽을 수 있는데 그는 화자를 의인화하여 ‘나’로 변형하는 시법이 특이하게 나타나고 있어서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물들에게 어떤 의미를 투영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그의 잔잔한 서정성이 우리들의 심성(心性)에서 안온한 정서를 제공하는 시법으로 상황을 설정하고 있어서 그는 만유(萬有)의 자연에서 소재와 이미지를 취택하고 있어서 그의 서정성은 더욱 미감(美感)을 가중시키고 있다. 개나리들이 노란색 외투를 입고 산책을 한다 두 손 꼬옥 잡고 산책 나온 노부부 활짝 웃어 주는 개나리들 앞에 서서 봄의 풍경을 사진 속에 저장한다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명동 한 은행 앞에 서서 친구들을 유혹하는 진달래 처녀 쌀을 씻고 밥을 지을 시간에 마음을 씻고 행복을 지었다. --「봄」 전문 그는 우선 자연과 시간성이 융합하는 이미지를 선호하는데 이는 그의 시야에 펼쳐진 사물, 거기에 착목(着目)하는 공간에서 투사(投射)된 사물이 ‘봄’이라는 계절적인 시간과 동시에 형상화함으로써 시적 효용(效用)에 대한 효과의 극대화를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봄의 상징인 개나리를 설정하고 ‘두 손 꼬옥 잡고 산책 나온 노부부 / 활짝 웃어 주는 개나리들 앞에 서서 / 봄의 풍경을 사진 속에 저장’하는 정경에 심취하면서 서정적인 그이 시심(詩心)은 봄 날씨와 같이 활짝 펼쳐지고 있다. 그는 다시 분홍색 원피스를 대입하여 봄의 화사한 이미지를 투영하고 있는데 그는 ‘친구들을 유혹하는 진달래 처녀 / 쌀을 씻고 밥을 지을 시간에 / 마음을 씻고 / 행복을 지었다.’는 어조로 봄의 향훈이 가득찬 시혼(詩魂)을 엿보게 하고 있다. 이러한 시법은 작품 「벚꽃 구경」 중에서도 ‘네가 뿌려 준 / 꽃모자를 쓰고 / 예쁜 방석에 앉아 / 종알종알 재잘재잘 / 너의 향기 맡으며 / 사진 속에 널 담는다.’는 넘치는 서정을 감상할 수가 있을 것이다. 들어가는 입구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관광객들의 눈을 홀리는가 싶더니 결국 침을 꼴깍 삼키게 한다 꼬불꼬불 언덕길 햇볕은 쨍쨍 소나무들이 양산이 되어 준다 언덕길 옆 돌탑들이 눈에 띈다 사람들이 돌을 하나하나 쌓아올리며 수많은 사연들을 묻어 둔 곳에 나도 예쁜 돌 하나 쌓으며 나만의 사연을 돌탑에 묻는다 푸른 바다 위 조각구름들 삼삼오오 모여 수다가 한창이다 갈매기 떼들도 덩달아 춤 삼매경에 빠져 있다 넓은 바다 바라보며 마음 속에 넣어 온 근심 보따리 풀어 버리고 행복이란 친구를 가슴으로 품는다. --「낙산사」 전문 심정숙 시인은 이제 자연 속으로 몰입한다. 산천경개를 두루 살피다가 이젠 산사(山寺)에서 심신을 정리하고 있다. 이 ‘낙산사’에는 입구부터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한 풍광이 시선을 집중시키고 ‘꼬불꼬불 언덕길 / 햇볕은 쨍쨍 / 소나무들이’ 서정의 향기를 가득 내뿜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언덕길 옆 돌탑들이 눈에 띈다 / 사람들이 돌을 하나하나 쌓아올리며 / 수많은 사연들을 묻어 둔 곳에 / 나도 예쁜 돌 하나 쌓으며 / 나만의 사연을 돌탑에 묻는다’는 산사에서의 기원의식이 서정적인 자아의 투영으로 평온을 적시하고 있다. 다시 그는 ‘푸른 바다 위 조각구름들’에게 시선 빼앗기고 ‘넓은 바다 바라보며 / 마음 속에 넣어 온 근심 보따리 풀어 버리고 / 행복이란 친구를 가슴으로 품는다.’는 평정된 어조로 자신을 가다듬고 있어서 산사의 이미지와 순정적인 서정성이 내재된 자신의 시정(詩情)을 엿보게 하는 서정의 극치이다. 이제 심정숙 시인의 시집 『삶이란』 읽기를 마무리한다. 그는 대체로 삶을 통한 인생의 진실을 탐색하면서 인생과 존재의 의미를 구명(究明)하는 행로에서 그리움이라는 추억의 진원지를 발견하게 되고 끝으로 자연 서정에 도취되거나 매료(魅了)되어 여기에서 파생하는 시간성과의 융합에서 창출하는 시적 진실을 구현하려는 시풍(詩風)을 읽을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로마의 대시인이 호라티우스가 말한 바와 같이 시는 아름답기만 해서는 모자라고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영혼을 뜻대로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논지를 앞으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시는 더욱 위대하고 다감(多感)한 영혼들의 음악이라는 프랑스 시인 볼테르의 말도 새겨 두어야 할 것이다. 시집 출간을 축하한다.* |